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
이번 주는 (격주로 부산 가는 주라) 마음을 비웠는데,
목요일 쯤? 본카페 쉬블링님이 찾아와 비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러자 아내는 혼자 (친정에) 다녀 올 테니 쉬블링님과 함께 산에 가라고 한다. ^^;
정말? 그래도 될까? 하며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아내의 동의를 구하니 그렇게 하시란다. ^_^
목적지는 지난번 가려다가 사정상 연기했던 지리산 (만복대)다.
이미 7년 전에 당동마을에서 올라 만복대 찍고 다름재에서 엥골로 하산했던 곳이라
그리 뽐뿌질은 오지 않지만 겨울의 지리서북능선은 눈이 많이 내리고 상고대가 많이 핀다고 한다.
그래서 내심 아름다운 상고대와 눈꽃산행을 기대하는데 과연 뜻대로 멋진 산행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원호님께도 연통을 취했으나 선약(장안산行)이 있어 쉬블링님과
둘이서만 가는 단출한 산행이 이루어 졌다. 약속시간 보다 5분 빠른 05시 25분. 통영을 출발,
섬진강휴게소에서 산행을 위한 아침(맛을 대충 짐작하실 것)을 먹은 후 순천-완주간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구례.화엄사IC로 빠져 나와 들머리로 향하는데 눈으로 허옇게 덮여 있어야 하는 서북능선은 그저 그런 모습이라 좀 실망스럽다.
상위마을 (대형)주차장 (고도 350m)
상위마을에 도착하니 소형주차장과 조금 떨어진곳에 대형주차장이 있었다.
어차피 나중에 월계마을에서 걸어올 것이니 조금 떨어진 대형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동아지도 GPS(386m) 나의 썬토 고도계(325m)이니 해발 고도가 약 350m임을 알 수 있다.
기온은 영하 7도지만 살을 에는 혹독한 추위가 아니고 지난주 덕유산 보다는 다소 쌀쌀한 정도다.
산수유마을 심볼마크
이곳 구례군 산동면 일대는 산수유로 유명한 곳이다.
봄철에 진노랑색 꽃을 피우는 산수유는 산에는 거의 없고 주로 민가에만 있다.
반면 가지를 꺾어 냄새를 맡으면 생강 냄새가 나는 생강나무는 주로 산에만 있다.
'언덕위에 하얀식당'
이 식당의 옆길을 따라 올라가면 산길초입으로 이어진다.
산길 초입
마지막 농가를 지나니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에는 탐방로 입구 상위마을-묘봉치(3.0km) 라 적힌 플래카드가 보인다.
7년 전만 하더라도 비등인 이곳이 어느새 정등으로 바뀐 것이다.
얼음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길로 향한다.
산길 초입에서 뒤돌아 본 병풍처럼 둘러쳐진 깃대봉~천마산~견두산 라인
상위마을-묘봉치 중간지점
이정표 (상위마을1.5km-묘봉치1.5km) [지남 38-01지점] - (고도 700m)
이곳은 상위마을과 묘봉치의 중간지점이다. 이곳을 지나 고도 800m 지점에 이르면
본격 된비알이 이어져 아이젠을 착용하는데 쉬블링님은 아이젠도 신지 않고 잘도 오른다.
하도 잘 올라 "신발이 좋아서 그런가? " 하니 돌아보며 씨익 웃는다. ^^
어느 지점에 이르자 바람소리가 강하게 들려 두 사람이 잠시 긴장한다.
잠시 후 조망터로 올라서게 되는데 묘봉치 바로 아래다.
묘봉치 바로 아래 조망터 [지남 38-04]지점 - (고도 1,100m)에서 바라본 구례군 산동면 일대
산이름을 새겨 넣은 위 사진
6년 전인 2006년 3월 26일 견두산-천마산-깃대봉까지의 이 라인을 탄적이 있었다.
지금은 개통된 천마터널 공사현장으로 내려왔는데 그때 천마터널 공사 부소장님의
뜻밖의 배려 덕분에 밤재터널까지 부하직원의 차를 타고 되돌아 온적이 있었으니..
『공사현장사무소에가면 택시번호가 있다고 하여 그리로 걸어가니
웬 남자분이 "그리로 가면 길이 아닙니다." 한다. 자초지종을 말씀 드리니 대뜸.
-"이분들 밤재터널까지 모셔드려라." 하며 부하직원에게 말한다.
넷?" (너무 놀라고 뜻밖이라 내 입에서 나온 말..) 여기서 -은 부소장님 =는 부하직원
="네엣?" (부하직원도 놀라긴 마찬가지)
-"밤재터널까지 모셔드려"
="밤재터널이요? (놀란 표정)
-"응"
="그 먼데 까지요?" (약간 난감한 표정)
-"밤재터널 바로 요기잖아 씨.." 하며 부하직원을 윽박지른다.
"아, 아니 우리는 그냥.." ^^;;;::: (너무 미안하다.)
-"아 여기는 지금 산수유축제 바람에 길이 막혀 차(택시)가 잘 안 와요."
그래서 졸지에 공사차량을 얻어타고 오는데 세상에 이런일도 다 있구나!
"그 먼데까지요?" 했던 부하직원은 전혀 싫은 내색없이 친절하게 우리를 모시고 간다.
차에서 내린 후 기름값이나 하라며 아내가 일 만원을 건네자 극구야 뿌리친다.』
- 6년 전 나의 134Th' 산행기 속에서-
묘봉치 직전 조망터 [지남 38-04]지점 - (고도 1,100m)에서 바라본 남쪽 조망
산이름을 새겨 넣은 위 사진
맑은 날씨지만 진회색 대기띠가 깔려있어 멀리보기 어렵다.
더구나 오늘은 16-35 광각렌즈 밖에 없어 줌 촬영도 못한다.
그래도 눈에 바로 들어 오는 산이 있다. 모후산과 무등산이다.
묘봉치에서 바라본 1,274m봉과 만복대
7년 전. '탐방로 아님' 팻말이 서 있었던 묘봉치에는
눈꽃도 서리꽃도 없는 평범한 풍경이 펼쳐진다. ㅠㅠ
묘봉치 지나 1,274m봉에서 반야를 바라본다.
아쉬움속 오름길에서 깨우친 깨달음은
'산을 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행복이었다.'
그러자 산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묘봉치 지나 1,274m봉에서 바라본 삼정산능선-와운능선-심마니능선-반야서북능-도계능선 (심원능선은 잘림)
1,274m봉에서 바라본 1,349m봉과 만복대
"시간이 많으니 만복대 샘이나 찾으러 갈랍니까?" 하며 쉬블링님이 말한다.
하지만 결국 길이(러셀) 없어 갈 수 없었다.
뒤돌아 본 묘봉치와 1,274m봉
『묘봉치를 지나면
황금빛 억새군락지가 나타난다.
억새군락지라고 말하긴 너무 소박하지만
이곳을 지나는 산님들은 한결같이 행복해 한다.
어느덧 가을인가!
어디선가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이곳의 억새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나무들이 자라 점점 숲으로 변하기 때문이라 한다.
세월이 흐르면..
우리의 산행도 억새처럼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을 것이고
그 추억을 몹시도 그리워 할 것이다.』
-7년 전 나의 112Th' 산행기 속에서-

1,349m봉 오름길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 클릭! <10:14>
1.349m봉에서 바라본 노고단-종석대-작은고리봉
1,349m봉에서 빵으로 얼요기를 한다. 보이는 바위는
쉬블링님의 추억이 담긴 바위라 한다. 추억의 바위는
언제나 반갑고 정답다. 바위를 한번 안아주는 쉬블링님.
1,349m봉 지나 만복대 오름길에서 바라본 영재봉능선과 남원시 일대
남원시의 서쪽은 일명 부흥산맥이라는 산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고리봉에서 북진, 남원의 서쪽을 감싸며 삿갓봉, 문덕봉, 응봉, 풍악산, 노적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남원 산악인들은 '부흥산맥'으로 부르고 있다.
만복대 (萬福臺)
만복대란 이름은 이 봉우리가 사방 팔방으로 복을 내려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서북능선 (고리봉~세걸산~바래봉~덕두산)은 물론이고
지리산을 서북쪽에서 조망하는 가장 멋진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낙조가 특히 아름다운 반야봉과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주능선이 한 눈에 펼쳐진다.
만복대에서 바라본 북쪽 바래봉쪽 조망
만복대에서 바라본 동쪽 천왕봉쪽 조망
만복대에서 바라본 장엄한 지리 주능 천왕봉-반야봉-노고단

만복대에서 바라본 서북-북-북동 파노라마 → 클릭! <10:55>
만복대에서 내려다 본 산동수원지와 구례군 산동면 일대
만복대에서 조망해찰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한 무리의 단체 산님이 올라온다.
전라도 말씨를 쓰는 것으로 보아 이 근방의 산님들 같다.
그들에게 만복대를 인수인계하고 우리 먼저 떠난다.
능선 갈림길
이 지점은 영재봉 능선 갈림길이다.
7년 전에는 보였던 '탐방로 아님' 팻말이 안 보인다.
그렇다면 이 구간은 비등이 아닌 정등일까?
7년 전인 2005년 10월 9일의 능선갈림길
사실 이날은 좀 두려운 마음으로 이곳을 통과했다.
하지만 들어선 등로는 정말 좋은 등산로였고
우리부부는 참 행복했었다.
능선갈림봉에서 뒤돌아 본 만복대
아직도 전라도 단체산님들이 보인다.
능선갈림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영재봉 능선
고글을 쓴 쉬블링님이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스패츠도 아이젠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다.
아이젠은 착용하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이라며 말했지만
쉬블링님은 예사로 듣고 흘렸는데 곧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급경사 내림길 <11:23>
급경사 내림길에서 쉬블링님이 그만 엉덩방아를 찧는다.
위 사진은 엉덩방아를 찧은 후 황급히 내려가는 포즈를 담은 모습이다.
엉덩방아를 찧고나서 약 10분 정도 신나게 급경사 경사를 내려갔는데 갑자기
쉬블링님이 서더니 아까 엉덩방아 찧을때 모자 위에 걸어 놓은 고글이 날아갔단다.
내 말을 안 듣더니 결국.. ㅋㅋ
고글이 박혀있던 상황을 설명하는 쉬블링님 <11:52>
배낭을 벗어던진채 쉬블링님은 된비알 오름길로 황급히 올라가고
별 수 없이 쉬블링님의 배낭을 지키고 있는데 아까 갈림봉에서부터 들렸던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뜨드드득~~하고 들려온다. 디카를 돌려 시간을 확인하니
급경사길을 10분 정도 내려왔으니 최소 20~30분은 걸릴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약 20분 후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쉬블링님이 내려온다. (미안한 마음에 내리막길은 뛰어 내려왔다고 한다.)
쉬블링님 왈' 올라갈 때는 고글을 찾지 못해 꾸역꾸역 갈림봉까지 올라갔단다. 반포기 상태에서 내려오는데
눈속에 반쯤 박혀 있는 고글을 운 좋게 찾을 수 있었다며 손가락으로 설명을 한다. (불행 중 다행) ^^
암튼 운동량이 모자란 쉬블링님에게는 운동을,
나에게는 산행기 소재꺼리를 만들어 준 해프닝?
만두라면을 끓이는 쉬블링님 <12:20~12:50>
이곳까지 오는 도중 고창 방장산에서 시산제를 지낸다는 무시기님의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잠시 후 만난 산꾼 두 사람에게 다름재 상황을 물어보니
다름재와 엥골에는 눈이 별로 없단다. 되려 우리보고 주능선은 눈이 많은지 물어
주능선에도 눈이 별로 없고 이곳만 눈이 많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쉬블링님표 만두라면을 깨끗이 해치우고 일어서는데
웬 산님 한 분이 내려온다.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장소 (바위옆 공터)
검정색 옷을 입은 한 산님이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이분과는 다름재까지 동행하게 되는데 어느 지점에서
내가 신은 아이젠이 반쯤 벗겨진 것을 본
그의 지적으로 분실을 면할 수 있었다.
졸지에 손재수는 내가 볼 뻔 했네.. ^^;
일명 요강바위라 불리는 바위
7년 전에는 못 찾았던 아니 모르고 스쳐 지나갔던 요강바위다.
요강바위는 다름재에서 가까운 등로에 있었고
요강보다는 UFO 비행접시 모양으로 생겼다.
다름재
7년 전 아내와 함께 왔을 적에는 억새가 덮여 풍성했던 다름재인데
오늘은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을 보여주고 있다.
7년 전인 2005년 10월 9일의 다름재
엥골로의 하산
좌로 90도 꺾어 앵골로 하산한다.
양지 바른 남쪽이라 그런지 눈이 별로 없다.
강아지 모습을 닮은 바위 (고도 800m)
쉬블링님이 강아지 바위라 해서 자세히 보니 과연 강아지 형상이다.
이미 쉬블링님은 이곳 엥골을 몇 번 왔던 모양이다.
지금입출 안내판이 보이는 철망
이 안내판이 지금까지 우리가 걸었던 구간이 비등임을 가르쳐 준다.
편백나무 지대
편백나무 지나 계곡에서 얼굴과 흙 묻은 아이젠을 씻었다.
산동수원지
수원지는 볼품이 없고 시암재로 향해 돌진하는 간미봉 능선만 눈에 보인다.
다섯 마리의 오리들이 노니는 7년 전인 2005년 10월 9일의 산동수원지
월계마을에서 바라본 다름재와 만복대
월계마을에서 상위마을로 연결되는 아스팔트 도로
팔각정에서 바라본 상위마을(주차장)
오늘 산행은 눈꽃과 서리꽃을 보기 위함이었는데
눈꽃은 커녕 나무가지에 앉은 눈도 보지 못한 쪽박(?) 산행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산을 본 산행이었고 산을 타는 것 만으로 행복감을 느꼈다.
이 자리를 빌어 함께 산을 타 주신 쉬블링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nd>
★ 今日산행궤적
1,349m봉 지나 만복대 오름길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1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