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의회 통영 여행
(2020.619~202.6.21)
Day3
연화도 트레킹
아직 어둠에 싸여 있는 출렁다리 마을
어젯밤, 자궁이 좀 질기다는 이유 아닌 이유를 대며 (주님파들은 자궁이 약하다는) 나 홀로 옥탑방에서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전기장판까지 있어 따끈따끈) 그러던 중 소피가 마려웠는지 잠에서 깨어나 시간을 보니 4시 30분.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 일출시간을 검색해 보니 5시 18분. 오호라! '무친 김에 제사지내고 덮친 김에 보쌈한다'고 일출을 보기로 작심하고 일행을 깨웠으나 아무도 응하지 않습니다.
그 바지런한 김교수님마저 피곤하시다며 돌아눕네요. 그러니 매일 동해 일출을 보신다는 강원도 분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결국 나 홀로 출렁다리 전망대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안경을 안 쓰고 왔네요. 다시 올라가기 귀찮고 곤히 주무시는 분들께 민폐가 될까 염려되어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한 채 까막눈으로 그냥 올랐습니다.
출렁다리에서 서서 바다를 바라보니 지난번 울릉도 여행시 보았던 불 밝힌 고깃배들이 수평선을 환하게 수놓고 있습니다. 울릉도 배가 오징어잡이 배라면 저 배들은 바닷장어 잡이 배겠죠. 보는 풍경은 장관이나 저들에겐 치열한 삶의 현장이겠죠.
밤새 잘 있었는가? 대단한 양기를 뿜어내고 있는 부처바위 아래 아들바위는 정말 탐이 납니다.
세찬 바람이 불어와 몸이 '흔들' 합니다. 홀로의 행동은 언제나 조심조심
산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극단적인 비판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 출렁다리만큼은 정말 신의 한수 같습니다. 덕분에 출렁다리 마을도 살고요.
방심하다가 딱 걸린 흑염소 가족입니다. 니들 설마 이 시간에 사람 나타날 줄 몰랐지 ㅋㅋ 저 아이들은 임자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답니다. 누군가가 키웠던 염소인데 이젠 야생이죠.
전망대에 도착하니 어제 전망대에서 전을 펼쳤던 젊은이도 스마트폰으로 일출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전망대 텐트를 쳐서 날려가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지만 건재한 모습에 반가운 인사를 건넵니다.
정망대에서 일출을 보기에는 시각이 좁아 요리 조리로 자리를 옮겼지만 별 수 없습니다.
배꼼 얼굴을 내미는 통영 연화도 일출입니다. 가지고 온 카메라는 망원이 안 되 스마트폰으로 당겼습니다.
매일 뜨는 해지만 섬에서 보는 일출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한참을 멍 때리며 바다를 바라봅니다.
태양빛이 강하면 어느 누구도 감히 태양을 바라볼 수 없죠. 태양에게 맞장 뜨지 마라! 이건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되돌아가는 길에 보니 어제 만났던 텐트족들이 아침밥을 짓고 있더군요. 이미 한번 면을 튼 사이라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갈림길입니다. 어제는 좌측 계단을 올라갔지만 오늘은 로른쪽 오솔길로 향합니다.
슬며시 숨어 들어온 아침 햇살이 비치는 오솔길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왼쪽으로 꺾이면서부터 급경사 길이 나타나더니 급경사 길의 끝은 몽돌이 깔린 바닷가로 연결됩니다.
몽돌해변에서 쓰레기를 태우고 있는 동네 주민
동네주민에게 물으니 2년전 태풍이 불어 닥치는 바람에 길이 많이 훼손되었고 태풍이 불면 마을까지 파도가 덮친다고 합니다. (해서 방파제 설치를 했다고 하심)
팬션으로 돌아오니 이층 창가에 선 세 분께서 반갑게 맞이하십니다. 이층 창가에서 보니 건너편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출렁다리가 포토포인터 같아 사진 욕심에 얼른 건너가 한 컷 담았습니다만 별 풍경은 안 나오네요.
팬션 여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부처바위 덕에 본인의 집이 명당자리 라고 하시는데 내가 볼 땐 부처바위도 해당되지만 출렁다리 덕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아침은 조촐하게 라면입니다. 라면은 면발을 꼬들꼬들하게 끓여야 제맛이죠. 누구 솜씨인지 몰라도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하지만 라면에 김치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겠습니까! 김치는 보급계 김회장님의 능수능란한 사교술 덕분에 그릇이 넘치도록 듬북 얻었습니다. 식 후 설겆이는 제가 했습니다. 저도 뭔가 해야죠.
팬션을 떠나기 전 여사장님께 소주 3병과 간식을 드리니 김회장님이 건네는 렌터카 비용도 마다하십니다. 무뚝뚝한 남자 사장님도 그 모습을 드러내셨는데 의외로 젊습니다. (50대 중반 정도) 막상 보니 사람 좋게 생겼습니다. ^^ 아침을 간단하게 처리했기에 7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팬션을 떠납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부둣가 연화도리조트 대신 이곳 팬션을 잡은 것은 신의 한 수 였습니다. 이렇게 해야 정확하게 연화도 종주를 할 수 있거든요.
오아시스 카페에는 금줄이 쳐져 있는데 아마도 영업을 하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성큼 금줄을 넘고 들어가 조망을 해찰합니다. 우측 바다너머로 보이는 높은 섬이 비진도입니다. 그럼 가운데 지평선처럼 보이는 것은 한산도겠죠.
오아시스 카페 전망대에서 위 사진 속 북쪽바다를 바라보는 세 분
가야할 연화봉이 어서오라며 손짓합니다. 섬 산의 높이는 낮으나 고도 제로에서 시작하느니만큼 깔보다가는 혼쭐나죠.
위 사진 속 보덕암을 당겼습니다. 오늘 저길 갔어야 했는데 그만..
아쉬운 마음에 2006년 아내와 함께 연화도 산행시 담았던 창고 사진 한 장 올립니다.
수평선 너머로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통영 마륵산입니다. 연화에서 미륵을 바라보니 온 세상이 불국(佛國) 같아 보입니다.
특별한 사람들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국도입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저 섬에도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다음 목적지 우도가 눈에 들어옵니다. 연육교 덕분에 이젠 쉽게 오갈 수 있습니다. 미답지는 언제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죠, 제가 연화도~우도 트레킹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죠.
5층 석탑이 아닌 '성지사리탑'이라 적혀 있네요.
연화도 수국은 보통 6월 중순이면 만개한다고 합니다.
이 지점에서 두 사람씩 찢어집니다. 두 분은 숲속 계단길로 심의원님과 저는 바다가 보이는 포장길을 택합니다.
포장길은 탁 트인 바다 조망이 일품이죠.오래 전 이곳에서 뻐꾸기가 뻐꾹~뻐꾹~하며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포장길 끝지점으로 올라오니 석불이 보이고 바로 연화봉 입니다. 부처님만 만나면 예를 올리는 심의원님의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심의원님! 미래사 부처님, 연화봉 부처님, 두 부처님께 정성을 다하여 예를 올렸으니 올 농사는 대풍일 겁니다. ^^
연화봉에서 바라보는 용머리는 용의 머리인가? 용의 꼬리인가? 용의 이빨인가?
반바지에서 긴바지로 갈아입은 김회장님, 그 바람에 조금 지체한 듯
소니 디카 유저에게 부탁해서 찍은 단체사진
연화봉 지나 숲길
후박나무 아래에서 우리에게 들려준 김회장님의 재미난 이야기는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죠. ^^
하산하면서 후회 좀 했습니다. 연화봉에서 보덕암을 거쳐 연화사로 내려올 걸 하고 말입니다.
우리가 내려온 코스는 볼것도 별로 없고 무릎에 부담만 주는 코스였죠. 선장 잘못 만나 선원들 생고생합니다. 하지만 이곳에 오니 우도와 연화도를 잇는 도보다리 풍경이 한 폭의 그림입니다. ^^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우도 풍경
파노라마 사진
연화도 일주트레킹을 끝마치고 여객선 터미널에서 식혜도 마시며 제법 오랜 시간 (25분 정도) 쉬었다가 우도로 향합니다.
가파른 테크목 나무계단을 힘겹게 오른 후 지나온 연화봉 능선을 바라보는 여유도 가집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봄날이었습니다.
그저 즐겁기만 했죠.
나중에 올 때 이곳에서 파는 우뭇가사리 콩국 (5,000원) 꼭 먹고 가자는 등등
근데 이 도보다리를 조금 건너는데 갑자기
"어~~내 휴대폰이 없네?" (김회장님)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김교수님이 여객선 터미널로 달려갔지만 휴대폰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질 않습니다. 이후 휴대폰을 되찾기까지에는 많은 수고가 있었지만 여기서 미주알고주알 다 말할 수 없습니다. 되찾았다는 것이 중요하죠.
휴대폰을 되찾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이는 김교수님이십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찾으려고 노력하는 그 끈기와 지혜 덕에 2시간 만에 잃어버린 휴대폰을 회수하게 되는 쾌거를 올리게 됩니다.
용궁에서 살아나온 토끼가 이런 표정일까요? 낙심에 빠져 어두웠던 안색이 일순 환해지면서 비로소 미소를 되찾았습니다. 하마터면 이번 여행이 도로아미타불이 될뻔 했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 대신 이젠 우도 트레킹은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도 다들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게 바로 동지애가 아니겠습니까!
놀랍게도 김회장님의 휴대폰은 어느 분이 주차해 놓은 차의 땅바닥에 내팽겨져 있었습니다. 순전히 우리들의 추측이지만 2시간 동안 내사를 벌이고 있는 우리의 수사망이 좁혀져 오자 위기감을 느낀 범인이 차 땅바닥에 던진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삼덕항 여객선이 들어오고 연화도~우도 트레킹은 다음을 기약합니다.
비록 우도 트레킹과 우뭇가사리 콩국은 못 먹었지만 안 봐도 좋고, 안 먹어도 배부른 표정이 역력합니다.
2박 3일 동안 고생들 참 많이 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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