2010.12.26 제주여행 2부
-일정시간표-
ㅇ10:00 숙소인 우정모텔에서 나옴.
ㅇ10:26 제주올레 7코스 시작점 (외돌개)
ㅇ15:25 제주올레 7코스 끝지점 (天海水産)
ㅇ15:35~15:50 서귀포농협 조합장님(강희철님) 차를 픽업하다.
ㅇ15:50~16:40 택시타고 제주 여객선 터미널로 이동. (40,000원)
ㅇ17:10~21:56 카훼리7호를 타고 녹동으로 돌아오다. (45분 연착)
ㅇ23:10 순천IC
ㅇ24:08 통영도착 (1박 3일)
5시 30분. 알람이 울렸다.
일어나자마자 한라산 국립공원에 전화를 걸었다.
핸폰에 들려오는 답변인즉..
어젯밤에도 눈이 많이 내려 한라산 전구간이 통제되었다고 한다.
혹시나 싶어 다른 지소에도 걸어보았지만 똑 같은 답변만 날아온다. ㅠㅠ
여기 올 때까지 단 한 번도 산행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갑자기 타깃이 사라진 느낌이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강추위에 산 탈 것을 걱정하던 아들은 오히려 반색을 하며
어제 기사님 불러 제주관광이나 하고 가잔다. 썩을 놈.. 지애비 속도 모르고..
에라~~모르겠다. 잠이나 퍼질러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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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잠에서 깨어나 시간을 보니
허걱! 9시 20분이 넘었다.
모텔방에서 가져간 호두과자와 간식으로 아침을 때우고
꿩 대신 닭인 제주 올레길이라도 걷기 위해 모텔을 빠져나온다. (정각 10시)
천지연폭포 관광안내소를 찾아가 제주올레 코스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많은 코스가 있지만 여기서 제일 가깝고 난이도가 上이라는 7코스를 권한다.
시작점은 외돌개인데 천지연폭포에서 외돌개까지 걸어서 가면 30분 거리란다.
시간도 아낄 겸 택시로 이동했다. 이곳 제주 택시는 내릴 때 꼭 명함을 건넨다.
구불구불한 언덕배기를 올라 (걸었다면 제법 힘들었을 것) 택시에서 내리니
때마침 하얀 눈이 펄펄 내리기 시작한다.
제주올레 7코스 시작점 외돌개의 풍경은 참 아름답다.
물론 한라산 설경 보다야 못하겠지만..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은 제주를 통한 미군의 일본 본토 상륙에 대비하여
제주도에 7만5천에 이르는 관동군을 배치하고, 제주전역을 요새화 한다.
이곳 황우지해안에 있는 12개의 갱도는 당시 일본군이 미군 상륙에
대항하기 위한 回天이라는 자폭용 어뢰정을 숨기기 위해 만든 것으로
동굴이 하나로 통하게 엮어져 있다.
제주올레 에티켓
!내가 먹고쓰다 남긴 쓰레기는 꼭 챙겨가기
!귤껍질도 길가에 버리지 않기
!길 옆에 매달린 귤이 탐스럽다고 욕심내지 않기
!길가에 핀 꽃, 나뭇가지를 꺾지 말기
!길에서 마주친 가축이나 야생동물들을 괴롭히지 말기
!탁 트인 오름 정상에 올라 소리치지 않기
!사유지 농장을 드나들 땐 내집 대문인양 문단속하기
!뒤에 올레꾼을 위해 리본을 떼가지 말기
!길 안내 간세를 때리거나 위에 올라타지 말기
!주변 풍광을 놀멍 쉬멍 여유롭게 즐기며 걷기
!오며가며 만나는 올레꾼과 주민들에게 정다운 미소, 눈인사 건네기
!자동차가 다나는 도로변을 지날 때에는 길가로 다니기
!코스를 벗어난 가파른 계곡이나 절병 등으로의 모험은 피하기
데크길이 미끄러워 조심스럽게 걸어가야 했다.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분출하여 굳어진 기암으로,
바다에 외로이 서 있는 바위라고하여 외돌개라 한다.
바위의 높이는 약 20m이고 둘레는 약 10m이다.
고려말 최영장군이 제주를 강점한 몽고인 세력인 목호(牧胡)의 난을 토벌할 때
외돌개 앞바다의 범섬은 목호들의 최후 항쟁지였다.
최영장군이 속임수로 이 외돌개를 장군으로 치장시켰던바
목호들은 대장군이 진을 친 것으로 여겨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외돌개를 일명 장군석이라고도 한다.
이 외돌개가 선 고석포(孤石浦)에는 우두암, 선녀바위 등 기암절벽이 둘러싸고 있어서
남주해금강(南州海金剛)이라고 일컬어진다.
그 높이가 높아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넣기는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엽서를 부친다. 시계탑의 시계는 12시 11분을 가리키고 있지만
정확한 시간은 12시 06분이다. 하지만 어느새 정오를 넘겼다.
상습(?)구걸꾼이 나타난다. 이여인(암케)이 먹은 빵이 한 개는 족히 될 것이고..
특히 쥐포는 아주 환장을 한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대단하여 절대로 덥석 받아 먹지는 않는다.
쥐포는 묵고 싶고, 사람은 겁나고.. 던져주니 언능 낚아채간다.
뒤에 보이는 섬이 범섬이다.
법환동 151번지 남쪽 해안 지대이다.
법환동 마지막 동편 끝 언덕 법환 일출봉이다.
여기서 해돋는 모습이야 말로 가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일냉이당' 이 있어서 일냉이이라고 부르는데 '일냉이당'은
이렛날(일곱째 날)마다 다니던 당이라서 일냉이당이라고 불렀단다.
이런 변덕스런 날씨를 '비바리날씨'라고 어제 기사님께서 말하시더니..
아내의 아크테릭스 외투는 어지간한 눈비는 커버할 것으로 보이니..
동네 가게에서 2,000원 짜리 커피 한 잔 시켜 나눠 마쉬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벌써 몇 번째인가? 이제는 셈조차 할 수 없다.
시시각각이 아니라 분 단위로 변덕을 부린다.
'진입불가' 라는 팻말에 호기심이 끌려 바닷가 쪽으로 간다.
가지 말라는 곳은 더 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막상 건너려고 하니 신발을 벗어야 해서 다시 돌아간다.
그래도 들어온 덕분에 용두암 같이 생긴 바우도 만났다.
부교를 지나니 풍림리조트가 나타난다.
아까 관광안내소에서 여기까지가 아름다우니 여기까지는 꼭 가야 한다고 말했던 곳이다.
모르고 풍림리조트로 직행하다가 다시 빽하여 바닷가 쪽으로 난 올레길로 향한다.
서건도와 범섬
서건도
일명 "썩은섬" 이라 불리우는 섬속의 섬.
조수간만의 차로 한달에 10차례에 걸쳐 바닷길이 갈라지는
제주판 '모세의 기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섬이다.
이 바다의 갈라짐 현상은 보름이나 그믐에 규모가 크며,
5월 26일~28일, 9월 7일, 11월 5일~8일, 12월 3일~7일의
사리기간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바다가 갈라지게 되면 좌우 10m 이상 넓어진 갯벌이 드러나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신비함을 맛 볼 수 있다.
범섬
서귀포항에서 남서쪽으로 5km해상에 위치한 범섬은
멀리서 바라보면 큰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은 모습과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섬에는 해식쌍굴이 뚫려 있는데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을때 뻗은 두 발바닥이 닿아 구멍를 뚫어 놓았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수려하면서 면면이 괴괴한 이 섬의 자태는
신비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명소로 유람선으로 섬을 둘러볼 수 있다.
하도 신기해서 망원으로 당기려고 렌즈를 꺼내는 순간,
갑자기 눈비가 쏟아지면서 서 있기 조차 힘든 강풍이
휘몰아쳐 꺼냈던 렌즈를 황급히 다시 넣어야 했다.
어찌나 바람이 강하게 부는지 한참을 꼼짝없이 서 있어야 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우산을 들었는데 우산대가 낚싯대처럼 휘어진다.)
그칠 기미가 없어 할 수 없이 걸음을 옮기는데 똑바로 걸을 수 조차 없다.
제주하면 돌, 여자, 바람이라고 하더니 과연! 제주바람이다.
그런데 이곳을 지나자
다시 바다 쪽으로 올레길이 이어진다. (조금 연장된 모양이다.)
그러자 아내는 다시 그 길을 따라 가려고 한다. (만약 그 길을 따라 갔다면 큰일날뻔 했다.)
하지만 더이상 올레길을 이어가봤자 별 의미도 없고 시간도 이미 15시 30분이 넘어
일단 탈출이 급선무라 우측 길로 탈출하면서 택시와 연락을 취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택시와 통화가 되지 않는다. (이때 부터 약간 초조해 지기 시작한다.)
때마침 웬 그랜저 승용차 한 대가 올라온다.
배 시간(17시 10분)까지는
아직 1시간 40분이나 남았으므로 느긋하게 생각했는데
우리를 픽업해 주신 서귀포농협조합장님 부부의 말씀을 들으니
우리가 얼마나 제주에 대해 무지했는지 알 수 있었다. ㅠㅠ
무슨 말인고 하면..
물론 평상시면 30분~40분이면 서귀포시에서 제주시까지 가능하단다.
하지만 오늘처럼 악천후인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단다.
빠른 516도로와 1100도로는 눈이 오면 통제되어 다닐 수가 없고
외곽도로인 평화로나 남조로로 돌 수 밖에 없는데
그나마 차가 정체 되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한다.
그 말씀을 듣고 나니 갑자기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뛰기 시작한다.
조합장님(康熙哲)께서 택시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준다.
그런데 처음 건 곳은 5만원 달라고 한다. 어제는 분명히 35.000원이라 들었고
관광까지 하는데 60,000원이었는데 비싸도 너무 비싸지 않는가!
그러자 조합장님은 이런 날씨는 부르는 것이 금이라고 말씀하신다.
하기사 5만원이 아니라 10만원이라도 줘야 할 판이다. 답답한 놈은 나니까.
다시 조합장님께서 다른 곳에 전화를 거니 (제주도 방언으로 쏼라쏼라하시니 도통 ??)
2만 5천원이라 하여 결정하고, 서귀포시 모 접선장소에서 우리를 내려 주신다.
고마운 조합장님 부부께 다음에 한라봉 익을 때쯤 꼭 전화주문을 하겠다며
명함 한 장을 받아 챙기고 부랴 부랴 택시에 올라탔다.
간간이 눈에 미끄러져 처박혀 공회전을 돌리는 차들이 눈에 띈다.
이곳에 와서 안 사실은, 어느 지점에 오자 경찰이 일일이 체크를 하고 있었다.
즉 체인이나 스노타이어를 장착하지 않은 차량은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차를 가져갔더라면 꼼짝없이 붙들렸을 것이고 배를 놓쳤을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스노타이어를 장착한 우리의 총알(?)택시는 앞서가는 차들를 모조리 추월한다.
이제는 설경 찍기에 바쁘다. "만약 배를 타게 된다면 조금 생각해 주셔야 합니다."
라고 말하는 기사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4만원을 드리니 흡족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니 16시 40분이라 이제는 느긋하게 터미널로 들어선다.
이곳 여객선터미널은 표를 끊은 후 공항처럼 셔틀버스를 타야한다.
카훼리 7호에 무사히 탑승한 후 아까 우리를 픽업해 주신 조합장님께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전해드리고 다음에 꼭 한라봉 몇 상자 주문할 것을 잊지 않는다.
그런데, 제주항을 벗어나 약 20~30분 정도 운항하였을까?
갑자기 배가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쓔욱~~하고 하늘로 치솟았다가 다시 무중력 상태로 아래로 떨어지면서
"떵!" 하며 배가 부서지는 소리를 내는데 난생 처음 당해 보는 무시무시한 경험이다.
한 두 번 하다가 말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다. 그 강도가 점점 심해진다.
내 마음 같아서는 하루밤 더 자더라도 제주항으로 귀항했으면 좋겠는데..
무정한 카훼리 7호는 이런 악천후에도 거침없이 항해를 계속 자행한다.
그러자 불과 몇 분 사이에 객실은 패닉상태에 들어가고
여기저기에서 공포에 질린 승객들과 울음을 터트리는 처녀도 보인다.
아들은 갑자기 위통을 호소하더니 화장실을 찾는다.
못난 부모 바람에 애꿎은 아들까지 죽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난생 처음으로 아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솔직히 우리는 그래도 50년 넘게 살았으니 죽어도 덜 억울하지만
아들은 이제 겨우 27살인데 청춘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만약 일가족이 몰살이라도 한다면..
아~~ 우리끼리만 왔어야 했는데..
바다로 뛰어들어 간들 얼어서 죽을 것이니
시신이라 찾으려면 객실 안에 있어야 겠지..
갑자기 천안함 수몰장병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온갖 방정맞을 생각이 다 든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2시간만 운항하면 잠잠해 질 것이라는 직원의 한 마디다.
2시간이 지나자.. 과연 그 직원의 말대로 평온이 찾아왔다. 살았다.
가격도 저렴하고 정말 맛이 좋았다. 하긴 오늘 처음 먹어보는 밥이었으니..
이제는 아들의 얼굴에도 핏기가 돌아왔다.
밥을 먹고난 후 화장실에 들리다가 직원들 이야기를 엿들으니.
배가 롤링을 하는 바람에 다수의 차량이 파손된 모양이다. 파손된 차량은
대한통운에서 배상처리 해준다고 하지만 차를 탑재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녹동에 도착하니 무뚝뚝한 직원이 문앞에서 배웅을 다 한다.
아마 그에게도 이번 운항이 예사롭지 않았나 보다. (제주 내릴때는 배웅도 없었다.)
녹동항에 도착하니 충실한 애마가 건강한 몸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1박 2일 만에 끝내려고 했는데 악천 후로 배가 연착하는 바람에
1박 3일의 여행이 되고 말았다.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 해서 좋았다는
아들의 말이 마음에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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