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월봉산▲ 아~~칼날봉이 바로 저긴데..
◁칼날봉-월봉산 산행기▷
위 타이틀 사진은 작년 연말에 찍은 노을에 물든 칼날봉의 모습입니다. 운이 좋으면 남덕유산의 운해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오늘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칼날봉이 무서운 봉이라는 것은 인터넷에서 익히 알았으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일단 가 보기로 합니다. 제6호 태풍 디앤무의 영향으로 역시 시계는 제로였고 바위가 미끄러워 눈앞에 보이는 칼날봉을 보며 군침만 삼키다가 안타까움만을 간직한채 월봉산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같은 악천후속에서 칼날봉의 바위는 우리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위험한 암봉이었습니다.
☞ 일시: 2004.06.20(일요일)
☞ 날씨: 흐리고, 비오고, 습도많고, 신발에 물이차 개구리소리 나고..
☞ 산행자: 영원한 산친구 (아내) 그리고 나
☞ 車의 길: 경남 통영시-서진주-함양휴게소-서상IC-남령재
☞산행코스: 남령재 아래 도로변-남령재-칼날봉(우회)-날등이 있는 전망봉-월봉산-헬기장-큰목재-임도-수망령
☞ 산행시각
11:24 남령재 아래 도로 <산행시작>
11:34 남령재 (거창군과 함양군의 경계)
12:18 칼날봉(수리덤) 우회길
12:35 이정표(칼날봉?m 월봉산2.2Km)
12:42 칼날봉으로 가려고 바위릿지 시도 (바위 하나 오르고 겁이나 포기)
13:20-13:35 길을 잃어 헤매다 철심을 보고 따라 가다가 위로 치고 올라옴 (약간 두려움)
13:48 이정표 (남령재2.2km 월봉산1.2km)
14:10 네발로 낮은포복한 날등이 있는 암릉
14:18-14:35 암릉에서 점심
15:18 월봉산 정상 1,279.2m
15:36-15:34 헬기장을 지난 어느지점 (모자 찾으러 다시 정상까지 올라갔다 옴.)
16:22 큰목재 (사거리로서 직진은 거망산, 우측은 상상남리, 좌측은 임도)
16:35 임도
17:06 수망령
17:14 무쏘승합차 타다. <산행 끝>
17:32 남령재 (택시비조로 조금 드림)
19:28 귀가
■ 산행 거리 약7km
■ 산행 시간 5시간 50분
■ 나의 만보계 만보계 분실로 측정 못함.ㅠㅠ
■ 車의 거리 왕복 300km
☞ 산의내력
▲월봉산 月峰山 1,279m→위치 : 경상남도 거창군(居昌郡) 북상면(北上面)과 함양군(咸陽郡) 서상면(西上面)
☞ 월봉산 (click here)
경상남도 거창군(居昌郡) 북상면(北上面)과 함양군(咸陽郡) 서상면(西上面) 사이에 있는 산. 해발고도 1,279m. 거창군과 함양군의 경계를 이룬다. 덕유산(德裕山)의 남쪽 줄기로, 북으로는 남령(藍嶺)을 지나 덕유산에 이르고 남으로는 큰목재·은신치(隱身峙)를 지나 거망산(擧網山)에 이른다. 동쪽 사면은 남강(南江)의 상류인 지우천(智雨川)의 수원이 되고, 서쪽 사면은 완만하여 남강의 상류 하곡을 이룬다. 또 장수군(長水郡) 계내면(溪內面)과의 사이에는 육십령(六十嶺)이 있어 영·호남지방의 주요한 교통로로 이용된다.
오늘은 월봉산으로 갑니다. 월봉산은 남덕유산(1,507m)에서 백두 대간을 이탈하여 동남쪽으로 뻗은 능선이 남령(藍嶺)을 거친 후 첫 번째로 일으킨 산으로서 바위릿지와 억새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산 입니다. 이 동남능선은 월봉산을 일으킨 후 큰목재를 지난 직후 두 개의 능선으로 갈라지는데 하나는 금원산(1,353m)-기백산(1,331m)능선이고, 또 하나는 거망산(1,184m)-황석산(1,190m)능선으로 모두가 암봉미와 억새의 부드러운 맛을 겸비한 탓에 등산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들입니다.
이미 기백산-금원산, 황석산-거망산을 다녀온 우리에게 남은 월봉산과 칼날봉(수리덤)은 미답지로 남아있었습니다. 오늘은 일기도 좋지 못하고 (태풍 디앤무) 증조부님의 제일(祭日)이라 확실한 산행 계획은 잡지 못하고 만약 비가 오지 않으면 비교적 간단한 코스인 월봉산과 칼날봉을 가려고 작심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어제밤만 하더라도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이미 몇 일전부터 월봉산에 대하여 공부를 했으나 태풍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포기하고 어제 친구들과 모여서 모처럼 이슬이도 한꼬뿌하고 훌라도 했었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일요일 아침..
우리가 사는 통영에는 비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계획했던 산행을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태풍과 증조부님의 제사가 꺼림직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늘 두 가지 모두 무사히 순조롭게 잘 치루어 내었습니다.--증조부님의 제사는 형님의 소관이고 조부님의 제사는 우리 소관임.-- (蛇足)
▶ 남령 : 옛날부터 수목이 울창하여 쪽(藍)과 같다하여 남령이라 한다고 합니다. (해발 910m)
어제 밤..비가 안 오면 산에 갈지 모른다고 말했지만 설마 가리라 생각은 못했나 봅니다. 오늘 아침 비가 오질 않자 산에 가자고 하니, 처음에는 약간 망설이다가 나 이상으로 산 중독에 빠진 아내가 순순히 동의를 합니다. 하기야 비도 오지 않는 일요일에 하루 종일 집안에서 빈둥거리니 산에 오르는 것이 백번 낫겠지요. 이제는 한 주일만 산에 오르지 않아도 입안에서 가시가 돋으려 하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입니다. '一週不山行口中生荊棘' 인가요? ^^
그런데 통영대전 고속국도를 따라 올라오니 간간히 하늘에서 비를 뿌려댑니다. (슬슬 걱정) 함양휴게소에서 빵과 김밥을 사고 서상IC를 거쳐 덕유교육원과 영각사를 지나 남령재로 올라옵니다. 남령재는 도로가 협소해 우리 화이트를 쉬게 할 마땅한 장소가 없는지라, 거창군 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제법 넓은 곳이 있어 여기에 우리 화이트를 묶어놓고 한 10분 올라오니 남령재에 다시 도달합니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조심해야 할 산임을 예고합니다. "남덕유산에서 남령을 넘어 남동쪽으로 뻗어 내려간 두줄기 산맥 중 왼쪽 산줄기의 영각사로 들어가는 도로에서 바라보이는 산이 월봉산이다. 칼날봉 등 암봉, 암벽과 육산이 조화를 이루고 이 산은 전망이 장관이며 바위 능선임으로 주의를 하여야 한다. 일정 구간은 양쪽이 모두 절벽으로 되어있어 짜릿함을 넘어 위협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안내판 내용
산행초입부터 판쵸의를 뒤집어쓰고 축축한 등로를 오르니 5분도 안 되서 땀이 흐르기 시작하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안개구름 때문에 시계는 제로입니다. (쩝..) 또한 된비알을 올라가니 판쵸의 때문에 공기 소통이 되지 않아 이미 옷은 모두 젖어 판쵸의는 입으나마나..(끙..) 그리고 땅바닥과 판쵸의가 거의 맞닿으니 자꾸만 등산화로 판쵸의를 밟는 통에 진로방해가 되고..(흐미..)
이 무슨 사서하는 생고생이란 말입니까? 집에 있을 때는 산에 오고 싶더니 막상 이렇게 생고생을 하니 집이 그립습니다. 이그..시원한 수박에 강쥐들 재롱이나 보며 TV나 즐길걸.. --하지만 아내도 나도 역마살이 있는지 집에서 편히 쉬는 것 보다 고생이 되어도 자꾸만 나가고 싶으니 이것이 바로 불치병인 산병 山病 인가요?
칼날봉(수리덤)의 봉우리는 직접 오르지 못하고 좌측 등로로 우회합니다. 과연 수리덤의 위용답게 아주 큰 봉우리를 우회하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우거진 수풀과 개스로 인하여 약간 어두운 야릇한 분위기..) 잠시 후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오니안부 삼거리입니다. (이정표 왼쪽으로 가면 월봉산, 오른쪽으로 가면 다시 칼날봉으로 올라가는 릿지의 길)
칼날봉이 무서운 봉이라는 것을 익히 들은 나는 그냥 월봉산 쪽으로 가고 싶은데 아내가 말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칼날봉 한번 안 볼 수 있나요?” 그 말을 듣고 귀가 솔깃한 유혹에 약한 이몸은 일단 한번 가 보기로 합니다. 좌우간 유혹은 여자가 하는 것이 맞는 모양입니다. --아담에게 사과를 먹으라고 한 이브.. 그로 인해 인간은 죽음과 고통을 맞이하는데..
아내는 일단 아래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제가 먼저 칼날봉을 오르기 위해 첫 번째 바위를 올라탑니다. 과연 예상했던 대로 안전장치도 없었고 바위는 비가 와서 무척 미끄럽습니다. 좌우를 살펴보니 천길 낭떠러지 아차, 실수 한번 하면 축! 사망입니다. 단 2m도 전진 못하고 도로 내려옵니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었음.)--이런 날등을 몇 개를 넘어야 칼날봉(수리덤)에 오를 수 있습니다. 시도하려고 한 자체가 어리석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제가 그 바로 그 짝입니다. ^^;;
이제 칼날봉은 포기하고 월봉산으로 걸어갑니다. 아무런 미련도 없을 줄 알았던 칼날봉.. 그러나 자석에 끌리듯 나도 모르게 자꾸만 고개가 뒤로 젖혀지니 무슨 까닭인가요?
아마도 칼날봉과 남덕유산을 보지 못함이 아닐는지요. (안개구름으로 시계제로)
13시 20분..어느 봉우리를 넘으려하니 우측으로 가는 길이 나와 아마도 우회하는 길인가? 보다 하며 그 길을 들어섰는데..가면 갈수록 길은 희미해지고 나중에는 아예 등로가 없어져 버립니다. 아내는 불안한지 도로 돌아가자고 말하지만 일단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니 쇠줄 같은 것이 나타납니다. 쇠줄을 따라가니 결국은 길이 없어집니다. 별 수 없이 무작정 위로 치고 올라가니 다행히도 정상등로가 나타납니다. 휴~~ (13시 20분-13시 35분 15분간 헤맴)
정상등로에 진입해서인지 이제는 마음이 느긋해 집니다. 오늘 날씨는 태풍의 영향 탓인지 비가 왔다가 그쳤다가, 안개구름으로 시계가 없어졌다가 보였다가 통 종잡을 수 없는 것이 변덕이 죽 끓듯 합니다. 다시 뒤통수가 근질거려 칼날봉쪽을 바라보니 안개구름이 좀 걷혀 희미하나마 칼날봉이 시야에 나타납니다. 이 순간을 놓치면 오늘은 영영 칼날봉을 볼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줌으로 댕겨 한 컷 찰칵..--아쉽게도 보고싶었던 남덕유의 웅장한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일단 칼날봉을 보고나니 미흡하나마 서운한 감정이 다소가신듯 합니다.
마치 눈사람처럼 커다란 머리(바위)를 이고 있는 암릉입니다. 그냥 지나가면 되겠지 하고 들어서니 그게 아닙니다. 날등의 왼쪽 사면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안전시설이 없는 것은 물론 그 폭도 협소하여 지난번 TV에나왔던 대로 낮은 포복 자세로 기면서 아주 조심스럽게 건넜습니다. --자꾸 판쵸의가 신발에 걸려 슬로우 모션으로 건넘. 이미 산꾼이 다된 아내 역시 무사히 잘 따라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아내역시 낮은 포복으로 건너오는 것을 보니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만..
암릉에 올라서니 노란색 야생화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이미 시각은 14시를 넘기고 있습니다. 오늘 점심은 아까 함양휴게소에서 산 엉터리 충무김밥과 경주빵 입니다. 비록 오리지널 충무김밥은 아니지만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운해로 자욱한 운치 있는 암릉에서 아내와 나 단 둘만이 먹으니 어떤 음식인들 맛이 없겠습니까? --아직까지 사람이라곤 아무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이 비 오고 태풍 분다는 날에 어떤 사람이 산에 오겠습니까? 더구나 이 산은 등로도 쉽지 않는 험산입니다. (이제 비도 오지 않아 판쵸의는 벗음.)
▶ 월봉산 : 산봉우리가 월형(月型)과 같이 생겼다하여 월봉산이라 한다고 합니다.
마지막 위험한 날등을 건넌 후, 약 5분후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월봉산 0.8km) 월봉산 800m前이라..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습니다. 다시 7분후인 14시 55분, 눈앞에 안개구름으로 희미한 봉우리가 나타납니다. 저 봉이 월봉산 인가?? 하지만 그 봉은 아니었습니다. 800m 의 거리라 다 온줄 알았지만 한참 걸어야 했고 20여분을 더 땀을 흘리며 올라가니 드디어 월봉산 정상입니다. --주위는 안개구름으로 시계는 제로지만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에 정상주 한잔을 아내랑 나누어 마심.
정상에서 10여분 머물다가 남쪽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이제 위험한 암릉도 나타나지 않고 그저 하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방심을 한 탓일까요? 미끄렁.. 하며 앞으로 꼬꾸라졌는데 다행히도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헬기장도 지나고 정상에서 내려온 지 10여분 되었을 무렵 갑자기 머리가 허전합니다. --모자가 없어짐.
다시 올라가기는 싫었지만 왔다갔다 20분이면 될 것 같아 모자를 찾으려 월봉산 정상으로 도로 올라갑니다. --아내에게 배낭을 맡기고 홀로 올라가는데 등로가 원시림으로 우거져 대낮인데도 컴컴하여 약간 무섬증이 나려고 합니다. (아내가 같이 따라 오려고 하는 것을 만류함.)
다시 땀을 흘리며 월봉산 정상으로 올라오니 어렵소? 모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하~아까 엎어지면서 안경만 신경 썼는데 그때 모자를 흘린 모양입니다. 내려가면서 아까 엎어진 지점 같은 곳을 아무리 찾아도 모자는 오리무중..에구 헤드랜턴을 가져와야 하는 건데..--실제 등로는 원시림으로 울창하여 나의 눈에 들어오지 않음.. 하필, 검은색 모자
별 수 없이 앵오리 정기 갔다 온 것처럼 실속 없이 터벅터벅 내려옵니다. 아내를 만나 다시 하산을 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허리춤이 허전합니다. 아~~그동안 정들었던 나의 만보계가 어디로 도망을 쳐버린 것입니다. --(아까 낮은 포복하면서 흘린 듯.. 오늘의 산행코스가 그만큼 험난했다는 증거) 에구..설상가상 이라 더니..쩝쩝..
▶ 큰목재 : 활과 같이 생겨 살목재라고도 하며 예전부터 흔히 큰목재라 부른다 합니다.
큰목재는 어떻게 생겼을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안부 사거리 입니다. 가을에 왔으면 억새라도 볼 것 인데 잡초만 우거지고..직진하면 계속 거망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이지만 이제 오름의 길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마음이라 왼쪽을 바라보니 임도로 내려가는 등로가 있어 그리로 발길을 옮깁니다.
임도로 내려가는 등로로 내려가니 취나물 같이 생긴 이름모를 나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마치 작은 연꽃 같이 생긴 이 동의나물도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잠시 후, 계곡물에서 그동안 땀에 절었던 얼굴을 씻고 아내는 아예 바지까지 씻으며 나보고도 씻으라고 권합니다만, 어차피 엉망진창이 된 몰골 세수만으로 만족하며 임도로 내려섭니다. 이렇게 산에서처럼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수망령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으로 가면 북쪽의 마을로 가는 줄 알고 일단 왼쪽으로 가 보았으나 5분도 안 되어 길은 끊기고..그래서 할 수 없이 오른쪽 수망령을 향하여 걸어 내려오니 동쪽방향으로 마을과 운해에 싸인 높은 산이 보이는데 바로 금원산(金猿山)입니다.--황금 원숭이의 산으로 陰, 즉 여성의 산입니다. 기백산(箕白山)은 흰 학을 의미하며 陽, 즉 남성의 산입니다. 산의 모습도 금원산은 어머니 같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고 기백산은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뾰죽한 봉우리로 되어 있지요.
월봉산을 앵글에 넣으려고 몇 번을 뒤돌아보며 찬스를 노렸지만 야속한 안개구름은 끝내 정상에서 물러서지 않습니다. 이제 임도를 아내랑 걷기도하고 구보도 하면서 내려옵니다. 임도를 내기위해 산을 절개하였는데 곳곳에서 사면이 허물어지고 있었고 바위가 굴러 내려와 임도를 막은 곳도 보이는 지라 졸속 엉터리 공사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 --흉물스러운 사진을 올리려다가 산행기 버릴까봐 올리지 않음.
▶ 수망령 : 옛날부터 가뭄이 들 때 이 곳에서 먼저 비가오기 시작하면 많은 비가 온 다해서 부근의 주민들이 이곳에서 먼저 비가오기를 기다린다는 의미로 수망령이라 부르게 되었다합니다. (해발900m)
전방에 좌우로 산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설치되어있고 커다란 안내판이 보이는 곳..
바로 수망령입니다. 갤로퍼 승합차를 타고오신 남자 두 분이 한참 안내판을 바라보시고 우리도 잠시 안내판을 보고 있는데 이곳에서 제1회 산삼축제가 오늘 열렸나 봅니다.
우리야 산삼에 관심도 없고 혹시 가는 길에 우리를 태워 줄 수 있느냐며 슬쩍 물어보니 본인들이 업무가 있어 안 되겠다고 합니다. 이 때까지는 비도 오지 않아 우리도 슬슬 용추계곡 있는 곳으로 내려가서 택시나 잡을까? 하는데..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비가 내립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판쵸의를 뒤집어 입고 내려오는데 웬 무쏘승합차가 올라옵니다. 아내가 손을 드니 무쏘승합차의 문이 열리면서 용건을 물어 오기에 “택시요금을 드릴 테니 우리 좀 우리 차 있는 남령재까지 좀 태워 주시면 안 될까요? 하며 사정을 하니 순순히 승낙을 하는 것이 아니 겠습니까..
무쏘승합차를 타고 오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거창군 내계마을에서 상점을 하시는 분인데 이런 경험이 많은 모양입니다. 우리는 어차피 많이 걸어 용추계곡으로 나가도 다시 택시를 불러야 하는 입장인데 이를 두고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해야 하나요? 무쏘승합차를 타고 내계폭포 부근을 내려가는데 비가 그야말로 소나기처럼 내리는지라 우리의 얼굴은 더욱 미소로 가득합니다. ^^
남령재아래 도로에서 화이트랑 반가운 재회를 하고 남령재로 넘어오는데 굵은 빗방울 바람에 차문을 열기도 힘든 상황에서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잠시 화이트의 고삐를 잡고 칼날봉을 바라봅니다. 참으로 여포 창날 같이 매섭게 생긴봉우리 입니다.
겁도 없이 오늘같이 비 오는 날에 감히 칼날봉에 오르려고 하다니..
모자 하나 만보계 하나만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더 기분 좋은 산행이었을 것을..
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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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0 남덕유산이 낳은 맏아들, 월봉산에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