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산 산행기

함양 백운산▲ 수상한 날에 오른 야릇한 산행..

통영사람 이수영 2012. 6. 30. 10:21

[경남 함양] 수상한 날에 오른 야릇한 산행 ..  (119번째 산행기)






     ㅇ일시:
2005년 12월 04일 일요일
     ㅇ날씨: 흐리고 눈 내리고 차가운 날씨
     ㅇ산행자: 나홀로
     ㅇ산있는곳: 경남 함양군(咸陽郡) 백전면(栢田面), 전북 장수군(長水郡) 
     ㅇ산행코스: 대방마을-상연대-묘지갈림길-하봉-중봉-백운산정상-원통재갈림길-큰골-화과원갈림길-백운암-백운교-대방마을

     ㅇ산행시간
     ㅇ12:15-대방마을에서 산행시작
     ㅇ12:55-상연대
     ㅇ13:26-묘지갈림길
     ㅇ13:57-하봉
     ㅇ14:07-중봉 (전망대)
     ㅇ14:15~14:29-점심식사
     ㅇ14:38-백운산 상봉 (정상 1,278.6M)
     ㅇ15:16-원통재갈림길 (백운산1.3km 지점)
     ㅇ15:55-로프지대
     ㅇ16:37-용소폭포 부근 화과원갈림길 (백운산3.7km 지점, 백운암2km 지점)
     ㅇ17:01-백운암
     ㅇ17:15-백운교
     ㅇ17:20-대방마을에서 산행마침 (원점회귀)

     ㅇ산행시간 5시간 5분
     ㅇ산행거리 약 10.5km
     ㅇ나의만보계 21,010步

     ㅇ일정시간표
     ㅇ10:15 통영출발
     ㅇ11:40 함양IC
     ㅇ12:11 대방마을 도착
     ㅇ12:15~17:20 산행
     ㅇ18:00 함양IC
     ㅇ18:20~18:40 산청휴게소 (저녁식사)
     ㅇ20:30 통영도착


 백운산이란 산명은 흔한 이름중의 하나이다. 세상의 시비에서 벗어나 무심의 경지에서 흰 구름 같이 청결하고 자유롭게 살고픈 한국인의 고매한 성품을 대변한 희망봉이라고나 할까.

백운산은 광양. 원주. 포천. 정선. 의왕시 등 여러곳에 있으나, 그 중 함양의 백운산이 제일 높고 (1,278.6m) 산맥 상으로도 우리나라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백두대간상에 있으며, 정상 북쪽 3km 지점에 있는 영취산에서 금남 호남정맥을 크게 분파시키고 있는 영산 이기도 하다.

또한 백운산을 중심으로 덕유산에서 지리산까지 뻗은 백두대간은 한반도 남부를 동서로 구분하고 한국 문화의 분수령 구실을 하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정상 부위는 하봉. 중봉. 상봉의 세 봉우리를 주축으로 우뚝 솟아있고, 호남지방으로 떠나가는 서편의 장안산을 아쉬운 양 바라보고 있는 형상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지리산 장릉의 중간지점에 있는 형제봉을 정남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지리산 북쪽 면을 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고, 광양 백운산과 더불어 지리산 전망대 구실을 하고 있는 명산이다.

정상 남쪽에는 고찰 상련대(上蓮臺). 묵계암. 백운암이 있고 동쪽 큰골 일대는 수림이 울창하고 폭포와 소(沼)가 곳곳에 있어 아름답고 가을 단풍이 특히 좋다.

-한국400산행기 김형수에서 발췌-



     ㅇ들머리 찾아가기

     함양IC~백운산 상림공원 우회전~함양시외버스 주차장 사거리에서 직진. 백전 함양 방향~
     상림숲~월암삼거리 백전 서하 방향 좌회전~백전면~대방마을 순


        산행에 앞서..

       지난주.. 모처럼 만난 친구부부들과의 회식자리에서 그만 그놈의 죽엽청주를 과하게 마시는 통에 
     도저히 다음날 산행을 할 수 없는 지경에 빠졌었다. 기분좋게 마셨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이라
     너무 과하게 마신 것이 탈이었다. "이리 마셔도 나, 내일 함양 백운산엔 꼭 간다."   하고
     큰소리 뻥뻥 쳤지만 술앞에는 장사가 없었다. 사필귀정(事必歸正) 
?

     다음날 아침 아버지 모시러 가는데 술이 깨지 않아 할 수 없이 음주운전으로 부친을 모셔와
     억지로 아침을 먹었지만 도저히 속이 메쓱거려 몇 숟갈 밖에 먹을 수 없었다. (몇 일 고생함.)
     그래도 불행중 다행인 것은 마침 그날 시계가 매우 불량해 허전한 나의 마음을 위로(?)했던 것. ㅋㅋ.. 
      그래서 이번주는 꼭 가려고 하는데 토요일 아침 갑자기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몇 일전부터 속이 좀 안 좋다고 하던 아내가 갑작스럽게 배가 아파 병원 응급실 신세를 졌던 것..
     그날 오후 퇴원은 했지만 그렇다고 그 다음날 산에 갈 수는 없는 일이라 진퇴유곡이 아닐 수 없다.
     일기예보는 대설주의보가 내렸지만 통영은 맑기만 하다. 이런 날에 방구석에 쳐박혀 있을 수도 없고..
     결국 아픈 아내를 홀로 두고 의리없이 나홀로 산행길을 떠나게 된다. 

     
산행을 떠나기는 해도 기분이 나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늘 아내와 함께 산행을 하는 나에게 아내없는 산행길은 오아시스없는 사막이라.
     도저히 기분이 나지 않아 산행을 포기하려고 하니 아내 왈
     "방구석에서 빈둥거리며 천장만 쳐다보느니 가시라." 고 해 가기는 가지만
     아픈 아내를 홀로 두고 떠나는 산행길이 어찌 즐거울 수 있으랴..
     



 

▷ 대방마을 (산행초입) <12:11>

▷ 통영은 화창한 봄날이었는데 이곳은 은회색 겨울이다. (대방마을풍경) <12:15>



      원문고개를 내려오는데 새로 생긴 고가도로에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다.  
     (대전~통영 고속도로 개통기념 이순신장군배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날)
     함양IC를 빠져나가니 갑자기 강원도에 온 것처럼 온통 은회색 세상이다. 
     88올림픽도로를 경유해 함양읍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상림숲이 나타난다. 

     산거북이아우님의 사진에서 보았던 그 아름답던 상림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앙상한 겨울 나무들만 쓸쓸히 서 있었다. 월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조금 올라오면
     대방마을이 나타난다. 마을버스 정류소 옆에 주차를 하고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왠 아저씨가 그리로 가지말고 좌측 샛길로 올라가라고 한다. (옛날 등산로라 함.)







▷ 상련대(上蓮臺) 가는 아스콘 도로 (전방에 보이는 산은 백운산 하봉)  <12:29>


       아저씨 권유대로 좌측 샛길로 올라가니 잠시 후 우측길과 만나는 합수점이 나온다.
     조금만 올라가면 묵계암이 나올줄 알았는데 한참을 올라도 묵계암은 나오지 않고
     왠 인부 두 명이서 제설작업을 하면서 되려 나에게
     "여기서 마을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 며 물어온다.
     그러면서 담배 있으면 한 까치만 달라고 하는데 있어야 드리지.  (담배 끊은지 어언 5년)






▷ 불사(佛事)가 한창인 상련대(上蓮臺) <12:53>

      상련대에 올라오니 상련대는 한창 불사가 진행중이었다.
     일하는 인부는 없었으나 신축 법당이 건립되어 있었고
     법당은 아직 단청
(丹靑)도 하지 않은 상태다. 
     상련대는 고운 최치원 선생이 어머니의 기도처로 건립한 암자로
     15m쯤 되는 벼랑 위에 사뿐히 앉아 있는 모습이 
     연꽃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 상련대(上蓮臺)에서 바라본 남쪽풍경 <12:57>


 





▷ 눈 덮힌 상련대(上蓮臺) 풍경 <13:00>


       상련대 마당에 있는 가마솥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것을 보면 한창 밥(공양) 뜸을 들이는 모양이다.
     부엌을 들여다 보니 보살인지 스님인지 여인 한 분이 일을 하고 계셨다.
     부엌에 다가가 얼굴을 좀 씯어도 되겠습니까 하니 쾌히 승락을 한다.
     나올 때 보니 내 신발에 묻은 눈 바람에 부억이 지저분 해졌다.
     미안해 하는 나에게 그 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운 미소를 짓는다.
     
상련대에서 하봉오름길은 무척 가파르다. 특히 오늘은 눈까지 내려 그야말로 설상가상.
     아무도 오르지 않는 급경사 눈길을 치고 오르려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눈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아이젠과 스패치를 가져 오지 않은 것이 후회막급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이랴.. 죽으라 오를 수 밖에..
     올라가면서 몇 번이나 미끄러 진다. 무신 밥나오고 돈생기는 일한다고..





 

▷ 묘지갈림길(안부)에서 바라본 하봉 <13:27>

▷ 묘지에서 뒤돌아본 하봉 <14:03>

       상련대에서 25분정도 소금땀을 흘리며 오르면 묘지 갈림길(안부)이다.
     이곳에서 잠시 한숨 돌린 후 다시 한 30분 치고 오르면 하봉인데
     하봉은 아무런 표식이 없는 봉우리며 조망은 시계제로..
     삭풍이 불어대는 이곳은 잠시도 머물 수가 없구나..







▷ 중봉(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야할 백운산 상봉  <14:07>


       중봉은 가장 조망이 탁월한 곳이라 하지만
     하늘은 온통 회색빛, 조망 또한 쉽게 열리지 않는다. 
     이곳도 어찌나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지 추워서
     사진 찍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손폰 밧데리 방전됨.) 
     중봉을 지나니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이 있어
     여기서 가져온 컵라면을 먹는데 
     추울땐 역시 뜨거운 국물이다. 
    
아직까지 산님이라곤 한 명도 보지 못했는데
     위에서 사람소리가 들린다. ^^







▷ 이정표와 전망안내도가 보이는 백운산 상봉 (정상) <14:37>


       뜨거운 국물을 먹고 나니 잠시 추위가 가시는 것 같더니
     조금 올라가니 역시 춥기는 마찬가지다.
     이곳 (상봉)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눠진다.
     깃대봉으로 가는 백두대간길은 좌측
     가야할 길은 우측이다.






▷ 백운산 상봉에서 바라본 하봉쪽 풍경  <14:39>


       상봉에서 지리를 바라본다. 
     보이는 것은 짙은 운무뿐.. 텅빈 가슴속 이 허허로움을 어쩌란 말인가!
     산을 안다는 것처럼 허접한 것이 없다고 하지만..






▷ 백운산 정상석과 전망안내판 <14:41>


       백운산 상봉엔 낡은 전망안내판과 눈사람처럼 생긴 정상석
     그리고 장승같은 이정표만이 외로운 산객을 맞이한다. 
     정상엔 매서운 삭풍이 불어대 오래 머물 수 없다. 
     고작 3분도 머물지도 못할 곳을 기를 쓰고 올라오다니..
     산정에서 내려오니 반대편에서 8~9명의 산객들이 올라온다. (14시 44분)
     
올라오시는 산객 중 한 분이 나를 보더니 말씀 하신다.
     "뭐하러 오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 원통재 갈림길 前, 오롯한 산죽길 <15:00>


       정상에서 내려오면 미개척산길의 이정표 갈림길이 나타난다.
     미개척산길은 험로라 그리로 가지않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다시 바람도 불지 않고 따뜻한 산죽길을 지나 15분정도 걸어가면 
     원통재갈림길 (백운산1.3km 지점)이 나타난다.
     더 앞으로 진행할까? 하다가 하산길(백운암)로 발길을 돌린다. (눈이 내림.)
    





 

▷ 급경사 로프길을 내려온 직후 눈덮힌 큰골 풍경  <16:19>

     
      큰골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밧줄이 설치 되어있는 급경사길이다.
     오늘은 눈(雪)때문에 밧줄이 없다면 도저히 내려올 수 없는 미끄러운 길이다.
     밧줄을 잡고 내려오는 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밧줄을 잡은 손은 너무 시려 떨어져 나갈 것 같고
     얼마나 용을 썼던지 얼굴엔 땀이 줄줄 흘러 내린다.
     안 그래도 팔심이 약한 아낸데  같이 안 오길 참 다행이다.





 

▷ 화과원갈림길 이정표 (백운산3.7km 백운암2.0km) <16:37>


       계곡을 건너면 화과원, 직진하면 백운암.
     화과원은 기미독립선언서에 한용운과 함께 서명한
     용성스님이 선농일치를 주장하며 손수 농사를 지었던 곳이다.
     이곳에서 10여분 걸리지만 최근 복원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또한 이 지점이 용소폭포. 15m 높이의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밑에는
     용소가 자리잡고 있다. 폭포 옆에는 아름드리 노송이 주변 풍경을 더욱 멋지게 해준다. 
   
  






▷ 수정처럼 맑은 큰골의 소(沼) <16:51>


 





▷ 수정처럼 맑은 큰골의 소(沼) <16:52>


 





▷ 눈 내리는 백운암엔 정적만이.. <17:02>


        협곡과 아름드리 홍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계곡길을 지나
      20분 걸어오니 백운암이다. 백운암엔 사람이 살고 있는지 없는지..






▷ 눈보라치는 백운교 풍경 <17:15>


       운암에서 백운교까지는 10분거리
     하늘은 점점 흐려지고 이젠 눈보라까지 매섭게 몰아친다.
     대방마을에 도착하니 눈을 뒤집어 쓴 화이트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아내의 갑작스런 복통으로
     나홀로 오른 함양 백운산 산행은..

     한마디로 야릇한(?) 산행이었다.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