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얼떨결에 오른 지리에서 .. 천왕봉
[지리] 얼떨결에 오른 지리에서 .. (196번째 산행기)
ㅇ일시: 2007년 09월 09일 일요일
ㅇ날씨: 맑음 (淸明)
ㅇ산행자: 영원한 산친구 그리고 나
ㅇ산있는곳: 慶南 山淸郡 矢川面
ㅇ산행코스: 중산리-망바위-로타리산장-천왕봉-제석봉-장터목산장-유암폭포-홈바위골-칼바위-중산리
ㅇ산행시간
ㅇ10:49-중산리에서 산행시작
ㅇ12:21-망바위
ㅇ12:54-로타리산장
ㅇ14:04-개선문
ㅇ14:32-천왕샘
ㅇ14:51-천왕봉
ㅇ15:52-제석봉
ㅇ16:08-장터목산장
ㅇ16:53-유암폭포
ㅇ18:01-칼바위
ㅇ18:29-중산리에서 산행마침 (원점회귀)
ㅇ산행시간 7시간 40분
ㅇ산행거리 약 13.5km
ㅇ나의만보계 27,002步
ㅇ일정시간표
ㅇ09:02 통영출발
ㅇ09:47 단성IC
ㅇ10:27~10:47 용궁산장식당 (아침식사)
ㅇ10:49~18:29 산행
ㅇ19:15 단성IC
ㅇ20:00 통영도착
산행이야기..
토요일인 어제 (9월 8일) 본가에서 가족회의(?)가 있었다. 그 가족회의를 미주알 고주알 썼다가는
'가문의 영광'이 아닌 '가문의 똥칠'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
할 일이므로 이 산행기에서는 생략한다.
일요일 아침,
평소보다 다소 늦은 시각에 일어나 아침도 먹지 않고 산행에
나선다. 산행지는 아침에 전격적으로 결정한 부산일보의 '거
창 오두산' 이다. 그런데 어제밤 과음탓인지 자꾸만 눈꺼풀이
쳐지면서 과연 이런 컨디션으로 산을 꼭 타야만 하나 하는 회
의감이 생긴다. 그래서 "되돌아 갈까?" 하며 아내에게 의견을
물으니 "정 뜻이 그렇다면 되돌아 갑시다." 한다. ^^;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집에 있어봤자 스트레스만 쌓일 것이
라 그대로 진행하는데 아무래도 거창 오두산 보다 거리가 가
까운 지리에 들고 싶어 아내에게 의사를 물어 보니 망설임
임 없이 지리에 들자고 한다. 그러나 지리산 어디를 탈 것인
가? 중산리와 대원사 갈림길에 차를 잠시 세워 고민하다가
결국 기수를 좌측 중산리 쪽으로 돌린다.
중산리에서 마야계곡을 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곧 포기
하고 만다. 마야계곡 산행이 어디 호락호락한 산행이던가! 그
코스를 타기에는 컨디션도, 시간도 너무 늦었다. 결국 맨맨한
것이 홍에 뭐시라꼬 (친구가 즐겨 쓰는 말) 가장 평범하면서 고전적
코스를 타기로 한다. 중산리 주차장에 주차비 4,000원을 내고 차를 주차 한 후
용궁산장 식당에서 산채 비빕밥으로 아침을 먹은 후 바로 산행 시작이다. ^^ (고도 660m)
썬토 고도계가 760m를 가리키는 지점에 오니 좌측 계곡아래
제법 우렁찬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리는 소폭이 보여 잠시 내려가 사진 촬영을 하려는데
소 한가운데 띄워놓은 안전부기를 보니 그만 맛이 간다. 쩝..
익사 방지를 위해 부기를 띄워 놓은 것 같은데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원래 이곳에서는 수영을 해서는 안되는 곳이 아닌가!
안전부기는 수영을 하라고 조장(?)을 하는 것인지.. ??
오늘은 희안하게도 나도 그랬고 아내도 칼바위를 보지 못했다.
아마 그 부근에서 어제밤 泥田鬪狗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나 보다.
멀리 법계사가 보이는 로타리 산장 입구다. 4년 전에는 개스가 자욱해 천왕봉은 커녕
법계사 마저 구름안개에 싸여 있었는데 오늘은 파란 하늘과 더불어 시원하게 조망이 펼쳐진다. ^^
(묵계치 아래로는 삼신봉터널이 뚫여 있고 외삼신봉과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시원하다.) <12:49>
로타리산장에서 샘물 먹으러 올라 가는데
웬 부부산객이 김밥을 자시고 있다. 그런데 김빕이 틀림 없이 충무김밥이라
혹시 통영사람이냐고 물으니 맞다고 한다. (아내가 우리 소개를 하지만 잘 모르는 모양이다.)
4년 전 우리도 충무김밥을 싸가지고 왔는데 이분들도 충무김밥을 싸왔구나 싶다.
그들과 헤어져 샘물에서 갈증을 해소하고
법계사로 올라가니 새 일주문 공사가 한창이라 기념으로 한 컷 찍어 둔다.
법계사 구경하러 갈까 하다가 그냥 발길을 돌린다.
4년 전에는 수험생이었던 아들을 위해 주머니에 있었던
돈 전부를 (동전까지 해도 만원도 안 되지만) 시주했던
아내였지만 오늘은 시주할 생각이 없나 보다.
-"앗!"
="형님!" "형수님"
-"아이고 반갑네"
="하도 해(日)도 나고 해가지고..^^ "
"이런 고전 코스로 내려오시면 됩니까?" (아내-지리산꾼인 아우님께)
="이제 올라 오십니까?" (지리 산꾼들에게는 늦은 시각임에 틀림 없다.)
="이런 곳에서 만나면 안 되는데.. ^^ " (50마넌 짜리 코스에서 우연히 조우해야 한다는 뜻)
-"꽃미남하고 같이 촬영하몬 내가 손핸데..ㅋㅋ"
-"아운 우찌 그리도 날씬한지 총각이라고 해도 믿겠수." ^^
D데이(9월 30일) 세양골 산행을 다시 한번 약속하고 아우님과 아쉬운 작별을 한다.
용호아우님! 그날 만나서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역시 지리폐인이니 지리에서 만나게 되는 구려 ^^
(지리에서의 세 번째 만남이지요? 아마)
용호아우님과 헤어져 조금 올라오니 곧 개선문이다.
4년 전 이곳에서 충무김밥을 무려 3인분 씩이나 싸가지고 와
결국 1인분은 못 먹고 마산에서 온 젊은 연인들에게 처리(?)를 부탁한 곳이다.
그때 고맙게도 그들은 충무김밥을 맛있게 먹어 주었고 남은 쓰레기를 그들에게 달라고 했다. ^^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날은 이곳까지 오는데 무척 힘들었는데
오늘은 그리 힘들지 않으니 그동안 내공이 쌓인 것일까?
아니면 날씨 때문일까? ㅋㅋ
4년 전..
땀으로 목욕을 하면서
5시간 만에 근근이 오른 천왕봉..
하지만 오늘은 그리 빡세게 타지도 않았는데 4시간 만에 올랐다.
정상에는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산객으로 만원이라 기념 촬영을 생략한다.
정상에서 칠선계곡을 내려다 본다.
저곳은 무수히 많은 소와 소폭과 폭포가 이어지는 곳..
그리고.. 아무 죄도 짓지 않는 나무꾼으로 와야 하는 곳.. ^^
15시 22분.
제석봉 가는 길에 배가 고파 빵과 두유로 간단한 점심을 때운다.
점심을 먹고 난 주능선에는 지리바꽃이 제일 많이 피어있고
구절초 쑥부쟁이 수리취 칼잎용담 등이 산상의 화원을 이루고 있다.
한 산객이 본인의 카메라 나에게 주면서 사진을 부탁한다.
그의 사진을 찍어준 후 뒤 돌아본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다.
명언 중에..
"재물을 잃는 것은 아주 작은 것을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는 것은 보다 큰 것을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
이라 했다.
장쾌하게 쏟아져 내리는 유암폭포에
과연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말끔히 씻고 왔을까?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