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기 제 2편▷
☞ 일시: 2004.02.29 - 03.01 (일-월요일)
☞ 날씨: 첫날-맑음 둘째날-맑음(구름약간)
☞ 산행자: 나와 아내 (55年生,58年生)
☞ 車의 길: 통영-사천IC-하동IC-하동-구례-성삼재
☞산행코스: 성삼재-노고단-임걸령-노루목-삼도봉-화개재-토끼봉-명선봉-연하천산장 -삼각봉-형제봉-벽소령산장-덕평봉-칠선봉-영신봉-세석산장(일박)-촛대봉-삼신봉-연하봉-장터목산장-제석봉-천왕봉-중봉-써리봉-치밭목산장-무제치기폭포-새재갈림길-유평리-대원사-유평매표소
☞ 산행시각 (둘째날 2004.03.01 월요일)
05:35 세석산장 (출발)
06:00 촛대봉 1,703m
07:15 연하봉 1,730m
07:30 장터목 산장
09:00 제석봉 1,808m
09:25 통천문 1,811m
09:45 천왕봉 1,915m
10:30 중봉 1,874m
11:20 써리봉 1,602m
12:30-13:30 치밭목 산장
14:00 무제치기 폭포
14:30 새재 갈림길
15:55 유평리
16:35 대원사
17:05 유평매표소
1.산행거리 약18.3km
2.산행시간 11시간 30분
3.나의 만보계 39,000步
총 산행거리 41.4km
총 산행시간 25시간
총 만보계 84,900步
제 1편에서..
작년 8월 꿈에도 그리던 천왕봉을 49년 만에 처음 오른 후..
장터목 산장에서 중산리로 하산하면서 지리종주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이번 연휴(2월 29일~3월 1일)를 이용하여 성삼재를 들머리로 하여
벽소령이나 세석에서 일박 후, 중산리로 하산 하든지 여력이 있으면 대원사로 하산 하려고 작심하여
친구의 도움으로 지독한 안개에 싸인 성삼재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13시간 30분 걸려 세석산장까지 와서
피곤한 몸을 눕혔는데 그만 뜻밖의 복병을 만나 잠 못 이루는 세석의 밤을 보내고 말았다. 허허.. + ㅠㅠ::
세석산장 남자 숙소인 3호실 202번 ..
피곤한 나의 육신을 눕힐 협소한 공간이다. 시계를 보니 02시 00분 이다..
좌우에서 울려 퍼지는 드럼통 연주는 아직도 계속이다. 정말 속수무책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09시부터 다음날 02시까지 5시간을 눈만 감고 있으려니 오만 잡생각이 다 난다.
어제 밤..
저녁을 지어 먹기 위해 샘터로 물 길러 갔을 때 하늘의 별들을 보았으나 배고픔에 낭만이고 뭐고 느끼지 못하였고 또한 바깥은 너무 추워 오래 있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군 시절에도 얼굴은 씻고 잤는데 세수도 못하고 땀내 나는 옷과 양말을 그대로 입고 잤으니 유난히 깔끔한 성격인 내가 잠이 잘 올 리가 없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나도 술먹고 들어 온 날에는 코골이가 심하다고 하는데 정말이지 이런 소음 속에서도 태연히 잘 주무시는 다른 분들이 너무 부럽다. 혹자는 아직 덜 피곤해서 그런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어제도 2시간도 채 수면을 하지 못하였고 13시간 30분을 걸어온 사람이 어찌 피곤하지 않겠는가? 아침에 아내가 나를 보더니 내 눈이 토끼 눈처럼 빨갛다고 한다.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시계를 보니 4시 45분이다.
아내와 4시에 만나기로 하였는데.. 얼른 일어나 배낭을 주섬주섬 챙겨 군대 내무반 보다 지독한 숙소를 빠져 나온다. 나오면서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이제 나는 떠납니다. 편히 들 주무시오.”--잠을 못자 욕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내 입에선 뜻밖의 소리가 나온다.
1층 여인들의 숙소 문 앞에서 조심스럽게 아내를 부르니 아내가 나온다. 짐을 챙겨 나오니 5시..
바깥으로 나오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다. 아니 어제만 해도 날씨가 화창해서 오늘 천왕봉 일출은 떼논 당상 인줄 알았는데.. 일단 화장실에 볼일을 보고 동정을 살피고 출발하기로 한다. 용무를 마치고 天氣를 보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성 쉽다.
그래서 5시 35분 ..
진눈깨비가 내리는 세석산장을 빠져 나온다.
6시 00분..촛대봉 1,703m
촛대봉이다. 깜깜해서 헤드랜턴에 의지해 올라왔지만 금방 알 수가 있다. 세석에서 올라오면 마지막 고갯길이 바로 촛대봉이기에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내리막길이다. 여기서 다시 고마운 쇠발톱을 신발에 건다. 진눈깨비는 걱정 할 정도가 아니다. 하지만 등로는 어제 밤에 눈이 왔는지 하얗게 눈이 쌓여 있다.
7시 00분..
촛대봉에서 미끌미끌한 등로를 아이젠과 헤드렌턴에 의지해 내려와
1시간 후..
어느 전망바위에 서니 어느 듯 여명이 밝아오고 우리가 진행하는 방향에 천왕봉이 보인다.
여태까지 산을 올랐지만 이렇게 새벽에 산에 오르기도 처음이다.
아! 암흑에서 여명을 받으며 새로 태어나는 新山의 아름다움이란..
산 사랑방 이동준님이 꼭두새벽 부터 산에 오르시더니만..
새롭게 아침을 맞이하는 산들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전방에서 등산객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남자 1명과 여인 2명이다. 이 시간에 우리와 마주 치면 천왕봉에서 오는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천왕봉에서 오십니까?” 하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오늘 아침 동쪽에 구름이 있어 일출은 보지 못했을 것 같아 “일출은 못 봤지요?” 하니 그렇다고 한다. “어디서 주무셨어요?” 하니....
어제 밤 10시경에 성삼재를 출발하여 무박으로 천왕봉에 오른 후 다시 왕복 종주를 하기 위해 성삼재로 향한다고 한다.
아니!.. 남자의 몸으로도 무박으로 왕복 종주 하는 것이 장난이 아닌데 여인 두 분과 함께 무박으로 왕복 종주를 하다니..
더구나 등로도 겨울이라 북쪽 사면은 빙판길의 지리산 주능선을..
그분들 나름대로 도전의 가치는 있으리라 생각 하며 우리 발길을 옮기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가 아닐까?..
연하봉으로 가는 길은 처음 보았을 때도 아름다웠지만 지금 보아도 아름답다. 사람이 죽어 천국으로 가면 바로 이 길이 아닐까 쉽다. 내 산행기 “추억 만들기”에서 처음 이곳에 왔을때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현대인의 각박한 생활을 한탄하며 이곳을 지나갔는데..
동쪽 방향으로 일출의 붉은 기운이 승(昇)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어제 처럼 하늘은 맑지만 일출 시간인 지금 동녘은 야속하게도 구름에 가려져 있다.
아!!
천왕봉의 일출은 三代의 德을 쌓아야 볼 수 있다더니..
7시 15분 연하봉이다..
언제나 그러 듯 가까이 있으면 아름다운지 모른다. 연하봉을 지나 5분 후..
아침햇살을 받아 새롭게 元氣를 충전하는 연하봉의 아름다움은 영원히 잊지 못할 환상의 天國이다.
아!!!!!!!!.......연하 선경 烟霞 仙景 을 보았구나...
7시 30분 장터목 산장..
세석 산장을 떠난 지 약 2시간 후..
장터목산장이다. 이곳은 나에게 처음으로 지리종주의 마음을 품게 하였던 장소..
도대체 대피소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하며 훔쳐보았던 추억의 산장이다. 공식 이름은 대피소 이지만 나는 왠지 대피소라는 이름은 싫다. 산장이 좋다. 그리고 보면 아직까지 나의 마음속에는 낭만이 살아있는가 보다.
장터목산장에서 아침을 먹기로 한다. 다시 샘터로 내려가 물을 길어 와야 한다.
어제 세석산장부터 나는 돌쇠 아내는 마님이 되었다. 카레밥과 미역국을 먹으니 내가 생각해도 이런 高山에서 이정도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마치 우리가 이곳에서 식사 하시는 산님 가운데 제일로 멋진 식사를 하고 있는 착각에 빠진다. 허허..
8시 40분 제석봉 올라가는 등로 에서..
장터목산장에서 아침을 먹고 제석봉을 향하는데 무서운 북풍 칼바람이 다시 불어온다. 올라가는 등로에 누군가 방한장갑을 흘리고 갔다. 앞서가는 산님이 발견하고 주인을 찾아보지만 주인은 벌써 다른 곳으로 이동 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장갑을 잃은 산님이 어느 방향으로 간지 모르므로 그 자리에 도로 놓아둔다. 가까이 가서 보니 고급 메이커 장갑이다.(노스페이스 제품으로 마침 똑 같은 장갑을 손에 낀 산님이 지나 가길래 물어보니 10만원이라 한다.) 꿀꺽..
주인도 없고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 하다간 다른 사람이 집어 갈 것도 같고 내가 “가지고 갈까?” 하니 아내가 펄쩍 뛴다. 장갑을 잃은 사람은 얼마나 손이 시려 하겠냐며.. 다시 꿀꺽 침만 삼키며 등로를 올라가는데 반대편에서 내려오시는 한 산님이 냉큼 주워 가시는데 지금도 궁금하다. 그 장갑을 장터목산장 직원에게 분실 습득물로 신고 했는지.. 간혹 분실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포기 할 것도 같았지만 산장에 전화하여 분실을 알리는 경우가 있어 습득물은 산장 직원이나 국립공원 매표소 직원에게 드리면 된다 한다.
9시 00분..
제석봉이다. 원래는 울창한 산림으로 무성했던 이곳..
자유당 시절에 권력을 등에 업고 이곳에 있는 나무를 벌채하여 목재로 팔아먹었다가 자유당이 망하자 벌채의 흔적을 지우려고 제석봉에 방화를 하여 본의 아니게 민둥산으로 변한 제석봉..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래서 더 아름다운 제석봉..
제석봉의 얼음꽃을 기대했건만 기대했던 얼음꽃은 보이지 않는다.
몇 컷을 찍는데 디카 밧데리가 떨어졌다. 대부분 종주하시는 분들이 보조 밧데리를 소지하지 않아 나중에는 사진 없이 글로만 쓰시는 것을 보았기에 보조 밧데리를 준비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나가 누고” ^^
9시 25분..통천문
이름 모를 한 무리의 산님들이 모델이 되어 준다. 이 문을 통과해야 하늘(천왕봉)에 오를 수 있는 바위문 이다. 이제 천왕봉은 0.5km 남았다.
저 멀리 우뚝 솟은 반야봉과 반야봉를 호위하는 왼쪽의 노고단과 오른쪽의 만복대..
그리고 푸르디푸른 하늘이 우리를 반긴다.
천왕봉 정상은 세찬 칼바람이 불어댄다.
작년 8월..
49년 만에 처음 이곳에 올랐던 감격은 지금도 잊어지지 않는다.
중산리에서 올랐는데 일주일 동안 디카만 만지작거리다가 아무런 준비(운동) 없이 올랐기에 숱한 등산객에게 추월을 허용하면서 5시간 만에 천왕봉에 올랐다. ^^::
처음 천왕봉에 올라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을때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그때는 어디가 어딘지도 몰랐고 그저 1,915m 라는 고봉에 올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천왕봉에 올라 오늘처럼 조망이 좋은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될까? 동서남북 사방팔방이 다 조망 되는데 실력 부족으로 山群을 다 소개 하지 못함이 애석하다.
하지만 서쪽 지리 주능선의 산들은 이제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작년 8월에 왔을 때는 여름이라 가스가 많아 조망이 되지 않았는데 오늘은 지리산의 全 봉우리가 다 조망된다.
(이 순간 만큼은 우리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된다. 비행기 탄 사람 빼고..) ^^*
천왕봉 정상에서 남용에게 전화를 건다. (혹시 귀향길도 남용의 車로 가능 한지?..)전화를 받은 남용은 부산에 와 있었고 여기가 천왕봉이라 하니까 대뜸 “우찌 올라 갔노?” 하고 묻는다. 아마 남용과 헤어진 성삼재 때문 일 것이다. 29일 새벽 4시 경 성삼재는 최루가스를 뿌려놓은 듯 지독한 안개에 싸여 있었으므로 남용이 그렇게 물어 보는 것이다.
다시 중봉을 향해 미끄러운 급경사의 사면을 쇠발톱에 의지해 내려간다.
이곳은 북쪽 사면이므로 눈이 많이 쌓여 있다. 대부분의 눈들은 얼어 스틱으로 찔러도 잘 들어가지 않을 만치 딱딱하다. 잠시 후, 남녀 등산객 두 분이 중봉 갔다 오는 길이라며 지나치고..(사진 찍으러 갔다 오는 것 같았음.)
잠시 후..10시 15분..
중봉으로 가는 길이다. 사진작가 한분이 천왕봉과 남쪽으로 펼쳐진 山郡을 배경으로 커다란 삼각대와 대형 카메라로 촬영을 하고 있다. 그분께는 죄송하지만 사진 찍으시는 모습이 멋있고 아름다워 내 앵글에 그분을 모신다. (죄송합니다. 얼굴은 안나왔으니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보면 우리 산님들은 마음이 넓다. 산에서 이름모를 산님들이 모델이 되어 주곤 하는데 어느 누구 하나 “찍지 마세요” 하시는 산님이 없으니..
처음으로 보는 천왕봉의 뒷모습이다. 늘 서쪽에서 바라보는 동쪽의 천왕봉 모습만 보다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보는 천왕봉의 모습은 또 달랐다.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북쪽에서 바라보는 남쪽 천왕봉의 위용이 서쪽에서 바라보는 동쪽의 천왕봉에 비해 결코 그 위용이 뒤떨어지지 않은 듯 하다.
이번에 와서 안 사실..
천왕봉에 오르면 서쪽 노고단과 반야봉, 만복대가 다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야봉은 중봉에서도 보였다.
10시 30분 중봉 中峰..
1,874m 나 되는 고봉이지만 전혀 높아 보이지 않고 동네 뒷산 정도로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천왕봉에서 내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날카롭게 각이 선 천왕봉에 비해 중봉은 부드러운 여인의 곡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치밭목산장 까지는 3.1km 대원사 까지는 10.8km 남았다. 하지만 하산 길인데 무엇이 두려우랴..
11시 20분 써리봉..1,602m
써리봉이란 모내기를 하기위해 땅을 평평하게 골라줄 때 일소가 끄는 15-20여개의 가지런한 말뚝기구를 말 하는데(표현이 이상합니다) ---1,500산 김정길 님의 산행기 속에서..
그랬다. 써리봉은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 철계단을 오르내리고서야 정상 팻말을 만날 수 있었고 철계단 내려오는 봉에서는 로프를 타고 올라가 엉뚱한 길을 내려가려다가 섬뜩한 느낌이 들어 보니 길이 없고 낭떠러지다. (꼭 정상 등로같이 길이 나있었다. 다시 돌아와 자세히 보니 다음 봉우리로 가는 철계단이 보인다.) 이제 치밭목산장 까지는 1.8km 대원사 까지는 9.5km 남았다.
12시 25분..
치밭목산장을 거의 앞에 두고 눈덮힌 사면을 아이젠 없이 내려오다가 그만 미끄러지는데 다행이도 스틱만 미끄러져 내려가고 나의 몸은 ABS가 되서 그런지 정지한다. 휴..
스틱 건지려고 아내와 서로 손을 연결하여 간신히 스틱(렉키 제품)을 건진다. 다행..^^
치밭목 산장이다. 사진에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낡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산장 앞에 나무로 만든 의자와 탁자가 있는데 산님들이 이곳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다. 눈이 녹아서 인지 땅은 논처럼 질퍽질퍽하다.
이곳에서도 마님(아내)을 위해 돌쇠(나)는 샘터까지 물 길러 가는데 샘터가 다른 산장 샘터 보다 먼 것 같다. 산에 오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돌쇠가 되는 것 같았다. 장터목산장에서 여인이 물 길러 오는 것을 보았긴 했지만..아마도 여인들끼리만 왔을 것이다.
라면을 먹고 나서 자리 값이라도 내야겠기에 원두커피를 시키니 산장주인 아자씨 “잠시 더 급한 일이 있어서..” 하고 화장실로 들어가시는 것이 아닌가.. 한참을 있다가 나오는 것을 볼 때 큰 것 보시고 나오는 모양인데 찝찔해서 그냥 갈까? 하다가 그럴 수 없어 기다려 원두커피를 마시니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 더니 맛은 좋다.
그런데 한 잔이 거짓말 좀 보태 한 사발이다. 이렇게 많이 주는 줄 알았다면 한잔만 시킬 걸 그랬다. --아내와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다. 그런데 나중에 땀을 흘리며 장시간을 하산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 산장 주인 아자씨가 원두커피 량을 많이 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양을 많이 준 데는 깊은 뜻이 숨어 있었다. "무슨 커피량이 이리 많습니까?" 하고 물으니.. “맛이 없으니 양이라도 많이 줘야지요”(아자씨 말씀)--아저씨 고맙습니다.
아저씨에게 대원사까지의 시간을 물어보니 천왕봉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 걸렸는가 묻고는 최소한 4시간 이상 걸릴 것이라 한다. 음..어영부영 한 시간이 흘렀다. 13시 30분..치밭목산장을 떠난다.
13시 40분 계곡..
내려오는 등로는 너덜길이다. 계곡이 나온다. 어제아침에 세수하고 여태까지 물 한 방울 뭍이지 않은 소금에 절은 얼굴을 씻는다. 3개의 통나무를 연결한 나무다리도 건너고..
14시 00분 무제치기 폭포 입구..
나무로 만든 층층 계단을 내려오니 여기서 무제치기 폭포까지 100m 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당장 보러 갈 것인데 나도 이제 지쳤나 보다. 아내에게 의향을 물어보니 나만 가서보고 오라 한다. 갈 길도 멀고 다리도 아프고 해서 그냥 통과다.
14시 30분 새재 갈림길..
좌측으로 가면 새재(3km)요 직진은 유평리(4.4km) 다. 이제 대원사 까지는 5.9km 남았다.
14시 45분 유평리 가는 나무다리 위..
동남쪽으로 보이는 山勢가 너무나 부드러워 앵글에 담는다. 과연 좋은 사진이 나왔다.
15시 10분 이정표..
유평리 2.6km 대원사 4.1km 지점이다. 이번 산행은 처음부터 대원사로 하산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나는 중산리로 하산하려고 했음)
그런데 뜻밖에도 아내가 대원사로 가기를 원했다. 그 말을 듣고 가만 생각해보니 못갈 것도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가고 있는 중인데..
아내는 다리가 아파 또 약 한 포를 먹는다.
아!...참말로 알고는 못 올 길이다..
15시 45분 고로쇠나무와 연결관이 보이고..
잠시 후..15시 55분..
철망으로 된 문을 빠져 나오니 유평리 마을에 도착한다. 먼저 내려오신 산님들이 몇 명 보이고 아내는 어디론가 가는데, 가만 보니 고로쇠 수액 탱크 쪽으로 걸어간다. (직접 수액을 받는 곳이므로 믿을 수 있어 사려고 간 것이라 한다.) 고로쇠 수액을 받는 물탱크엔 주인인 듯한 남자 두 명이 보인다. 그리곤 고로쇠 수액 한 컵을 마시라며 권한다. 옛날에 한번인가 마셔보았을 때는 약간 시큼한 맛이 있었는데 이곳의 고로쇠 수액은 전혀 그렇지 않다.
판매는 이곳에서 직접 하지는 않고 대원사 쪽으로 내려가면 상점에서 판다고 일러준다.
다시 대원사를 향하여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내려오는데 아까 먼저 내려오신 산님들이 트럭 짐 싣는 칸에 무슨 부상자처럼 몸을 엎드리며 타고 내려온다. 그분들은 어디에서부터 하산을 하셨는지 몰라도 진정한 종주를 하려면 끝까지 대원사 까지 걸어가야 할 것인데..
16시 35분 대원사 大源寺..
유평리 마을에서 30분 거리다. 가만 그리고 보니 이곳도 최종 결승점이 아니었다. 최종 결승점은 유평 매표소 였다. 기왕에 여기까지 걸었으니 끝까지 걸어가기로 작심한다. 방장산 대원사라는 현판문을 들어서면 아름다운 대원사 경내가 펼쳐진다. 피곤함을 무릅쓰고 발품을 하니 이런 좋은 구경도 하는 것 같다.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가니 발바닥이 아파온다. 산길을 걸었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대원사 일주문을 지나고.. 대원교를 건너.. 걷고 또 걷는다..
17시 05분..
드디어 결승점에 도착했다.
매표소 앞에서 아내와 함께 환호성을 지르니 매표소 직원이 묻는다.
“종주 하셨습니까?”
“네”
“성삼재에서 이곳까지 걸어 왔습니다.”
“그러면 정확한 종주 입니다.”
아!!
25시간 동안 ..
도상거리 41.4km
실제거리 50~60km
만보계 84,900步
55年生 양과
58年生 개는
둘이 힘을 합쳐 전라도 구례군 성삼재에서 경상도 산청군 유평매표소까지
진정한 지리종주를 해 내었다.
우리가 그토록 지리종주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지리종주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
.
.
.
.
.
.2004.02.29-03.01 지리종주를 마치며..
그동안 허접한 산행기를 장시간에 걸쳐 읽어주신 네티즌 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도 다른 분들의 지리종주기를 보며 지리종주의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산행기가 아직까지 지리종주를 못하신 네티즌님들께 다소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더군요.^^*
오~~~~오~~~~~~
하늘아래 땅 있고 그 위에 내가 있으니
어디인들 이내 몸 둘곳이야 없으리.
하루해가 저문다고 울터이냐 그리도 내가 작더냐
별이 지는 저 산넘어 내 그리 쉬어 가리라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 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실어 떠나가련다.
해가지고 달이 뜨고 그안에 내가 숨쉬니
어디인들 이내 몸 갈곳이야 없으리
작은 것을 사랑하며 살터이다 친구를 사랑하리라
말이없는 저 들녘에 내 님을 그려보련다.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 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실어 떠나가련다.
바람아 불어아 이내 몸을 날려 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실어 떠나가련다.
오~~~~~~~~~~
참고..산청개인 택시 055-972-6363, 055-972-9317, 011-882-9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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