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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 2021.05.01 (토)
■ 산행자: 나홀로
■ 산 있는 곳: 慶南 巨濟市 河淸面 七川島
■ 날씨: 시원한 바람 불어 좋은 날 (視界 좋음)
■ 기온: 10-18도
국제신문 지도 대로 농협창고를 산행기점과 산행종점으로 반시계방향 원점회귀
■ 최저고도-40m
■ 최고고도-263m
■ 누적고도-857m
■ 소모열량-938kcal
■ 총거리-10km
■ 산행시간 13시 32분~17시 11분 (3시간 39분)
산행기
어젯밤 (금요일) 만 해도 비가 내려 (오늘) 산행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막상 토요일 아침이 되자 하늘이 점점 개이기 시작하여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바꾼다. 문제는 어느 산으로 가야 하는 것인데 이럴때 딱 어울리는 산이 생각났다. 바로 거제 칠천도 옥녀봉이다. (허접해서 후순위로 밀렸던 산이다)
칠천도(七川島)는 일곱개의 하천이 있다고 해서 부르는 이름인데 예전에는 옻나무가 많아 이름에 옻 칠(漆) 자를 썼다고 한다. 칠천도는 2000년 1월 칠천연륙교가 개통하면서 거제도와 연결되었으며 1597년 정유재란 때 원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이 처음으로 패전을 당한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요즘 가끔씩 해먹는 짜파게티(돼지고기+감자+양파+당근+버섯+후추+매실액을 넣어 식용유로 볶은 후 짜파게티면을 삶아 국물을 일정량 제거 후 짜장+오일을 넣고 끓이면 완성되는데 중국집 자장면 보다 맛이 좋다)
고급(?) 짜파게티를 먹은 후 12시 32분. 거제로 향한다. 참고로 거제에는 옥녀봉이 3개가 있는데 가조도 옥녀봉(331.9m) 일운면 옥녀봉(554.7m) 그리고 칠천도 옥녀봉(232.2m)이다. 이중 두 군데는 이미 답사한 곳이고 이곳은 미답지이다.
칠천교를 건너니 도로 좌측으로 장안교회가 보이고 곧 삼거리인데 삼거리 모퉁이에 6.25 참전기념비가 떡하니 서있다. 참전비 아래 갓길에 주차를 한 후 (먼저 주차한 트럭 뒤에 주차함) 산행채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13시 32분)
6.25 참전기념비를 지나니 바로 山門이 열린다. 초입은 대나무숲인데 죽순의 크기가 놀랄 지경이다. 대나무숲길은 묘지로 연결되고 묘지에는 '꿀풀' 과 '엉겅퀴' 가 피어있다. 초반 부터 야생화 촬영하자니 좀 그래서 눈요기만 하고 올라간다. (나중에 후회했다. 이후 꿀풀은 보지 못했고 엉겅퀴는 아직 덜 피었기 때문)
오름길에는 '산괴불주머니' 화원이 펼쳐진다. 여태 산을 타도 이렇게 산괴불주머니가 산상의 화원을 이룬 것은 처음 보는 진풍경이다. 이러다가 말겠지 했지만 산괴불주머니 화원은 한참동안 이어졌다.
산행을 시작하고 20분쯤 올랐을까 위에서 장끼 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모를 한 녀석이 나를 보더니 황급히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잠시 후 노루가 서있던 곳을 지나는데 장끼 한 마리가 "푸드득" 날아간다. (13시 53분)
보통 산괴불주머니는 음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데 이렇게 등로를 따라 피어있는 산은 보기 드물다. 아무도 없는 산괴불주머니 화원을 홀로 거닌다고 상상해 보라! 산은 역시 허접한 산이 없다.
'산괴불주머니'는 현호색과에 속하며 꽃말은 보물주머니 라고 한다. 해열 작용이 있는 약용식물이지만 독초라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산괴불주머니와 함게 피어있는 풀은 '좀깨잎나무'로 보이는데.. (아닐 수도 있다)
옥계마을 갈림길 삼거리 (14시 02분) 옥녀봉 정상까지 10분, 옥계마을까지 10분 거리라 적혀있다.
옥계마을 갈림길 지나 옥녀봉 오름길에 피어 있는 '덜꿩나무' 꽃
옥녀봉 오름길의 벤치
옥녀봉 오름길에 피어있는 '골무꽃' (많은 개체가 피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다) 꽃말은 '고귀함'
옥계마을 갈림길에서 10분 거리인 옥녀봉을 야생화 촬영 하느라 15분 걸려 올라오니 팔각정이 보인다. 팔각정에 올라가 조망을 해찰하니 제한적인 조망이 전개되는데 서쪽 조망이 그래도 볼만하다.
칠전도와 연결된 화전산(花田山)과 거제도로 연결된 천마산(天馬山)이 보이고 그너머로 망치산(望峙山)에서 가조연육교로 이어지는 가조도 옥녀봉이 우뚝하다. 가조도 옥녀봉 너머로 보이는 높은 산은 통영 벽방산이다.
위 사진에서 가조연육교 부분을 줌으로 당겼더니 가조연육교가 보인다. 우린 저 연육교가 없을때 도선을 타고 건너와 가조도 옥녀봉에 올랐는데 그때가 더 좋았다. (바닷물이 맑았고 파래도 참 싱싱했다)
줌으로 당긴 가조도 옥녀봉과 그너머로 보이는 통영 벽방산
옥녀봉에서 바라본 남쪽 조망 (칠천교와 거제 대금산이 보인다)
옥녀봉에서 바라본 북쪽 조망 (곡촌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멀리 바다 너머로 창원~진해의 산군이 보인다)
조망 해찰을 했던 옥녀봉 팔각정
전설에 의하면 옥녀봉은 옥황상제의 딸이 하늘에서 죄를 짓고 칠천도에 내려와 살다 올라가 날만 기다리다 지쳐 산이 되었다고 한다.
옥녀봉에서 약 7분 정도 머물다가 대곡고개를 향해 내려간다.
내림길에 피어있는 '국수나무' 꽃말은 '모정'
국수나무꽃 바로 아래에 피어있는 '족도리풀' 꽃말은 '모녀의 정'
옥녀봉을 지나 20분 쯤 걸어가니 커다란 평상 두 개가 놓여 있는 맹종죽숲이 나타난다. 맹종죽은 마디가 굵은 대나무의 일종으로 현재 거제시에서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대나무이다. (평상을 지나 조금 걸어가면 대곡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 이정표가 보인다.)
맹종죽숲을 지나는데 저멀리서 노루 한 마리가 나를 보더니 또 달아난다. (두 번째 본 노루다) 기분이 참 묘하다. 하루에 노루와 두 번이나 맞닥뜨리질 않나 산괴불주머니 화원을 걷질 않나 보기 드문 커다랗고 광활한 맹종죽숲을 보질 않나.. 이곳에 오니 바람이 더 강하게 분다. 춥다. 외투를 꺼내 입을까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외투를 꺼내 입는다. (귀차니즘 때문에 좀체 안 입는데)
맹종죽숲을 지나니 이번에는 '백선'이 여기저기에 피어있는데 모두 꽃몽우리 상태라 몇 컷 담았으나 볼품이 없다. 그런 와중에 이 '옥녀꽃대'를 발견하지만 옥녀꽃대 역시 볼품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와중에 '심봤다'를 외친 '은난초' 꽃말은 '총명'
드디어 꽃을 피운 백선과 만났다. 이 아이 바람에
힘들게 찍었던 꽃몽우리 백선들은 모두 휴지통으로 버려졌다. (고백컨대 바람이 강하게 불어 야생화 찍기 힘들었다) 백선의 꽃말은 '방어'
만개한 또 다른 백선, 이 지점은 백선이 온 산을 점령하고 있다. 아까 옥녀봉 오름길에는 산괴불주머니가 산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었고..
굿등산 입구를 가리키는 여기서 등로가 좌로 90도 꺽인다. 직진 길을 버리고 굿등산 입구로 향해 내려간다.
4분 후 아스팔트 도로가 보이는 대곡고개다.
대곡고개 산행 안내판
굿등산 초입 (굿등산까지 15분쯤 걸린다)
굿등산 오름길의 벤치가 낭만적이다. 길이 너무 좋아 오름길 임에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비스켓을 먹으며 천천히 음미하면서 올라간다.
9분 후 사각정자 전망대가 보이는 굿등산 정상에 닿는다. 굿등산은 물안마을의 뒷산으로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서 굿을 한 산이라 굿등산이라 부른다.
한 때는 꼭 찍었던 삼각점이다. 삼각점에는 통영이 아닌 마산이라 적혀있다.
굿등산에서 바라본 거제 장목면 방향 조망, 보이는 앞바다가 1597년 7월 15일 정유재란시 원균이 지휘하던 조선수군이 처음으로 패전을 기록했던 칠천량이다. 원균은 일본수군의 추격을 받던 중 전사하였고 경상우수사 배설만이 12척의 전선을 이끌고 남해쪽으로 후퇴하는데 성공하였다.
漆川梁海戰의 패전 보고를 듣고 크게 놀란 조정은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장군을 삼도군통제사로 임명해 수군을 수습하게 하였고 훗날 이순신장군은 남은 전선 12척으로 명량대첩을 이끌게 된다. (멀리 11시 방향 얼굴만 내민 산은 가덕도 연대봉이다)
굿등산에서 바라본 북쪽 진해만 풍경이다. 좌측에 보이는 산은 진해 장복산(584m)이고 우측 높은 산은 창원 불모산(801m)이다
4분 동안 조망을 해찰한 후 떠난다. 15시 43분.
누렇게 보이는 것이 맹종죽숲이다.
굿등산 지나 162m봉 가는 안부에서 바라본 물안마을, 멀리 칠천교와 장목면을 비롯하여 거제의 산이 첩첩이 겹친 모습으로 그림처럼 펼쳐진다. 15시 58분.
162m봉 지나 차가 다녀도 될 만큼 넓은 하산길을 따라 내려간다. 16시 8분.
3분 후 16시 11분. 덕만치에 닿는다. 이제는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원점회귀해야 한다. 버스를 타거나 히치를 해도 되지만 일부러 걷기로 했다. (버스는 시간대가 맞아야 함) 참고로 버스는 15시 10분. 17시 30분. 19시 30분. (물안해수욕장 정류장 기준) 이다.
물안해수욕장 (길이 200m 폭 30m로 모래가 곱고 물이 맑고 잔잔하다고 한다. 해변가에는 몇 몇 사람들이 보인다.)
레인보우 팬션 (아까 굿등산 정상에서 보였던 건물이다.)
물안마을 안내판에는 (굿등산)산이 뒤에서 좌우로 감싸고 있는데 그 산의 생김새가 여인이 베틀에서 베를 짜는 형국으로 베틀산 정상에 물이 있어 이 마을을 물안개라 하여 물 안쪽에 있는 갯마을 뜻한다고.
물안마을
물안마을 지나 바라본 424년 전 칠천량해전이 벌어졌던 칠천량
칠천도 물안교회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흰꽃나무는 '이팝나무'로 보인다. 참 아름다운 교회다)
16시 32분. 물안마을, 16시 48분. 해조은마을, 16시 54분. 어온마을을 통과한다. 안내판에는 칠천도 옥녀봉이 동으로 뻗어내린 바닷가마을 어온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볕이 떠나지 않는 양지마을로 따뜻한 마을이라 하여 어온(於溫)이라 불리고 있다고 한다.
'어온'이란 상호를 쓰고 있는 이 카페는 멀리서 봐도 손님들이 많이 보이고 주차된 차량도 많다. 그래서 검색해 보니 칠천도에서 제법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다. 오늘은 그냥 지나치지만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들려도 좋을 곳으로 생각이 든다.
아까 산에서 못 데리고 온 엉컹퀴가 이곳에 오니 활짝 피어 있네 ^^
신작로를 1시간 걸은 후 6.25 참전기념비 원점회귀산행을 마치고 귀갓길에 바라본 칠천교와 칠천도
귀갓길에 바라본 바다 빛내림
흐르는 음악은~
가을과 어울리는 샹송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