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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 2021.11.20 (토)
■ 산행자: 나홀로
■ 산 있는 곳: 全南 順天市 昇州邑, 松光面
■ 날씨: 맑은 날 (視界는 박무로 좋지 않음)
■ 기온: 8도~20도
트랭글 궤적 (산행시간 11:18~18:07) 알바 25분 포함
■ 최저고도-179m
■ 최고고도-911m
■ 누적고도-1295m
■ 소모열량-1530kcal
■ 총거리-15.4km
<애초 계획은 국제신문 코스대로 선암사 주차장~송광사 주차장코스인 천년불심길을 가려고 했으나 송광굴목재에서 마음이 바뀌어 연산봉으로 올라 장군봉을 거쳐 선암사 주차장으로 원점회귀 함>
<금일 산행궤적 사진에 클릭! 하면 큰 사진 나옴.> 산행시간-11:18~18:07 (6시간 49분) 알바 25분 포함
▲ 후기
사실 오늘은 경기도 양평에서 육의회(군시절 전우애 모임) 모임이 있는 날이다. 그런데 참석하지 않은 것은 몇 가지 사연이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를 굳이 뽑는다면 양평 용문산 산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멀리 양평까지 가서 관광만 하기에는 나의 몸이 거부했다고나 할까? 암튼 그 바람에 또다른 변수가 작용한다. 일정 변경을 생각 못한 아내가 (내가 없을 것으로 알고) 동아리모임을 우리 집에서 가진다는 것이다. 여자들 노는 틈에 끼여 하루 종일 있느니 산행을 하기로 결심하고 국제신문 코스인 조계산 [천년불심길]을 걷기로 했다.
아침을 집에서 먹고 간단하게 행장을 꾸민 후 (점심은 조계산 보리밥집에서 먹을 요량으로) 이마트주유소에 들러 차기름 넣고 9시 43분. 통영을 출발 승주IC를 거쳐 들머리 선암사주차장으로 가는데 도로가에 심어놓은 가로수에 작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것이 풍경 그 자체다. 차를 세워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귀차니즘이 발동했는지 그대로 통과하여 선암사주차장에 도착하는데 주차장은 이미 만차 수준이다. 11시 11분에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했으니 통영에서 약 1시간 28분 정도 걸렸다. (톨비가 6,600원이나 나왔으니 꽤 멀다)
주차선에는 이미 만차라 주차선 바깥 적당한 장소가 보여 주차를 한 후 (주차비는 무료) 산행 채비를 마치고 11시 18분 산행 시작이다. 사진 찍고 어영부영 (매표소 통과시 신분증을 제시하여 입장료 3,000원 면제 받음) 하니 11시 21분을 가리킨다.
주차장에서 선암사까지 가는 길도 제법 멀다. 좌측에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고 가는 가을이 아쉬운 나무에는 하나 둘 낙엽이 떨어진다. 앞에서 걸어가는 두 산객은 오늘 날씨가 참 좋다며 좋은 날 등산을 한다며 즐거워 한다.
순천 조계산은 태풍 매미가 불어 닥친 다음날인 2003년 9월 14일 처음 왔던 적이 있었다. 그 아수라 상황 임에도 (당시 나도 일백만원의 손실이 발생했음) 불구하고 조계산 산행을 감행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산에 미쳐있었던 모양이다. 당시는 이런 구도를 잡을 줄도 몰랐다.
승선교에서 바라보는 강선루의 모습이 조계산 선암사 포토포인터 임을 알게된 것은 한참 나중에서야 알게되었다. 위 사진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산객은 뭔가를 아는 산객인 셈, 이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가까이서 본 강선루
선암사로 올라가는 젊은 커플
조계산 선암사 일주문
18년 전이나 변함이 없는 선암사 대웅전
젊은 커플을 따라 선암사 경내를 한 바퀴 돈다. (선암사 구경만 하라고 해도 1시간은 족히 할 것 같은 방대한 사찰이다.) 18년 전 산행기를 보니 아내가 없어졌다가 나타났는데 수험생 아들의 합격을 빌었다고 적혀있다. 그 수험생 아들이 어느덧 두 아이의 아비가 되었으니..
해우소라 하지 않고 뒤깐 이라 적혀있다. 마침 소피가 마려워 들어갔더니 예상했던 대로 빠지면 축 사망일 정도로 깊다. 그래서 인지 냄새는 확실히 덜 난다.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나오니 글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뒤깐 천장에서 걸려있는 글귀
선암사 내림길의 아름다운 단풍
이때 나타난 묘령의 여인
아름다운 단풍을 담는 묘령의 여인을 훔치다.
가야할 길은 편백나무숲길 방향 (오늘은 산 타는 것이 아닌 둘레길 걷는 것이라 느긋하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되었을까?..)
임선교를 지나
대승암 갈림길에선 우측 편백숲 가는 길로 향한다.
편백숲 가는 길의 단풍, 조금 전 부부로 보이는 산객이 포즈를 잡았던 곳이다. 몰래 저격하려다 너무 가까워 할 수 없었다. (남편이 부인의 사진을 찍고 계셨음) 집에서 동아리 모임을 하고 있는 아내도 나름대로 즐기고 있겠지만 아내는 내가 이런 아름다운 곳을 걷고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내년 가을엔 아내와 함께 이 아름다운 길을 꼭 함께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천년불심길 시작지점이자 편백숲이 나타나는 곳
등산로는 편백숲 오른쪽으로난 길이다. 오른쪽 길에는 아름다운 단풍 풍경이 펼쳐진다.
왼쪽 봉우리는 연산봉이고 오른쪽 봉우리는 장군봉으로 추정된다. 이때만 해도 저 두 봉우리를 오르내리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니 보이는 저 능선 또한 나중에 하산할 능선인 것이다.
편백나무 숲속에는 곳곳에 쉼터가 있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산객들이 보였는데 어느 부부산객(남자분)이 나를 부르더니 과일 하나 자시고 가세요. 한다. 시상에!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산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서로 피하는 세상인데 길을 걷고 있는 산객에게 과일 하나 자시고 가라니! 귀를 의심하는 말씀에 고맙습니다. 라며 말하고 사양하며 가는 길을 계속 걸었지만 내심 훈훈한 전라도 인심을 새삼 실감한다. ^^ 18년 전 난생처음 전라도 산(조계산) 타면서 신라 사람이 백제국에 왔다고 다소 긴장했던 때가 문득 생각난다. ㅎㅎ
편백 숲을 벗어나면서 뒤돌아본 편백숲
단풍시기가 이미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부부산객으로 보이는 두 분을 지나친다. 나도 내년에는 아내와 함께 이아름다운 길을 걷고 싶다.
편백 숲에서 나를 추월했던 두 젊은 커플이 쉬고 있는 지점에 커다란 암벽이 보인다. 바로 호랑이 턱걸이바위다. 편벽 숲에서 25분 정도 걸은 셈이니 제법 멀다. (이 젊은 커플은 이후는 나를 추월하지 못했다. 사진 촬영 때문이지 나도 그리 느린 걸음은 아니다)
호랑이 턱걸이바위안내판을 찍고 있는데 키가 180센티를 넘어 보이는 호리호리한 체격의 중년 남자 한 분이 나타나더니 혼자 말로 호랑이바위 안내판을 읽으며 중얼거린다. (이쯤 되면 척! 하면 삼척이요, 툭! 하면 돈 떨어지는 소리라) 이분이 유튜버라는 것을 나도, 젊은이도 눈치 챈다. 중년 남성은 안내판을 읽은 후 바람처럼 사라진다.
호랑이 턱걸이바위를 지나자 점점 비알이 가팔라진다. 젊은 커플도 내 뒤를 따라 오는데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매일 탁구를 쳐서 그런지 67세 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오름길을 거의 쉬지 않고 오르니 나보다 몇 살 나이 많아 보이는 부부산객(남자산객)이 하시는 말, "멀리 떨어져 있더니 우리를 추월하네" 하신다. 올라가면서 힘에 겨워 몇 번을 쉬고 가는 사람도 보인다. 그만큼 이 구간이 가팔랐다.
마지막 골인지점이 바로 큰굴목재다. 고도는 몇 미터인지 몰라도 산하나 타는 것과 맞먹는다. 이때만 해도 이곳을 오늘의 최고 고도지점이라 생각했다. 쉽게 말하지만 오늘의 산 정상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큰굴목재 안내판
이정표를 보니 이곳이 바로 호남정맥이 통과하는 안부사거리다. 남으로는 고동산으로 이어지고 북으로는 장군봉을 거쳐 접치, 오성산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보니 2007년 3월 25일 순천 백이산~고동산~천자암 산행시 이곳에 왔던 곳이다. 마지막 골인지점인 천자암에서 본 쌍향수 (향나무)는 나무가 아닌 부처님 그 자체였고 백이산~고동산~천자암 라인은 비단길이 따로 없는 실크로드였다고 당시 산행기는 말하고 있다. 큰굴목재를 지나면 길은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여 고도를 낮춘다. 그러니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산객들은 아까 우리처럼 힘들게 올라온다. 그런데.. 풍경이 달라졌다. 큰굴목재를 지나니 단풍이 사라진 것이다. ㅠㅠ
장박골의 계류가 흐르고 있는 다리까지 내려왔다. 다리 위에서 장박골을 담았지만 14년 전에 찍었던 사진에 비해 형편없어 휴지통에 버렸다.
14년 전인 2007년 3월 25일에 촬영한 장박골 계류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에 ND필터를 끼우고 촬영했기에 가능했다)
위 사진을 촬영하는 나를 저격한 아내의 작품 (2007년 3월 25일 촬영한 똑딱이 사진) 당시에는 다리가 없었는지 바위에서 쪼그려 촬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계산 보리밥집이다. 들어가 보니 사람도 없고 문은 잠겨있어 폐건물처럼 보인다. 분명히 국제신문 기사에는 보리밥집을 소개했는데 이럴 수는 없는 법 (점심 도시락 안 가져옴) 이라 속는 셈 치고 아래로 내려가니 (약 200미터 떨어진 아래쪽)
조계산보리밥집 간판이 보이고 건물에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는 것이 분명 영업 중이다.
가까이서 본 그 유명짜한 조계산 보리밥집, 막상 가니 손님들로 문전 성시다. 행여 1인분 안 주면 2인 분이라도 사서 먹을 요량으로 "죄송합니다만 1인분도 해 주나요?" 하며 조심스럽게 물으니 즉각, "7,000원 (선불) 내시고 잠시 기다리세요." 한다. (나 말고도 혼자인 산객들이 더러 보임)
조계산 보리밥집 보리밥 (비벼 먹으면 참기름 냄새 솔솔 풍기며 먹을만 함) 보리밥 외에도 메뉴가 다양했지만 홀로라, (점심식사 시간에 맞추려고 다소 빡세게 큰굴목재를 올랐던 것)
식사 후 (13시 35분~14시 00분 점심 식사)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 본 보리밥집
식사 후 다시 옛날 보리밥집으로 향해 올라간다. (약 200미터 거리)
가야할 길은 남도삼백리 (천년불심길) 방향인데 조금 가면 뚜렷한 보리밥집 가는 좌측길과 낙엽으로 덮인 희미한 천년불심길로 나누어지는데 낙엽으로 덮인 우측 희미한 길이 정방향이다.
배도사 대피소
배도사 대피소 지나 송광굴목재 오름길
배도사 대피소에서 송광굴목재까지는 14분 정도 걸렸는데 큰굴목재에 비해 의외로 쉽게 올라 고도를 확인하니 비석에 720m라 적혀있다. 느낌상 큰굴목재에 비해 고도가 낮은 것 같은 느낌인데 의외로 고도는 높다. 그래서 여기서 갈등이 일어난다. 계획했던 대로 송광사로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회군하여 연산봉~장군봉을 거쳐 원점회귀할 것인가? 하고 마침 이런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와중에
웬 젊은 산객 한 분이 연산봉 쪽에서 내려오는 지라 그이에게 원점회귀에 대해 상의(?) 하니 연산봉만 오르면 장군봉은 고도차가 없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안 그래도 가고 싶었는데 젊은 산객의 말을 들으니 이제 겨우 2.5km밖에 남지 않은 송광사로 떨어지기 싫었다. 나름대로 이유를 붙인다. 첫 째 등로에 단풍이 없어 볼품이 없다. 둘째 송광사는 이미 2003년 산행시 보았던 사찰이다. 셋째 송광사로 떨어지면 차 회수하는데 까다롭다. 결론은 원점회귀다.
송광굴목재 안내판
송광굴목재 지나 연산봉 가는 길
연산봉 오름길의 얹힌 바위
얹힌바위에서 바라본 백이산~고동산~깃대봉으로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능선(좌)과 천자암산능선(우)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멀리 두리뭉술하게 생긴 희미한 산이 보이는데 보성 존제산이다. 백이산~고동산~깃대봉~큰굴목재~보리밥집~천자암(천자암산은 우회)으로 2007년 3월 25일 우리 부부가 걸었던 길이다.
푸른꿈산행 유튜버님과 함께,, 얹힌바위에서 조망을 즐기고 있는데 낯익은 산객 한 분이 내려온다. 아까 호랑이 턱걸이바위에서 혼자말로 중얼거린 후 바람처럼 사라졌던 유튜버다. 비록 잠시 스쳐간 인연이었지만 꾼은 꾼을 알아 보는 법, 지나가는 푸른꿈님(성함은 모르고 유튜브 이름이 푸른꿈산행 이라 하심 나이는 54세)을 불러 세워 잠시 대화를 나눈 후 기념촬영까지 한다.
척 한 눈에 봐도 몸이 날씬해 산을 잘 타게 생겼는데 (키는 184cm) 벌써 장군봉 찍고 연산봉에서 내려오는 중이라 한다. (아마도 이분은 큰굴목재에서 작은굴목재를 거쳐 장군봉으로 오른 후 연산봉을 거쳐 이리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해서 어디로 하산하냐고 물으니 천자암으로 내려가 송광사로 하산할 예정이라 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코스인데 대단하신 분이다. 집에서 와서 유튜브를 보니 동영상 44개가 있는데 보통 산꾼이 아니다.
뒤돌아본 얹힌바위와 푸른꿈님
연산봉 정상이다. 2003년 9월 14일 아내와 함께 한 번 올랐으니 이번에 두 번째다.
연산봉에서 바라본 장군봉 (맨 우측 봉우리, 봉우리 오른쪽 아래로 보이는 바위는 배바위로 나중에 저길 오르게 된다.)
연산봉에서 바라본 고동산~깃대봉 실크로드 능선
연산봉 안내판
안부사거리격인 연산봉사거리, 여기서 직진하는데 (직진하는 것이 맞는데)
걸어가다 보니 장군봉은 점점 시야에서 사라지고 전방에 봉우리 하나 나타나 트랭글궤적을 보니 맙소사! 알바다. (사실은 알바가 아님) 그냥 계속 진행하면 말발굽 모양으로 커브를 틀면서 장군봉으로 갈 수 있는데 (2003년 산행기를 보면 장군봉에서 연산봉까지는 그리 힘들이지 않고 걸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귀신에 홀렸는지 다시 빽하는 우를 범한다. (시간에 쫓겨 거의 뛰다시피 빽함)
갔다리왔다리 귀중한 시간 25분을 허비하며 다시 되돌아온 연산봉사거리
연산봉사거리에서 내려오는 급경사 하산길은 장박골(상류)로 이어진다. 오룩스맵 지도나 트랭글지도로 볼땐 이리로 떨어지는 것이 더 가까워 보였지만 실제는 능선에서 하산하여 다시 올라야 하기에 더 빡세고 시간이 더 걸리는 코스였던 것이다. 그냥 진행했으면 편안한 능선길을 걸었을 것이다. 반면 아름다운 경치는 보지 못했을 것이니 세상사 꼭 손해 보는 것이 손해가 아니듯 산행도 그런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대신 몸은 힘들다. 전우들을 배신(?)해서 벌을 받고 있나 하는 생뚱맞은 생각 마저 든다.
장박골 이정표
방금 내가 건너온 다리 아래로 장박골의 계류가 흐르고 있다.
이어지는 장박골의 소폭들 (시간은 급해도 찍을 건 찍어야)
16시 16분. 작은굴목재다. 일몰시간까지는 불과 1시간 10여분 남짓 남았다. 이곳에서 잠시 갈등이 생겼지만 나의 발길은 장군봉으로 향한다.
작은 굴목재 지나 장군봉 오름길에 바라본 배바위
배바위로 올라오니 마침 부자 산객(남자 아이는 14~15세 정도로 보임)이 로프를 타고 내려온다. 시간에 쫓겨 생략할까 하다가 용기를 내어 로프를 잡고 올라간다.
배바위 위애서 바라본 실크로드 능선 조망 (천자암산 쪽으로 해가 저물고 있다)
배바위 위에서 스마트폰 줌으로 당긴 선암사주차장과 상사호 풍경 (호수 두 개가 끊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연결되어 있는 호수다)
배바위 위에서 본 장군봉 (지척 거리 같기는 한데)
배바위 설명판 (배바위에서 내려오니 트랭글에서 일몰 40분 전이니 하산하라는 경고음이 울린다) 급한 마음에 자연히 걸음이 빨라진다.
배바위에서 9분쯤 올라가니 장군봉 정상이다. 아무도 없는 장군봉 정상 벤치에 홀로 앉아 마지막 남은 물을 모두 마신다. 이제는 하산길만 남았으니 길만 희미하지 않으면 무난히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오늘은 이런 산행을 예상하지 않았기에 헤드랜턴을 가져오지 않았다. 만약의 경우엔 스마트폰 후레쉬가 있으니.. 해서 밧데리를 보니 60%나 남아 있다.)
장군봉 안내판
장군봉 정상에서 18분쯤 내려오니 돌탑이 보이는 향로암터다. 안내판에는 적멸암에 이어 선암사의 산 암자 중에 두 번째로 높은 곳에 있는 암자 터이며 선암사로부터 약 2km 거리로 약 한 시간가량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그런데 이때 인기척이 나더니 웬 젊은 커플이 불쑥 올라온다. 그리곤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느냐며 물어 올라가려면 최소 30분이상 인데 그 사이에 일몰이니 여기서 함께 하산할 것을 권유하였으나 (헤드랜턴 있느냐고 물으니 대답이 없음) 조금만 올라가겠다며 오름짓을 한다.
내려가면서 뒤돌아본 향로암터다. 행여 그들이 다시 내려올까 기대했지만 젊은 커플은 내려오지 않았다. 좀 더 강력하게 말할걸 그랬나 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다. 십여 년 산을 타면서 수많은 난관에 봉착하였는데 그중 내연산 계곡을 깜깜한 밤중에 하산했던 그날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참고로 내연산 계곡은 매우 긴 계곡이다) 지나고 나니 아름다운 추억이이지만 그날의 내연산 계곡은 우리부부에겐 공포의 계곡이었다. 이 젊은 커플도 오늘 잊지못할 추억을 쌓게 될 것이다.
너덜을 지난다. 어둠이 덮이면 이런 너덜에서도 길을 잃을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일몰 전이라 괜찮지만 십여 분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너덜에서 십여 분 내려가니 어둠이 내린다. 이제는 대포카메라는 무용지물이고 스마트폰 촬영만이 가능해지는데 어디선가 종소리가 울린다. 아마도 일몰을 알리는 선암사에서 치는 종소리일 것이다.
어둠에 싸인 대각암과 장군봉, 실제는 무척 어두운 스마트폰 사진인데 보정해서 밝게 보이게 만들었다. 대각암 부터는 산길이 아닌 산판길이라 편안하게 내려갈 수 있다.
높이 7m 너비 2m의 암벽에 음각으로 새긴 마애여래입상이다. 2003년 이리로 올라왔는지 2003년 산행기 보고 알았다. (실제는 컴컴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고 커다란 바위들만 보이는데 역시 보정한 스마트폰 사진이다)
어둠이 내린 선암사 주방에서는 공양 준비가 한창이고
선암사 대웅전에는 스님들의 염불소리가 낭랑하게 울러 퍼진다.
하산완료 지점인 주차장 시계는 어느덧 18시 07분을 가리키고 있다. 알바만 하지 않았더라도 아니 그냥 진행했더라도 이렇게 어둠에 싸인 선암사 주차장을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생은 좀 하였으나 오늘 산행에 만족한다.
지루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흐르는 음악은~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 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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