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팔영산(八影山)▲
(450) 2014.01.19 (6시간 10분) [전남 고흥]
곡강마을~선녀봉~팔영산~능가사
맑음 (시계양호)
객의 처지가 감기환자들과 일주일 내내 동거동락을 하는 처지라 안 그래도 저질체력에 불청객 놈 감기까지 들어붙어 아무래도 이번 주는 산행을 포기해야 할 판인데, 명색이 카페지기라는 작자가 허구한 날 남의 산기에 댓글만 쓰기도 그렇고 (이렇게 하다가는 자칫 손님 다 떨어질 것 같아) 가기는 가야겠는데..
아내왈 '이번 주는 부산에 계시는 장모님 모시러 가자'고 한다. 무친 김에 제사 지내고 덮친 김에 보쌈 한다고 장모님 모시러 가는 길에 밀양 백운산이나 타자고 했는데 이마저 장모님 사정으로 (며칠 후 정기검진) 무산되어 최근 본카페 산골소님의 산행기에 뽐뿌질을 받은 고흥 팔영산으로 향한다.
참고로 고흥 팔영산은 11년 전인 2003년 10월 26일 작은 처남의 강추로 능가사 원점회귀 코스로 (지금도 대부분의 산님들이 애용하는) 한 번 탔던 산이다. 하지만 그 코스는 절반만 탄 것이라 한다. 팔영산을 제대로 타려면 반드시 선녀봉을 타야 한다고.
06:50-통영출발 07:50~08:25-섬진강휴게소 (아침식사) 08:36-광양IC 09:15-들머리에 도착 09:29~15:40-산행 16:05~16:11-택시타다. (택시비 9,000원) 16:49~17:17-순천 '벌교꼬막가든' (저녁식사) - 비추천 식당 17:25-순천만IC 18:30-통영도착 산행채비를 하는데 충직한 견공의 초인사가 요란하다.
(사진에 클릭! 하면 글씨가 또록또록하게 보임)
<선녀봉2.5km 성주봉3.8km 두류봉4.5km> 이정표가 보이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아스콘 도로를 따라 올라 간다.
조금 올라가니 여인들과 남자들의 웃음소리와 떠드는 소리가 요란한데 곧 너른 장흥 고씨묘가 나타나고 조금 전 웃음소리의 주인공들이 벌목을 하는지 요란한 전기톱 소리에 우리가 지나가는 인기척도 모르고 열중하고 있어 조용히 통과한다. 잠시 후 임도가 나타나는데 임도에서 우측 내림길로 가서 오르면 바로 강산폭포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우직하게 능선을 고수하는 바람에 다시 내려오는 체력훈련을 한다. 물론 아내는 위에서 기다리고, 강산폭포는 볼품은 없으나 폭포임이 분명하다. 갈라진 바위틈새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졸졸 나고 있고 높이 10m는 훌쩍 넘을 듯..
휴식 후 오름길에서 서로에게 기대고 있는 두 그루의 나무가 보이고 두 그루 나무를 통과하니 2분 후 이정표가 보이는 안부로 올라선다.
우측 오름길이 가야할 방향이라 아무생각 없이 우측 오름길을 오르는데 갑자기 장끼 한 마리가 침입자에 놀라 푸드득~~ 날갯짓을 하며 날아간다. 그런데 산골소님의 산행기를 보니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암봉이 있는데 암봉에서 바라보는 선녀봉 암릉 풍경이 놓쳐서는 안 되는 멋진 포인터였다.
저 암봉으로 가서 그림 몇 장을 더 얻었어야 했는데 아깝다. 오름길에는 아직도 떨어지지 않은 단풍이 다음엔 가을에 오라고 유혹한다.
너덜지대를 건너니 본격적인 암릉코스가 기다린다.
여자만 너머는 여수반도다.
암봉과 집채만한 바위가 꼭대기만 보일쯤이면 전망대로 올라서고
쇠줄이 깔려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육안으로 보면 사진 보다 더 잘 보인다. 시상에! 고흥반도의 거의 끝자락에서 지리 천왕을 뵙다니!
팔영산 8~7~6~5~4~3~2봉의 봉우리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마치 닌자처럼 등장하는 한 산님 이 분은 산악회 따라오신 분인데 선녀봉 코스가 궁금해서 건너오셨다고 하면서 한 바퀴 휘~이 둘러보시다가 다시 빽하는데 날래기가 비호같다. 아마도 산악회 산행대장급으로 추정된다.
닌자산님 먼저 내려가시더니 "조심해서 내려오세요." 한마디 던지시곤 바람처럼 사라진다.
쇠줄코스 지나니 심금을 울리는 명언이 보인다. '위대한 것 치고 정열없이 이루어진 것은 없다.' -에머슨-
이 산에는 이런 명언을 쓴 작은 푯말이 셀수없이 많이 보이는데 산행을 하면서 명언을 읊조리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이다.
5~4~3~2봉은 다닥다닥 붙어 있고 6봉과 1봉은 조금 떨어져 있는데 5~4~3~2봉이 앞니들이라면 6봉과 1봉은 송곳니 인가?
경치 좋은 너럭바위에 앉아 컵라면과 비상식량으로 조촐한 점심을 먹었다.
이 사진만 보고 마복산과 천등산을 아는 산님 계시면 손! 천등산은 바로 알았지만 마복산은 헛갈려 집에 와서 겨우 알아냈다.
5봉 내림길에서는 민폐를 끼치는 여학생 때문에 원치 않는 정체를 겪고
6봉 오름길은 11년 전 철난간과 달리 철계단이라 슬슬동풍길이다.
산골소님 일행은 저리로 내려가서 아까 휴양림 갈림길로 다시 올라간 후 선녀봉으로 해서 원점회귀하셨는데 본산행기 코스 보다 훨씬 힘들 것 같다.
(사진에 클릭! 하면 섬이름 나온다.)
팔영산의 봉우리 중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봉우리가 바로 6봉이다.
『두류봉에서 내려오니, 숲길이 나타나고 다시 이정표가 나타난다. 왼쪽으로 가면 자연 휴양림(0.8k) 이고, 오른편으로 가면 능가사 (2.6k) 이다. 똑바로 걸어 숲길을 올라가니 통천문 같이 생긴 문이 다 나오고 또, 웅장하게 생긴 바위를 지나 계속 오르니 칠성봉이다.
여기서부터는 시야가 넓어져서 남쪽의 나로도 도 보인다. 동쪽으로는 적금도, 낭도 등이 보이고 멀리는 돌산도 금오도 개도 등이 조망되는데 멀리는 뿌연 안개로 확연히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을 갖게 한다. 정상석이 서있는 방향인 남서쪽은 논밭인지 아름다운 평야가 펼쳐지고, 마복산 과 천등산이 조망된다. 또한, 남쪽으로 보이는 사각형의 봉우리는 처음에는 이 봉우리가 제8봉 인 줄 알았으나, 8봉과 7봉 사이에 있는 중간 봉우리였다.』 -11년 전 나의 26Th'팔영산 산행기에서-
우회해도 되지만 쇠사슬 타는 재미가 쏠쏠해서
(사진에 클릭! 하면 내나로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나로1대교가 보이는 원본사진 나온다.)
팔영산 최고봉이고 실질적인 정상이지만 11년 전에 한번 갔던 곳이라 생략하고 탑재로 하산한다.
뒤에 새로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서 11년 전과는 느낌이 좀 달랐다.
능가사에서 바라보면 8봉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는 여덟 개의 꽃송이가 보인다. 그 한 송이는 누구를 지칭하는지 말씀 안 드려도 아실 것이다. ^^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팔영산에 대해 조금은 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후 진행은..
택시를 불러 차를 회수한 후 (가게에 물으니 친절하게 택시를 불러줌) 벌교꼬막을 먹기 위해 내비에 벌교꼬막정식을 치니 '벌교꼬박가든' 이라는 식당을 소개한다. 일단 그곳(벌교)에 가서 다시 식당을 정하기로 하고 출발했는데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벌교를 벗어나 순천입구까지 (상호만 벌교꼬막이지 순천입구에 있었기 때문) 가게 되었고 손님 달랑 한 팀만 있었던 '벌교꼬막가든'에서 먹은 꼬막정식은 벌교읍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었다. 밥은 언제 했는지 누렇게 변색되었고 반찬은 입에 맞지 않고 꼬막무침은 재활용이 의심나게 그 량이 많아 몇 개만 집어 먹고 말았다. (앞 손님 먹고 난 자리를 치울 때 아내가 보니 먹고 남은 음식을 싹싹 버리지 않고 도로 가져가더란 것이다. 고로 이집은 십중팔구 재활용 집이라는 것)
맥주는 고사하고 식후에 커피도 마시지 않고 줄행랑(?) 쳤다. 올해는 첫 산행부터 먹을거리와는 인연이 없더니 남도에 와서도 이런 입맛만 버린 식사를 하게 될 줄이야! ㅠㅠ
달리는 차안에서 아내가 하는 말 집에서 맛있는 케잌이나 먹어야 겠네요. 우띠~
흐르는 음악은~ 감미로운 팜송 12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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