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 2014.03.16
[전남 곡성]
괴소리마을~초악산~형제봉~도림사
맑았으나 시계는 흐린 날
오늘의 산행지는 곡성 동악산의 산군이지만 별개의 산으로 대접 받는 초악산이다. 초악산은 국토지리정보원 50,000분의 1 지도와 각종 기관의 책자에는 최악산(最岳山)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초악산으로 불린다. 그 근거는 삼기면 토박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줄곧 초악산으로 부르며 자라왔고 초곡마을, 학다리골 등 새와 관련된 지명이 많고 초악산의 '초'가 텃새인 '뱁새' 초(鷦)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러 선답자님들의 산행기를 보니 초악산과 형제봉 공룡능선을 연계한 산행기가 뽐뿌질을 치는 지라 애당초 가려고 했던 멀리 충북 괴산 사랑산 산행을 포기하고 곡성으로 향한다. 10년 전, 아들과 아내 셋이서 도림사를 기점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원점회귀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공룡능선을 타지 못한 숙제도 할 겸 산행 후 맛있는 촌닭을 먹을 수 있는 옥과 '신촌가든' 도 불과 10여 km에 있으니 더욱 금상첨화 산행인 셈이다.
05시 - 기상 07시 28분 - 곡성IC 07시 32분 - 들머리 괴소마을 도착 07시 48분 ~ 14시 57분 산행 (7시간 09분) 15시 11분 ~ 15시 23분 - 택시타고 들머리로 이동 곡성 개인택시 (061-363-4342 - 택시비 13,000원) 15시 48분 ~ 17시 15분 옥과 '신촌가든' (저녁식사) 17시 25분 - 옥과IC 18시 09분 ~ 18시 17분 - 섬진강휴게소 19시 10분 - 통영 도착
곡성IC에서 차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선답자님들은 단체산행이라 괴소리(발음이 좀 요상함) 입구 괴소리마을 표석에서 한참을 걸어서 도착하지만 승용차로 진입하니 식은 죽 먹기다. (버스는 진입불가) 너른 공터가 있어 주차도 편하다. 다른 루트도 있으나 이 루트가 다양한 표정의 암릉을 구경할 수 있다.
아침 해 바로 아래 봉우리가 괴티재 갈림봉이고 우측에 보이는 산이 통명산(通明山)이다.
이 사진은 2011년 4월 17일 반대로 통명산 정상에서 바라본 괴티재 갈림봉과 초악산~대장봉~형제봉~동악산~고리봉 라인이다.
좌-곡성 통명산(764.8m) 우-곡성 국사봉(682m) 그 사이에 깔린 운해는 짙은 안개다. 올 때 성가시게 했던
괴소리 2구 마을에서 괴소재를 건너 올라온 지나온 능선이 펼쳐진다.
거대한 남봉의 암벽이 눈을 가로 막는다. 겸재의 진경산수화처럼 미끈한 바위지대 매력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마치 치마 사이로 살짝 드러나 있는 미인의 늘씬한 다리를 훔쳐보는 듯, 눈을 뗄 수 없다.』 -폄-
시계가 흐려 희미하게 보이는 라인은 연산(505.4m)~과치재~괘일산(455m)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이다. 과치재에는 우리가 나중에 산행을 마치고 갈 '신촌가든'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는 촌닭을 고아 주는 맛집이다.)
월간 산지에서 말하는 실질적인 초악산 정상이 바로 이 봉우리다.
존경하는 대구의 김문암님의 정상목이 걸려있는 봉우리는 맨 우측의 다다음 밋밋한 육산 봉우리였다. 그러나 월간 산지에서는 지금 이 봉우리를 초악산 정상이라고 하여 헛갈리게 만든다.
대구의 김문암님의 정상목이 걸려 있는 봉우리이며 그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대장봉이다.
소나무와 잘 어우러진 특이한 모습의 바위
저 산겹살 중 두 개를 먹었었지 하늘금의 곤방산 산겹살과 여인의 속살처럼 부드러웠던 통명산에서 흘러내리는 산겹살을..
월간 산지에서 말하는 왕관바위 못 미친 지점의 봉우리가 정상인지 지형도상의 봉우리가 정상인지 이곳이 정상인지 헛갈리게 만든다.
아침밥을 집에서 일찍 먹어 점심도 일찍 먹었다. (10:54~11:19) 오늘도 보온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는데 굳이 외투를 입지 않아도 될 만큼 날씨가 따뜻했다.
잠시 후 갈림길에서 잠시 갈등을 하다가 아내의 원대로 대장봉 오름길을 버리고 안부로 직행한다. 이미 10 년 전에 한 번 올랐던 봉우리라 아무런 미련이 없다.
직진은 형제봉으로 가는 길이요 왼쪽으로는 배넘어재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원효골로 내려가는 사거리다. 다시 된비알 오르막길로 올라가는데 위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한 무리의 산님들이 내려온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산님들이다.
몇 몇 산님들이 정상을 점령하여 점심을 자시고 있다. 그 바람에 단 1초도 머물지 못하고 서둘러 내려간다.
형제봉 하산길은 아직도 녹지 않은 잔설이 남아 있어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10년 전에는 없었던 나무계단길로 이어지더니 잠시 후 암릉지대가 나타난다.
10년 전에는 저 나무계단길이 없었다.
10년 전에는 저 부채바위에 올랐는데 오늘은 그냥 우회한다. 가벼운 똑딱이 가지고 다닐 때가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똑딱이 가지고 산행하라고 하면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참 인간의 마음이란..
부채바위 지나 공룡능선 갈림 삼거리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상암(吉祥庵)으로 아무 생각 없이 하산하는데, 가만 생각하니 그냥 험로로 직진할 걸 후회가 된다. 다시 올라가 그 길을 가도 되지만 이미 편하게 내려가는데 익숙한 세 사람은 아쉬운 마음을 지니며 길상암터로 향한다. (사실 나 혼자만이 아쉽지 두 사람은 전혀 아쉬운 눈치가 아니다. 나 혼자 아쉬운 마음에 자꾸만 고개가 위쪽의 공룡능선으로 돌려지고 있다.)』
-나의 35Th'산행기 곡성 동악산 편에서- 하지만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직진한다. ^^
굳이 공룡능선에서 저리로 내려간 까닭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순전히 나의 추측이지만 동악산을 향해 치솟아 올라가는저 근육질 바위능선으로 향하지 않았을까? 상상은 자유. ^^ 아니면 배넘어재로 올라갔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하산루트는 결코 아니다 라는 것은 확실하다.
멀리서 보니 위험해 보였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리 위험한 구간이 아니어서 다행. ^^
청류동 계곡으로 흘러가는 우렁찬 계곡물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이 봉우리가 트래버스한 봉우리인데 공룡능선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다.
위 사진의 기암괴석들이 보이는 봉우리가 조금 전 달팽이봉을 바라보았던 봉우리이다.
달팽이봉(?)을 좌측으로 우회하면 절벽지대가 기다리기 때문에 더 이상 직진은 불가능하다. 리본이 매달린 좌측 급경사 하산길로 내려서니
공룡능선에서 처음 만나는 산님들이라 반갑게 인사를 건네니 남자 산님들 왈' 가급적이면 이리로 내려가는 것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 연유를 물으니 길이 너무 험하고 낙석의 위험이 있어 위험하단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곳은 아까 벽소령산악회 리본이 보이는 곳 말고는 하산루트가 없는 지형이니 죽으나 사나 이리로 내려가야만 한다. 막상 내려서니 과연 그들의 말씀처럼 약간의 위험이 도사리는 협곡이지만 쇠줄도 보이고 무난히 내려갈 수 있는 곳이다. 난 또, 무시무시한 살 떨리는 벼랑이라도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ㅋㅋ 우릴 좀 낮추어 봤나? ㅋㅋ
너덜길이지만 선답자님들의 리본이 촘촘히 매달려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물이 지리산 청정수 처럼 맑고 차다. 소금에 쩔은 얼굴을 씻으며 잠시 쉬었다 간다.
합수지점이며 형제봉과 동악산으로 갈라지는 지점이다.
‘청류동’(淸流洞) ‘낙락대’(樂樂臺) ‘단심대’(丹心臺) 등 지명, ‘요산완초 음풍농월’(樂山玩草 吟風弄月) 등 시구가 바위면에 어지럽게 새겨져 있다. 예로부터 삼남의 명산으로 시인묵객이 끊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삼거리에서 철다리 2교-1교를 건너 도림사에 도착한다. 도림사는 10년 전에 비해 많이 확장된 느낌이다. 10년 전에는 못 보던 건축물이 입구에 보인다. 현판문의 글씨도 흰색바탕에 푸른색 글씨였고 뒷면은 허백련 화백이 쓴 '悟道門' 이란 글씨가 적혀있었다. 그런데 현재는 검정바탕에 흰색 글씨로 바뀌었다. 그 당시 아들과 아내 셋이서 왔는데 아내는 도통 들어온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10년 전 산행기를 들추니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도인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하여 그 이름이 도림사.. 그 도림사는 도림사주차장에서 지척거리에 있었다. 혹시 나중에 하산 시는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므로 아내와 아들 그리고 나, 우리 세 사람은 도림사현판문 계단을 올라 도림사 경내에 들어선다.
전방에 대웅전인 보광전이 보이고 양쪽으로 스님들 기거하시는 건물(응진전,명부전,칠성각)과 좌측에는 종각이 있는데 종은 없고 빈 종루다. 가만 보니 한창 종을 건립하는 중이다. 종의 모형이 세워져 있었고 우측 가지런히 세워둔 기와에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기와1장에 얼마씩 내는 모양..) 스님은 보이지 않고 경내는 적막만 감돈다. 아담하고도 아늑한 사찰이다. 아쉬움을 접고 오도문을 나선다. 현판문 말대로 오늘 과연 도를 깨우칠 것인가?? 오늘 도를 깨우치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으련만..』
도림사 주차장에서 곡성개인택시를 불러 차를 회수한 후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는 촌닭을 요리해 주는 옥과 '신촌가든'으로 달려 간다. (예약을 하지 않은 고로 한참을 기다려야 했지만 전혀 불만은 없다.) 이제는 우리부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면이 익은 단골이라 무슨 대화 중에 나하고 신촌가든 사장님의 동서형님 하고 많이 닮았다고 해서 나이를 물으니 용띠(64년생) 란다. 그러더니 사장님도 비슷한 나이시지요? 한다. 그래서 나의 자동차 면허증을 보여 주니 놀라 기겁을 한다. ㅋㅋ
"아니! 무슨 약을 자셨기에 이리도 젊어 보입니까?" 한다. ^^ "약은 무슨 약, 이렇게 만난 음식을 찾아 먹어서 그런가 보지요." 하니
아마도 산을 많이 타서 그런가 보다며 나름대로의 해석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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