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 "산을 타러 가야지 산을 보러 갑니까?" .. (127번째 산행기)
ㅇ일시: 2006년 01월 30일 월요일
ㅇ날씨: 흐림
ㅇ산행자: 영원한 산친구 그리고 나
ㅇ산있는곳: 경남 산청군(山淸郡) 시천면(矢川面), 하동군(河東郡) 청암면(靑岩面)
ㅇ산행코스: 외공마을-내공마을-515M봉-주산-752M봉-773M봉-790M봉-임도길-배바위-반천마을
ㅇ산행시간
ㅇ11:06-외공마을에서 산행시작
ㅇ11:18-내공마을 (복지회관)
ㅇ11:26-문화마을
ㅇ11:30-산행들머리 (오르막 도로가 오른쪽으로 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산길이 열림.)
ㅇ12:14-임도출현
ㅇ12:19-대구서씨 묘소 (묘 6기)
ㅇ12:46-515M봉
ㅇ13:19~13:44 주산 정상 (831.3M)--컵라면과 떡으로 점심
ㅇ14:07-752M봉
ㅇ14:38-희미한 등로에서 잠시 고생함 (곧 능선으로 치고 오름.)
ㅇ15:17-773M봉 (많은 리본이 걸려 있다.)
ㅇ15:34-790M봉 (삼각점이 있다.)
ㅇ16:00-790M봉을 지나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지점 (약 10분 정도 헤매다가 내려가기로 결정함.)
ㅇ16:26-계곡이 나타남
ㅇ15:36-임도를 만남 (좌측방향으로 내려감.)
ㅇ17:09-배바위
ㅇ17:31-지리산연수원 (천주교 마산교구)
ㅇ17:35-반천마을에서 산행마침
ㅇ산행시간 6시간 30분
ㅇ산행거리 약 12km
ㅇ나의만보계 23,400步
ㅇ일정시간표
ㅇ10:02 통영출발
ㅇ10:42 단성IC
ㅇ11:06~17:35 산행
ㅇ17:43 들머리로 돌아오다. (진주산님들의 흰색 소나타 승용차를 타다.)
ㅇ18:04 단성IC
ㅇ18:49 통영도착
주산(主山)은 임금 주(主)자를 쓴다. 왕이 천왕봉에 오르지 못할 때 가장 잘 볼 수 있는 산을 택한다면 바로 이 주산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가능케 하는 곳이 주산 정상이다.
구곡산과 같이 천왕봉의 위성봉으로, 천왕봉을 오르지 못할 때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산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구곡산에서 볼 수 없는 중산리 지리산 조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삼신봉과 영신봉이 연결되는 중요한 천왕봉의 전망 포인트다. |
ㅇ참고 산행기 - [근교산] 다시찾는 근교산 산청 주산- 국제신문 (click here!)
산행전 이야기..
일요일 오후..
모처럼의 친정 나들이라 아내는 무척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차도 본인의 차를 끌고 가겠다고 슬며시 제의한다. (길이 막힐 것 같다며..)
하지만 내가 운전하는 것이 속이 편해 결국 화이트를 몰고 가기로 했다.
감성돔, 꽃게등을 준비하여 오른 친정 나들이길, 아내는 즐겁기만 한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배둔을 지나 고성터널을 통과하니 길이 막히기 시작한다.
고성터널을 지나 신호위반 감시카메라가 있는 지점에서 진전 삼거리까지 가는데는
단 3분이면 갈 수 있는 지근거리인데도 근 1시간이 걸렸다.
진전 삼거리를 지나도 차들은 꼼짝도 하지 않아 도저히 부산까지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사태가 이쯤되자 아내도 어쩔 수 없는지 돌아가자고 한다.
안 그래도 몸이 뒤틀리는 판, 미련없이 진전삼거리에서 유턴을 하니
아내의 얼굴에는 섭섭함이 역력하다.
본인이 운전했다면 10시간이 걸려도 갔을 것이라는 아내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되돌아 온것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모른다.
(이날 진주~부산까지 남해안 고속도로가 5시간 걸렸다고 한다.)
장모님께는 다음달에 뵈옵겠다고 전화를 드렸다.
길이 막히므로 산행지는 통영~대전 고속도로 주변에 있는 산으로 가야 한다.
근 2시간 동안 컴 앞에 앉아 차기 산행지를 물색하는데..
솔나루님께서 추천하는 견두산은 문종수님의 산행기를 보니..(견두산-천마산-깃대봉 코스)
견두산에서 천마산 가는 오름길은 근1간동안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가야 한단다.
정초부터 가시덤불속을 헤맬 수는 없으므로 고심 끝에 생각해 낸 산이 바로 주산이다.
진주의 산꾼이신 성락건님의 글을 읽어보면 이 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주산(831.3m)은 지리산과 떨어져 있다고 하여 독립된 산이란 말도 한다.
하지만 영신봉에서 흘러내린 능선 중 한 가닥이 낙남정맥을 이루며 부산 다대포 앞까지 흘러갔고,
다른 한 가닥은 천왕봉에 이끌리듯 감아 돌다가 우뚝 주산(主山)을 일으켰다.".
몇 일전 일기예보에는 월요일엔 비가 온다고 했지만
일요일날에 다시 본 일기예보는 뜻밖에도 화요일에 비가 오며
월요일은 흐린 후 점점 맑아진다고 한다. (경남지역.)
그래서 산행길을 나섰는데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면 갈 수록
시계가 흐려지면서 조망 또한 엉망이다. 흐미..
불편한 심기를 숨키지 못하는 경망한(?) 남편를 보던 아내왈..
"산을 타러가야지 산을 보러 갑니까?" (아내의 말씀)
"나는 산을 보러 가는데.."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아내의 말이 마음에 든다.)
세상 만사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니겠는가!
산을 타러 간다는 아내의 말씀 한마디에 조망에 대한 욕심을 비운다.
마음(욕심)을 비운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지만
반대로 마음을 비우고 나면 그렇게 편할 수 없다. ^^
외공마을에 차를 주차하고 도로를 건너 내공마을로 내려간다.
오래된 내공교를 지난 후 내공2교를 건너면 내공마을 복지회관이 나타난다.
축제날도 아니건만 복지회관 고성능 앰프에서는 뽕짝(트롯트 음악)이 흘러 나온다.
(청추운을 돌려다오~~뭐 이런 노래다.)
다시 조금 올라가면 시골집 같지 않고 멋진 양옥들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바로 '문화마을'이라고 한다.
이 산행은 국제신문사의 근교산 산행기를 참조 했는데
오르막 도로가 오른쪽으로 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산길이 열린다. (초입)
이곳을 오르면 잠시 후 멋진 묘지가 나타난다. (화강암 돌로 띠를 두른 묘 3기)
묘지를 지나면 밤나무밭이 이어지고 다시 넓은 산판길을 걷다보면
우측 치고 올라가야 하는 길이 나타난다. (국제신문 리본)
하지만 이 길은 45도 경사여서 치고 오르는데 무척 힘이 든다.
11시 48분.
결국 아내는 외투를 벗는다.
낙엽이 무릎까지 빠지는 이곳은 비교적 길이 양호하다.
오늘도 아무도 없는 호젓한 산길을 우리 두 사람만 걸어간다.
이렇게 호젓한 산길을 아내와 함께 걸어 간다는 거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아무 없는 산길, 오래된 국제신문 리본만이 우리를 바라볼 뿐..
하지만 복지회관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트롯트 음악은 여전히 들려온다.
잠시 후 어느 한 능선을 넘고 나니 슬며시 사라지는 제흥만 겨운 트롯트..
이 트롯트 음악은 우리에겐 한마디로 소음공해였다.
임도가 나타난다.
산에서 임도는 참으로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적인 존재다.
편한 등로를 갈 때는 꼴보기 싫은 길이고
험로를 헤매다가 만나는 임도는 천국의 길이다.
지금은 꼴보기 싫은 길..
어쩔 수 없이 임도를 걸어 조금 올라가니 곧 산길이 이어진다.
11시 방향으로 산길이 이어지고
잠시후 '통정대부 대구서씨' 문중묘 6기가 나타난다.
이 묘지에서 역시 11시 방향으로 길은 이어지고
한 10분 올라오면 다시 임도가 보이는데
이번에는 임도는 구경만 하고 임도를 바라보며 된비알을 치고 오른다.
잠시 후 515M봉으로 추정되는 봉우리에 오른다.
아무 표식도 없고 바위 몇 개 있는 봉우리인 515M봉..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물 한모금씩 마시며 山頂을 바라본다.
『넓은 공터가 있는 정상은 억새가 둘러쳐 있고 조망이 툭 트여 있다.
금오산, 달음산 칠성봉, 형제봉, 백운산, 억불봉, 깃대봉, 거사봉, 삼신봉이 남, 동, 서로 솟아 있고,
북쪽으로 천왕봉이 속살까지 드러난 듯 환히 보인다.
촛대봉, 써리봉, 시루봉도 눈에 어린다. 참으로 전망이 뛰어나다.
이 산에서 천왕봉을 보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을 만하여 오대 주산이라고 하는 걸까?』
-성락건님의 글에서 발췌-
하지만 오늘은 조망이 없었다.
아늑한 잔디가 깔린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요즘 느~얼 애용하는 컵라면과 빵대신에 설 떡이다. ^^
주산정상에서 길은 세 갈래 나뉘진다.
국제신문의 내용대로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내리막길을 택한다.
주산정상에서 쏟아져 내려오면 가벼운 산죽터널이 나타난다.
가벼운 산죽터널을 지나 다시 치고 올라오면 곧 752M봉이 나타난다.
752M봉을 지나면 다시 산죽터널이 나타나는데
이번 산죽터널은 황금능선급 산죽터널이다.
이 산죽터널을 지나면 계속 내림길이 이어진다.
14시 38분. 길이 이상하다.
능선을 이어가지 않고 좌측 사면길이 이어지는데
아무래도 정 등로가 아닌 듯 싶다.
한 10여분 헤치고 가다가 못견뎌 능선을 치고 올라가니
다행히 정상등로와 연결된다.
이 이후론 별로 헷갈릴 것이 없는 평이한 등로가 이어지고
773M봉 오름길이 다시 이어진다.
오늘 산행은 조망을 볼 수 없어 참으로 답답하다. 그런데
이곳은 날씨가 좋은 날에 오더라도 굴참나무와 소나무등으로
조망이 막혀 답답할 것 같아 보인다. (순전히 나의 생각임.)
790M봉은 삼각점이 있어 쉽게 구별이 된다.
773M봉에서 이곳까지는 약 17분 정도 걸린셈..
이곳을 지나면 독도에 유의해야 한다고 한다.
생각없이 계속 능선을 달리면 묵계치를 거쳐 삼신봉까지의
머나먼 낙남정맥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15시 50분.
산마루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곳에 도착했지만
국제신문 리본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오니 나무를 많이 벌목해 놓았음.)
여기가 아닌가벼? 하며 다시 능선을 치고 올라가 오른쪽 내림길을 샅샅이 살펴봐도
이곳 외엔 다른 곳은 내려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다시 빽하여 이지점에서 하산을 하기로 결정한다.
길 같으면서 길이 아니고, 길이 아닌듯 하면서도 길 같고..
다소 헷갈리는 곳이다. 내림길을 헤치고 가는데 길은 똑바로 내려가지지 않고
자꾸만 약간 좌측방향으로 비스듬히 내려가게 된다.
가시덤불(천마산)을 피해 일부러 이 산으로 왔는데
이젠 길도 없는 산길을 내려가게 되었다며 아내가 탄식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그래도 명색이 국제신문 기사를 보고 따라 하는 산행인데
이렇게 길이 없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초심자는 이곳에 오시지 마세요.)
하지만, 등산이란..
길이 잘나 있는 길을 걷는 것은 관광이고
길이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등산이라 하는 어느 산악인의 말씀처럼
그런대로 견딜만 하고 스릴도 있고 또한 재미도 있다.ㅋㅋ (순전히 내입장에서..)
(노란색 한一字 표시한 나무가 지표가 된다.)
결국 계곡으로 길은 이어지고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잠시 후
이번에는 꼴보기 싫은 임도가 아닌
반가운 임도가 나타난다. (얼굴이 밝아지는 아내.)
임도에서 산길로 이어지는 길이 있나? 하고
아무리 살펴봐도 길은 보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임도길 외에 딴 길은 없는듯..
국제신문에서는 왜 임도에 대한 설명이 없었을까? (약간 의문이다.)
결국 임도를 따라 걸을 수 밖에 없다.
편한 임도를 걷자 우리의 얼굴엔 미소가 피어난다. ㅋㅋ
잠시 후 산책하시는 부부 두 쌍을 만나 하산길에 대해 여쭈어 보니
이리로 내려가면 (좌측방향) 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잠시 후 절집이 나타나고 산 사면을 깎아놓은 산이 보인다.
배바위 구경을 한 후 다시 내려간다.
잠시 후 십자가에 알파에서 오메가 마크가 그려진 건물이 보인다.
"아까 그 두 부부들은 참 보기 좋다 그치?"
(이렇게 호젓한 길을 느긋하게 산책이나 하고 다니시니.)
아내도 내 말에 동감을 한다.
그분들은 이동네 사람들인가? (나의 생각)
이런저런 생각하며 내려가는데..
뒤에서 흰색 소나타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져 내려온다.
혹시나 싶어 차를 세우는데 차안에는 4명이 타고 있다.
아니! 그런데 자세히 보니 차안에는 아까 그 두 부부들이 타고 계신다.
하지만 이미 4명이 타고 계셔서 지레 포기를 하는데
아까 안면을 텄다고 기어코 우리를 태워주시겠다고 한다.
(이때 근처에 숨어있던 까투리가 푸드득하고 날아 깜짝 놀람. ^^ )
길도 안내해 주시고 차도 태워주시다니
한마디로 귀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오늘 진짜 귀인들을 만났다고 하니
오히려 우리보고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았다고 덕담까지 주신다. ^^
고마운 귀인들은 진주에서 오신 분들이었며
여인 두 분은 시누이 올케 사이였다.
시누이 올케 사이는 예로부터 껄끄러운 사이지만
이분들의 경우는 참 보기 좋다. ^^
오늘 산행은..
초반부 호젓한 낙엽쌓인 등로를 걷는 것이 참 좋았고
중반부 산죽터널을 걷는 즐거움을 맛보았고 (약간의 알바포함.)
후반부 길을 찾아가는 등산의 진수를 만끽하였으며
마지막에 귀인들을 만나 멋진 휘날레까지 장식했다.
비록 보는 즐거움은 없었으나
제법 땀꽤나 흘리며 요리조리 눈동자를 굴리며
부지런히 쫓아다녔던 하루였다.
<끝>
산행지도 1
산행지도 2
[지리산 장터목에서 바라본 주산]
바람뿐인 허전한 기억
시간이 지나가도 여전히 내 맘에 남아
쓸쓸한 거리에 오후는
낙엽뿐인 허전한 거리
가슴에 밀려드는 그리움 견딜 수가 없어요
사랑해 사랑해요 돌아와 미안해요
*다시 돌아와요
기다려서 기다려서
기다림에 지쳐버린 나에게로 돌아와요
다시 돌아와요
미안하단 말 한마디 하지 못해
가슴 아픈 나에게로 돌아와요
쓸쓸한 거리에 오후는
낙엽뿐인 허전한 거리
가슴에 밀려드는 그리움 견딜 수가 없어요
사랑해 사랑해요 돌아와 정말 미안해요
*Repeatx2
다시 돌아와요
기다려서 기다려서
기다림에 지쳐버린 나에게로 돌아와요
다시 돌아와요
미안하단 말 한마디 하지 못해
가슴 아픈 나에게로 돌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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