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웅석봉(달뜨기능선)엔 황홀한 조망대신에 아름다운 야생화가.. 웅석봉/이방산
[山淸 웅석봉~이방산 산행기]
일시 2005.08.21 (일요일)
날씨 흐리고 맑았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비가 옴.
산행자 영원한 산친구 그리고 나
車의 길 경남 통영시-서진주-단성IC-밤머리재
-한국의 산하에서 발췌- |
웅석봉-이방산 산행지도
산행코스
밤머리재-왕재(925M)-1,079M봉-헬기장-웅석봉(1.099M)-헬기장-달뜨기능선-1,034M봉-986M봉-954M봉-고령토 채취장-954M봉
-이정표(딱바실골 갈림길)-수양산갈림길-감투봉(768M)-임도-헬기장-이방산(716M)-굴바위-상사바위-정자나무쉼터-도대마을
걸었던 길
08:15 밤머리재 (웅석봉5.3km) <산행 시작>
08:47 이정표 (←1km밤머리재 웅석봉4.3km→)
08:57 헬기장
09:23 삼거리 (좌측 오름길이 정상등로)
09:30 3km밤머리재 웅석봉2.3km (119조난 위치판)
09:43 왕재 (←2km웅석봉 선녀탕2km↓ 밤머리재3.3km→)
10:36 웅석봉 삼거리 (1,079M봉)
10:43 헬기장
10:50-11:00 웅석봉 정상 (산불 감시초소가 있음.)
11:17 이정표 <웅석봉←→ 딱바실계곡>
11:52 1,034M봉
12:36-12:55 점심식사
13:24 고령토 채취장 (알바)
13:50 다시Back하여 부산일보 리본3개 달린 곳 으로 내려감
14:17 이정표 <마근담←→ 딱바실계곡>
14:24 수양산 갈림길 (우측이 감투봉行 좌측은 수양산行)
15:16 감투봉 정상(잡초가 우거진 폐헬기장으로 정상석 없음)
15:34 임도 (우측으로 가면 덕교리, 직진하면 능선에 진입)
15:51 헬기장
16:11 이방산 정상 직전 능선 삼거리 (우측 내림길은 덕교마을行)
16:22-16:30 이방산 정상
16:40 이방산 정상 지난 능선삼거리 (우측 내림길이 도대마을行)
17:00 굴바위
17:10 상사바위
17:35 밤나무 단지
17:44 비가 쏟아지다.
18:03 대포리 도대마을 <산행끝>
산행거리 약 20km
산행시간 10시간
나의 만보계 39,894 步
산행 전 이야기 .. 지난주 양산 천성산 산행하면서 땀을 너무 많이 흘린 나머지 이번주는 좀 쉬려고 했는데 수요일이 지나자 또 마음이 달라진다.
아무래도 더운 하절기인 요즘은 시원하고 경치도 좋은 지리산 권역이 마음에 끌린다. 처음 생각은 지리산 동부능선을 답사하려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요아래 참고 산행기-[지리산에서 죽은이여, 연둣빛 능선 위에 뜨는 달을 잡아두오.]를 읽고 미련 없이 산행지를 바꾸게 된다. 참고 산행기속에서 제일 가슴에 와 닿는 대목이 바로 이 대목이었다.
"지리산을 찾은 빨치산들은 조개골 등에 숨어,
이곳 달뜨기능선 위로 떠오르는 달을 보며
고향과 가족을 생각했다.
낡은 총자루를 옆에 두고 구수하게 풍기던 된장냄새와 아내의 젖비린내와 어머니의 말라붙은 가슴팍을 떠올렸을 것이다.
입술을 악 물고, 밤새 울어대는 소쩍새 소리에
넋을 놓은 채 달을 보고 있었으리라. 중략..."
이 글을 읽는 순간 마치 내가 50여년 전, 지리산에 숨어든 빨치산이라도 된양 가슴이 떨려왔다.
참고산행기 - 지리산에서 죽은 이여, 연둣빛 능선 위에 뜨는 달을 잡아두오(click here!)
산행기
참고산행기를 읽어보니 최소 10시간은 걸릴 것 같아
꼭두새벽에 알람이 울렸다. 04시 40분..
이른 아침상을 차린 후 아버지 본가에서 모셔오고, 모셔다 드리고
모셔다 드리면서 시내에서 충무김밥 2인분 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출발하니 6시 40분..
단성IC에 도착하니 7시 33분..
단성IC에서 20번국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대원사 방향인 우측 59번국도를 따라 올라오니
주위의 山頂은 구름에 덮혀 있어 멋진 산수화를 연출하고 있다.
잠시 후 길은 두 갈래 나뉘는데
좌회전하면 대원사방향이고 직진하면 밤머리재이다.
고도 600M는 족히 됨직한 밤머리재에 도착하니 08시 13분..
서쪽에 성삼재가 있다면 동쪽엔 이 밤머리재가 智異山門 역활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밤머리재'엔 먼저오신 산님의 승합차 한 대와 간이주막 하나
그리고 간이화장실이 눈에 띈다.
화장실 볼일을 마친 후.. (아내)
무릇, 금마타리, 닭의장풀, 등골나물등이 오순도순 피어있는
건너편 초입으로 성큼 들어선다. 조금 올라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건너편의 도토리봉으로 서멀서멀 안개구름이 다가오는구나..
밤머리재에서의 초입은 제법 경사가 급한 나무계단길..
어제 비가 왔기 때문인지 물기를 머금은 풀잎 바람에 바지가 다 젖는다.
일주일 전 양산 천성산 산행 때는 그리도 덥더니..
한 30분 촉촉히 땀을 흘리며 올라오니 이정표가 나오고
곧이어 전망봉우리가 나타나지만 복많은 년은 자빠져도 봉놋방에 자빠지고
복없는 년은 엎어져도 고자옆에 엎어진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구나..
조망도 없는 산길 무신 낙으로 걸을까.. ㅠㅠ
하지만 등로는 너무나 편안해 산길을 걷고 있는 것 만으로 행복하다.
잠시 후 헬기장이 나타나고 길은 편안하게 이어진다.
헬기장에서 약 25분 걸어가면 길은 두 갈래 나뉘진다. (리본이 많은 좌측 오름길이 정방향)
좌측 오름길을 치고 올라오면
약 7분 후 이정표 대신으로 조난위치번호판이 나온다.
어제 산청에는 비가 많이 내려 지리산 야영객들에게 대피령까지 내렸다고 했다.
그래서인가? 등로엔 '스머프친구'들이 많이 보이는 구나..저 황남빵 같이 맛있게 생긴
버섯이 아마도 '노란다발버섯'이라는 독성이 매우강한 독버섯일 것이다. 하지만 참 먹음직스럽죠?
"맨날 야생화만 찍지말고
우리한테도 신경 좀 써주이소." --(독버섯 일동.)
그런데 이름을 알기위해 인터넷을 뒤적거려보니
하이고! 무신 버섯 종류가 이리도 많습네까? 도저히 불감당 입니당..
"근디요. 우리 묵으면 큰일 납니더." ㅋㅋ
왕재..
2년 4개월전..
지곡사에서 힘들게 올랐던
왕재를 다시 만나다니 감개가 무량하구나.
지곡사에서 오르는 것 보다는 밤머리재에서 오르는 것이 훨씬 쉽구나..
선녀탕으로 내려가는 등로를 쳐다보니 개스로 자욱하다.
왕재에서 다시 길은 가팔라진다.
마침 반대편에서 산님 세 분이 내려오신다.
지곡사에서 웅석봉 찍고 새재까지 가시는 분들이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천왕봉은 물론 지리 동부능선이 다 보이는데
오늘은 전혀 보이지 않으니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며 헤어진다. 잘 가세요. ^^
왕재를 지나 약 50분 올라오니
갈림길이 나타난다. 좌측 약간 내림길이 웅석봉 가는길..
이정표가 없어 약간 헷갈리지만 (나중에 이정표 만남) 예감에 틀림이 없어
아내를 갈림길에 남겨두고 나혼자 내림길을 내려간다. (어차피 다시 되돌아와야 했기에)
등로는 개스가 자욱해 동서남북이 잘 구별이 되지 않는다.
개스가 자욱한 헬기장으로 내려오니 남녀 산님 두 분이 계신다.
헬기장에서 조금 올라오니
아무도 없는 산불감시초소너머로 웅석봉 정상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천왕봉에서부터 지리 동부능선은 물론이고 북쪽의 왕산, 필봉
그 우측으론 황매산, 정수산, 둔철산조망이 되는데 아쉽기 짝이 없구나.
잠시 후, 한 무리의 산님들이 올라오신다.
전라도 말씨를 쓰시는 분이 많아 전라도에서 오셨냐고 물으니
뜻밖에도 마산에서 오셨다고 한다. (마산 장수산악회)
한 10분 정상에서 죽치고 있었지만 시원하게 조망이 터져 주지 않아
미련을 버리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
오늘의 조망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여자의 마음처럼
개스가 찼다가 갑자기 맑아졌다가를 반복한다.
웅석봉을 내려오니 달뜨기능선이 나타난다. ^^
하지만 잠시 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헬기장에서 샘터까지 50m
물을 채우러 내려갈까 말까 하다가
그냥 아내가 기다리는 갈림길로 올라간다.
아내는 이곳에 앉아서 가이드 역활을 해 주었다나..크..
갈림길에서 조금 내려오니 삼거리 이정표가 나온다.
그러니까 이곳까지 와서 웅석봉으로 가는 것이 더 맞는 길이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달뜨기능선이 시작되는 기점이다.
'달뜨기'란 이름은 어디서 유래되었을까?
참고 산행기에 의하면 이병주의 대하소설 <지리산(전7권)>에
그 이름을 가슴 벅차게 부르던 빨치산들이 나온다고 한다.
"앞서 걷던 문춘 참모가 걸음을 멈추고 한참 정면을 바라보더니
뒤를 돌아보고 감격어린 소리로 외쳤다.
"동무들! 저기가 달뜨기요. 이제 우리는 지리산에 당도했소."
거산(巨山)의 모습이 강 너머 저 쪽에 나타나 있었다.
가까운 곳은 선명한 푸르름이고, 멀어져 감에 따라 보라색으로 변하고,
아득한 정상은 신비로운 빛깔 속에 안겨 있었다.
달뜨기는 지리산의 초입이다.
남부군은 드디어 그 긴 여로를 겪어 목적한 곳 지리산에 들어선 것이다.
수백의 눈동자가 일시에 그 신비로운 웅봉(雄峯)으로 빨려들어갔다.
'아아!'하는 탄성이 대열 속에서 바람 소리처럼 일었다.
여순병란 이래의 빨치산들이 마치 고향을 그리듯 입버릇처럼 말하던
달뜨기가 아닌가. 박태영으로서도 감회가 없을 까닭이 없었다.
그는 '지리산에 가면 살 길이 열린다'라고 한 이현상의 말과
'과연 지리산에 가면 살 길이 있을까'라고 쓴 홍행기의 탄식이
뒤범벅 된 감정으로 넋을 잃고 지리산을 바라보았다."
한참 이 산박하를 접사촬영을 하고 있는데
뒤에서 남자산님 한 분이 내려 오신다. 광주에서 오신 산님이신데
딱바실로 하산하느냐고 물어 이방산까지 간다고 하니 본인은 딱바실계곡으로 가신다고 한다.
그리고 보니 아까 웅석봉 정상에서 만났던 마산 장수산악회 회원님들도 딱바실계곡으로 하산하신다고 했는데..
어느 산행기를 읽어보니 딱바실계곡은 평소에도 허벅지까지 물이 차는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어제 산청에 비가 많이 왔으므로 오늘은 매우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니
눈이 동그래지면서 "그래요?" 하시며 앞서간 일행께 이 사실을 알려야 겠다며 급히 내려 가신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남의 산행기 말만 듣고 말씀드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좀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이날 딱바실계곡으로 하산하신 산님이 계신다면 과연 이 말이 진실인가 진위여부를 알 수 있으련만..
광주 산님이 내려가신 후
달뜨기능선에는 아내와 나 두 사람만이 있는듯 했다.
광주 산님은 먼저 내려 가셨고 마산 장수산악회 회원님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사방이 맑아온다. 웅석봉 정상에 있을땐 보이지 않던 조망이 이제야 열리나 보다.
전망능선에서 뒤를 바라보니 웅석봉 오른쪽으로 구름에 덮힌 산이 보인다. 바로 둔철산이었다.
그너머로 정수산 또 그너머로 부암산과 감암산 그리고 황매산이 있겠지..
다시 전망 능선의 좌측을 바라보니 나무사이로 도토리봉과 구름에 덮힌 왕등재가 보인다.
난생 처음으로 나무에 올라가 사진을 다 찍어 본다. 하지만 사진은 별로다. 쩝..
달뜨기능선은 한마디로 비단길이었다.
어떤 길은 능선 한 가운데로 걷기도 하고
어떤 길은 왼쪽 사면길로 우회하기도 하고
또 어떤 길은 오른쪽 사면길로 우회하기도 한다.
사면길에는 아름다운 우리꽃이 가득하고..^^
12시 36분..어느 전망바위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오늘 점심은 충무김밥과 후식으로 냉동 복숭아 통조림..
점심을 먹은 후 (12시 55분)
계속 등로는 남쪽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이정표가 부실해 자칫 잘못하면 알바하기 일쑤다.
이상하게도 아까부터 부산일보 노란색 리본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상한 감이 들지만 계속 큰 길로 내려오니 벌건 황토가 나타난다.
가만! 그리보니 여기가?.. 고령토 채취장.. 아차! 알바구나.
이리로 내려가면 부산일보 산&산에 실린 [산청 딱바실골~백운계곡]코스로 이어진다.
마침 비까지 조금 부슬부슬 내리고 도로 올라가기도 힘들어
이대로 내려갈까? 하니 그렇게 하잔다. 그래서 내려가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미답산인 감투봉과 이방산, 이때 아니면 언제 또 오겠는가!
아내에게 다시 올라 가자고 하니 언제나 아내의 대답은 Yes다. ^^
양창순 선배님과 몇 몇분의 산행기속에서만 보았던 귀한 노랑 망태버섯,
아까 내려갈 때는 보지 못했는데 다시 올라가면서 뒤따라오던 아내가 발견했다.
"여보! 이리좀 와보소. 망태버섯이.."
"뭐꼬? 뭐꼬?"
"힉! 이기 망태버섯 아이가?"
"이 귀한 것을 보다니.." ^^
고령토 채취장에서 한 20분 되돌아 오니 부산일보 리본 세 개가
집중적으로 달린 곳이 보인다. 그곳으로 내려오니 잠시 후
정상등로가 나타나고 다시 한 20분 걸어오니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정표에서 한 7분 걸어오니 수양산 갈림길이 나온다.
수양산 갈림길은 따로 이정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광주 산님이신 백계남님의 노란색리본을 보면 알 수 있다.
좌측길에 달린 노란색 백계남님의 리본에 수양산이라 적혀있다.
그렇다면 우측길이 감투봉 가는 길이다.
백계남님..
아까 만났던 광주 산님의 말씀에 의하면
백계남님의 연세는 65세이며 개척산행을 많이 하신다 한다.
우리가 백계남님의 노란색 리본을 처음 본 것은 창녕 영취산종주때 였다.
노란색 리본에 깨알처럼 쓰신 설명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심지어 시간까지도..
수양산 갈림길에서 길은 약간 내리막 길이다.
등로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길은 약간 북쪽으로 이어진다.
어느 전망바위에 도착해 전망을 바라보니 가야할 능선이 보인다.
여기서 바라보니 만약 거꾸로 이방산에서부터 웅석봉으로 오르면 훨씬 힘들 것 같다.
여태까지 북서로 향하던 등로는
갑자기 남서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 15시 14분..
감투봉인줄 알고 힘들게 오른 봉우리는 그냥 무명봉이었다.
2분 후 드디어 감투봉에 올랐다. (768M)
혹시 김정길님의 표시기가 있나하고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리본 뿐
삼각점조차 없는 폐헬기장이었다. 저 멀리서 총소만 들리네.. 흐미..
"여기오니 와이리 덥노.."
"아이 시원타"--아내 물 한모금 마시며..
복숭아 통조림 먹을땐 복숭아 통조림이 제일 맛있었고
식혜를 먹을땐 식혜가 제일 맛있더니
이젠 물이 제일 맛있는 것 같구나..ㅋㅋ
물 한모금씩 마신 후,
한 15분 급경사 내림길을
쏟아져 내려오니 임도가 나타난다.
이 임도에서 바라보면 천왕봉이 보이는데
지금은 구름에 가려 천왕봉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구나.
이방산은 임도를 건너 다시 오름길로 올라야 한다.
임도에서 한 15분 오름길을 치고 올라가니
헬기장이 나온다. 자꾸만 뒤쳐지는 아내를 기다려
다시 한 15분 걸어가니 능선 삼거리가 나타난다.
우측으로 내려가면 덕교리로 빠지는 길..
직진하여 올라가는데 곳곳에
산돼지가 파헤친 흔적이 보인다.
이곳에서 한 7분 치고 올라가니
드디어 이방산 정상이다. (716M)
아무도 없는 이방산 정상엔 안내판과 플래카드가 걸려있고
금마타리와 등골나물 그리고 꿀벌만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도토리 산악회의 정상석은 조금 떨어진 곳에 다소곳이
앉아 있구나.
하산길..
이방산 정상에서 500m쯤 내려가면
우측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해도 되지만 (하산길 3.3km)
우측으로 내려오니 둥근나무를 박은 계단식 등로가 펼쳐진다.
한 20분 내려오니 굴바위가 나타나고..
굴바위를 지나 한 7분 내려오니
우렁차게 흘러내리는 무명계곡이 나온다.
잠시후 등로 좌편에 거대한 바위가 나타난다.
바로 상사(相思)바위다.
상사바위의 전설..
옛날 서질골(현, 삼장농협뒤)에 질그릇을 굽는 도공 노부부와 얼굴이 예쁜 금녀라는 딸이 살고 있었다.
금녀는 매일 집앞을 지나 서당에 가는 양반집 아들 이도령의 모습에 반하여그를 사모하게 되었다.
그러나 신분의 차이로 금녀는 이도령에게 사모의 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그 애정만 날로 깊어갔다.
세월이 흘러 이도령이 좋은 혼처가 생겨 결혼을 하게되자, 금녀의 짝사랑은 더욱 깊어져 병이 되었다.
상사병에 걸린 금녀는 따뜻한 봄날 나물캐러 산에 올랐다가 큰바위 위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금녀의 눈에 저멀리 있는 바위에서 갓을 쓴 이도령이 거기로 오라는 손짓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넋이 나간 금녀는 거기로 가려다가 그만 바위밑 소(沼)에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후. 금녀가 떨어져 죽은 바위를 상사바위, 갓을 쓴 이도령의 허상이 보였던 바위를 갓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
상사바위 아래로는 우리꽃이 지천이다.
꽃 향내가 코를 찌르는데 어느꽃의 향취인지 알 수가 없다.
이삭여뀌와 여러 야생화가 보까로 피어있고, 등골나물, 주홍서나물도 보인다.
잠시 후 길은 밤나무단지로 이어지고 밤나무엔 밤이 튼실하게 달려있다.
사람 키보다 낮아 쉽게 딸 수도 있지만 남의 것을 훔쳐서는 안되지..
밤나무 단지를 지나 마을로 내려오는데 갑자기 비가 내린다. 17시 44분..
비가 올 것을 대비해 아내는 간이 비닐 우의를 준비했지만,
판쵸의 넣어오는 것이 무거워 그냥 왔던 이몸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모자에 수건을 눌러 쓰고 두 디카를 손으로 감싸며
황급히 내려오는 폼을 상상해 보시면 됩니다. 흑흑..
그래도 다내려와서 비가 오길 망정이지..큰일날 뻔 했구나. (안도의 한숨.)
마을로 내려오니 사과나무밭에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처음엔 복숭아 인줄 알았음.)
비도 피할겸 어느집 처마에 앉아 잠시 행장을 추스리니..
마침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잠시 후, 이 아주머니를 따라서 그 분의 집을 들어서니
흰색 타이탄트럭이 눈에 들어온다. 결국 이 흰색 타이탄트럭이
우리를 밤머리재까지 실어 주었다. 더 고마운 것은 농사 지은 사과도 주시고..
물론 소액의 사례금을 드리긴 했지만 참 훈훈한 시골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
아까 밤머리재를 올라오면서 아자씨께 여쭈어보니 산청으로 나가는 편이 더 빠르다고 한다.
올라올 때는 단성IC로 왔지만 내려갈 때는 산청IC로 가기로 했다.
(비는 계속 세차게 쏟아지는데 북쪽을 바라보니 하늘은 열려 있어 이곳에만 비가 내림을 알 수가 있다.)
산청으로 진입하고 우측길로 내려가야 하는데 좌측길로 올라 가서 잠시 알바 좀 하고..
다시 차를 돌려 내려오니 우측에 래프팅 보트가 가득쌓인 음식점이 보인다. (산음마을)
참기름내 솔솔나는 맛있는 산채 비빔밥과 구수한 된장찌게, 서비스로 돼지고기볶음에다가
잘 냉장된 맥주 한 잔을 마시니 이제서야 좀 살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 덧 어둠이 내렸다.
유유히 흐르는 경호강 위로는 구름에 덮힌 웅석봉의 모습이 보인다.
아쉽게도 달님은 아직 보이지 않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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