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새해 첫산행, 연하雪景 .. (344번째 산행기)
ㅇ일시: 2011년 01월 09일 일요일
ㅇ날씨: 아침에는 싸락눈, 정오 이후는 맑음.
ㅇ산행자: 영원한 산친구 그리고 나
ㅇ산있는곳: 慶南 咸陽郡 馬川面
ㅇ산행코스: 중백무-하동바위능선-장터목산장-연하봉-촛대봉-세석산장-한신주곡-중백무 (원점회귀)
ㅇ산행지도: 사진에다 대고 클릭! → 큰 원본사진 나옵니다.
ㅇ산행시간
ㅇ07:00-백무동 주차장(중백무)에서 산행시작 (GPS고도 513m)
ㅇ08:13-하동바위 (고도 900m)
ㅇ08:41-참샘 (고도 1,125m) -- 통영 산꾼 세 사람 만나다. (황철성, 김승룡, ???) 참샘의 물은 그리 차지 않았다.
ㅇ09:05-소지봉 (고도 1,312m)
ㅇ09:45-망바위
ㅇ10:35-장터목 산장 -- 오뎅으로 얼요기 (고도 1,665m)
ㅇ11:05-장터목산장 떠남 -- 강풍이 불어 서있기 조차 힘들었다.
ㅇ11:31-연하봉 (1,730m)
ㅇ12:44-촛대봉 (1,703m)
ㅇ13:10-세석산장 --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움. (장터목산장에 비해 매우 따뜻함)
ㅇ13:40-세석산장 떠남
ㅇ14:07-이정표 (세석0.7km-백무동5.8km)
ㅇ14:31-나무계단길 (고도 1,230m)
ㅇ14:50-이정표 (세석2.0km-가네소1.8km)
ㅇ14:56-나무계단길 (고도 1,050m)
ㅇ15:10-이정표 (세석2.8km-백무동3.7km)
ㅇ15:30-오층폭포 (세석3.5km-백무동3km) 고도 855m
ㅇ15:38-한신지곡 들머리
ㅇ15:57-첫 나들이 폭포 (고도 630m)
ㅇ16:30-백무동 주차장에서 산행마침 (원점회귀)
ㅇ산행시간 9시간 30분
ㅇ산행거리 약 17km
ㅇ나의만보계 29.791步 (실바만보계)
ㅇ일정시간표
ㅇ04:46 통영출발
ㅇ05:26~05:51 산청휴게소 (아침식사)
ㅇ06:02 생초IC
ㅇ06:38~07:00 백무동 주차장 도착, 너무 어두워 찻속에서 기다림.
ㅇ07:00~16:30 산행
ㅇ16:30~17:14 백무동 주차장 옆 '옛고을 식당' (저녁식사)
ㅇ17:53 생초IC
ㅇ18:50 통영도착
산행이야기..
독감 때문에 신정연휴기간 동안은 조용히 집에서 보냈다.
(서울에서 딸이 내려오는 바람에 더욱 집에 머물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주는 부산일보에서 소개한 미답지 덕유산 투구봉을 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목요일, 약국에 들른 자연님께서 나의 덕유산 투구봉 산행계획을 듣고 만류하시는 바람에
그만 산행지를 바꾸게 된다. (얼마 전 자연님께서 신풍령을 다녀오셨는데 체인이 없어 거금 10만원 주고
길거리에 파는 체인을 끼워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셨다고 하셨고 산에도 눈이 많이 내렸는데
특히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투구봉은 위험하니 생고생 하시지 마시라는 충언을 하셨다.)
안 그래도 약간은 켕기던 산인지라 (요즘 날씨에 신풍령 오르는 것도 부담스럽고)
미련 없이 포기를 하고 결국 생각해 낸 산이 지리산이다. 새해 첫 산행을 지리산에서 하는 것이
의의가 있을 것 같고.. 코스는 7년 전에 다녀왔던 한신주곡-하동바위 코스로 정했다.
그런데 7년 전 산행기를 보니 무려 10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동절기 산행임을 감안하면 다소 부담스러운 산행이다.
7년 전에는 한신주곡으로 올라 하동바위능선으로 하산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반대로 도는 것이 편하고 시간이 단축될 것 같아 이번에는 반대로 돌기로 한다.
물론 나중에 계곡으로 하산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참고로 백무동에서 하동바위능선 경유 장터목까지는 5.8km이며
한신주곡 경유 세석까지는 6.5km이고 시간도 약 1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10시간짜리 산행을 예상하니 자연히 꼭두새벽인 4시에 알람이 울렸다.
점심은 추운 날씨에 라면 끓이는 것도 힘든 일이라 컵라면으로 준비한다.
아침을 산청휴게소에서 돌솥비빔밥 과 순두부찌개로 때우고 (먹을 만함)
생초IC로 빠져나가 백무동으로 달리는데 통통하게 살이 찐 동물 한 마리가
헤드라이트 불빛에 놀라 뛰어 달아난다. (너구리로 추정)
어디로 갈지 몰라 한참을 앞장서서 뒤뚱거리며 뛰어가는데 녀석을 좀 더 관찰하기 위해
거리를 유지하며 추적하는 나를 보고 스스로 못된 인간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
다행히 녀석은 조금 달리다가 아래 마을 쪽으로 몸을 숨긴다.
백무동주차장에 도착하니 06시 38분이다. 아직 캄캄한 밤중이라 선뜻 나서기 두려운지
아내는 차안에서 좀 쉬었다가 7시 경에 오르자고 한다.
7시 정각 아내를 독려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는 생각했던 것만큼은 춥지 않아 다행이지만
싸락눈이 내리고 있다. 백무동 관리소에 오니 아무도 없다. 매표를 했다면 악착같이 지키고 있었을 텐데
갑자기 6년 전 제주도 한라산 산행이 생각난다.
5시 20분 성판악 매표소에 도착하니 전등불을 훤하게 밝히며 악착같이 매표를 하고 있었다.
『하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가상(?)해서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 시간까지 주무시지 않고 매표를 하시다니요.” 하니
=“선생님이야 말로 대단합니다. 이 시간에 산에 오르시다니요.”』
그때 제대로 한 방 먹었는데 오늘은 아무도 없으니 오히려 허전하다.
성능 좋은 Petzl사 Tikka xp 헤드랜턴을 켜고 한 10분쯤 올랐을까?
견디다 못해 결국 아이젠을 착용하는 미련한 부부산꾼들이다.
오늘 처음으로 사용하는 아이젠이라 한참을 끙끙거린 끝에 겨우 신발에 착용하자마자
날이 밝아 팰츠 헤드렌턴은 다시 배낭속으로 들어간다.
옛날 하동군수가 떨어져 죽었다고 하여 하동바위라 불리는 바위를
지난 오름길에서 아내는 나의 진행속도가 답답하다며 앞장서서 걸어간다.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땀이 나지 않도록 천천히 오르는데도
대책 없는 땀이 흘러 안경이 뿌옇게 될 즈음에서야 참샘에 도착하는데 먼저 오른
아내가 통영사람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다.
뿌연 안경 바람에 식별하기 힘들어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황철성, 김승룡님과 모르는 한 분이 비박 짐을 꾸리고 있다.
잠시 그들과 대화를 나눈 후 참샘으로 가서 아내가 건네주는 참샘의 물을 마셔보니
물이 생각보다 차지 않다. 곧 추월당할 것이라며 그들에게 말한 후 우리 먼저 출발한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들은 이후 장터목 산장에서 만나게 된다.
고도를 높이니 기온이 급강하 했는지 이제 땀은 사라지고 추위가 몰려온다.
견디다 못해 어느지점에서 외투를 꺼내 입고 진행하는데 이제는 허기까지 밀려온다.
조금만 더 오르면 망바위가 나오니 망바위에서 얼요기를 하자며 아내를 독려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까 퇴깽이 처럼 잘 오르던 아내는 배터리가 떨어진
시계처럼 느려진다. 오버페이스를 했나? 수시로 아내를 불러 확인한다.
막상 망바위에 도착하니 칼바람이 강하게 불어 앉아서 얼요기를 하기에는 부적합한 장소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아까 소지봉 헬기장에서 먹을 걸 하고 후회한다. 결국 다시 진행할 수밖에 없고
어느 지점에서 아내의 배낭 뒤에서 꺼낸 쥐포를 씹으며 진행하는데 쥐포가 딱딱하게 굳어 씹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아귀가 다 아프다.) 하지만 그래도 얼요기가 되니 안 씹을 수 없고,
어느 지점에서 함께 올라가는 산님 두 분께 (함양에서 오셨다 하심) 쥐포를 권하니 덥석 받는다.
사양을 하지 않는다고 웃으면서 아내에게 말하니 아내 역시 사양을 하지 않겠다며
마지막 남은 쥐포를 입에 넣으며 오물거린다. (다들 허기가 지기는 졌나 보다.)
그나저나 이곳에 오니 발이 떨어져 나갈듯이 시리다.
안 그래도 동상에 걸린 발가락이라 부지런히 발가락을 꼼지락거린다.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상고대가 피어나지만 날씨는 우중충한 것이
오늘도 파란 하늘을 보기는 글린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 날을 잘못 선택한 것인가! ㅠㅠ
허기가 져서 쥐포를 씹으며 걸었고 이쯤에서 발이 떨어져 나갈 듯이 시렸다. <10:19>
장터목에 올라서니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강풍이 휘몰아친다.
산장 안으로 들어가니 먼저오신 산님들로 만원이고 라면 끓이는 수증기로 가득하다.
나가고 싶지만 바깥은 너무 추워 안에서 개길 수 밖에 없고 앉지도 못하고 서서 보온병에 담아온
오뎅을 꺼내 먹으니 비로소 허기가 사라진다. 오뎅을 먹고 난 후 아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황철성과 김승룡님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들도 안이 너무 복잡하니 곧 나간다.
산꾼중에 산꾼인 그들은 연하북릉으로 하산할 계획이란다.
하지만 과연 러셀이 되어 있을까? ..
장터목산장을 나서 몇 발자국을 떼는데 어찌나 강풍이 심하던지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든다.
자칫 잘못하면 얼어 죽을 판이라 황급히 다시 산장으로 들어가 오리털 잠바를 꺼내 입는다.
땀이 많아 웬만하면 오리털 잠바를 입지 않는데 오늘만큼은 걸치지 않을 수 없다.
꽁초바위에 오니 먼저 오신 산꾼 한 분이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있다.
그리고 보니 이 꽁초바위는 일전에 통신골-도장골 산행시 원호님, 솔바우님, 난테아우부부와 함께
조망을 즐기던 곳이라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다. 그때는 몰랐는데 오늘은 서있기 조차 힘들 정도로 강풍이 휘몰아친다.
(잠시 서있는데 볼이 얼어 얼얼해 어쩔 수 없이 복면마스크를 착용한다. 안경에 서리가 끼여 사진 촬영에 방해되기 때문에 착용하지 않은 것.)
半生半死나무는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장소 그대로 꿋꿋하게 지키고 있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기 짝이 없다. 그런데 아까부터 마치 가래톳이 선 것처럼 다리가 당긴다.
이제 나도 고관절에 이상이 온 것일까? 이 증상은 하산하면서 더욱 심해져 하산시 좀 고전하게 된다.
덕분에 아내와 발걸음을 맞아 둘이서 붙어서 하산하게 되니 아내는 더 좋아 했지만.. ^^;
천왕봉은 구름에 가렸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12:11>
자세히 보니 광양 억불봉~백운산~똬리봉~도솔봉~형제봉 라인이다 .. <12:17>
촛대봉에 올라오니 상고대가 산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오를 봉우리가 없어 조금은 느긋한 기분으로 휘~이 한 바퀴 둘러본다.
세석에 들어서니 장터목과 마찬가지로 산님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장터목이 시베리아라면 이곳은 하와이다. 아마도 남쪽이라 그런 모양이다.
무척 따뜻하니 바깥에서 컵라면을 먹어도 하나도 춥지 않다. 마지막 남은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깨끗이 해치우고 사과 반씩 나누어 먹은 후 7년 전 올랐던 한신주곡을 오늘은 반대로 내려간다.
7년 전 반대로 올랐던 한신주곡 하산길은
무지 급경사라 한 발 한 발 내딛기가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처음에는 아내가 엉금엉금 기었지만 이미 좌측 고관절 부위가 이상이 생긴
탓에 서서히 아내와 발걸음이 맞을 수밖에 없으니 보통 보다 좀 많은 하산 시간이 걸렸다.
세석-백무동 6.5km 라는 거리가 말해 주듯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는 하산길이 이어지지만
막상 백무동에 도착하자 다시 보고 싶고 오르고 싶은 지리산 ..
신묘년 우리의 새해 첫 산행은 이렇게 지리에서 시작되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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