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2012.10.21 - 07:23~16:11) [치악]
가리파고개~시명봉~남대봉~향로봉~곧은치~행구동
맑았으나 구름이 많은 날 (박무)
작년 이맘때 (10월 16일) 치악산 비로봉 산행을 하면서 본 치악산의 단풍에 반해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단풍구경 겸 궁금했던 시명봉~남대봉~향로봉 코스를 타려고 머나먼 원주로의 원행을 감행합니다. (작년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왔지만 올해는 여행기분도 낼 겸 1박 2일 코스를 계획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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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한 눈에 봐도 러브모텔인데 좋은 점은 바로 옆에 훌륭한 해장국집이 있다는 사실
원래는 판부면이나 신림면(들머리와 인접하므로)에서 숙박을 하려고 했는데 판부면 소재의 펜션(산장)은 모두 8만원이나 달라고 합니다. 하룻밤 잠만 자는데 거금을 쓰기에 아까워 신림면에 있는 SL장여관(여관이 아마 하나뿐이지)에 전화를 하니 숙박비는 3만원인데 토요일 저녁은 안 된다고 합니다. 왜 안 됩니까? 하니 본인이 전라도로 출장을 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본인이 없다고 영업을 할 수 없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어 -"아니! 본인이 안 계시다고 영업을 안 하다니요? " 하니 갑자기 ="안 하면 안 하는 거지 뭐!" 하며 전화를 탁! 끊습니다. 이런 얼어 죽을.. 마음 같아서는 전화를 다시 걸어 한바탕 하고 싶었지만 참고 곰곰 생각하니 곰 다리가 네 개라고 가까운 제천시에서 숙박하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할 것 같아 전화를 걸어 몇 군데를 수소문하니 가격은 모두 동일(3만원)한데 왠지 파크장이 편리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결국 제천시에 소재한 파크장모텔을 숙소로 정하고 저녁밥을 집에서 먹은 후 (롯데:SK 플레이오프 4차전 본 후- 1:2로 깨짐) 18시 54분에 출발합니다.
토요일 18시 54분. 통영 출발 20시 45분.~20시 58분. 대구 지나 동명휴게소 21시 50분. 죽령터널 전 풍기읍 부근 중앙고속도로상에서 차량 한 대 전소되는 장면 목격 (소방차 세 대 출동) 22시 16분. 남제천IC로 빠져 나옴. 22시 28분. 파크장모텔 앞에 도착함. (308호 배정, 숙박계 쓰지 않고 입장) 24시 00분. 취침 (알람 06시)
05시 53분 경에 잠이 깨여 씻고 06시 19분 경에 파크장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는 바우해장국집에 들러 한우소고기해장국으로 아침을 먹고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북적북적) 06시 46분. 들머리 가리파고개(치악재)를 향해 출발합니다. (이미 날이 밝았고 아침식사를 훌륭하게 해결하였으므로 이곳 제천시 파크장모텔을 숙소로 정한 것이 너무나 현명한 결정이었다며 자평을 합니다. 들머리까지 차로 20분 거리)
가리파고개(GPS고도 483m)에 차를 주차한 후 07시 23분. 산행채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들머리는 가리파고개에서 약 30 미터 정도 떨어진 명경사 자비사 등 안내판이 설치 되어 있는 곳입니다. 시루봉 된장(된장을 만들어 파는 곳으로 보임)을 지나 명경사 안내판을 지나니 떨어진 밤 껍질과 밤나무들이 보이고 제일 먼저 다람쥐들이 부부를 맞이합니다. 명경사까지는 아스콘 길이 이어져 있고 들머리에서 약 13~14분 정도 걸렸습니다.
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명경사 앞마당에서 내려다 봄) 한 젊은이(30대 초반)가 지금 이리로 들어가시려고요? 하기에 깜짝 놀라 그렇다고 하니 여긴 금지구역이니 들어가시면 안 되고 만약 무시하고 들어가시면 주민이 신고하게 되어있고 이리로 올라가면 길이 없다고 합니다. (귀신을 속여라. 헐~) 길은 있고 지리산도 이런 곳을 주로 타는 사람이라고 하니 한 번 쓱 훌터 보더니 굳이 치악산을 타시려면 성남리(성남매표소)로 가라며 팔을 동쪽을 향해 가리킵니다. 하지만 성남리로 가면 시명봉(원래는 남대봉인데 공단에서 비지정으로 묶어 놓은 후 이름을 시명봉으로 바꾼 치악산 제2봉)을 못 타게 되니 앙꼬 빠진 찐빵이라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하지만 손에 칼자루를 쥔 젊은이를 당할 수는 없어 잠 못 자고 멀리 경남 통영에서 이곳까지 왔는데 (사실은 잤지만) 좀 봐 달라고 통사정을 하니 이번에는 개인 블러그에 사진을 올리시지요? 알려지면 우르르 몰려올 것 아닙니까! 하며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아닙니다. 그저 사진만 찍습니다. (새빨간 거짓말을 합니다.^^; ) 그리곤 단체도 아니고 부부 두 사람뿐이니 좀 봐달라며 통사정을 하니 그제야 "이번 한번만 봐 드리지만 다음에 오시면 구속합니다." (구속?? 구속이라는 단어가 맞나?) 하며 입(入)을 허락합니다. 그러면서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물쇠를 원위치 시켜 놓으라는 말과 함께..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山門으로 들어섭니다. 에구~
07시 44분. 산판길이 끝나고 본격 산길 오름길이 시작되고 낙엽으로 덮인 희미한 등로를 따라 6분쯤 올라가면 07시 50분. 첫 번째 능선 갈림길이 나타납니다. (오른쪽이 정방향)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은 된비알이고 잣나무가 즐비하게 서있고 여기저기에 잣 껍데기가 떨어져 있습니다. 다시 오름 짓을 하면 08시 12분. 두 번째 T자 능선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동아지도를 보니 백운지맥 갈림길) 여기서 잠시 물도 마시고 쉬었다 갑니다. (가야할 방향은 좌측 9시방향)
동아지도 GPS 고도가 792m를 가리키는 곳입니다. (백운지맥에 진입) 이곳까지 치고 오르는데 굉장한 된비알에다가 낙엽으로 길이 미끄러워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며 올라왔기에 잠시 물도 마시고 휴식을 취합니다.
이 사진을 촬영하고 3분쯤 지난 8시 44분. 또 지능선 갈림길(세 번째)이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가야할 방향이 우측인데 만약 반대로 내려온다면 헛갈리기 쉬울 것 같습니다.
이곳에 오니 단풍은 이미 시들었고 비가 내렸는지 등로가 약간 젖어있습니다. 비록 시계는 개스가 끼여 좋지 못하지만 기온은 아까와 달리 매우 서늘합니다. 잠시 후 네 번째 지능선 갈림길이 나타나지만 바로 좌측에 봉우리가 보이기 때문에 좌측이 정방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척거리인 좌측 봉우리로 향합니다.
좌측 봉우리를 무덤이 있는 1100.8m봉 인줄 알았지만 동아지도를 보니 947.5m봉 능선 갈림봉이고 1100.8m봉 까지는 한참 더 가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이곳까지가 된비알이고 무덤이 있는 1100.8m봉 까지는 평탄한 등로가 이어집니다.
지도에서 보시듯 무덤이 있는 1100.8m봉(지도에는 1088m) 은 두 개의 능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좌측능선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한 방에 두 개를 탈 수 없으니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무덤봉으로 올라가는데 조망 터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밀려드는 개스 바람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기다리다가 지쳐 무덤봉으로 올라갑니다.
1100.8m봉에는 무명묘 하나가 점령하고 있는데 후손들이 돌보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고 멧톨이 파헤친 상흔이 뚜렷합니다. 당시에는 명당이라고 묘를 썼는지 몰라도 요즘 같은 세상에 어느 후손이 고도 11,00m나 되는 높은 곳에 성묘를 오겠습니까!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헛된 것임을 깨달게 해 줍니다.
시명봉으로 알았는데 시명봉은 저 봉우리 너머에 있음.
시명봉은 명실 공히 치악산 제2봉이지만 비등이라 그런지 정상석은 없고 누군가가 비닐 종이에 허접하게 시명봉이라 적어 나뭇가지에 꽂아 놓은 것이 전부입니다. (나뭇가지에 덜렁 꽂아 놓은 것이 며칠 안 가서 바람에 날려 갈것 같음) 정상의 고스락은 그리 넓지 않지만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지는 데요..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박무가 끼여 시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런!)
겨우 두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무거운 아빠를.. 흑흑..
만주벌판님 말씀처럼 사진은 빛인데 박무가 끼여 절정기의 단풍 색깔이..
상원사 0.5km, 영원사2.3km, 금대분소4.7km, 남대봉0.7km, 비로봉10.5km 라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우리가 탄 시명봉은 아예 적어 놓지도 않았음. 이제는 지정등로인데도 불구하고 한 남자산님을 본 아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깜놀했다고 실토합니다) 벌써 까묵었나? 조금 전에 통과하고서 당신은 3초 머리야! 하며 둘이서 낄낄대며 웃습니다. ㅋㅋ
이곳에서 파노라마 사진도 한바퀴 돌렸지만 박무 때문에 휴지통으로!
헬기장인데 몇 몇 산님들이 삼삼오오 앉아 점심을 자시고 계시고 우측 능선에는 샛길단속이라는 플레카드가 걸려있고 사각형 공원지킴터 옆에는 나무로 만든 팻말에 남대봉이라는 글자를 써놓았습니다. (정상석은 없음.) 여기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가 햇볕 때문에 조금 가다가 먹기로 하는데 마침 멋진 전망바위가 나타나 전망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거의 대부분 우회했으므로 힘든 코스는 없습니다. 아래서 암봉을 쳐다보면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많았으나 사진으로 담아오기에는 부적합(나뭇가지에 가려)하여 아쉬웠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듯 고도차가 별로 없는 평탄한 능선이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남대봉에서 향로봉으로 가는 것이 반대로 향로봉에서 오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약 20분 차이가 남) 햇볕을 등을 지고 걷고 주봉인 비로봉을 바라보고 걸으니 이 방향이 정방향 같습니다.
오늘 향로봉에서 내려다 보는 원주시의 정경은 박무때문에 해설판으로 대체합니다. 향로봉에서 조금 진행하면 보문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마침 공단직원께서 앉아 있어 이리로 내려가는 것과 곧은치에서 내려가는 것 둘 중 단풍을 보려면 어디로 내려가야 좋을까요? 하고 자문을 구하니 예상했던 대로 곧은치로 내려가는 것이 아무래도 낫겠지요. 하십니다.
지그재그 내림길에서 단풍구경하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며 내려갑니다. <14:40>
보시다시피 깨끗하게 해치웠습니다. 하긴 뭔들 안 맛있겠습니까 마는.. ㅎㅎ
1박 2일로 다녀온 치악산 시명봉~남대봉~남대봉 코스는 초반 오름길만 제외하고는 생각했던 것보다 슬슬동풍 코스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비로봉까지 갈까? 하며 아내에게 슬쩍 농을 던지기도 했지요.
비록 주능선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박무로 2%부족한 산행이었지만 오늘 우리가 본 수 많은 기암과 산내음 풀내음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단풍은 내년 이맘때 또 다시 오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긴 아름다운 산행이었습니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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