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천등산▲ 나즈막한 산, 그러나 옹골진 산 ..
[전남 고흥] 나즈막한 산, 그러나 옹골진 산 .. (170번째 산행기)
ㅇ일시: 2007년 01월 21일 일요일
ㅇ날씨: 맑음.(날씨가 무척 따뜻해서 그런지 시계는 그리 양호하지 않음.)
ㅇ산행자: 영원한 산친구 그리고 나
ㅇ산있는곳: 全南 高興郡 豊陽面, 浦頭面
ㅇ산행코스: 송정-월각산(딸각산)-천등산-별학산(벼락산)-율치교
ㅇ09:42-송정마을에서 산행시작
ㅇ09:55-묘 6기 부근의 들머리
ㅇ10:15-무명봉(이정표가 있는 능선에 진입) 송정마을0.8km 월각산0.5km
ㅇ10:32-가시나무재 (좌측으로 묵은 하산로가 보인다.)
ㅇ10:49-석굴(힘들게 찾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등로 우측으로 잘 보임.)
ㅇ11:27-월각산 정상 (420M)
ㅇ11:48-앙천잇재
ㅇ12:20-마당바위(신선대)
ㅇ12:29-천등산 정상 (553.5M)
ㅇ12:40~13:01-점심식사
ㅇ13:52-사스막재
ㅇ14:36-묘지 1기 (이곳에서 좌측 오름길로)
ㅇ14:52-별학산 정상 (342M)
ㅇ15:17-다시 묘지로 돌아오다. (좌측 하산길로)
ㅇ15:33-또다른 무명묘지 1기
ㅇ15:37-동백나무가 심어져 있는 묘지 2기
ㅇ15:50-율치교 앞에서 산행마침
ㅇ산행시간 6시간 08분 (사진촬영 때문에 거북이 산행 5시간이면 충분할 듯)
ㅇ산행거리 약 9km
ㅇ나의만보계 만보계가 열려 있어 정확한 계측 실패, 대략 9km로 추정
ㅇ일정시간표
ㅇ07:27 통영출발
ㅇ08:36 순천IC
ㅇ09:42~15:50 산행
ㅇ16:07~16:11 버스타다 (1,700원)
ㅇ17:02~17:41 벌교꼬막식당 (저녁식사) 꼬막정식 1인분에 10,000원
ㅇ18:15 순천IC
ㅇ19:27 통영도착
천등산 (天登山) 553.5m 천등산은 해발 553m로 바다로 열린 산이다.
|
산행이야기..
그동안 형님집에서 계시던 어머니는 욕창도 생기고 간병하기 어려워 서울 방배동에 있는
그래서 지난주는 어머니 뵈러 서울로 향했다. 수 십년을 모셔
왔던 작은 아들과 작은 며느리가 찾아와도 아무것도 알지 못
하고 새우등 처럼 굽은 등 때문에 바로 눕지도 못한채 모로 누
워 하루종일 잠만 주무시는 가여운 어머니.. (입으로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니 코로 연결된 호스에 의지해 음식물을 섭취하고
계셨다.) 이렇게까지 해서 생존 시켜드리는 것이
과연 어머니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인 것일까? 하며 반문해 보
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ㅠ 쓸쓸한 마음을 간직한 채
다시 통영으로 내려왔다. 이번주는 통영미백산악회에서 소백
산 산행이 예고된 주라 사또덕에 나발 분다고 따라 부치려고
하였는데 아시다시피 요즘 날씨가 봄날씨라 소백에 간다고 해
도 별 볼일이 없다는 생각이들자 마음이 바뀐다.
하지만 정해진 산행지가 있을리 만무하고 고심과 번민 끝에 결
국 고흥 천등산으로 차기 산행지를 정한다. 그런데 토요일 저
녁.. 솔바우님으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걸려온다.. 세 분 (난테
아우, 원호님)께서 영남알프스를 산행하려고 하는데 함께 가자
는 것.. 하루 전에만 전화를 했더라도 얼씨구나 하며 따라 부쳤
을 것을 이미 마음이 고흥 천등산으로 기울어진 상태고 무엇 보다도 아무런
송정마을 표지석에서 바라본 월각산과 천등산 <09:42>
연구(공부)가 되어 있지 않는 산은 산행기 때문이라도 오를 수 없어
모처럼의 제의를 받아 드릴 수 없었다. 이자리를 빌어 의령의 솔바우님께
죄송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동시에 전해 올립니다. ^^ 5시 20분에 기상하였으나
아버지 아침상을 봐 드리고 나서 출발하니 7시를 넘긴 7시 27분이다.
순천IC에서 여수 벌교방향으로 직진하다가 우측 순천고흥 방향으로 가면 순천이다.
벌교를 지나 15(27)번 국도에 들어서면 우측으로 뾰족한 첨산이 보인다. 고속도로나 진배 없는
15(27)번 국도를 신나게 달리다 보면 어느덧 고흥이다. 하림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851번 지방도를 따라오면
잠시 후 풍양면으로 들어서고 율치를 넘으면 좌측으로 별학산과 천등산 달각산의 암봉이 차례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천등마을과 송정마을의 진입로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우측 송정마을로 올라오니 시멘트길 좌측에 '풍안경노정'(豊安敬老亭)이란
대문이 걸린 양옥집이 나타나 경노정 앞 공터에 차를 주차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찌나 많은 새들이 조잘 거리던지 마치 우리를 기다린 듯 하고,
날씨도 통영보다 더 따신것 같고.. ^^
조금 걸어 올라 가니 웬 아저씨가 다가온다.
아저씨께 등산로를 물어보니 우측 능선으로 타고 올라가야 하는데
당산나무 같은 큰 나무가 보이는 지점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보니 그 부근에 당산나무가 보인다.
"그리로 타고 가면 길이 훤하게 뚫여있소."
"그런데 어디서 오셨소?" 하며 아자씨가 물어온다. 통영에서 왔다고 하니
"아이고 통영에서 여까지" 하며 놀라워 한다.
산을 쳐다보니 나즈막 한 것이 웃음이 절로 나온다. ^^
그러나 아내는 딱 마음에 든다며 좋아 한다.
그런데 히어리아우님의 산행기를 읽어보니 들머리를 못찾아
천등마을과 송정마을 사이로 치고 오르다가 생고생하며 올랐다고 하는데
아마도 첫 단추를 잘못 꿰어서 그런 모양이다. 길은 무쟈게 쉽다.
잠시 후 6기의 묘지가 나타나고
묘지의 우측으로 들머리가 훤하게 보인다.
9시 58분. 조금 올라온 지점에서 땀이 나서 외투와 방한모를 벗는다.
아이젠과 판쵸의(비올 확율 20%라)를 가져 왔지만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아
차에 두고 왔는데 안 가져 오길 참으로 다행이다.
잠시 후 이정표가 있는 무명봉에 도착한다. (능선에 진입)
여기서 사진 촬영하느라 족히 담배 서너대 피울 시간을 죽인다. ^^
10시 32분. 등로의 좌측으로 묵은 길과 오래된 리본이 보이는데
아마 이곳이 가시나무재일 것이다. (추정)
멀리 마을교회에서 음악소리가 들리고 길은 오롯한 오솔길이라 호젓하니 참 좋다. ^^
잠시 후 등로는 다시 된비알로 이어지고 다시 땀이 나기 시작하는데
등로의 우측으로 거대한 석문이 보인다.
수백 톤은 되어 보이는 바윗덩이가
절묘하게 얹혀져 있는 석문은 수만년 전 바위가 굴러 떨어지다가
저 뾰족 솟은 바위에 걸린 것일까? 석문을 볼때마다 생기는 의문이다.
송정마을에서는 이 석문을 '승천문'이라 부른다고 한다.
석문에서 조금 올라오니
암반 위에 수백 톤은 되어 보이는 또 다른 바위가 보인다.
흔들바위 같이 생긴 이 바위를 지나니 석문의 지붕이다.
지붕에서 내려다 보니 석문의 높이가 무척 높아 가까이 다가서기 조차 두렵다.
이곳에서 그냥 올라가는 길이 보이는데
우측으로 기암 괴석들의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위에서 빨리 올라오라는 아내의 외침이 들린다.
고개를 들어 아내를 바라보니 아내는 이미 정상에 올라 손짓을 흔든다.
월각산 정상에 오르니 천등산이 손에 잡힐 듯 지척이다.
이곳에서 커피 한 잔과 달콤한토마토님께서 보내신 곶감을 먹으며 잠시 조망을 즐긴다.
이자리를 빌어 맛있는 곶감을 보내 주신 토마토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파노라마 사진 등 사진 촬영하느라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르자..
아내는 춥다며 얼릉 내려가자고 한다.
아무도 없는 월각산 정상의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앙천잇재로 향하는 내림길에서 바라본 하늘은 무척 푸르고
구름의 형상이 제트기라도 지나간 것처럼 이채롭다.
한 20분 내려오니 앙천잇재에 닿는다.
앙천잇재 임도를 건너자 곧 좌측으로 산길이 나타난다.
히어리아우님의 산행기를 읽어보니 계속 임도길을 따라 올라갔다고 하더니
이렇게 멋진 산길이 있어 굳이 지루한 임도길을 올라갈 이유가 없다.
산길로 접어든다. 비알은 다시 가팔라 진다.
앙천잇재에서 약 30분정도 능선을 오르니
천등산의 남쪽능선(철쭉공원)과 만나는 삼거리지점이다. (이정표 천등산0.2km 철쭉공원0.7km)
곧이어 산객 50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널다란 마당바위가 나타난다.
신선대라고도 불리는 이 직사각형의 바위는 마치 시멘트로 포장한 듯 평평하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건너편 산자락에 있는 금탑사 지붕이 바로 내려다 보이고,
멀리 해창만과 팔영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삼각형으로 지적한 산이 팔영산)
오늘은 시계가 흐려 줌 촬영한 사진은 무용지물이다.
금탑사와 비자나무숲
천등산 동쪽 사면에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는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금탑사는
100년 이상 된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 제239호)이 절 밑에 짙게 자생하고 있어 더욱 멋있는 비구니 사찰이다.
금당인 극락전(전남 유형문화재 제102호)을 중심으로 좌우에 삼성각, 종각, 명부전, 요사체들이 들어서 있고
마당 한가운데에는 조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세존진신사리탑 (5층석탑)이 서 있다.
금탑사 줌 촬영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저기 까마귀 떼좀 찍어봐요." 하여 고개를 돌려보니 수십 마리의 까마귀들이 하늘을 맴돌고 있다.
히어리 아우님은 잘도 촬영하던데 나는 실력부족이라 도는 놈들 따라 앵글을 돌리니
머리가 어지러워 하마트면 꼬꾸라질뻔 한다.
놈들은 아무도 없는 천등산 돌탑위에 앉아 사주경계라도 하는지 보초를 서더니 이내 날라가 버린다.
잠시 후 까마귀 떼들이 모두 날아가고 없는 쓸쓸한(?) 천등산에 도착하니 정상석(이정표가 대신)은 없고
[고흥26]이라 새겨진 삼각점과 커다란 돌탑이 천등산 정상임을 알리고 있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산객 세 분이 올라온다. (남2 여1)
"저기가 마복산 입니까?" 하며
팔영산을 마복산으로 오인하고 가리키니 그렇단다.
"그라모 팔영산은 어디 있습니까?" 하니
두리번 거리더니 (처음에는 잘 안 보인다고 함.)
"저기 저 산!" 하며 마복산이라 생각했던 산(팔영산)을 가리킨다. 잉???
"아니! 조금 전 그건 마복산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 (아내)
팔영산이 맞고 마복산은 옆에 등대 같은 안테나 봉이 있어 쉽게 알 수 있다고 한다.
잠시 두리번 거리더니..
"저기 등대 같은 것이 보이는 산이 있지요? 저 산 왼쪽 산이 마복산입니다."
그래서 카메라 줌으로 당겨보니 과연 안테나 같은 봉우리가 있고
그 왼편으로 나즈막한 산이 보인다. 바로 마복산이다.
팔영산을 마복산으로 알았으니 하마트면 개망신 당할뻔 안했나! 휴우~~ ;;
감사한 마음에 밀감 한 개씩을 드리니 좋아들 하신다.
"벌교에 꼬막 정식 잘하는 집이 어딥니까?" (아내)
여성 산객 말씀은 벌교 시장에 들어가 아무 집이나 가면 다 맛있다고 한다.
"........." "........."
하산은 북서릉을 따라 가다가 능선이 갈리는 지점에서
왼쪽(10시 방향) 능선으로 내려서야 한다. 자칫 직진하기 쉬운데 주의를 요하는 지점이다.
오른쪽(북쪽) 능선은 안지재를 거쳐 미인치까지 (더 멀리는 조계산까지) 갈 수 있는 긴 능선이지만
별로 재미 없는 길로 보여 이 길을 택한 것이다. (이 길은 사스막재를 거쳐 별학산으로 가는 능선길이다.)
조금 내려서면 바위가 크게 갈라진 사이로 내려서게 되는데, 얼핏 보기에는 위험해 보이지만
조심스럽게 내려오면 누구나 내려올 수 있다. 이 바위 협곡을 빠져 내려서도 암릉이 당분간 이어진다.
"뭐라꼬? 물을 줘?"
아까 점심 먹을때 어느 여인이 다가 오더니 물 한모금만 달라고 해서
내가 사진 찍고 있는 사이에 피같은 물을 줬다나 뭐라나..
"아이구! 내가 마챠! 미챠!"
그 여성 산객을 안주 삼으며 사스막재로 내려간다.
흐흐 ㅋㅋ
사스막재에서 가야할 길은 직진이다.
별학산으로 향하는 등로는 지금까지의 등로와는 달리 할퀴고 때리고
이제서야 제대로 산행하는 맛이 난다.
히이리 아우는 이 별학산을 빼고 마복산으로 달렸는데 영리한 선택 같아 보인다.
그래서
-"차라리 이곳에서 천등마을로 속히 내려가서 마복산 한 산 더 탈까?" 하니
="당신이나 타소. 나는 차에서 기다릴 테니." 에쿠.. ;;
14시 13분, 한 봉우리를 지나고 다른 봉우리를 향해 올라가는데
볼것도 없는 이곳을 굳이 기를 쓰고 칮아 가는 나 자신이 한심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오늘 아니면 언제 이곳을 올 것인가!
마음 먹기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
그리 높지 않은 두 봉우리를 오르내리면 막다른 골목격인 삼거리 안부에 닿는다.
묘지인 이곳에서 11시 방향으로 별학산 오름길이 열려 있는데 별학산 오름길은 온통 바위 투성이다.
거대한 바위가 금방이라도 아래로 덮칠 기세라 조심조심 릿지하며 오르니 별학산 정상이다.
정상은 크게 두 봉우리로 나뉘져 있다. 첫 번째 봉우리에서 파노라마사진을 돌린 후
건너편 봉우리로 건너간다.
건너편 봉우리에서 천등마을로 하산 하려고
주위를 휘 둘러보니 마침 리본 한 개가 보이지만
더이상 리본은 보이지 않고 위험한 릿지길이라 선듯 내려서기가 두렵다.
그래서 다시 왔던 길로 빽하기로 하는데..시상에!
조금전 올라 왔던 길인데 어디가 어딘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곳은 자칫 잘못하다가는 벼랑으로 굴러 떨어질 수 도 있는 곳이라 섣불리 내려갈 수도 없다.
아~~ 우리가 오도가도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것인가!
순간적으로 심한 공포감이 엄습해 온다.
후답자님들게 알려 드립니다.
이곳은 굳이 오실 이유도 없지만 오신다면 올라가실때 반드시 비표를 하고 올라가시기 바랍니다.
무심결에 올라 갔다가 어둡기나 하면 꼼짝없이 포로 신세 되기 십상입니다.
식겁아닌 식겁을 싸고 다시 묘지로 도망쳐 온다.
묘지에서 하산길은 좌측으로 열리고
길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염려했던 별학산 하산길은 너무나 비단길이라
빽한 것은 무척 현명한 결정이었다. 유순하고도 부드러운 하산길을
여유롭게 내려오면어느덧 신작로가 나타난다.
신작로로 내려서 다리를 보니 율치교라 적혀있다.
이젠 사실상 산행이 끝난 셈이다. 늘 하는 대로 만보계를 꺼내는데
아뿔사! 만보계가 혁대에서 빠져 덜렁거리고 있다.
만보계는 14,874보를 가리키고 있지만
내 생각에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고로 최소한 오늘 산행거리는 9~10km는 족히 될 것이다.
이제 차를 잡아야 하는데 오늘따라 히치가 안된다.
그래서 차 잡을때까지만 걸어가기로 하는데
멋진 집들과 아름다운 전원풍경이 펼쳐진다.
호젓한 신작로를 한 10분쯤 걸었을까?
저멀리서 버스가 다가온다.^^
<끝>
추천 맛집
벌교꼬막식당 061-857-7675
전남 보성군 벌교읍 엘림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벌교꼬막식당은 꼬막정식 전문인데.
꼬막정식을 시키면 통꼬막, 꼬막전, 꼬막회, 꼬막무침, 꼬막탕이 나온다.
가격도 저렴하여 1인분에 1만원 이다. ^^
[월각산(딸각산) 정상에서 바라본 파노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