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황금능선(구곡능선)의 추억 .. (113번째 산행기)
ㅇ일시: 2005년 10월 16일
ㅇ날씨: 매우 맑은날씨
ㅇ산행자: 영원한 산친구 그리고 나
ㅇ산있는곳: 경남 산청군 삼장면(三壯面), 시천면(矢川面)
ㅇ산행코스: 덕천서원-도솔암-구곡산-국수봉(국사봉)-써리봉-중봉-천왕봉-로타리산장-중산리
ㅇ산행시간
ㅇ04:00-덕천서원에서 산행시작
ㅇ04:39-도솔암
ㅇ06:17~06:48-구곡산정상에서 일출을 맞이하다.
ㅇ08:07-천잠능
ㅇ08:30-A지점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지점.)
ㅇ09:22-B지점 (능선삼거리 북쪽으로 방향을 트는 지점.)
ㅇ09:27~09:40-전망바위 (사과하나 깎아먹으며 휴식)
ㅇ10:23-국수봉정상 (+字삼각점이 있었다.)
ㅇ10:41~10:47-바위전망대
ㅇ11:10-진주산님 한 분 만남
ㅇ11:24~11:56 (수도산~가야산~오도산)이 보이는 작은 바위에서 점심식사--산사랑방님과 통화
ㅇ12:03-헬기장
ㅇ12:30-헬기장지나 편평한 안부 (물가름 안부?)
ㅇ12:40-C지점 (두 갈래 산죽길-리본이 있는 좌측 산죽길로)
ㅇ13:40-'탐방로아님' 이정표 (치밭목1km 천왕봉3km)
ㅇ14:12-써리봉
ㅇ15:13-중봉
ㅇ15:48~16:00-천왕봉
ㅇ16:20~17:54-천왕샘 아래 (천왕봉700m지점)에서 119구조대 기다림.(1시간 34분 소모)
ㅇ18:38-로타리산장
ㅇ19:05-망바위
ㅇ19:46-칼바위
ㅇ20:23-중산리 매표소에서 산행마침
ㅇ산행시간 16시간 23분 (1시간 34분 빼야)
ㅇ산행거리 약 25.5km
ㅇ나의만보계 51,211步
ㅇ일정시간표
ㅇ02:33 통영출발
ㅇ03:27 단성IC
ㅇ04:00~20:23 산행
ㅇ20:25~20:47 중산리 매표소 앞 용궁산장식당 (저녁식사)
ㅇ20:54~21:10 택시타다. (15,000원) 덕천서원으로 돌아옴.
ㅇ22:30 통영도착
황금능선 ( 구곡산 - 국사봉 - 써리봉) |
ㅇ황금능선에 관하여..
지리산 황금능선은 써리봉(1,620m)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려 국수봉(1,037.5m)을 거쳐
구곡산(961m)까지 이어진 장장 20km가 넘는 길다란 능선이다.
해질 무렵 중산리에서 바라보면 능선이 황금색으로 빛난다 해서 황금능선으로 불리며
구곡산까지 이어졌다고 해서 구곡능선으로도 불린다.
이 코스를 찾는 탐방객이 드물어 산죽과 잡목이 빼곡한 지리산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으며, 특히 지리산의 간판격인 천왕봉(1,915m)을 정점으로 한 지리산의
드넓은 품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능선 곳곳에 있어서
그야말로 지리산 최고의 전망터라 할 수 있다.
장장 20km가 넘는 길다란 능선이라 했지만 실제 걸어보니 (나의 만보계 기준)
써리봉~구곡산까지는 약 13.5km정도 인것 같았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의 산행거리는 (덕천서원~구곡산)=3.6km, (구곡산~써리봉)=13.5km,
( 써리봉~천왕봉~중산리)=8.4km 도합 25.5km 정도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 있는 지도해설
A지점은 등로가 좌(西)로 꺽이는 곳이다.
B지점은 능선 삼거리인데 등로가 우(北)로로 꺽이는 곳이다.
B지점을 지나면 잠시 후 첫 번째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중산리 주차장이 다 보임.)
C지점은 헬기장을 지나 갈림길인데 리본이 달려있는 좌측으로 오르면 된다. (산죽등로가 끝나는 지점.)
이 지점을 통과하면 된비알이 시작되면서 써리봉쪽으로 치고 올라가게 된다.
천잠능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산죽과의 전투가 시작되고 그 전투는 C지점에서 끝을 맺는다.
국수재와 국수봉의 정확한 위치는?
국수봉의 위치는 의견이 분분하다. 왜냐하면 국수봉(이곳 사람들은 국사봉이라 부른다.)은
봉우리가 여러 개가 있으므로 어느 곳이 국수봉 정상인지 사실 매우 헷갈린다. (별 특색이 없음.)
그러나 부산의 산꾼 문종수선배님 산행기를 보면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를 국수봉 정상이라 하셨는데
내 생각에도 그곳이 정상일 것 같아 봉우리마다 살핀 결과 다행히도 삼각점이 있는 정상을 찾았다.
국수재는 첫 번째 전망바위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좌우로 길이 갈라지는 능선 사거리이고
국수봉은 이 국수재를 지난 후 제법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야 (고도차 별로 없음.) 만나는
별볼일 없는 평범한 봉우리였다. (+字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로 일부러 찾지 않으면 지나치기 싶상)
이 국수봉을 지나고 나면 다시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자연학습원이 내려다 보이는 곳)
새벽 2시에 일어나 2시 33분에 통영을 출발하여
이곳 덕천서원까지 오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시간 20분소요.)
부부끼리만 꼭두새벽인 4시에 컴컴한 산을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을씨년스러운 일인가!
아내는 도솔암까지 차를 타고 편하게 올라가자고 하지만.. (도솔암까지는 근2km)
어차피 도솔암에 일찍 도착해 차 안에서 시간을 죽이느니 차라리 여기서부터 걷기로 한다.
덕천서원의 좌측으로 뚫여있는 아스콘도로를 따라 오르니
하늘엔 별이 총총하고 날씨는 매우 쌀쌀하다.
"저기 보이는 것이 남십자성이가?"
"...." 물은 내가 잘못이지 ㅋㅋ ^^
동네를 들어서니 이 야심한 밤에 웬 밤손님? 하며
동네 워리들이 일제히 환영 인사를 한다.
잠시 후 '우농원'이 나오고 그곳에서 좌측 길로 따라 올라간다.
도솔암교를 지나 (4시 30분) 급경사 오름길을 올라가면 도솔암이다. (4시 39분)
불사를 하는지 주변엔 공사 자재가 어지럽게 널려있고 새벽 예불이 있을 법도 하건만
스님이 계시는지 안 계시는지 이곳은 정적만이 흐른다.
▷ 구곡산 오름길에서 바라본 천왕봉과 황금능선 <06:12> ▷ 구곡산 정상 <06:24>
구곡산으로 향하는 초입은 도솔암에서 다시 조금 내려와야 등로가 열린다.
깜깜한 야밤이라 이 초입을 찾는데도 한참 헤맴. (04시 49분)
잠시 후 계곡에 도착하여 계곡을 건너려고 하니
아내가 이정표가 보인다며 그대로 올라가자고 한다. (04시 53분)
산행을 마친 후 기사님께 들은 이야기론 계곡을 건너면 순탄한 우회의 길이고
우리가 오르는 길은 급경사 길이라 한다. (맞습니까?)
한참 올라가니 다시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좌측길은 나무를 가로로 눕혀 가지말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우측 길을 올라가니 본격적인 된비알이 시작된다. (05시 33분)
된비알을 비교적 여유롭게 치고 올라오니 능선 안부가 나온다. (05시 42분)
잠시 후 드디어 이마등을 끄고 올라오니 전방에 구곡산의 전위봉우리가 지척이다. (06시)
이젠 사위가 밝아지면서 천왕봉과 황금능선의 실루엣이 확연히 보이고
동쪽으론 점점 붉은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구곡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헐레벌떡 발걸음이 급해진다. 삼각점이 있는 전위봉을 지나 1분정도 걸어가니
어느덧 구곡산 (九谷山)정상이다. (06시 24분)
구곡산 정상에서 바라본 내대리 풍경이다.
사진의 우측하단에 내대터널이 보이고, 삼신봉에서 뻗어내려온
감미로운 능선너머로 광양 백운산~억불봉 라인이 보인다.
그리고 하늘은 온통 연한 분홍빛이다. 아! ....
고개를 돌려 천왕봉을 바라보니 천왕봉 정상에서 반짝! 반짝!
후레쉬가 터진다. 드뎌 일출이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이순간 천왕봉 정상에 있는 산님들은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삼대에 덕을 쌓아야 볼 수있다는 천왕봉 일출인데..(부럽다.)
비록 천왕봉 정상은 아니지만 우리도 감격스럽긴 마찬가지..
환희의 순간은 짧고 탄식은 길었다.
"....."
"....."
잠시 후..
"배 고픈데 밥이나 묵읍시다."
"응"
정상에서 아침겸 간식을 먹는다.
오늘 아침은 식빵에다가 잼을 발라 뜨거운
커피랑 같이 마시니 맛도 좋고 아주 간편하다.
잠시 후 구곡산 정상을 떠난다. (06시 48분)
구곡산 정상에서 다시 빽하여 아까 삼각점 봉으로 되돌아와 좌측 내림길을
내려간다. (고도 150m정도 하강한 후 다시 오름길이 이어진다.)
가운데 짙은색 라인이 치밭목능선이다.
이곳은 얼마 전 10월 14일 곰 6마리를 방사한 곳이다.
그래서 이곳은 관리공단에서 특히 출입을 엄격히 제한 한다. (유념하세요.)
천잠능 오름길 능선에서 드뎌 산죽길이 나타나고
우측으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약간 긴장한다. 멧돼진가?
잠시 후 2m가 넘는 산죽터널을 통과 하고
다시 등로를 걸어가는데 갑자기 좌측으로 꿩 두 마리가 푸드득 거리며 날아간다.
휴유이~ 놀래라..
잠시 후 천잠능 표시판이 나타난다. (08시 06분)
좌측으로 내려가면 천잠계곡으로 탈출할 수 있다.
천잠능을 지나 올라오니 드뎌 악명(?)높은 산죽길이 나타난다. (08시 14분)
이곳에 오면 누구나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고개숙인 남자는 들어봤지만
고개숙인 여자는 또 뭐꼬? ㅋㅋ
산죽길은 08시 30분까지 연결되는데 이지점에서
등로는 좌로 90도 꺾인다. (A지점.) 잠시 후 다시 산죽길이 이어지고..
아! 이길은 우리가 갈 길이 아니라 산죽하면 사죽을 못쓰시는
대구의 종주산꾼 산사랑방님께서 가셔야 될 길인데..ㅋㅋ
갑자기 칠선계곡팀이 생각나 전화를 거니 통화 불능지역이다. 흐미..
칠선계곡팀은 다름아닌 산사랑방님과 진맹익아우님이다. ^^
09시 22분. 능선 삼거리..
좌측 능선내림길은 중산리로 탈출할 수 있는 곳이다.
우측 오름길을 올라가니 잠시 후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09시 27분)
이곳에선 지나온 능선과 구곡산이 보이고 중산리 주차장이 다보인다.
사과 하나 깎아 아내랑 나누어 먹고 잠시 조망을 즐긴다.
09시 40분 전망바위를 떠난다.
09시 56분. 국수봉 오름길 산죽길..
도저히 머리를 제대로 들 수가 없어 머리를 땅으로 쳐박고 오르니
지금 우린 수영을 하고 있다는 별 미친 생각이 다 일어난다.
그것도 머리를 땅으로 쳐박고 하는 자유형 수영을..ㅋㅋ
갑자기 우리는 산죽의 바다를 함께 헤엄치고 있었다.
산죽이 얼굴을 할키고, 때리고, 먼지마저 풀석거렸지만
그런 생각을 하니 즐겁고 산죽바다가 포근하기 까지 했다. ^^
10시 23분. 국수봉..
첫 번째 전망바위에서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 어느 허름한 봉우리..
그대로 가면 우측 우회길 (좋은 길)인데 봉우리로 오르는 길이 보여
숲을 헤치고 올라가니 삼각점이 보인다. 찾았다! 국수봉 정상을..
(그런데 지도를 보면 국수봉이 B지점을 지난 전망바위 다음의 봉우리로
표기하는 곳이 많아 이곳이 과연 국수봉 정상인지는 확실치 않다.)
또한 지도를 보니 국수재는 국수봉을 지나서 있다고 하여
이제는 국수재를 찾아 내려가지만 국수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참고로..국수재는 첫 번째 전망바위를 지난 어느 지점 이었다.
안부 사거리라고 하는데 인식하기 힘들었고 모르고 스쳐 지나갔다.
만약 지도가 맞다면 국수봉 다음에 국수재가 맞고
삼각점 봉이 국수봉이라면 국수재 다음에 국수봉이 맞다. (어려운가요?) ㅋㅋ
10시 41분. 두 번째 전망바위..
다시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아까 처음 만났던 바위보다 더 규모가 큰것 같다.
이젠 천왕봉이 더욱 가깝게 보이고 마야계곡(중봉골)엔 단풍으로 물들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중산리 주차장은 멀리 떨어져 보이고
청소년 수련원이 가깝게 내려보인다. 또 법계사가 관측된다.
조망을 즐긴 후 전망바위를 떠난다. (10시 47분)
11시 10분..처음이자 마지막 산님 만나다. (황금능선 상)
두 번째 전망 바위를 떠난지 약 23분 후..
또 다른 바위가 보이고 그 바위 아래쪽에 웬 산님 한 분이 앉아 있다.
처음으로 보는 산님이라 서로 반가워 인사를 하는데
이분은 주로 지리의 옛길을 찾아 홀로 산행을 즐기신다고 한다.
아직도 국수재를 찾지 못한 우리는 이 분께 국수재에 대해 물어보니
국수재는 벌써 지나왔단다. 잉?
그분 말씀이.. 처음 만나는 전망바위를 지나 그 다음 봉우리를 지나면
다시 약간 높은능선이 나타나는데 좌우로 나눠지는 고개라 한다. 그리고 보니 아까 그런 곳을
본 것도 같고 안 본 것도 같고.. (국수재는 이처럼 아무런 징표가 없습니다.)
11시 24분~11시 56분 점심식사를 하면서..
진주산님과 헤어진 후 어느 전망 바위에서 점심을 먹으며 조망을 즐긴다.
이곳은 북~동쪽의 조망이 열렸는데 멀리는 수도산, 단지봉, 가야산, 비계산, 오도산이 보이고
황매산, 정수산, 웅석봉~달뜨기능선이 보인다. (진주산님과 다시 만나 식혜 한 잔 권하며 조망에 관한 의견나눔.)
또 이곳에서 칠선계곡팀에게 전화를 거니 이번엔 통화가 연결된다.
폰으로 산사랑방님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린다. (새벽 3시 반에 출발하여 지금 천왕봉 정상이라 함.)
천왕봉에서 초암능선으로 하산하여 추성리로 원점회귀 하신다고 한다. 흠..과연 고수님들..
하지만 월요일 진아우님께 들은 이바구로는 초암능선에서 길을 잃어
다시 칠선계곡으로 빠져 시껍쌌다고 한다. ㅋㅋ
진주산님께서 망원경으로 오도산의 안테나를 찾아내시며 말한다.
"오도산의 안테나가 보입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이 비계산이고 좌측 끝 높은 봉우리가 가야산이 맞겠군요."
(망원경으로 확인하시더니 내말을 믿는다.) ^^
점심을 먹고 조금 올라가니 헬기장이 나타나고 (12시 03분)
잠시 후 또 지긋지긋한 산죽이 나타난다. 점심을 먹어서 그런지
산죽 오름길을 올라가는데 발이 천근 만근이다.
한 30분 올라오니 물가름 안부가 나온다. (편평한 평지 같은곳) 12시 30분..
잠시 후 10분 후 두 갈래 길이 나오지만 우측길은 능선길이 아니므로 버리고
좌측 오름길을 올라오면 큰나무가 쓰러진 곳이 나온다. 산죽길 끝남. (12시 42분)
써리봉안부에 가까워지면서 점점 경사도 가팔라진다.
뿐만아니라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다. 낙엽 썩는 냄샌가?
로프지대를 지나 봉우리를 좌측으로 우회하기도 하고 우측으로 우회하기도 한다.
어째튼 능선을 향하여 올라오면 되니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처음 계획은 새재마을에서 치밭목산장을 거쳐 써리봉안부에서 내려오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황금능선 종주의미는 구곡산부터 치고 올라야 더 깊을 것 같았고 시종일관 천왕봉을 바라보며
산행하는 것이 더 감동적이지 않겠는가! 이 산행기에서 보시듯이 점점 아름다운 비경이 전개되고 있다.
상행이 하행보다는 힘은 들지만 천왕봉을 바라보며 산행을 하기 때문에 길을 잃을 확율은 오히려 낮다.
실제로 내려오면 많이 헷갈리는 모양이다.
13시 40분 '탐방로아님' 이정표 (치밭목1km 천왕봉3km)
위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써리봉 능선이 가까워졌나 보다.
잠시후 찾기 까다롭다는 써리봉 입구가 너무 쉽게 나타난다.
아까부터 걸음이 무뎌진 아내에게 의사를 타진해 본다.
처음 계획은 치밭목산장을 거쳐 윗새재마을로 하산 하는 것이었지만
이곳에서 천왕봉까진 3km, 못 갈 거리도 아니다.
결국 아내의 윤허를 받아 천왕을 뵈러 오름길을 치고 올라간다.
많이 한다고 누가 상주는 것도 아닌데 이놈이 산욕심은 끝이 없으니..
비록 3km 밖에 되지 않으나 이미 지칠데로 지친 아내에겐 무척 힘든 길이었으리라..
잠시 후 나타나는 전망 바위에서 지나온 황금능선을 바라본다.
발 아래에 한 마리의 龍이 꿈틀거리고 있다.
써리에서 구곡까지 거대한 龍이 용트림을 하고 있다.
14시 51분. 중봉 오름길..
아내가 뒤에 쳐진다. 힘이 많이 드는 모양이다.
그냥 치밭목으로 내려갈 걸 괜한 고생을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이놈의 산욕심은 아니, 산행기만 없었더라도..
잠시 후 한무리의 산님들이 내려오시는데
그중 한 분이 가이드인 모양이다. 황금능선등 여러 능선을 해설하셔서
우리가 방금 황금능선에서 올라왔다고 하니
깜짝 놀라시면서 이곳까지 몇 시간 걸렸는지 물어온다.
그리고 보니 어느덧 11시간이 흘렀다. ^^;
15시 13분. 중봉..
아까 써리봉 오름길을 힘들게 오르던 아내는
이제는 화장도 하고 여유를 부린다.
중봉정상엔 언제나 큰 삼각대를 설치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좋은 그림이 나오는가 싶어
따라서 같이 사진을 찍어보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휴지통에 버렸다.
잠시 후 컨테이너박스를 통과하는데 이 컨테이너박스 부근이
마야계곡으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한번 바라보며 잠시 지난 6월 5일을 떠올린다.
그날 이 계곡으로 내려오면서 얼마나 불안해 했던지..
오늘은 너무 힘들 것 같아 마야계곡행을 포기한다.
15시 51분. 천왕봉에서..
이번으로 다섯 번째 오르는 천왕봉이다.
천왕봉은 올 때마다 산님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지만
오늘은 늦은 시각이라 우리 부부말고 딱 두 사람만이 있는 호젓한 정상이다.
서로 사진을 찍어 주며 희희낙낙한다. 앞으로 30분 후에 닥칠 불행은 생각지도 못한채..
우리 부부말고 두 사람은 한 사람은 젊은 여인이고 한 사람은 외국인이었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면서 대화를 해보니 중산리에서 9시 반에 출발하여 이곳 천왕봉까지 올라오는데
장장 6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그거야 그럴 수도 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렇다면 하산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커플은 천하태평이라
어디로 가실 것이냐고 물어보니 장터목쪽을 가리키며 중산리로 하산할 생각이라 한다.
지금 시각이 오후 4시가 되어가는데 랜턴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랜턴도 없었고 휴대폰도 없었다.
이런 경겁할 일이..한마디로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금 이 천왕봉 정상에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는지 그 까닭을 알리 없는 그들에게
당신들 실력이면 하산하는데 최소한 4시간은 걸려야 하는데 랜턴없이 어떻게 내려가겠습니까! 하니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드나 보다. 천왕봉에 올라 오기만 하면 끝인가? 내려갈 생각은 안했나? 허..
우리가 중산리로 하산하다고 하니 병아리 어미닭 따라가듯 우리 뒤를 쫄쫄 따라 나서니
졸지에 우리가 보호자가 되어 천왕샘까지 같이 내려와 천왕샘에서 물도 보충하고 다시 내려가는데..
여인의 다리가 풀려서 그런지 속도가 너무 느리다. 저래서는 4시간도 넘게 걸리겠구나 싶어
순간 저들을 버리고 우리끼리만 내려 갈까 하는 갈등이 일어난다. 하지만 랜턴도 휴대폰도 없는
생초보 여인과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을 두고 먼저 갈 수는 없다.
그러나 저 속도로 하산하다간 너무 늦어.. 차라리 랜턴 하나를 줘 버리고 말까?
시쳇말로 빼도 박도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위에서 "아악!" 하는 비명소리가 들린다.
▷ 119구조대 출동 (사고 1시간 21분 경과) <17:41> ▷ 상황종료 (사고 1시간 33분 경과) <17:53>
다리는 풀렸지 우리는 빨리 내려가지. (본인의 기준으로 볼 때)
무리하게 내려오다가 중산리 급경사 너덜에서 그만 변을 당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러다가 일어나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꼼짝을 못함.)
결국 119구조대를 부를 수 밖에 없었고 우리 또한 볼모(?)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마산에서 오신 여인은 이제서야 흐느낀다. 본인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지했는지를 깨달으며..
지리산은 결코 가벼이 볼 산이 아니다. 그렇다고 결코 두려워 해서도 안된다.
119구조대에 여인과 외국인을 인도하고
우리도 황급히 하산길에 오른다. 어느덧 어둠이 찾아든다.
저 멀리 웅석봉 달뜨기 능선 위로 보름달이 두둥실 솟아 올랐다.
.
.
.
그 후 진행..
하산 1시간 30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아내의 랜턴이 나갔습니다.
별 수 없이 내 헤드랜턴 하나만으로 내려오니 무척 애를 먹었지요.
만약 아내의 랜턴을 그들에게 던져주고 우리끼리만 내려왔더라면
정말 큰일 날뻔 했습니다. 초보인 그들이 어둠의 중산리 너덜길을
무사히 내려 올 수 있었을까요? 더군다나 휴대폰도 없는 그들인데
중산리 매표소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맛있는 비빔밥을 먹고 난 후
커피를 마시며 택시를 기다리는데 난데없이 아내가 '재밋다'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리 고생하고도 재미가 있단 말이가?
하니 웃으면서 그렇다고 합니다. 아내는 역시 나의 영원한 산친구
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마산여성 산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산행지도
[구곡산(961M)정상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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