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기

지리산(智異山)▲ 엎어진골/향적사터

통영사람 이수영 2014. 6. 8. 09:08

 -지리산 엎어진골 산행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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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6

[지리]

 

중산리~엎어진골~장터목~향적사터~중산리

 

구름 많고 안개구름이 늠실거려 시계는 그리 좋지 않은 날

 

 

3일 전인 6월 3일, 대구의 원호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백수가 된 요즘 나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산친구니만큼 결론은 산이야기로 이어졌다.

함께 지리산행을 하기로 의기투합, 일전에 이야기가 나왔던 '엎어진골'로 가기로 했다. 산행공지란에 지리마하대장경트랙으로 만든 '엎어진골'과 법천폭포좌골 지도를 두 개 띄워
고심하다가 조금은 쉬워 보이는 '엎어진골'로 최종 확정했다.

조금은 싱거운 것 같아 향적사터를 
양념으로 추가했고 실로 오랜만에 솔바우님께도 전화를 드려 오랜만에 셋이서 지리산으로 가게 되었다.

 

 

 

04:25 통영 출발

05:04 단성 IC

05:44~06:10 (중산리식당에서 조식)

06:15분~15:45 산행 (알탕 20분 포함)

15:20~16:40 (중산리식당에서 중식겸 석식)

17:16 단성 IC

18:00 통영 도착

산행지도

 

산행궤적

 

4시 05분. 알람이 울리고 4시 25분. 통영을 출발, 5시 4분. 단성IC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계시던 원호님과 솔바우님을 픽업하여 5시 40분. 중산리 주차장에 도착, 중산리식당에서 시래깃국으로 아침을 먹고 산행을 시작하니 6시 15분. 이른 시각이었지만 이미 많은 산객들이 산행을 시작하고 있었고 천왕봉은 구름모자를 덮어쓴 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6시 43분. 칼바위다. 주차장에서 27분 걸렸다. 이곳까지 오면서 계속 칼바위계곡의 알탕 포인터 지점을 눈으로 확인하며 올라왔다. 하지만 결론은 내가 생각했던 지점이 아닌 곳에서 알탕을 하게 되었다.

 

6시 48분. 장터목-법계사 갈림 삼거리, 착한 산님들은 우측이고 우리 같이 나쁜 산객은 좌측으로.. ^^

 

이 출렁다리 아래로 내려가 골치기를 하여 올라가면

개선문과 천왕샘 사이 주능선으로 올라서게 되는 '깊은골'이다. 2008년 9월 15일 오늘처럼 셋이서 올랐던 골짜기로 매우 긴 골짜기이다.

 

뒤쳐진 솔바우님을 기다리면서..

왼손 검지를 다쳐 2달동안 산행을 못했던 솔바우님은 초반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나중에 몸이 풀리면서 엎어진골에서는 선등에 서시기도 했다. 이곳에 오니 계곡물소리가 굉음을 토하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솔바우님이 나타나자 다시 걷기 시작하는 원호님.

엎어진골 들머리는 구조목 04-04지점을 지나자 곧 나타났다. 들머리로 들어가던 원호님께서 눈 깜박할 사이에 그만 미끄러운 바위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스틱 하나를 부러뜨렸다. ㅠㅠ 그래도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왼쪽에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는 곳이 엎어진골 초입이다.

 

08시 00분. 엎어진골 초입에서

 

바위들이 젖어있고 참기름을 칠한 것처럼 미끄러웠다.

 

보통 때는 물이 안으로 흐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 날은 물이 넘쳐흘렀다.

 

푸른 이끼의 돌, 맑은 계곡물, 푸르름의 나무

점점 순결한 자연의 품속으로 빠져 드는 일행 

 

소폭

이곳 엎어진골에서 가장 폭포다운 폭포같았다.

골짜기가 작아서 그런지 큰 폭포는 없었고 산님들의

내방 역시 그리 많지 않은 듯 초반에는 리본도 없었다.

 

가까이서 본 소폭

 

들리나요? ..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물 소리가!

 

고성마루금 산악회 리본이 걸려 있는 곳

이 지점에서 계곡이 두 갈래로 갈리는데

애당초 생각했던 우측 계곡으로 향했다.

 

두 줄기로 떨어져 내리는 소폭

 

사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실폭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여러 갈래로 떨어지는 소폭

 

이어지는 소폭과 통바위로 이루어진 바위구간

 

산객을 위압하는 원시등로에서

 

우측으로 우회

 

붉은색 리본은 거제뽓대님의 리본이었다.

 

현재 엎어진골에 가장 많이 피어 있는 '물참대'

이 물참대가 피어있는 바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 지점의 고도가 1,337m로 기억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이 지점에서 계곡을 버리고 좌측 능선으로 붙었는데 오산이었다. 결국 산죽미인과 키스(?)만 실컷 하고 다시 빽하여 계곡을 이어갔다. 이렇게 알바를 한 것은 이 구간은 준비된 트랙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계곡을 이어가는 두 분

결론적으로 말하면 끝까지 계곡을 이어가되 거의 막바지에 달하면 계곡이 어지럽게 흩어지는데 이때는 좌측 계곡 쪽으로 붙어야 한다. 좌측 계곡을 붙어 오르면 잠시 후 갱물님의 파란색 리본과 임우식님의 '사랑합니다' 리본을 만날 수 있다.

 

반가운 리본 '사랑합니다'

험한 왼골에서 이 리본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사랑합니다.' 라는 말이 나왔던..

그날도 오늘과 같은 현충일이었다. 2007년 6월 6일.

나의 184번째 산행기 목통골/왼골 편에 그날의 기록이 있다.

 

이 지점은 고성마루금 산악회 리본(마지막 리본)을 지나 지능선에 붙기 전 지점인데 이곳에서 엄청난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줄 꿈엔들 알았으리! 맨 꼴찌로 올라가는데 갑자기 사람 몸뚱이 정도의 큰 바위가 땅이 울리는 굉음을 내며 굴러 떨어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원호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바위" 하고.. 황급히 몸을 피했는데 바위는 떼굴떼굴 굴러 저 아래 멈추어 섰다. 휴~~ 모두들 십년감수를 했다. 상황인즉 원호님이 바위 쪽으로 오르려고 나뭇가지를 잡는 순간 바위가 굴렀다는 것.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후 진행은 바위 쪽을 버리고 좌측 키 낮은 산죽지대로 올랐는데 그리 힘들이지 않고 잠시 후 지능선으로 올라섰다. 만약 이곳에서 사고를 당했더라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10시 18분에 일어난 상황

 

10시 25분. 올라선 지능선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10시 47분. 드디어 일출봉 능선으로 붙었다. 우측 솔바우님께서 올라오시는 모습이 보인다. 이 지점은 2년 전인 2012년 7월 8일 아내와 함께 청래골에서 올라와 도장골로 내려갔던 날 둘이 앉아서 충무김밥을 먹던 장소다. 2012년 7월 8일 무더운 여름이었던 그날로 들어 가보자.

 

큰 암봉을 우회하여 1시간쯤 오름길을 치고 올라오니 우측으로 하산루트가 보이는 갈림길로 올라섭니다.

동아지도 GPS로 추정하니 우측으로 내려가면 유암폭포 쪽으로 떨어질 것 같습니다. (정확한 것은 내려가 봐야 알겠지만.) 이곳에서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데 (11:10~11:40) -- 이제는 쌀쌀하여 추위까지 느끼며 김밥을 먹고 있음. 웬 부부 산님이 올라옵니다. (오늘 처음 만나는 부부산님이라 반갑게 서로 인사를 건넵니다.)

 

잠시 평상적인 대화가 오간 후 남편 되시는 분이 대뜸 '닉명이 어찌 됩니까?" 하며 묻습니다. 이런 코스를 부부 두 사람이 탈 정도면 보통 산꾼이 아니라고 짐작하신 모양입니다. (그이들도 마찬가지지만) 딱히 닉명이 없어 일전에 지리99에서 잠깐 '산부엉이'라는 닉명을 쓴 적이 있었다고 말씀드리니 들은 적이 없는지 (당연지사)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 ^^;

 

오히려 아내가 닉명이 어찌 되십니까? 하며 되물으니 (안 물으면 실례가 될 것 같아) 광양에서 오신 '조랑박' 님이라고 합니다. (조랑말과 비슷함) -- 누구 아시는 분 계시는지?? 그들은 청래골로 올라 일출봉 찍고 다시 곡점능선으로 하산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밥 한 점 자시고 가시라고 했지만 사양하시며 그들 먼저 떠납니다.

 

그날 궁금증을 자아냈던 하산루트가 바로 '엎어진골'이었던 것이다.

 

10시 57분. 2년 전 그날은 14분 걸렸지만 10분 만에 도착한 바위 쉼터 (그날은 기도터로 생각했다.) 그날의 기록에는 고도 1,625m 라 적혀있음. 이제 길은 그야말로 비단길이 이어지고

 

6분 후 사방이 툭 터지는 멋진 바위 전망대로 올라섰다.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일출봉

 

석문으로 길이 이어지고

 

석문 통과 후

 

일출봉 암릉지대에 피어있는 산철쭉, "2주 만 일찍 왔다면 좋았을 걸" 하며 솔바우님께서 말씀하심.

 

안개구름으로 덮였다 나타났다가를 반복하는 일출봉

 

잠시 모습을 보여준 순간을 포착했다.

 

아래로 전개되는 연하봉골은

2009년 10월 4일, 오늘 두 분과 쉬블링님

넷이서 도장골을 지나 연하봉으로 올랐던 골짜기이다.

 

일출봉에서.. (일부러 두 분을 불러 세웠다)

 

일출봉에서 바라본 연하봉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세석산장의 영신봉인가?

 

수 많은 기암 괴석들로 이루어진 봉우리

 

지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를 꼽자면 아마도 이곳이 아닐까?

 

뒤돌아본 지나온 일출봉

 

연하선경을 옆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

 

삼신봉~촛대봉~멀리 영신봉~그리고 연하봉 파노라마

 

'쥐오줌풀' & '줄각시하늘소' 의 연애 장면

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느라 시간을 좀 지체했는데

그 바람에 우연을 가장한 아름다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11시 36분. 금줄을 넘어와 바라본 일출봉

 

11시 38분. 우연을 가장한 아름다운 만남

원호님의 지인이자 본 카페 회원이기도 하신 山水님을 만나다. 어젯밤 12시에 화엄사를 출발하여 대원사까지 화대종주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언제 와도 우글거리는 인파로 장터를 방불케 하는 장터목

이곳에서 이온음료 캔을 사서 우리 일행에게 건네주시는 고마운 山水님. 덕분에 향적사터 찾아가는데 소모되는 칼로리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  

 

장터목에서 바라본 지나온 일출봉

 

장터목에서 바라본 반야봉과 서북능선

 

장터목에서 바라본 중산리

 

장터목 파노라마

심심풀이 땅콩으로 한 바퀴 돌렸는데 의외로 멋진 사진이 나왔다.

 

12시 03분. 향적사터 들머리는 다름이 아닌 산희샘이었다. 다른 곳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으나 들어 갈 곳이 없었다.

 

12시 32분. 우여곡절 끝에 본 노란리본

산희샘을 지나 이어졌던 등로는 어느새 핫바지 방구 새듯 사라졌고 오로지 선답자님의 트랙(지리마하대장경에서 퍼온)에 의지하여 만난 노란리본이다. 이 리본을 만났다면 이후는 그런대로 찾아갈 수 있는데

 

이후 길을 이어가다가 가파른 길을 내려가니 커다란 암벽 아래 향적사터가 나타났다. 이 루트는 산님들의 내방이 거의 없어 보였다. 하지만 향적사터 이후 루트는 길이 좋았다.

 

12시 38분. 커다란 암벽 아래의 향적사터

'붉은병꽃나무'와 습지에 잘 자라는 '꽃황새냉이'가 피어있었고 마치 습지처럼 물이 많았으며. 이곳은 트랙 없이는 찾기 매우 어려운 곳이었다. 오죽했으면 중도에 포기할까 하는 나약한 마음을 품기까지 했다. 이곳에서는 조망이 터졌는데 안개구름 바람에 오리무중이었다.

 

한 번 더 두 분을 불러 세웠다.

힘들게 찾아 왔는데 인증 샷은 해야지요.

 

향적사터 지나 내림길

등로가 매우 부드럽고 비단길이었다.

 

곧이어 너른 공터도 보였다.

 

그리고 곧이어 나타난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향적사터 암벽

 

멋진 바위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조망

 

문창대와 천왕동릉 그리고 황금능선이 보였다.

바위전망대 옆에는 안성맞춤의 비박터가 있었다.

 

바위전망대 지나 내림길

길은 무척 양호하나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오룩스맵 트랙 덕분에 짧은 알바를 한 후 다시 정 등로로 이어갈 수 있었다. 길이 희미하면 정등로가 아니니 유의하기 바라고 마지막에는 우측으로 길이 이어졌다.

 

지정등산로 붙기 직전

위에서 착한 산님들이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13시 24분. 빠져나온 후 뒤돌아본 풍경

 

빠져나온 곳에서 불과 10m 아래에 있는 구조목 04-08지점

 

13시 38분. 나무다리에서 본 원시계곡

준족이신 원호님은 먼저 달리고 솔바우님과 둘이서 내려왔다.

 

14시 00분. 굉음 토하며 세찬 물줄기를 내리쏟고 있는 유암폭포

 

14시 13분. 아침에 원호님께서 미끄러졌던 엎어진골 들머리, 아침과 달리 오후에는 바위가 말라 있었다.

 

15시 40분. 통천길

 

칼바위를 지난 알탕장소에서

이미 알탕을 마친 원호님께서 까슬까슬한 상태로 기다리고 계셨다. 계곡물이 무척 차 발이 시릴 정도였으나 알탕을 하고 나니 날아갈듯 가벼웠다.

알탕을 마치고 중산리 식당에서 뒤풀이를 하는데

"오랜 만에 산행다운 산행을 했다." 며

솔바우님께서 말씀하신다.

 

 

이 자리를 빌려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저 혼자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험코스를

두 분 덕택에 무난히 다녀 올 수 있었습니다.

 



 

흐르는 음악은~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