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 [강원 인제] 방태산(芳台山)
ㅇ사용렌즈: 캐논16-35, 100(마이크로) ㅇ산행코스: 자연휴양림매표소-적가리골-매봉령-구룡덕봉-주억봉-배달은석-깃대봉-대골-자연휴양림매표소 (원점회귀)
ㅇ18:35~19:25 '숲속의 빈터' (저녁식사) -- 저녁식사 후 곧 취침
ㅇ07:30~08:05 '홍천강 다슬기해장국' (아침식사)
산행이야기..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고 지인의 제주도 한라산 산행에 우리도 덩달아 뽐뿌질을 받아 제주도로 가려고 하는데 문제는 티켓이다. 먼저 항공편, 빽이 좋아 본인에게 전화만 걸면 언제든지 티켓을 구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모씨에게 전화를 거니 6월 중순까지는 모두 매진이라 아무도 안 된다고 한다. ―..―
배편은 사천(구.삼천포)에서 출항하는 배가 딱 떨어졌는데 (밤에 사천출항-다음날 아침에 제주도착-낮에 제주출항-밤에 사천도착) 하니 뜻밖에도 월요일에는 운항을 하지 않으니 이 또한 무용지물이다. (월요일에 돌아와야 하니) 마지막으로 장흥항, 고흥 녹동항에서 출항하는 배편도 이미 모두 매진이라 제주도는 헛물만 켜고 말았다. ㅠㅠ
그래서 꿩 대신 닭으로 선택한 산이 바로 방태산이다. 토요일, 업무를 마치고 밤 10시 33분. 통영을 출발 중앙고속도로를 경유하여 홍천까지 냅다 달리는데 보통 한 방에 치악휴게소까지 올라오는데 오늘은 피곤했는지 현풍, 단양, 치악 순으로 쉬어 간다. 치악휴게소에서 냄비우동 한 그릇 시켜 둘이서 나눠먹고 1시간 정도 눈을 붙인 다음 다시 출발 홍천나들목으로 빠져나와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몇 개를 넘고 넘어 (오미자 하고 이름이 비슷한 오미재 고개는 생각난다.) 휴양림 매표소에 도착하니 4시 50분. 이미 날은 밝았지만 잠이 쏟아져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데.. 누군가가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매표소 직원이 "산에 가시려면 지금 출발하세요." 한다. 깜박 하는 사이에 1시간이 흘렀던 모양이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하지 않았나! 허걱!
그런데 나중에 이리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고 대골로 내려와야 하기에 차는 오히려 매표소 밖에 있는 것이 맞다. 친절한 직원은 주차할 장소까지 가르쳐 주신다. 동아지도 GPS고도는 450m를 가리키고 기온은 매우 쌀쌀해 (약 12도) 좀체 외투를 입지 않는 이몸도 외투를 걸친 채 산행을 시작한다.
청소년지구야영장을 지나면 곧 차도의 끝 지점인 광장이 나타난다. 광장에는 안내판이 보이고 산행은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광장에서 500m쯤 올라오면 나타나는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계획대로 좌측(매봉령 방향)으로 향한다.
나무다리를 건너자 숲길은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이고 여름꽃인 '고추나무'가 꽃몽우리를 맺고 있고 풀솜대, 벌깨덩굴이 많이 보인다.
클릭! (모든 야생화사진)
좌측에는 계곡수가 흐르고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먹었다. 이 지점을 지나면 곧 된비알 오름길이 시작되는데 밥을 먹어서 그런지 오름길이 좀 힘들다. 천천히 오르니 뒤에 올라오시는 산님들이 우리를 추월한다.
된비알 오름길이지만 한기를 느낄 정도로 공기가 시원하다. 아내는 "아이들(아들과 딸)에게 강추할 만한 산이다."라며 탄복하며 말한다.
이곳에 가장 많이 보이는 아이다. 올라 오면 올수록 싱싱해서 아까 찍은 사진은 자연히 쓰레기통에 버리게 되었다.
이 지점은 구룡덕봉 직전의 임도인데 임도만 걸으면 구룡덕봉의 삼각점을 놓치니 우측 산길(샛길)로 들어가야 한다. 샛길 산길은 운치 있는 길이고 야생화의 길이다. 샛길 산길은 결국 끝에서는 임도와 다시 만난다.
구룡덕봉은 전혀 봉우리 같지 않은 밋밋한 육산이다. 오로지 삼각점[현리311 2005재설]으로 확인된다.
샛길 산길의 끝은 다시 임도와 만나고 임도를 따라 조금 걸어오니 샘터갈림길이다. 샘터갈림길 전방에 보이는 봉우리가 일부 사람들이 구룡덕봉으로 오인하는 1,395m봉이다.
1,395m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한마디로 실망이다. 원래는 조망이 탁월한 곳이지만 오늘은 가까운 구룡덕봉 만이 보일 뿐이다. 아!~~ 강원도의 산에만 오면 늘 이렇게 시계가 엉망이다니.. ㅠㅠ
산 정상엔 어지러이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고, 현 위치가 구룡덕봉이라 표기한 팻말이 있다. 코앞에 주억봉이 우뚝 서서 위협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으며, 북쪽의 설악산에서 뻗은 백두대간의 거대한 등줄기가 오대산가지 이어진다.조망처로는 막힘이 없다.
이곳에서 주억봉까지 거리는 1.93km로 산나물 천국이다. 능선길 옆엔 사로 마주보며 자라고 있는 한 쌍의 주목나무 아래 적가리골의 풍광이 펼쳐진다. 예전부터 이곳은 전쟁을 피할 수 있으며, 흉년과 병고가 없어 먹고 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3둔(월둔, 귀둔, 생둔)과 4가리(적가리, 아침가리, 연가리, 결가리)가 있다고 한다.』
-맹헌영님의 글에서 발체-
대부분의 산님들은 이곳에서 주억봉까지 올라 갔다가 다시 빽하여 내려온 후 이곳에서 지당골로 하산한다.
지당골 삼거리 지나 주억봉 정상에 도착한다. 산행을 시작한 지 5시간 40분이나 소요되었으니 참고산행기 맹헌영님의 3시간 30분에 비하면 2시간 10분이나 더 걸린 셈이다. 느린 발도 발이지만 야생화 촬영에 많은 시간을 소모했기 때문이리라. 이곳도 여전히 시계는 엉망이고 우중충한 날씨에 산님 한 분 만이 보인다. 날씨가 나빠 여느 산님들처럼 삼거리로 빽할까 하는 나약한 마음도 일순 들었지만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많은 리본들이 나부끼는 '탐방로아님' 쪽으로 향한다.
끝물이지만 간혹 이렇게 늦게 태어난 아이도 있다.
천기가 하수상하여 주억봉에서 삼거리로 빽했으면 니들을 못 만났을 낀데 반갑다. 아가들아!
천국이 따로 있나! 이곳이 바로 천국아이가! --→ 이런 말 절로 나온다.
산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뭔가 수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곳인데 동아지도 GPS를 보니 여기가 개인약수 갈림길이라 물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개인약수 가려면 이리로 내려가면 된다고 일러준다.
『능선 왼쪽 아래에는 그 유명한 개인약수가 자리잡고 있다. 자연 그대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물맛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1891년 포수 출신인 지덕삼이란 사람이 처음 발견하였다고 한다.』 -맹헌영님의 글에서 발췌-
그런데 이곳에 오자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흐미~ 하늘을 보니 몹시 어둡다. 이상하네? 일기예보에 비소식은 없었는데?? 계속 가야할지 빽해야할지.. 잠시 갈등이 일어난다.
개인약수갈림길1을 지나 조금 진행하니 심마니로 보이는 산님 한 분이 서있어 배달은석과 깃대봉에서의 탈출로에 관해 물어보니 배달은석이 바로 깃대봉이고 (이는 틀린 말이다.) 깃대봉에서 계속 북쪽으로 가면 방동리로 떨어지고 우리가 가려고 하는 북동능선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한다. 배달은석(깃대봉을 지칭)까지는 여기서 봉우리 두 개를 넘어야 하며 안부에서 자연휴양림쪽으로 향하는 하산코스는 길이 잘 나와 있다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정 안 되면 안부에서 탈출하면 되겠구나 싶다.)
개인약수갈림길1과 개인약수갈림길2의 중간 지점이다.
장가가는 날에 옴 옮고 시집가는 날에 등창 난다고 가장 아름다운 곳인데 비바람이 몰아쳐 아주 조져 놓는다. 비바람 뿐만 아니라 하늘에서 우르릉~ 하는 뇌성도 들린다. 허걱!
이곳에 오니 더욱 바람이 거세게 불고 (좌→우) 쉴 새 없이 우르릉거리니 겁 많은 아내는 잠시 바위에 주저앉기도 한다. 그래도 굵은 비가 아닌 가랑비라 그나마 다행이다.
운무가 걷히면서 갑자기 나타나는 평원은 탄복을 자아낸다. 운무가 덮이기 전 얼른 찍은 사진이다. 잠시 후 다시 운무로 덮이고
『방태산 정상에는 약 2톤 가량의 암석이 있었고 여기에는 수작업으로 정을 꽂아 뚫은 구멍이 있었는데 옛날 그 어느땐가 대홍수가 났을 때 이 곳에다 배를 떠내려가지 않게하기 위해 밧줄을 매달았다고 하여 그 돌을 가르켜 배달은 돌(배달은 石,해발1415.5미터)이라고 부르며, 그 당시를 입증해 주기라도 하듯 방태산 정상에는 지금도 바위틈바구니의 흙이나 모래속에서 조개껍질이 출토되고 있다고 하나 현재는 그 돌은 찾아볼 수 없다. 해발 1천4백 고지에는 눈을 의심케하는 눈부신 대초원이 전개된다.』
배달은석 내림길은 아무런 표시가 없어 잠시 당황했지만 바위를 조심스럽게 릿지하여 내려오니 에돌아 가는 길이 나타난다. ^^
막상 안부에 오니 자연휴양림으로 탈출하는 길도 그리 뚜렷하지 않고 날도 슬슬 드는 것 같아. 아내의 의사를 타진하니 "당신 뜻대로 하소." 한다. 이 말은 깃대봉으로 가자는 뜻.. ^^
이제 비는 완전히 그쳤고 개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은 곳
깃대봉 삼거리에서는 조망이 탁월하여 파노라마 사진 한 바퀴 돌린다. 깃대봉은 이곳 삼거리에서 약 300m 정도 떨어진 서쪽에 있다. 깃대봉으로 올라서니 단체 산님들이 보인다. 아~~ 아까부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더니.. 간혹 단체 산님이 반가울 때가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렇다.
깃대봉 정상에 오니 먼저 오신 단체 산님들로 북적거린다. 다른 날이면 부담스러운 단체 산님들이지만 뇌성이 치는 하수상한 날에 만난 단체 산님들은 마치 역경을 이겨낸 동지처럼 반갑기만 하다. (이제는 완전히 날이 개여 운해가 깔린 남~서~서북쪽의 조망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조망을 바라보던 아내가 나에게 묻는다. "여보! 저기 보이는 올록볼록한 산이 뭐에요?" 하고 "여보! 나도 여기에 난생처음 왔다아이가." ^^;;
오늘은 장거리 산행을 의식해서 무거운 아빠 대신에 가벼운 할배(28-300)을 가져 왔지만 단체 산님으로 북적이는 깃대봉 정상서 렌즈 갈아 끼우고 자시고 할 마음이 여유가 없어 그냥 야생화 촬영용 캐논 100마이크로 렌즈로 당겨본다.
이곳의 산군에 대해서는 산이름을 밝힐 수 없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다시 돌아온 깃대봉 삼거리는 아까보다 훨씬 밝아진 느낌이다. 멀리 좌측 구름에 덮인 산은 지난번 다녀왔던 점봉산이 아닐까??
맹헌영님 산행기에 의하면 깃대봉 삼거리에서 280m 떨어진 곳이라는데 아무런 표식도 특징도 없지만 동아지도 GPS 덕분에 들머리를 알아낸다. 들머리는 붉은색 빛바랜 리본이 걸려 있고 2시방향으로 샛길이 보이는 곳이다. (일단 들어가 보면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무심결에 지나칠 수 있는 곳이다.)
북동릉 등로는 초반은 희미하나 내려가면 갈수록 뚜렷하니 일단 진입만 하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는듯 하다. 나침반이 북동쪽을 가리키면 맞다.
북동릉은 위험한 곳은 없으나 초보자는 가급적 가지 마시기 바란다. 후반기로 가면 갈수록 길은 뚜렷하나 생각 보다 능선이 길고 볼품이 없는 그렇고 그런 산길이 이어지고 마지막 지계곡의 퍼즐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내려가다가 다리도 아프고 허리가 아파 물 한 통을 아내의 배낭으로 옮기기도 한다. 이 기암 (기암이라기 보다 걍 바위에 가깝지만)을 지나면 능선이 갈리는데 좌측 능선이 가야할 능선 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측은 길이 없음.
장애물을 통과하면 등로가 좌측 사면 급사면으로 휘는 것을 알 수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끼가 퍼렇게 낀 지계곡 소폭이 나타난다.
소폭에서 그동안 흘린 땀을 씻고 잠시 쉬며 여유를 가져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등로를 찾아야 하는데 도무지 등로를 찾을 수가 없다. 지리산은 리본이나 있지만 이곳은 리본이 전무한 곳이라 발품으로 찾아야 하는데.. 일단 계곡을 건너 동정을 살피니 아무리 봐도 길이 없다. 이번에는 반대로 계곡의 우측 사면을 살펴보지만 역시 길이 없다. 그렇다면 결론은 계곡 골치기인데..
하지만 지계곡 골치기는 생각보다 여의치 않아 오도가도 못하는 난관에 봉착한다. 어젯밤 아내가 호랑이 꿈을 꾸었다는데 그 꿈이 혹시 식겁 싸는 꿈인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결국 다시 아까 첫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아 빽을 시도한다. 그러다가 좌측 사면으로 오른 후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니 이번에는 그런대로 내려갈 만하다. 그렇게 계곡 골치기를 하며 내려가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정등로와 만나는 지점이 나타난다. 휴~~~ 살았다.
정등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보니 계곡의 좌측 편에서 우측으로 가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정등로는 계곡의 좌측편에 있었다는 것이고 지계곡 건너편에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집에 와서 맹헌영님의 산행기를 다시 읽어보니 이렇게 기술하고 있었다.
『간신히 계곡을 건너서니 옛 선조들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아마 오래 전 마을이 있었던 것 같다.』 고로 지계곡 건너편에 등로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넓은 골은 지리산에서도 보지 못한 것 같다. 이름처럼 정말 큰 골이다. 너덜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이후 진행은 전방에 보이는 수중보를 건너면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나오고 방태교를 건너면 곧 휴양림매표소와 연결됨을 알 수 있다.
휴양림매표소에 오니 "좋은 산행하셨습니까?" 하며 아침의 직원께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휴양림 근처에서 사진이나 찍으러 온 사람들인 줄 알았던 우리가 구룡덕봉으로 해서 깃대봉까지 모든 봉우리를 찍고 내려왔다고 하니 저으기 놀라는 표정이다.
깨끗하고 방도 넓고 무척 마음에 들었다. 방값도 휴양림 입구 민박(보통 일십만원)보다 거의 절반 가격인 육만원(주인 아주머니께서 말 하지 말라고 했지만)이고
돼지편육 15,000원, 막국수 6,000원, 감자전 3,000원 위 세 가지 메뉴를 모조리 다 해치웠다.
홍천IC에서 1분거리에 있다. 청록색 다슬기 육수에 된장. 아욱. 부추를 넣은 후 다슬기 껍찔을 제거한 다슬기알(50g)에 진한 다슬기 육수를추가로 첨가하여 진하게 끓인 해장국의 맛이 쌉쌀하면서도 담백하고 시원하다. (이 집은 100% 재사용하지 않는 집임)
산도 좋았지만 먹거리, 잠자리 모두 마음에 들었던 멋진 산행길이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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