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원시 비경을 찾아서 5 .. (195번째 산행기)
ㅇ일시: 2007년 08월 26일 일요일
ㅇ날씨: 아침에는 맑았으나 차차 흐리고 세차례 비
ㅇ산행자: 영원한 산친구 그리고 나
ㅇ산있는곳: 慶南 河東郡 花開面
ㅇ산행코스: 의신-원대성마을-칠선남부능선-칠선봉-선비샘-덕평봉오토바이능선-의신
ㅇ산행시간
ㅇ07:26-의신마을에서 산행시작 (고도 400M)
ㅇ08:12-원대성마을--잠시 휴식 (고도 550M)
ㅇ09:02-철교 (작은세개골 들머리) (고도 700M)
ㅇ09:09-칠선 남부능선 들머리 --아무런 표시도 없고 검은 고로쇠줄을 넘음 (고도 725M)
ㅇ09:20-무명묘지터 (이장을 한듯) (고도 795M)
ㅇ09:54-'孺人慶州金氏묘' (이장을 한듯) (고도 945M)
ㅇ10:50-갈래길 (아마도 작은세개골로 내려가는 길인듯) (고도 1,140M)
ㅇ11:14-샘 (고도 1,250M)
ㅇ11:25~11:47-전망바위 --빵과 두유로 간단한 점심식사 (고도 1.305M)
ㅇ12:04-전망바위--파노라마사진 촬영(실패) (고도 1,375M)
ㅇ12:27-고도 1,400M지점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2분 후 그침
ㅇ12:59-고도 1,465M지점에서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다.
ㅇ13:23-지리 주능선 (고도 1,545M)
ㅇ13:28-작은세개골초입
ㅇ13:44-1576봉(지리 01-37지점)
ㅇ13:56-통영사람들 만남
ㅇ14:25~14:34-선비샘
ㅇ14:59-덕평봉 고산습지 (고도 1,320M)
ㅇ15:08-오토바이능선 갈림길
ㅇ15:45-큰 바위암봉 (고도 960M)
ㅇ16:14-계곡과 만남 (고도 760M)
ㅇ16:24-파란집수통이 있는 계곡 (고도 690M)
ㅇ16:50-고도 515M지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ㅇ17:10-의신마을에서 산행마침 (원점회귀)
ㅇ산행시간 9시간 44분
ㅇ산행거리 약 15km
ㅇ나의만보계 29,660步
ㅇ일정시간표
ㅇ05:16 통영출발
ㅇ05:53~06:15 사천휴게소 (아침식사)
ㅇ06:34- 하동IC
ㅇ07:26~17:10 산행
ㅇ17:28~18:07 '신사와빈대떡식당' (저녁식사)
ㅇ18:55 하동IC
ㅇ19:45 통영도착
개요 지리산 주능선상의 칠선봉(1565m)은, 전형적인 육산의 지리산 주능선에선 보기 드물게도 북사면과 남사면 가릴 것 없이 암릉코스로 형성되어 있다. 안개 자욱한 날 일곱 개의 암봉은, 마치 일곱명의 선녀가 구름 위에서 춤추고 노는 듯 하다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정표를 주능선상의 기암 앞에 세워놓았다. 마치 그 암봉이 칠선봉 정상인 듯 싶지만 사실은 그 지점에서 선비샘 쪽으로 마주보이는 1565m봉이 정상이고, 고스락은 주 등산로에서 좀 더 위로 살짝 비껴 나 있다.
칠선봉 정상, 즉 1565m봉에서 남쪽으로 3.5km나 내려간 칠선남릉은, 큰세개골과 작은세개골과의 합수지점에서 마감한다. 필자가 편의상 칠선남릉으로 호칭함에 있어 다른 이름이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시길...! 각설하고, 어쨌든 칠선봉 북쪽으론 큰새골이라고 하는 지계곡이 백무동으로 흘러들고 있는 반면, 칠선봉 남쪽의 칠선남릉은 좌우로 작은세개골과 큰세개골이 골 깊은 협곡 만들어가며 대성골로 상류수 내려보내는데, 그 중간 장벽을 이룬 칠선남릉엔 암골미 넘쳐나는 멋진 날등길 열려있다.
초반엔 산죽 틈새로 완만한 구릉타고 오르다가 해발1250m대에 당도하면 나타나는 용천수, 얼음장같이 차가운 샘물 펑펑 솟아올라 물 걱정 없이 오를 수 있는 후반부 암릉코스는 가히 선계를 넘나드는 듯하고, 미로처럼 이어지는 절벽 틈새길엔 아무런 장비도 필요없다. 칠선봉에 올라 다음코스 이어가기 선택의 폭 자유롭다. 이번 산길 주능선 북쪽으로 흘러간 물은 엄천강~남강~낙동강이 되지만, 주능선 남쪽으로 흘러내린 대성골물은 화개동천 거쳐 섬진강 물길따라 광양만으로 빨려든다. |
ㅇ참고 산행기 - 지리산 칠선봉 남부능선- 문종수 (click here!)
산행이야기..
지난주 지리산 연하서북릉~한신지곡을 다녀온 후
생각하기도 싫고 오로지 지리산을 타고 싶어 존경하는 부산의 산꾼이신
문종수선배님의 홈피를 기웃거리니 미답지인 지리산 칠선봉 남부능선
산행기가 눈에 번쩍 들어온다. 이미 큰 세개골은 경험한 바 있고 작은 세
개골과 덕평봉 남릉도 작년 11월 12일 작은세개골~덕평봉 산행시 경험
했기에 두 세개골을 사이에 우뚝 솟은 칠선봉 남부능선이야 말로 더욱
호기심을 자아 낸다. 결국 마음의 결정은 내려지고 문선배님께 전화를
걸어 칠선봉 남부능선 초입을 여쭈어 보니 작은세개골 들머리 지나 언
덕배기에서 길도 없는 곳을 치고 올라가셨다고 한다. 흐으미..^^;
문종수님 산행기에서 8시간 코스라면 우리에게는 올라갈 때 1시간, 내려
올 때 1시간 더해 10시간짜리 코스라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추고 잠이 들
었는데 꿈에서 깨어나 시간을 보니 4시 44분이다. 하필이면 죽을 사짜가
세 개라 기분은 좀 꺼림직하지만 날씨도 덥고 기왕지사 일어난 것이니
준비하여 출발하니 5시 16분인데 지난주와는 달리 사방이 캄캄하다. 1
주일 새 밤은 좀 길어졌고 출발 시간은 한 20분 빨라 그런 모양이다. 1주
일 마다 타는 화이트를 가지러 지하주차장으로 가니 지난주 차(화이트)
와이퍼에 종이쪽지가 꽂힌 것이 그대로 꽂혀있어(지난주 차를 몰고 가는
도중에 발견했기에 꽂은 채로 운행함) 대체 무슨 쪽지일까? 하여 쪽지를
보니 세상에! 불암산아우님의 쪽지였다. 지난주 백무동에서 만났는데 하
산하면서 우리 차(화이트)를 어떻게 알았던지 차 와이퍼에 쪽지를 꽂아
놓은 것.. 내용인즉, [수영兄任! 사랑합니다. ♡ ♡ ♡ 행복. 언제나 아름
다운 山行하십시오.] 라고 적혀 있다. 아!~~~ "........"!! ▷ 의신마을에서 의신버스정류소를 겸하고 있는 슈퍼 <07:24>
이 산행기를 빌어 불암산 아우님께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전합니다. ^^
사천휴게소에서 순두부찌게로 아침을 먹고 하동을 거쳐 의신마을로 올라오는 길은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시속 60km구간에다가 감시카메라가 많기때문이다. 의신마을에서 의신버스정류소를 겸하고 있는 슈퍼 맞은편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의신마을에서 원대성마을 향하는 초입에는 배롱나무꽃이 화사하게 피었고
튼실한 밤이 익어 가고 있었으며 초입에서 바라보는 대성골과 서쪽으로 뻗은 능선들은
한결 같이 헌걸찬데 이중 소녀의 젖가슴처럼 뾰족하게 보이는 것이 아마도 쇠통바위가 아닌지..
원대성마을까지 오는데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무척 땀이 많이 난다. 원대성마을 물통에는 한 여인이 양치질을 하고 있다. 아마도
이곳에서 민박을 한 모양이다. 우리도 여기서 얼굴도 씻고 손수건에 물도 적시고 행장을
추스린 후 올라가는데 우측 평상에 앉은 남자 4명이 닭백숙을 주문하여 마악 배달을 하고 있다.
이 더운 날에 저런 곳에 앉아서 닭백숙이나 뜯는 것이 신선놀음일 것인데 우린 이 무신 생고생인지..
그런데 사람은 네 사람인데 닭백숙은 한마리만 시켰으니 아내 왈' "맛있는 닭다리는 누가 뜯을까요?"
??? 참 씰데없는 걱정을 하며 올라간다. ㅋㅋ (첫 번째 철교 이정표는 3.9km의신-세석5.2km를 가리킨다.)
(스틱이 가리키는 방향인 좌측 90도 방향이다.) <09:09>
칠선봉 남부능선 들머리는 길이 없어 치고 올라가야만 한다며
문종수 선배님은 말씀하셨지만 철교에서 조금 올라와 좌측 능선길을 살피니
뜻밖에도 좌측으로 길이 보인다. 긴가민가 했지만 길은 분명히 능선으로 향하고 있어
검은 줄을 넘고 올라가는 길은 연하 서북릉 초입보다 오히려 길이 훨씬 뚜렷하다.
사실 가장 염려했던 것이 칠선 남부능선 들머리인데 의외로 슬슬동풍이라 기분이 무척 좋다. ^^
칠선 남부능선 들머리에서 10분 정도 올라오면
무명묘지터가 나타나는데 묘지터에는 누군가 마시고 버리고 간 소주병 한 개가 보인다.
이 묘지터를 지나 다시 오름길을 올라가면 산죽길이 나타나는데 이상한 것은
산죽이 누군가에 의해 잘려나가 무척 산행하기 편하다는 것이다.
어느 고마운 분께서 이렇게 산죽을 베어 놓았을까?
09시 39분.
예쁜 달걀버섯이 등로 한가운데서 자라고 있다.
이 달걀버섯은 식용이 가능한 버섯이지만 이 예쁜 버섯을 딸 수는 없다.
이번 기회에 여러 산님들께 고합니다.
"산에서는 아무것도 취하지 않고 오직 사진만 취하고
산에서는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다만 발자국만 남긴다."는 어느 훌륭한 분의 말씀처럼
산에서는 아무것도 취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산에서 약초니, 열매, 버섯등을 채취하면 야생동물들은 뭘 먹고 삽니까?
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먹지만 우리 인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무척 무더워 고도 100M 상승시 마다 쉬기로 작심한다.
(맨 아래 보이는 매니큐어 같이 생긴 것이 달걀버섯) <09:41>
큰 세개골과 영신봉의 암봉이 보인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선 까치다리를 하고 찍어야 했다.) <09:47>
09시 54분.
아까 산죽을 벌초한 고마운 분의 정체는 바로 이 묘의 후손들이었다.
그러나 묘는 이미 이장을 한 상태였고 비석만이 묘지의 주인이 경주김씨 임을 알리고 있다.
이 묘지를 지나니 아니나 다를까! 여태까지 좋았던 산죽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ㅠㅠ
조금 올라가다가 허기가 져 미숫가루에 꿀을 넣은 꿀미숫가루를 먹으니 정말 꿀맛이다. ^^
전에는 미숫가루와 꿀을 따로 가져와 산행시 넣었는데 불편한지 집에서 아예 넣어서
얼린 액체 상태로 가져오니 정말 편리하고 좋았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시길..
또한 아까부터 간간이 보였던 청테이프로 붙인 표시가 자주 나타난다 ^^
10시 28분.
고도 1,080M지점 산죽등로에 왕거미 한 놈이 턱 버티고 서있다.
안 그래도 덥고 짜증나는데..
안됐지만 이 사진을 찍고난 후 거미줄을 철거할 수 밖에 없었다. 미안혀~~ <10:28>
10시 48분.
한 봉우리 지점인데 (고도 1,145M) '사랑합니다' 리본이 거꾸로 보인다. (아마도 하산 하신듯)
이 봉우리를 내려오니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좌측길이 아마도 작은 세개골로 내려가는 길인가 보다.
11시 02분.
고도 1,205M 지점인데 우측으로 큰 바위가 보인다.
11시 09분.
약간 아치모양으로 나무가 쓰러진 곳인데 처음으로 멀리 칠선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오름길인데 잠시 후 샘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물을 보충하려고 했는데..)
이곳에서 수통의 물을 보충하려고 했지만 얼굴만 씻는다. (고도 1,250M) <11:14>
샘을 지나면 된비알이 이어진다.
이렇게 된비알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면 8부능선인가 보다 하고 아내가 말한다.
된비알 암릉길을 올라가니 조망이 터지는 곳이 나타나 여기서 점심을 먹으며 조망을 즐기는데
이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팔에 닭살이 다 돋는다.
점심이래야 빵과 두유, 이온음료가 전부인 조촐한 식단이다.
산에서 많이 싸가지고 와서 푸짐하게 먹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간편하게 먹는 것이 더 좋을 때가 많다. 가볍고, 시간절약, 남기지 않고.. ^^
하지만 오늘은 땀을 많이 흘리고 물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식욕이 별로다.
빵 한 조각과 두유 하나로 점심을 때운다.
(결국 빵 하나는 야생동물들을 위해 꼬시래 한다.)
산에서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라는 말과는 위배되는 행동이군요. ^^;
슬슬 구름이 몰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비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음.) <12:00>
(이곳에서 파노라마사진을 찍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휴지통에 버림.) <12:02>
저 암릉지대를 릿지해야 하는데 아무런 장비 없이 릿지가능하며
마지막은 우측으로 약간 에돌아 주능선으로 올라서게 된다. <12:02>
12시 27분.
고도계 1,420M 지점에 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 비온다는 말이 없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비는 약 2분정도 내리다가 그친다.
12시 59분.
고도 1,495M 지점에 오니 갑자기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다. 흐미~~
이 구간이 진경산수화 구간인데 분하다.
비를 맞겠다는 아내는 안 되겠는지 결국 오버트라우저를 입는다.
하지만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나는 그대로 비를 맞을 수 밖에 없다.
여름이라 비를 맞아도 대수랴 마는 디카에 물이 들어가면 안되므로 비닐로 디카를 씌운다.
이제 주능선 직전인데 집채 보다 큰 암봉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자세히 보니 길은 좌측길(작은 세개골 날머리 가는 길로 추정)과 우측길이 보이는데
리본이 보이는 우측길을 택하니 제법 우측으로 에돌아 간다.
등로는 얼마나 산죽에 파뭍혔던지 이 길을 올라가니 알 수 있지
반대로 내려온다면 등로라고 할 수 없는 그런 길이다.
한동안 우측으로 가던 등로는 다시 좌로 90도 꺾이면서
잠시 후 주능선에 성큼 진입한다.
(좌측은 친구 용국, 가운데 머리 허연 분도 친구뻘, 우측은 후배님) <13:56>
1576봉을 지나 선비샘으로 앞장서 달리던 아내에게
"00약국 사모님 아니십니까?" 하는 큰 소리가 들린다. 이크..
그래서 가까이 다가와 보니 통영사람 세 사람이 올라오는데 두 사람은 잘 모르겠고
한 사람은 함께 산행을 했던 매착아우님이라 반갑게 악수하고 헤어지는데
다시 사진 속 세 사람이 올라온다. ^^
행선지를 물어보니 작은 새골에서 올라왔는데 큰 새골로 내려갈 예정이란다. 무서븐 사람들..
50마넌짜리를 6명이 왕복하니 두당 100마넌 600마넌 짜린가? ㅋㅋ
하기사 사돈 남말 할 필요 없이 우리도 200마넌 짜리지만.. ^^;
선비샘에서 목을 축이고 내친 김에 얼굴까지 좀 씻고
이제 금줄을 넘어 덕평능선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보는 눈들이 너무 많아
성큼 금줄을 넘어가기도 뒤가 켕기는데 마침 야생화에 팔랑나비와 벌이 날아 다닌다.
옳타구나! 싶어 야생화 촬영 하는 척 하며 금줄을 넘어 팔랑나비를 촬영하고 있으니 한 아주머니 왈'
"작가님이신가 보다." 하고 말한다. ^^
하기사 수염은 길렀지 큰 카메라에 줌 렌즈를 쑥 빼고 야생화 촬영을 하니
그렇게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겠지. ㅋㅋ
사진을 찍으며 핫바지 방구 새듯 아래로 내려가는데
한 아자씨 왈'
"그리로 내려가면 어디로 갑니까?" 하고 눈치도 없이 묻는다. 흐미~~
금줄에는 샛길로 내려가는 사람을 발견하면 담당자 00에게 전화연락을 하라는
무서운 팻말이 걸려 있었던 모양인데 누군가에 의해 짓밟혀 땅에 나딩굴어져 있다. (시원) ^^
이 길은 작년 11월 12일 원호님과 난테아우랑 한번 내려온 길이라 자신이 있다.
한번 들어가 보려다가 시간에 쫓겨 사진 한 컷으로 대신한다. <14:59>
저번 산행부터 아내는 내림길만 내려가면 다리가 아픈 모양이다.
잠시 무릎 보호대를 차기 위해 지체를 하는데 하늘에서 연신 우르렁 우르렁 하니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아까 오름길에 내리던 비는 주능선에 오르자 거짓말 처럼 그치고 약간의 햇살도 비쳤건만 이제는 다시 날씨가 어두워 진다.
15시 02분.
고산 습지를 지나 내려가는데 전방에 사람 한 사람이 보인다.
(안 그래도 공단직원 이야기를 하고 내려가는 중이라 깜짝 놀람.)
함께 산행한 분이 이 부근에서 안경을 흘렸다며 안경 못 보았느냐고 한다.
우리 두 사람만 내려가니 약간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이 분을 만나게 되니 무척 든든하다.
11시 방향은 덕평 남부능선으로 떨어지며 길이 험하다. <15:09>
전남 여수에서 12명이 의신에서 올라 벽소령으로 하산하고 있다는
여수 산객은 본인이 이 코스를 가자고 한 것이 죄가 되어 목적 산행을 하지 못하고
그들 중 한 분이 잃어버린 안경을 찾기위해 이곳을 헤매고 있었다는데
결국은 포기하고 쏜살 같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헐~~
결론적으로 말해서 오토바이능선은 등로가 양호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별 볼 것은 없었다. 작년 11월 덕평 남부능선은
비록 마지막 지점에서 길은 좀 험했지만 조망 하나는 끝내주었는데..
지루한 산죽길이 이어지고 조망도 없는 그렇고 그런 길이다.
하지만 길 찾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다. ^^
우측으로 집채보다 큰 바위가 나타난다.
보통 이런 곳은 무속인들의 기도터가 많은데 이곳은 기도터 같지는 않다.
아내는 다리가 아픈지 쉬었다 가자고 한다.
옛날 같았으면 이런 길은 뛰어서 내려가는 길인데..
잠시 앉아 선비샘에서 보충한 물을 마시는데 드라큐라 놈들이 또 몰려온다. 흐미~~
그래서 모기퇴치제를 뿌리는데 어떤놈은 그래도 엉겨 붙는다.
참고로 문종수 선배님 말씀에 의하면 토마토 하나만 있으면
모기들이 꼼짝 못하고 다 도망간다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각자 실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 어느 분은 물파스를 요소 요소에 찍어 바르면 모기가 안 문다고 하니 참조하세요.
다시 내림길을 내려가는데 독사 한 마리가 나를 보더니 황급히 달아나려고 한다.
산에서 이런 독사를 만났을 때
꼭 잡아 죽이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하는 행동입니다.
뱀은 우리 인간에게 해보다 이로움을 끼치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들쥐등 해충을 잡아 먹으니)
독사에게 물리는 것은 모두 사람 잘못이 큽니다.
가만히 있는 놈을 밟으니 밟히는데 독사인들 가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독사에게 물리고 안 물리고는 사람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독사는 가끔 풀밭에서 똬리를 틀고 앉아 있을 수도 있으니 무심결에 털썩 앉지 마시고
앉을 때도 항상 주위를 살펴야 합니다.
가만이 있는 사람을 먹이감으로 생각하고 무는 정신 나간 독사는 없습니다.
멧돼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덤벼드는 멧돼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포수에게 선불을 맞았다던지 자극을 받게 되면 저돌적으로 돌진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멧돼지 어금니에 걸리면 그대로 끝장이며 잇빨은 얼마나 강한지
소나무가지 제법 두꺼운 것도 와짝 씹어 두 동강을 낼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 하나..
어느 사람이 산을 가는데 멧돼지 새끼가 보이더랍니다.
어미가 곁에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새끼에게 돌멩이를 던졌는데..
화가 난 어미 멧돼지에게 걸려 죽다가 살아난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나무 위로 피신하는 바람에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짐.)
그래서 새끼 멧돼지를 보시더라도 절대로 돌멩이를 던지면 안 됩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죽을 수 도 있습니다.
이제는 계곡이 나타나 잠시 얼굴을 씻고 내려가니
다시 좌측 계곡쪽으로 파랑색 집수통이 보이면서 사람 소리가 들리는데
멀리서 봐도 스님이 틀림없다. 그런데 스님은 런닝차림이라 혹여 무슨 실수라고 할까봐 (알탕이라도 하면 서로 민망하니)
미리 헛기침을 하며 내려가 스님께 합장하며 인사를 드리니 어디서 올라 내려가시는 길이냐 묻는다.
그래서 의신마을에서 올라 의신마을로 왕복산행했다고 말씀 드리니
눈치 빠른 스님께선 이제는 거의 다 내려 오셨다고 한다. ^^;
스님께서 씻고 계시는 곳을 지나 조금 가니 또 파랑색 집수통이 나타나고
몸을 씻기 좋게 물이 흘러 내리고 있다. (위 사진)
이곳에서 몸을 씻고 내려가는데 이제는 길이 아주 대로다.
하지만 16시 50분.
의신마을을 불과 1km정도 남기고 비가 본격적으로 또 쏟아지기 시작한다.
어쩐지 아까부터 으르렁거리더니..
의신마을에서 차를 몰고 내려와
지난 6월 6일 목통골~왼골 산행시 들렀던 '신사와빈대떡'식당에 들러
지난번 처럼 감자전과 산채비빔밥을 시켜 먹는데
그쳤던 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한다.
식사를 마치고..
드라이브 길인 하동 강변도로를 달리는데
비는 언제 왔느냐는 듯 도로에는 물기 조차 없고
멀리 바라보는 남쪽하늘의 뭉게구름들은
아름다운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
<END>
★今日 산행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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