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산 산행기

내장산 (추령 원점회귀 단풍산행)

통영사람 이수영 2020. 11. 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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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 2020.11.13 (금)
■ 산행자: 나와 아내
■ 산 있는 곳: 全北 淳昌郡 福興面, 井邑市 內藏洞
■ 날씨: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 (晴明)

■ 총거리: 10.42km

■ 최저고도-170m

■ 최고고도-690m

■ 산행시간-08시 52분~16시 02분 (7시간 10분)

■ 소모열량-2294kcal

 

금일 산행 궤적 (추령~유군치~장군봉~연자봉~문필봉(지형도상 연자봉)~연자봉삼거리~용굴암삼거리

~까치봉삼거리~내장사~동구리~유군치~추령으로 시계방향 원점회귀)

 

추령주차장(무료)에 오니 평일이라 그런지 너른 주차장은 텅텅 비어있습니다. 주차장 우측 끝으로 들머리가 보이는데 (비지정구간이라 그런지) 막아 놓아 이리로 들어갈 수 없고요, 미리 예습한 대로 고갯길을 조금 올라가면,

 

[국립공원 내장산] 이라는 커다란 비석이 보이는 이곳이 들머리입니다. (울타리 끝나는 지점 가드레일을 넘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때 정시도착인지 몰라도 국립공원 마크를 단 화물차 한 대가 다가와 (순간 멈칫했음) 유턴을 하더니 조금 아래 지점에서 뭔가 작업을 하더군요. 단속의사가 없음을 인지하고 유유히 가드레일을 넘으니 희미하나마 형성된 길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 올라가니 곧 등로와 연결이 됩니다.

 

잘 닦인 등로를 따라 오르면 공동묘지가 보이고 곧이어 내장산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헌걸찬 봉우리가 보이는 전망바위에서 잠시 산을 감상합니다. 지형도 상에는 장군봉이라 적혀있는 봉우리인데 내장산에 이미 장군봉이 있으므로 이 봉우리는 '추령봉'이라 불립니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면 추령봉 아래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추령으로 올라오는 자동차들을 볼 수 있습니다. 내장산 주차장에서 추령까지 가는 데는 택시비를 보통 2만 원 정도 받는다고 합니다. 추령에서 시작하면 주차비 공짜, 입장료 공짜라 산악회에서 주로 이용할 것 같습니다.

 

전망바위를 지나 9시 20분 쯤 세 분의 산객을 만납니다. (박물관 갈림길에서 만남) 세종시에서 오셨다는 세 분은 차를 내장산주차장에 주차하고 택시(택시비 2만원)를 타고 왔는데 택시 기사님이 박물관으로 안내하셨다고 합니다. 이 분들 덕분(?)에 또 하나의 들머리를 알아낸 셈입니다. (그들이 서 있었던 곳에는 막아 놓은 울타리 문이 보임) 그들 역시 6시에 세종시를 출발하였으며 오늘 내장산 10봉을 종주할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위 사진은 이분들과 헤어진 후 전망이 좀 트이는 지점에서 촬영한 서래봉 능선) 

 

그들 중 한 분은 처가가 통영 산양면 풍화리이며 본인도 한 3년 통영에서 살았다고 하더군요. 서래봉 아래로 벽련암이 보이는데 참 명당자리에 앉아 있다는 생각이 들고 단풍이 궁금하여

 

스마트폰으로 당겨 보았습니다. (근데 솔직히 좀 실망스럽습니다.)

 

아래로 푹 떨어져 (고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유군치는 의외로 평지 같은 곳에 위치하더군요. 임란때 승병장의 한 분인 화묵대사가 이곳에 왜군을 유인하여 물리친 곳이라 하여 유군치(留軍峙)라 한답니다. 이곳에서부터 장군봉까지는 고도 약 260m를 치고 올라가야 하는 오름길이죠.

 

초반 산죽 장군봉 오름길

 

후반 나무계단 장군봉 오름길 (올라가고 계시는 산님은 서울에서 오신 49년생 57년생 부부산님) 매일 탁구를 쳐서 잘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아내는 느릿느릿 거북이 산행을 하더니 하는 말 탁구 근육과 산 타는 근육이 다르다나..

 

장군봉 정상에 오니 아까 먼저 달렸던 세종 산님 세 분이 보여 그 중 한 분에게 촬영을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속도로 세 분이 과연 내장산 10봉 (월령봉은 어렵기에 실은 9봉임)을 종주할 수 있을는지?

 

장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

연자봉~신선봉~연지봉~망해봉이 보이고

 

신선봉 왼쪽으론 소등근재로 연결되는 능선과 그 너머로 백양산 능선이 보입니다. 산행 초보시절 (2004년) 부산의 산꾼이신 이두영회장님의 권유대로 백양산과 내장산을 아우르는 산행을 한 적이 있었지요. 멋모르고 날뛰던 그때가 좋았습니다. 알바도 밥먹 듯 했고요

 

또한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보이는 산군인데  담양 용구산~병풍산 라인으로 추정합니다. 좌측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높은 산은 모양으로 봐서 광주 무등산으로 추정하고요. 한때도 저도 산 동정이라면 일가견이 있었던 적도 있었지요. 지금은 아니지만 다 까먹어서요. ^^;;

 

뒤돌아 본 장군봉 (아까 해찰을 했던 곳이 저 바위 위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전망바위가 내장산 최고의 전망대 같습니다.

물론 장군봉코스에만 해당되는 것이겠지요. 11년 전

망해봉 지나 철계단 코스에서 바라보는 황홀한 조망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서울 부부산님 덕에 또 한 장의 사진을 건졌습니다.

(먼저 사진 촬영을 부탁하시더군요. 저를 보시더니 사진 잘 찍으시겠다며 해서 찍어 드렸고 답례로 받은 사진입니다. 어디서 오셨고 나이도 이때 알았지요. 그들은 내장산을 왔지만 이렇게 산을 타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면서 어제 서울에서 내려와 정읍에서 일박하고 산에 올랐다고 하시면서 부인왈' 공짜 입장을 말씀하셔서

경로우대를 눈치 채 물었더니 말씀하시더군요. 우린 둘 다 공짜로 입장했는데 ㅋㅋ)

 

잘 있거라! 장군봉아!

 

 연자봉에서 바라본 신선봉 (신선봉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지형도 상의 연자봉입니다. 아무런 조망이 없어 이름이 없는데 건너편 서래봉 능선에서 바라보면 제법 뾰족하게 보여 문필봉이라 하죠)

 

연자봉을 중심으로 신선봉과 장군봉이의 모습이 마치 날개를 펼친 제비의 모습을 했다하여 제비 燕 에다 아들 子 를 써 붙인 이름이라고

 

문필봉 오름길에서 내려다본 원적암과 내장사

나중에 내장사로 내려가 원적암~백련사 코스를

구상합니다. 하지만 과연 계획대로 될까요? 

 

아무런 조망이 없는 문필봉을 지나 연자봉삼거리로 내려섭니다. 옛날 같았으면 "조금만 노력하면 산이 하나 생긴다."며 기를 쓰고 올랐을 것인데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신선봉을 안 본 것도 아니고 어차피 단풍은 산 아래에 있으니까 내려가자는 말에 아내는 희자를 그리며 좋아합니다. 이제는 슬슬동풍 내리막길만 남았으니까요.

 

하지만 무릎 안 좋은 사람에게 급경사 내리막길은

오히려 쥐약입니다. (아내가 엉덩방아를 찧은 곳)

 

고 620m에서 고 220m까지 무려 400m 나 되는 고도를 떨어뜨려야 했습니다. 올라오는 산님도 간혹 계시는데 모두들 힘들어 하시더군요. 그 와중에도 사람만 조우하면 황급히 마스크를 써야하는 코로나 현실이 참 서글픕니다. (안 그래도 숨찬데)

 

 보시다시피 단풍은 다 말라 비틀어져 (가뭄 탓) 볼품 없는 내림길이 이어집니다.

 

자세히 보니 바위 사이에 철계단이 보입니다. 11년 전 망해봉 지나 내려섰던 철계단 같습니다. 저 곳에서 내려다보는 유(U)자 모양의 내장산 전체의 단풍 풍경은 한마디로 황홀경이었죠. 요즘은 새로운 것 보다 흘러간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 더 일상화 된 것 같습니다.

 

좌측 뾰족한 봉우리가 망해봉이고 우측 뾰족봉이 불출봉이겠죠. 

 

내려가는 것도 올라오는 이상으로 힘듭니다.

 

그래도 내려가는 편이 편하겠지요. 이 코스로 오르는 분들은 대체 어떤 코스로 갈까요? 애당초 계획은 추령에서 올라 유군치에서 동구리로 하산하여 단풍터널을 통과 내장사를 거쳐 금선계곡으로 올라오는 산행을 생각했는데 그렇게 했다면 반대로 올라갔을 것입니다.

어느 편이 나을까요? 산행을 마치고 생각하니 역시 우리가 했던 코스가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금선계곡 시작점인 금선폭포 갈림길 바로 위에서 자리를 폈습니다. 오늘도 충무김밥을 준비했는데 지난주와 다른 집에서 구입했습니다. 늘 애용하던 뚱보할매 김밥은 금요일엔 아침 7시 부터 영업을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옆집을 이용했는데 맛이 다르더군요. (반찬이 대체적으로 짰음.)

 

식후 경

 

 출입금지 거꾸로 읽으면 지금입출 (금선폭포 초입)

꾼이라면 언제나 끌리는 곳! 하지만 지금은 물 한 방울 안 흐르는 말라비틀어진 계곡이니 들어가라고 해도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조금 내려가니 용굴암 갈림길이 보입니다. 저 계단을 올라가면 용굴암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올라가기 싫어 설명판만 열심히 읽었습니다.

 

까치봉 삼거리입니다. 11년전 까치봉에서 이리로 내려왔는데 전혀 생각이 안 납니다. 모르긴 해도 그날의 분위기와 오늘의 분위기가 다른 것 때문일 겁니다. 그날 산행에 비하면 오늘 산행은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 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역시 산꾼코스로 올랐고 일기마저 매우 불순했지요. (비옴) 하지만 단풍은 그날이 더 좋았습니다.

 

이미 다 떨어진 (땅에 떨어진 단풍과 물에 떨어진 단풍) 금선계곡 길을 걷습니다.

 

내장사에 오니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단풍이 기다리고 있네요.

 

농염하고 섹시한 단풍이 유산객을 유혹합니다.

대체 이런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삼성각에 서니 서래봉이 마치 부처님 형상을 하며 내장사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이곳에 서면 황금색 단풍비가 내린답니다. 

 

내장사를 나와 원적암으로 올라 벽련암으로 가려는 계획은 내장사에서 나오자마자 취소 되었습니다. 다시 올라가자니 올라기도 싫을 뿐더러 이미 장군봉에서 벽련암의 단풍상태를 짐작했기 때문이죠. (6년 전 갔던 곳이기도 했고, 또 단풍터널의 유혹도)

 

단풍터널 길을 걸으면서 아내에게 넌지시 동구리에서 유군치로 올라 원점회귀하자는 말을 하니 죽어도 이제는 못 올라가겠답니다. ^^;; 그러더니 본인이 택시비 2만원 낼 테니 택시타고 가자고 합니다.

 

금색과 적색으로 보까를 이룬 특이한 단풍

 

정자에 날개가 돋아 승천했다는 전설의 우화정 羽化亭 은 주변 단풍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합니다.

 

 우화정을 지나서 일부러 다리를 건너 장군봉 들머리 쪽으로 걸었습니다. 아내에겐 유군치 들머리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걷지만 .. 

 

 유군치로 올라갈 수 있는 장군봉 들머리는 너무나 오르고 싶은 풍경이 펼쳐지고

 

그 뿌리칠 수 없는 유혹에 그만 아내가 넘어갔습니다. 

 

초반 산죽길

 

표식이 될법한 구멍 뚫린 나무

올라가면서 하산하는 60대 후반의 부부산님과 따님으로 보이는 세 사람과 조우합니다. "어디로 가실 건데 이제 올라갑니까?" 하며 걱정스런 눈빛으로 남자 산님이 말씀하십니다. "네에~곧 하산할 낍니다." 하며 얼버무립니다. 그분의 입장에서 본다면 갈 곳은 장군봉 밖에 없는데 이 시각에 오르니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사진에선 잘 안 보이지만 서래봉이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래봉의 응원을 받으며 오름짓을 한 끝에 

 

다시 유군치에 올랐습니다. (이정표에는 40분 소요된다고 했는데 35분 만에 오름) 이제 저 울타리를 건너 아침에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만 하면 2만원 굳었습니다.

 

아무도 안 만날 줄 알았는데 배낭도 메지 않고 물통도 없는 산객 한 분과 조우합니다. 이 구역은 비등이라 서로 민망합니다.

 

 아침에는 놓쳤던 437.6봉이 표석

 

 437.6봉에서 바라본 월령봉(전방의 뾰족봉) 과 서래봉으로 이어지는 내장능선

 

 내장산 아래도 훤하게 내려다보입니다.

 

역시 아침에는 놓쳤던 박물관 초입 (우측 막아놓은 곳으로 내려가면 박물관으로 갈 수 있음) 이후 진행은 마치 연어가 태어난 곳을 찾아 가듯 슬슬동풍길입니다.)

 

조금은 민망한 마지막 날머리

 

지난주 피아골 후기에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단풍산행이라 썼지만 진주 비경 마운틴 산행코스에 충동질을 받아 허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6년 전 내 생애 두 번 다시는 내장산을 찾아오지 않을 것 (밀려 드는 인파와 차량정체 때문에) 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그 말도 모두 허언이 되고 말았습니다.

 

추령에 오니 상가에서 풍악소리가 울리고 산객을 유혹했지만 휘이~ 둘러본 아내 먹을 것도 살 것도 없다 하기에 귀가를 서둘렀습니다. 귀갓길에 감 한 상자 (2만원 굳었으므로) 사고 담양의 맛집에서 대통밥으로 맛난 저녁을 먹은 후 88고속도로을 경유하여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근데 산에 있을 땐 몰랐는데 사진을 보니

과시 내장산 단풍이네요.

 

 

08시 52분 산행 시작

16시 02분 산행 종료

최저고도 170m (동구리)

최고고도 690m (장군봉)

 

 

 

 

흐르는 음악은~
가을과 어울리는 샹송모음

 

이후 진행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