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래킹기

키르기스스탄 트레킹 6부 (라첵산장~우치텔봉~라첵산장)

통영사람 이수영 2022. 8. 16. 20:12

키르기스스탄 트레킹

알틴 아라산(3,900m)/우치텔봉(4,540m)

2022.8.1~8.11 (10박 11일) 진주 비경마운틴 (인솔자 정상규)

 

Day8-8월 8일(월)

(라첵산장~우치텔봉~라첵산장)

 

-10박 11일 일정-
*제1일(월) 진주-인천-알마티공항-마나스공항-비쉬켁 (1박)
*제2일(화) 비쉬켁-바칸바예바-이식쿨전망대트레킹-스카스카트레킹--카라콜(2박)
*제3일(수) 카라콜-야영캠프지-앙아르토계곡 트레킹-야영캠프지(3박)
*제4일(목) 야영 캠프지-아라콜패스-야영캠프지-카라콜(4박)
*제5일(금) 카라콜-크존계곡-그레고리계곡-촐폰아타-이식쿨호수 선상관광-비쉬켁(5박)
*제6일(토) 비쉬켁-알라메진폭포트레킹-비쉬켁(6박)
*제7일(일) 비쉬켁-알라아르차국립공원-라첵산장(7박)
*제8일(월) 라첵산장-우치텔봉등정-라첵산장 (8박)
*제9일(화) 라첵산장-알라아르차국립공원-비쉬켁(9박)
*제10일(수) 비쉬켁 시내관광-마나스공항-알마티공항 (기내박)
*제11일(목) 알마티공항-인천공항-진주

 

Day-8 8월 8일 (월)

 

오늘은 드디어 우치텔봉 정상에 오르는 날이다. 라첵산장까지는 무거운 디세엘알 카메라를 목에 걸고 왔지만 우치텔봉까지 무거운 디세엘알 카메라를 목에 걸고 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라 카메라를 산장에 두고 스마트폰으로만 찍으려고 한다. (실제로 이 결정은 너무나 잘한 결정이었다. 만약 무거운 카메라를 지니고 갔었더라면 모르긴 해도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오늘의 일기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불순했다)

 

이런 와중에 아라콜패스를 포기했던 그 술꾼은 이번에도 아예 등정을 포기한다. 같은 친구는 그렇게 술을 자셔도 산만 잘 타시는데 비해 이 분은 그렇지 못하다. 암튼 그 덕분에 내 디세엘알 카메라 분실 염려는 조금은 줄어들어 안심이 된다. (인간이란 이렇게 이기적이다.) 어젯밤 1시경 3시경에 깨었다가 4시 50분에 일어나 소피를 보고 오니 5시 10분. 자체 전등불이 자동으로 켜진다. 어젯밤 술꾼들의 코고는 소리는 들렸지만

 

이번 여정에서 가장 숙면을 취한 밤이었다. (김대균씨 병원처방약에 신경안정제나 수면제가 들었나?) 겨울 침낭을 가져와서 하나도 춥지 않고 오히려 더웠다. 지금 같은 컨디션이면 무난하게 우치텔봉 정상을 밟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6시 10분~6시 25분. 죽으로 아침을 때우고 점심으로 샌드위치 하나랑 쵸코릿을 수령한다. 2,3조가 먼저 아침을 먹고 1,4조가  뒤에 식사하는 식이라 아무래도 출발은 7시를 넘길 듯하다.

 

7시. 하늘에 구름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이 하수상하다.  잠시 후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해 배낭커버를 씌우고 오버트라우즈를 입고 우중산행에 대비한다.

 

7시 4분. 가이드 바이든이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 뭐라고 말하고 있다. 아마도 산악 가이드 두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바이든도 그렇고 이순호씨도 그렇고 민혁이 까지 가이드들은 올라가다가 핫바지 방구 새듯 빠졌다. 산악 가이드 두 명이 있어도 나는 그들 구경도 못했다. 선두도 못되고 그렇다고 후미도 아니었으니 내 뒤로 많은 분들이 따라 올라 왔는데 나중에 보니 그들도 안 보였다. 도로 내려간 것이다.

 

7시 6분. 비가 내리는 가운데 산행을 개시한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치텔봉 오름길은 처음부터 된비알의 연속이다. 하지만 늘 무거운 카메라를 목에 걸고 산행했던 나에게는 오히려 초반 오름길은 가볍게 느껴진다. 하지만 고도를 올리면 올릴수록 힘들긴 마찬가지다. 

 

악사이 빙하

 

8시 30분. 본격적인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조금 있으니 우박으로 변해 손이 몹시 시리다. 미련하게도 나의 장갑은 두꺼운 겨울 장갑이 아닌 손가락이 나오는 장갑이다. (사진을 찍기 위함) 우치텔봉 오름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된비알의 연속이라 에너지 소모가 심한데 설상가상 눈비 내리는 오름 너덜길은 더욱 힘들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절벽 같은 위험 구간이 없다는 것이다.

 

고도를 높이니 비는 우박으로 변하고 다시 눈과 세찬 바람이 휘몰아친다. 오뉴월인 8월에 눈보라와 맞닥뜨리다니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대자연의 위대함을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몸이 날아갈 정도다. 오뉴월 8월에 손가락에 동상이 걸리다니! 손가락에 감각이 없어진지 이미 오래다. 연신 호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한다. (사진 속 인물은 초암들개님)

 

 

11시 40분. 이미 정상 등정을 일등으로 마친 김대균님이 내려오고 그 다음으로 강기섭님과 김수영님이 속속 내려온다. 변방 취급을 받았던 우리 3조 대원들이 1등 2등 3등을 휩쓴 것이다. 김대균님은 정상에서 함께 하려고 했으나 도저히 추워서 못 기다리고 내려온다며 조금만 오르면 정상이니 힘을 내라며 격려를 한다, 그 말씀을 듣고 포기할까 했던 마음을 다잡는다. 눈이 많이 쌓여 있는 이곳까지 올라오기가 힘들었다. 이제는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예서 말 수는 없다. 

 

잠시 이곳에서 바람을 피한다.

 

촬영: 초암들개

 

이 사진만 보면 너무나 화창한 날 같지만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있다.

 

12시 08분. 차가운 바람이 강하게 부는 우치텔봉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악사이 산군은 장엄하고도 장엄하다. 스위스 알프스 산군을 보았을 때는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역시 산은 육신의 고통으로 올라야 그 감동을 진하게 느낄 수 있나 보다. 하지만 이곳은 인간에게 오랫동안 머물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우치텔봉 등정의 기쁨을 광주팀 몇 분과 초암들개님 성사순님 백복현님과 함께 나누었다. (촬영: 초암들개)

 

우치텔봉 정상 동영상 (촬영: 초암들개)

 

정확한 고도계는 4,549m를 가리킨다.

 

힘들게 오른 정상이지만 너무 추워서 오래 머물 수 없다.  이제는 하산한다. 왔던 길로 도로 내려가는 코스지만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니다. 너덜길이라 길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내려가는데 길이 몹시 미끄럽다. 

 

몇 번을 뒤로 자빠질 것 같은 순간을 넘긴다. 너덜길을 잘못 들어 오른쪽으로 벗어난 너덜지대인데 돌이 굴러 떨어질 정도로 지반이 약하다, 심지어 큰 돌도 밟으면 움직이니 새색시 절에 가듯 얌전하게 조심조심 왼쪽으로 이동한다. 그래도 진주고 후배님 이호대씨와 함께 내려와 서로에게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우치텔 빙하

 

15시. 이제는 편안하게 이어지는 하산길인데 갑자기 목이 메여 오면서 울컥 올라온다.  네팔 안나푸르나 하산시와 같은 감정이 북받친다. 인간은 이렇게 위대한 자연 앞에서는 무릎을 굻지 않을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인가! 악사이 신이시여!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을 뵙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나의 마음을 대변 하는 듯 춤추는 구름

 

저 두 동으로 되어 있는 산장이 우리가 묵은 산장이다. 그중에서도 오른쪽 산장

 

15시 57분. 힘들었던 8시간 51분의 산행을 종료한다. 

산장으로 들어서자마자 또 비가 내린다.  이젠 고마운 비다.

 

행장을 수습한 후 바이든을 불러 침낭 기부 의사를 밝히니 (산장에 기부하려고 했는데) 본인이 필요하다며 욕심을 낸다. 어차피 누가 가져가도 상관없어 바이든에게 가방채로 기부하기로 했다. 낮에 점심 도시락으로 가져간 샌드위치는 너무 추워서 먹을 기회가 없었다. 식당 테이블에 앉아 조금 베어 먹었으나 짜서 입맛에 안 맞는다. 

 

내가 안 먹으면 산양들이 먹을 테니 식당에 놓고 가면 된다. 17시. 김대균씨가 끓여주는 라면을 조금 얻어먹었는데 맛이 끝내준다. 더 먹고 싶었지만 체면에 더 먹을 수 없었다. 이곳에서도 한국 라면이 인기다. 라면을 주면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18시 20분. 비가 쏟아져 내리고 하늘에는 천둥번개까지 내리 친다. 산장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니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힐링의 소리다. 하지만 30분 쯤 퍼붓고 쏟아지던 비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햇살이 쏟아진다. 참 변덕이 죽 끓는 듯한 날씨다.

 

19시~19시 12분 석식은 반만 먹고 닭다리 한 점 먹고

 

19시 40분. 양치질하고 손수건 씻고 침상에 누었는데

오른쪽 손가락 두 개가 감각이 이상하다.

 

20시 33분 소등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