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
2016.10.23 (日)
[경남 산청]
내리저수지~십자봉~웅석봉~왕재~기산능선~59번국도
흐리고 구름 많음
참고 산행기 근교산&그너머 <803>산청 웅석봉 - 국제신문 (click here!)
"당신 내일 산이나 가지요?" 하는 아내, 알고 봤더니 여인들 곗돈이 남아 그 핑계로 내일 또 한 판 붙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제신문에서 소개한 (2012년) 웅석봉 단풍산행 길에 나섭니다. 아침을 먹은 후 저번처럼 충무김밥으로 점심 도시락을 싸고 산청으로 향하는데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집니다. 시집가는 날에 등창 나고 장가가는 날에 옴 옮는다더니 하필이면 우중충한 날 단풍산행에 나서게 되니 왠지 을씨년스럽기 까지 합니다. ^^; |
산행시간 6시간 57분
국제신문 산행지도
국제신문 지도 대로 산행하려고 하였으나 기산능선(산길유의)에서 길을 잃는 바람에 좌측 신세계 콘도니엄 방향 국도로 탈출함
今日산행궤적
웅석봉 주차장에서 바라본 구름에 덮인 웅석봉과 곰골
13년 6개월 전 (2003년 4월 13일) 아내와 둘이서 왔던 곳인데 그날의 기억은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생경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뒤돌아본 지곡사
심적사 갈림길 지나서 뒤돌아본 올라온 길
바리케이트 좌측으로는 계곡이 흐르고
왕재 갈림길
13년 전은 아내와 둘이서 오른쪽으로 올라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홀로 아스콘 도로를 따라 직진합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선녀탕
아늑함이 전해져 오는 웅석봉 임도로 향합니다.
임도에 피어있는 쑥부쟁이
산부추와 실베짱이
차단기가 보이는 이정표 오거리
조망이 터지는 개활지로 오른쪽으로 산길 초입이 열리는 곡각 지점입니다. 다행히도 이제 비는 내리지 않습니다.
산길 초입
오르막길에서 바라본 산청읍 묵곡리 전답
정수산과 둔철산 그리고 경호강
개활지를 지나니 노랗게 물든 단풍 숲이 나타납니다.
11시 54분. 일찍 하산하는 젊은 산님 두 사람
12시 15분. 암릉지대인데 오른쪽 곰골에서 구름안개가 올라옵니다.
암릉지대에서 바라본 단풍으로 물든 십자봉능선
십자봉능선 너머로 보이는 둔철산
뒤돌아본 암릉지대
암릉지대 지나 십자봉 사면길의 단풍
곰골에서 올라온 구름안개 때문인지 더 아름다운 단풍빛깔입니다.
12시 30분. 개스가 자욱한 십자봉 삼거리
웅석봉 오름길 능선의 와송
13시 05분, 아무도 없는 오리무중의 웅석봉에 오릅니다.
스마트폰으로 인증사진을 찍은 후 삼각점을 의자 삼아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먹은 곳입니다. (13시 05분~13시 30분)
웅석봉 하산길의 단풍
내려다본 곰골의 단풍
14시 17분. 왕재에 도착합니다.
13년 전과 11년 전에 두 번 올랐던 곳이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특히 11년 전에는 밤머리재에서 손쉽게 올랐기 때문에 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왕재에서 잠시 고민에 빠집니다. 그냥 편하게 선녀탕으로 내려갈까? 하고 말입니다.
왕재에서 바라본 선녀탕 하산길
왕재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길
잠시 갈등을 했지만 능선길로 이어갑니다. 능선길의 단풍입니다.
능선길에서 바라본 도토리봉과 밤머리재
14시 43분. 881.6봉 우회길에선 왼쪽 사면길로 향합니다.
881.6봉 우회길의 단풍
861.1봉 오름길 전망대에서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
단풍 옷을 입은 881.6봉의 동릉
내려다본 들머리 내리저수지
15시 07분. 861.1봉 우회 사면길
15시 17분. 헬기장 오름길에서 부부산님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이 시각에 웅석봉으로 가는 것을 보면 밤머리재에서 오른 듯
15시 20분. 헬기장에서 바라본 산청읍 시가지
헬기장에서 바라본 가야할 기산능선
15시 22분. 기산능선 갈림길
[밤머리재-1km 대장-4km] 라는 이정표가 보이는 곳입니다. 4km 면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이 섭니다. 그런데 초입이 조금 이상합니다. 나무로 가려 있어 안으로 들어가니 그제야 산길이 나타나는데요 지금까지의 길과 다른 거친 길이 이어집니다. 국제신문에서 다녀간지 어언 4년이 흘러서인지 어느새 산길이 묵은 모양입니다.
점점 투박한 산길은 어느지점에 이르자 갑자기 길이 사라집니다. 이때부터 알바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오룩스맵이 있기에 자신만만했죠. 오룩스맵을 보니 궤적이 왼쪽으로 벗어나 있어 오른쪽으로 이동했는데요. 이상하게도 오른쪽으로 붙지 않더군요.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따라 내려온 지계곡풍경
내려가면 갈수록 길은 험해지고 다시 올라가려고 해도 잡목 때문에 올라가다가는 탈진할 것 같아 좌표를 우측으로 잡고 내려갔습니다. 설상가상 잡목은 아침에 내린 비로 물기를 머금고 있어 옷을 적시고 길 역시 미끄러워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덜컥 겁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사진이고 뭐고 탈출이 우선입니다. 우선 물 한 모금 마시고 카메라 가방을 단단히 잠그고 길을 찾아 외로운 사투를 벌립니다. 이 와중에도 나 혼자라는 사실이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는 등로는 포기하고 오른쪽으로 인가가 보이는 쪽으로 탈출합니다. 저는 당시 오른쪽 방향이 산청읍내 방향인줄 알았는데 내려오고 보니 밤머리재 방향이었습니다. 얼마나 헛돌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속말에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멀리 인가는 보이지만 가기까지는 결코 만만치 않는 상황이 전개 됩니다. 앞을 가로막는 잡목과 바위 수많은 장애물들이 나를 괴롭혔습니다. 커다란 너덜지대도 지나고 우여곡절 끝에 계곡을 발견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끝이 보입니다.
계곡 끝으로 보이는 도로, 살았다는 안도가..
빠져 나온 곳
15시 22분. 기산능선 갈림길에서 이곳까지 1시간 26분 걸렸으니 어찌 생각하면 오히려 일찍 하산한 셈입니다. (1시간 동안 알바) 빠져나온 곳을 보면 콘크리트 옹벽위에서 내려왔는데 제법 높아 무릎이 좋지 않은 나로서는 부담스러운 높이였습니다. 해서 먼저 스틱을 땅에 떨어뜨린 후 지니고 있는 로프를 걸어 내려왔습니다.
내려오자 곧 차 한 대가 지나갔고 잠시 행장을 추스리는데 차 두 대가 연이어 내려오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에 손을 살짝 들었는데 앞차(카니발)는 그냥 지나갔고 뒤차 (소나타Ⅲ)가 서더니 타라고 합니다. ^^ 차에 타고나서 보니 내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빨치산이 따로 없는데 이런 사람을 태워주신 산청사람 강우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산청읍까지만 태워줘도 감지덕지인데 강우생님은 친절하게도 들머리까지 태어주시는 것이 아닙니까!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나다니요!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강우생님!
.
<라이언 일병 구하기>
기분 좋게 들머리로 돌아와 통영으로 향하는데 어느덧 어둠이 내립니다. 30분만 더 헤맸다면 조난 상황에 직면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어쩌면 오늘은 참 재수 좋은 날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스틱이 보이지 않습니다. (차 트렁크에 넣은 모양) 마침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주차장에서 스틱 좀 꺼내와" 하고 전화를 끊고 샤워를 하는데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기를 아무리 찾아도 스틱이 안 보인다고 합니다. 그제야 스틱을 흘린 것을 눈치챕니다. (처음에는 강우생님 차에 놓고 온 줄로 알았음) 해서 114에 전화해서 산청읍 강우생이라는 분의 전화번호를 찾았으나 그런 분은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아! 이럴줄 알았으면 휴대폰 번호나 찍어둘걸 (실제로 통영오시면 대접하겠으니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으나 강우생님의 사양으로 못 찍음) 꼼짝없이 스틱을 잃어 버렸다고 생각할 쯤
갑자기 날머리 사진이 생각납니다. 해서 사진을 확대해서 보니 시상에! 우리 아가들(스틱)이 옹벽 아래에 누워 있지 뭡니까! (사진에서 보면 보임) 해서 저녁밥 먹고 나서 아내랑 둘이서 아가들 찾으러 산청까지 다시 갔습니다. 오룩스맵 덕분에 쉽게 날머리에 도착했고 아가들을 찾았습니다. 아니 구했습니다. 비록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산청을 두 번 왕복했지만 오히려 즐겁기만 한 하루였습니다. ^^
<終>
'지리산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뱀사골 단풍산행 (0) | 2022.10.30 |
---|---|
지리산 피아골 (0) | 2020.11.03 |
지리산(智異山)▲ 천왕봉 (0) | 2016.10.11 |
지리산(智異山)▲ 엎어진골/향적사터 (0) | 2014.06.08 |
지리산▲ 명선북능 중허리길 (0) | 2013.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