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산 산행기

창녕 관룡산/화왕산▲ 하늘의 뜻대로..

통영사람 이수영 2012. 6. 30. 07:18
[24]

◁관룡산-화왕산 산행기▷ 

 

 

 


억새 풍경


 



 ☞ 일시: 2003.10.12 일요일 

 ☞ 날씨: 흐림

 ☞ 산행자: 나와 아내

 ☞ 車의 길: 통영-마산(서마산IC)-영산IC-관룡사 주차장 ( 옥천리 )

 ☞ 산행코스

관룡사 주차장-관룡사-용선대-헬기장-삼거리-암릉(back)-삼거리-진달래능선-능선4거리-허준SET장-동문-배바위-화왕산정상-용지-허준SET장-능선4거리-삼거리-관룡산-구룡산-청룡암-관룡사-관룡사 주차장

 ☞ 산행시각

09:20 관룡사 주차장
09:30-09:50 관룡사
10:10 용선대
11:00 헬기장 ( 관룡산 740m )
11:15 암릉
11:30 삼거리 ( back 한 시각 )
11:45 능선 4거리
12:00 허준 SET 장
12:20 東門
12:40 배바위
12:50-13:25 점심식사
14:05 화왕산 정상 ( 756.6m )
14:25 용지(龍池)
15:20 삼거리
16:10 관룡사
16:25 관룡사 주차장

< 산행거리 약17km 산행시간 7시간 >

 ☞ 산의내력

화왕산(火旺山) 756.6m

위치 :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과 고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경상남도 낙동강과 밀양강이 둘러싸고 있는 창녕의 진산이다.
옛날 이 산은 화산활동이 활발하여 불뫼·큰불뫼로 불리기도 하였다.

화왕산은 봄의 진달래, 가을의 억새로 전국의 산꾼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산이며
대체로 창녕 읍쪽이 밋밋한 반면 북쪽과 동쪽이 급사면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화왕산 일대는 화왕산성 성곽이 있던 흔적이 있으며 동문부근에는 석축이 남아있다.
임진왜란 의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화왕산성을 의지하여 왜병을 물리친 것을 기리는
의병전승비가 있어서 장군의 업적을 돌이켜보게 한다.

화왕산 정상은 환장고개에서 400m정도만 올라간다.
관룡산과 영취산이 지근거리에 다가 오고
그 뒤로 영남 알프스로 생각되는 산군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화왕산에서 볼거리는 억새와 함께 화왕산 북쪽 사면과 동쪽 사면의 바위지대.
여기에 진달래가 피면 화왕산 급준한 산록은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관룡산(觀龍山) 740m

태백 산맥이 영남 알프스를 이루기 직전에 일부 지맥이 경산 달성쪽으로 빠지면서
최정산(915m), 비슬산(1084m)을 솟구치며
여력으로 그 아래 화왕산과 관룡산을 빚어 놓았다.
산은 비록 높지 않으나 이웃한 화왕산과 더불어 아름다운 산세를 이루고
능선 가득히 억새로 뒤덮인 광경은 마치 고원을 연상케 하며
그 품에 안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특히 봄철에는 산 전체가 진달래꽃으로 덮여 절로 탄성이 나온다.
옥천리에서 정상일대를 보면 오른쪽 암릉이 날카로운 공룡의 지느러미를 연상케 하며
구불 구불 이어져 나가 장관이다.

*관룡사

신라 진평왕 5년(583) 중법 국사가 창건하고
원효대사가 한때 화엄경을 설법한 수도장이기도 하며 보물 제 146호인 약사전과
대웅전(보물 제 212 호)등이 조선 초기의 건축미를 자랑한다.
절 윗쪽으로 신라때 창건된 청룡암이 있고,
서쪽의 용선대 위에 석가여래좌상(보물 제 295호)이 조성되어 있다.

*화왕산성

정상에서 동쪽에 위치하며 사적 64호로 옛 가야 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임진왜란 때 성을 축수하였고
정유왜란때 홍의 장군 곽재우가 내성을 축조하고 왜적을 물리쳤다고 한다.

*목마산성

정상에서 서쪽 아래 위치하고 사적 65호로 지정되어 있다.
조선조 선조 이후에 축성 되었다고 하며 형태가 비교적 잘 보관되어 있다.


 

 




    ▲ 산행기 ▲

   오늘은 작년에도 왔었고 몇 년전 에도 와 본적이 있는 억새로 유명한 화왕산의 세 번째 등반길이라.
   호기심이나, 두근거리는 마음은 없었으나, 산행초입이 관룡산으로 오르는 것은 처음이라,
   처음 오르는 기분으로 등반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는 몇 년전 에는 도성암 코스로 올랐었고 작년에는 목마산성코스로 등반했었다.)

   처음 계획은 관룡사에서 용선대로 가서 back 하여 청룡암을 거쳐 구룡산-관룡산-화왕산-목마산성 으로
   산행하려고 작정했으나, 세상사가 어디 뜻대로만 잘 풀리는가..
   뜻밖의 복병을 만나 의도대로 산행하지 못하고
   관룡사-용선대-관룡산-화왕산-관룡산-구룡산-관룡사로 원점회귀 하는 산행을 하고 말았으니,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라 생각되며 코스에 넣었던 청룡암은 어찌된 영문인지
   제대로 길을 찾아 내려온 것 같았지만 결국은 지나쳤으므로,
   오늘 청룡암과는 하늘에서 내려준 인연은 없는가 보다.
   (청룡암 바로 위에서 보고 찍은 사진까지 있다. )

   또, 하산하고 귀가길 `옥천송이버섯마을' 에서 먹은 자연산 송이버섯 구이는
   맛은 그런 대로 먹을 만 하였으나, 나중에 나온 숱 검댕이 `송이버섯돌솥밥' 때문에
   좋지 못한 인상을 가졌던 하루였다. 하지만, 세상 살면 어찌 맑은 날만 지속되겠는가,
   어떤 날은 비가 오는 날도 있지 않겠는가, 모두다 소중한 추억이라 생각하면, 이조차도 소중한 추억인 것이다.

   오늘도 6시 기상하여 7시10분에 출발하여 8시23분에 칠서휴게소 이다.
   오늘 아침은 휴게소에서 먹기로 작정하였으므로, 여기서 `콩나물해장라면' 을 먹고 있는데
   누가 나를 부르기에 돌아보니 중학교 동창인 강사장(강성웅) 이다.
   평소에 산을 좋아해서 등산을 자주 하는 친구인데, 본인부부와, 친구부부 등, 6명이
   화왕산으로 가는 길이란다. 우리는 주로 둘만이 다니는데, 친구와 여럿이 가는 강사장이 부러워 보인다.
   그들은 우리와 반대 코스로 산행한다고 하며
   나중에 점심때 산 정상에서 만나 점심을 같이 먹자고 명함을 나에게 건네준다.
   하지만, 오늘 화왕산 정상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와서 신경 쓰지 않으면 아이를 잃어버릴 정도로 많은 인파가 들끓고 있었으니,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사라..

   오늘(13일) 마침, 강사장을 만나는 계기가 있어 어제의 산행경로를 물어보니,
   3번코스(목마산성) 로 올라와서 관룡사로 하산하지 않고
   2번코스(자기아내의 주장으로) (도성암) 로 내려왔는데,
   얼마나 사람들이 많았던지 내려가는데 2시간 걸렸다고 하니,
   아내의 말대로 관룡사로 원점 회귀한 우리의 산행이 탁월한 선택을 한 셈이었다.
   그 바람에 구룡산도 갔었고, 아름다운 秘景을 볼 수 있었으니,

   손해보는 것이 남는 것이다. 라는 이상한 궤변이
   오늘만큼은 궤변이 아닌 부처의 말씀으로 들리는 듯 하다.

 

 


관룡사 현판문


 

 


 


관룡사 대웅전



   09:30-09:50 관룡사

   주차장 못 미쳐 도로상에서, 주차비2,000원 입장료1인당 1,000원 (군립공원)을 내고
   車를 두 번째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서 한 10여분 올라가니, 관룡사 이다.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절 입구 대밭사이로 난 옛길에 돌장승 2기(경상남도 민속자료 제6호)인데,
   부릅뜬 눈을 마주하고 서 있다. 천황문이 따로 없으니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현판문을 들어서면 왼편에 종각이 나타나는데, 바깥에서 보기에도 종각이 무채색의 검은빛 건축물로서,
   오래된 古風을 풍기며 다가선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관룡산과 구룡산 은 톱날같은 암릉의 위용을 자랑하며
   구름으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있다.

   오늘도 아내는 대웅전을 보자, 절을 하기 위해 들어서려는데, 내가 말하기를,

   "오늘만큼은 여기서 절을 하지말고 용선대 (龍船臺) 석가여래좌상에게 절을 하라"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영험이 있는 불상으로 알려졌기에..

 



 


관룡사 용선대 석조석가여래좌상



   10:10 용선대

   용선대는 관룡사 안에 있는 길을 따라 비탈길과 급경사길 을 올라,
   제법 (700m) 땀을 낸 후에야 , 만날 수 있었다.
   올라오는 도중에 한 등반객에게 Back 하지 않고 청룡암 가는 길이 있냐고 물으니,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분은 우리의 등산코스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도 질문을 잘못하여
   결국 청룡암을 거쳐 구룡산, 관룡산으로 등반하려는 나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다.
   무조건 Back 하여 관룡사 밖에 있는 오른쪽 등로를 올랐어야 했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나중에 원점 회귀 하산시, 이 등로로 하산했다. )


   석가여래 부처님은 얼굴에 자비로운 미소를 띄고 가부좌를 하고 관룡사를 향하여
   8각의 연화대 위에 중후하게 앉아 계신다.
   9세기경에 만들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느 누가 이 높은 암릉에 이러한 불상을 세웠을까..
   옮겨놓기엔 너무도 높은 곳이라, 아마도 재료인 돌은 이곳에서 구해서 만들었을 것이다.
   (불신1.81m 과 대좌1.17m 등으로 3개로 나누어져 있음. )

   아내는 하늘이 보이는 이곳에서 석가여래부처님을 향해 절을 하였고,
   나는 그 부처님 사진 찍는 일에 열중하니, 지난 산행시와 다름이 없다.
   갑자기 날씨가 어두워지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여기서 구룡산을 바라보니 더욱 가까이 보여 그곳에 가고 싶은 충동을 강렬하게 느낀다.
   아름답고 무심한 구룡산은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아까 그 등반객(억센,서울말씨) 말씀에 따라 관룡사 쪽으로 Back하지 않고 위로 올라간다.
   그분들 일행은 먼저 올라갔는지 보이지 않고 아내와 나 둘만이 호젓한 산속을 걷고 있는 것인데,
   아내가 말하기를, 이번 태풍( 매미) 때 저 높은 곳에 있는 불상이 넘어지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고 한다.
   바보, 저 불상 무게가 얼만데. 그렇게 말했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넘어질 수 도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다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니 절벽아래 홀로 앉아 계시는 모습이 너무도 초연하다.
   석가여래의 인자한 웃음에는 천년의 사연들이 담겨 있고,
   사바세계를 바라보는 석가여래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혀있는 듯 하다.

 



 


멀리서 바라본 석조여래좌상과 마을 풍경



   10:20-11:00 용선대-헬기장

   처음에는 경사가 보통 이었는데, 한 10분 올라가니 급경사가 나타나고
   나무계단과 로프를 설치한 등로 부터는 그야말로 소금땀 코스다.
   마치 한신계곡에서 세석으로 올라오는 클라이맥스 코스와 흡사한데, 나무계단의 수를 헤아리진 않았지만,
   551계단인 삼도봉 가는 계단의 수 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무리 가도 청룡암은 나타나지 않고 헬기장 거의 다 와서 오른편 산 중턱에 청룡암이 얼핏 보이는데,
   이곳과 거리도 멀고 길도 나와있지 않아 죽으나 사나 위로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헬기장에 도착하니 아까 그 서울말씨 하는 분과 그의 일행, 그리고 딴 팀 2명이 있었다.
   그분을 보자마자 나의 입에서 그분이 들어서는 안될 말이 튀어 나오자(원망의 말),
   그분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깜짝 놀라 나의 경솔함을 후회했지만 이미 엎지르진 물,
   그분도 자기 딴에는 가르쳐 주었는데, 내가 원망조로 말하니 서운했던 모양이다.
   청룡암을 가는 샛길이 있다고 하는데 안내판도 없고 초행이라 지나쳐 온 모양이다.
   그분도 우리에게 가르쳐 주려고 하였다고 하는데 우리가 늦게 올라오는 바람에
   (사진 찍고 해서 시간이 지체 ) 그냥 올라 오셨다고 한다.

   하지만 산행을 마치고 곰곰 생각하니, 처음 내가 계획했던 대로 용선대에서 Back 하여
   관룡사에서 올라오는 것이 정코스 일 것 같다. 그 샛길이라는 것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처음 그분 말씀은 표시판이 있다고 하였으나, 표시판 없음)

   그분에게는 미안했지만, 나는 나대로 구룡산으로 가야 했기에 잘못된 항로에 대해
   애석함과 약간의 분노까지 있었다.

   11:00 삼거리 길인데 왼쪽로 가면 화왕산성길 이요 오른쪽으로 가면 구룡산 길이다.
   갈등을 하다가 결국 힘들지만, 구룡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오른쪽으로 가게 만든다.
   한 15분 내려가니 이름모를 암릉이 턱 버티고 서 있는데 암릉에는 안개구름 으로 시계가 제로이다.
   한 등반객이 반대편에서 오시는데, 관룡산과 구룡산 정상에 대해 물어보니,
   두산 모두 정상석이 없고 경치는 좋으나 끝까지 가실 의향이 아니라면, 다시 되돌아 가라고 하면서,
   이곳에 등반오시는 분들의 목적은 화왕산을 보기 위해 온다고 하면서
   같이 올라가자 한다. 여기서 마음의 갈등이 일어난다.
   끝까지 진행해서 구룡산을 볼 것인가 아니면 화왕산 쪽으로 Back 할 것인가..
   이때, 날씨도 우중충하여 곧 비가 내릴 것도 같아 아무래도 마음이 불안하고 Gas로 시계조차 좋지 않아
   선경을 본들 제대로 보겠는가,

   눈물을 머금고 다시 삼거리로 향한다. ( 왔다 갔다 30분 소요 )

 



 


사거리 등산 안내도



   11: 45 능선 사거리

   삼거리 길에서 이곳 능선 사거리까지는 15분 거리이다.
   곳곳에 진달래 나무들이 있었으나 철이 아닌 고로 꽃은 볼 수가 없었지만,
   아름다운 진달래 능선을 내려오는 기분은 아까 힘들게 이곳까지 올라온 노고를 잊게 만들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은 어느 듯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걷어내니 기분이 상쾌해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곳 사거리에는 여러 곳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로 분주하고
   직진하면 화왕산성(2.8k) , 좌측은 옥천(3.1k) , 우측은 고암감리(3k) 로서,
   고암감리 쪽으로 가면 부곡온천으로 갈 수 있는 임도 사거리였다.
   물론 우리가 왔던 곳인 관룡사쪽은 보행자만이 갈 수 있는 길이었고..
   철문 같은 것을 통과하여 우리는 화왕산성 방향으로 직진한다.

 


 


MBC 창사 특집 드라마 허준 촬영 SET 장



   12:00 허준 SET 장

   이곳은 허준드라마에서 허준 선생께서 삼적사에서 대풍칭(나병) 환자를 돌보는 과정을 촬영한 곳으로,
   너와집과 굴피집이 각각 3채, 움막 2채가 있고 천하 대장군과 지하 여장군이 있다.
   이곳에서부터 사람들이 넘쳐 이곳이 마치 유원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곳곳에서 오뎅, 커피, 물, 맥주 등을 팔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다.

   세트장을 지나 좀, 떨어진 곳에 약수터가 있는데, 사람들은 물맛이 좋다고 먹는데,
   나는 보니, 주위 환경도 그렇고 좋게 보이지 않아 얼굴만 씻었다.
   하기야 포카리 2병 포함 5병씩이나 가져왔는데, 시원찮은 약수물을 마실 이유는 없었다.
   조금 내려오니 화장실 이 나오는데 화장실을 배경으로 한 산의 색조가 너무나 아름다워 사진에 담았다.

 


 


허준 SET 장 옆산 풍경

 

 

 




東門 ( 산성 )



   12:20 東門 (화왕산성)

   허준 세트장을 지나 조금 후 서쪽방향을 조망하니 성곽 같은 곳이 보인다.
   바로 화왕산성 이었고 그 관문이 동문이다. 동문은 문루(門樓)는 없어도 문틀도, 동문에

   이어진 성곽도 제대로 서 있다
   동문을 들어서자, 화왕산성 안인데, 중앙에 화산 분지 같은 용지가 보이고
   좌측으로 배바위로 쪽으로 쭉 연결된 성곽이 보인다.

   성안에는 억새로 가득하다. 이처럼 나무는 없고 순전히 억새만 있는 5 만평이나 되는

   넓은 고원이 있다는 게 신비롭다.
   오래 동안 억새 태우기 행사를 해오다 보니 잡목들은 모두 불타 없어져 버리고 억새만 매년 다시 돋아나오니
   이렇게 광대한 억새 밭이 이루어진 것이리라.

   (화왕산은 예로부터 『불의 뫼』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 이곳에서 불이 나야만 풍년이 깃들고
   평안하다는 전설에 따라 1995년부터 정월대보름에 억새 태우기 행사를 하고 있는데,
   환경보호차원에서 매년마다 실시하지 못하 고 있다한다.)


   하지만 오늘은 Gas 가 많이 차서 성안에 있는 모든 억새를 한눈에 볼 수도 없고
   어디가 어딘지 방향감각도 잘 느끼지 못한다.
   배바위로 향하는 도중에 사각형 철제 울타리 안에
   창녕조씨득성지지(昌寧曺氏得姓之地)라고 쓴 표석이 세워져 있어,
   사진에는 담았으나, 여기에서는 생략하고
   오히려 가는 도중 남서쪽 성곽이 무너져 내려 길이 뻥 뚫린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 사진에 실었다.

   (추측컨대, 이번 태풍매미로 인한 붕괴가 아닐는지.. )

 


 


성곽의 동남부 ( 옥천으로 가는 길인데 무너져 보수중 )


 

 


 


배바위 ( 비록 Gas 때문에 시계는 없지만 벼랑 끝에 모자쓴 아내와 다른 여성분 )



   12:40 배바위

   동문에서 왼쪽으로 연결된 성곽을 따라 남쪽으로 올라오니 헬기장이 나타나고 5분 후에 배바위가 나타난다.
   그 이름이 어찌하여 배바위 인지는 몰라도 일명, 배를 묶은 바위다 하여 배바위 라 불리 운단다.

   처음 볼 때는 그냥 암릉으로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암릉의 사이사이가 통해져 있어
   좁은 암릉 사이로 사람들이 일부러 지나고 있다. 고공공포증이 심한 나는 멀찍이 서서 사진 찍는 것으로

   만족하는데,
   아내는 겁도 없이 그 사이를 지나가려고 한다. 위험하기도 하고 좁기도 해서 내가 만류하자,
   그냥 벼랑끝에서 앉아 있어 사진에 담아본다.
   무슨 여자들이 간이 저리 크노. 나는 다리가 떨리고 어지러워 벼랑끝에는 못 앉는다.

   12:50-13:25 점심식사

   배바위 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곳도 경치가 좋은 바위다. 여기서 우리는 전을 펴고 준비해 간

   도시락을 먹는데
   잠시 후 한기를 느껴 점퍼를 내 입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이 추위를 물리쳐 주고
   잠시 후 우리는 정상을 향하여 일어선다.
   이곳은 Gas로 50m 전방이 잘 안보이므로 어디가 어딘지 몰라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다시 동문 쪽으로 올라 가라한다.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조금 내려와 헬기장에서 식사를 하는

   등반객에게 물어보니,
   자칭 자기가 화왕산 지리에 대해서는 빠삭 하다는 분이 말씀하시길 다시 배바위 쪽으로 올라가
   오른쪽으로 난 길로 가면 되며, 이리로 가면 둘러가기 때문에 멀다고 한다.
   과연 그분말씀이 옳았고 첫 번째 말한 그 젊은 등반객의 말은 100%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잘 알지도 못하고 우리에게 말했던 것이다. 산에 와서 간혹 경험하는 일인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척하는 사람들 때문에 골탕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오늘처럼 안개로 시야가 좋지 못하는 날에는 시행착오가 많이 생길 것 같다.
   오만평의 성안에는 억새만큼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잠시 후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곳은 작년에도 와 보았던 곳이라 눈에 익다. 장사하는 사람들과 등반객으로

   억새구경인지 사람구경인지..

 



 


화왕산 정상 ( 사진의 인물들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 ) 756.6m



   14:05 화왕산정상 756.6m

   이곳에 오기 전에 한곳을 올랐는데, 누군가가 이곳이 정상이라 한다.
   물론 그곳은 정상석도 없었고 정상의 위엄도 없었다.
   작년에 온 기억이 나서 그곳이 정상이 아닌 것임은 알았으나, 안개로 어디가 정상인지

   나도 잘 구별이 안되었는데,
   결국 이 정상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어찌나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던지,
   나 홀로 사람 없는 정상석 사진을 찍기엔 중과부적이라 할 수없이 생면 부지의 사람들이 사진에 찍혀

   있사오니, 그리 아시기 바랍니다. 정상에는 인파로 잠시도 서 있을 수도, 있을 필요도 없었다. ( 시계 제로 )

   이제 하산하면 오늘의 산행이 마감되는데, 뜻밖의 변수가 발생했다.
   목마산성 쪽으로 하산하려고 막, 그 길에 들어서는데, 공원 안내인이 길을 막는다. 그 까닭인즉,
   이곳으로 올라오는 등반객의 수가 너무 많아 내려가는 사람은 도성암 코스로 내려 가라한다.
   어쩔 수 없이 그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진행이 거북이 걸음이다. ( 등반객의 수가 너무도 많아서 )
   아무 생각 없이 내려가는데 아내가 말하기를
   관룡사로 도로 내려가면 길도 막히지 않고 택시비 도 들지 않으니 그리 하자고 하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좋은 생각이다.
   아까 이정표 있는 곳에서 중앙을 관통하니, 아름다운 억새들이 있었고, 분지 한가운데에 용지가 있었다.

 


 


용지동천



   14:25 용지동천

   이곳 화왕산성 용지(龍池)는 신라 26대 진평왕때 창녕조씨 시조 관태사공 계룡 ( 官太師公 繼龍 )께서

   잉태한 영지이며, 선사시대 때 화산의 분화구 인 것이다. 이곳을 관통하니 동문이 나왔고
   우리는 다시 오전에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뒤돌아보니 동문과 왼쪽으로는 배바위로 오르는 산성 성곽의 윤곽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 사진에 담아둔다.

 


 


용지(龍池)


 

 


 


멀리서 바라본 동문쪽 풍경



   15:20 삼거리

   이곳을 오기 전에 동문을 빠져나와 14:45 다시 허준 세트장 15:00 능선 사거리인데,
   능선 사거리에서부터 이곳 삼거리까지 오는 20분은 아무도 없고 둘만의 산행이다.
   (능선 사거리에서 하산한 관룡사 까지 라 해도 무방하다. )
   오전에 내려올 때도 좋았지만 올라오는데도 그리 급경사도 아니고 분위기도 한적한 것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등로를 아내와 함께 걸으니 가을 바람은 산들산들
   하늘은 이제 오전보다 오히려 Gas가 걷혀 맑은 하늘은 아니지만 갈색의 분위기가 가슴을 여며온다.
   이곳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오전에 우리가 올랐던 코스인데 그토록 보고파 했던 구룡산 인지라,
   득달같이 직진한다.

   아까 오전에 Gas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암릉이 찬연히 그 모습을 나타낸다.
   암릉은 로프로 연결되어 있어 등반객의 안전산행을 돕고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톱날처럼 날이 선 암릉들이 너무도 아름답다.
   아, 목마산성으로 하산하였다면 이런 비경을 어찌 보았을 것인가. 결국 오늘 내가 목표한 구룡산을 등반하니
   비록, 많이 걸었지만 회한이 없는 산행이다.

   한없이 더 직진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청룡암으로 내려가는 또 다른 삼거리 길이 나온다.
   아쉽지만 마지막으로 이곳 암릉에 기대어 반대편 절벽 봉우리를 사진에 담아둔다.
   그런데, 이곳의 봉우리는 정상석이 없으므로 어디가 구룡산 인지는 분명치 않아
   나름대로 이름을 붙였으니 틀렸으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구룡산 쪽으로 바라본 풍경1

 

 

 




구룡산 쪽으로 바라본 풍경 2


 

 


 


관룡산에서 내려다 본 남쪽 풍경


 

 


 


지나온 관룡산 암릉


 

 


 


구룡산 ( 아래로는 깍아지른 절벽 )

 

 

 




산위에서 내려다 본 청룡암



   16:10 관룡사

   삼거리에서 내려오니 급경사의 길이다. 아까 오전에 용선대 에서 헬기장으로 올라오는 것처럼
   그 경사가 심해 올라오는데는 무척 힘들 듯 하다.
   조금 내려가니 청룡암 같은 암자가 보여 사진에 담아두고 약수터를 지나 한참을 내려가도
   청룡암 가는 길이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인데, 약수터 근방에 길이 있었나 본데
   그 당시는 보지 못하여 지나친 것이다. 서두에서 말한바 대로 청룡암은 오늘 우리에게는 인연이 없나보다.

   삼거리에서 삼십여분을 내려오니 관룡사 부도가 등로에 서 있었고 잠시후 관룡사가 나타났다.
   이곳에서 산정을 바라보니 구룡산의 아름다운 암봉들이 손짓한다.
   오늘은 화왕산이 주 산행지 인지 구룡산이 주산행지 인지 모를 정도로 구룡산에 폭 빠진 것 같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원점회귀한 산행은 새옹지마(?)라 하면 어울리지는 않지만,

   회한을 남기지 않은 산행이었고,

   화왕산 하면 억새만을 생각했던 나의 기억에

   화왕산과 더불어 관룡산 구룡산 까지 자리 잡으니 너무나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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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0.12 관룡산 화왕산에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