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산행기

덕유산▲ 파란 물감으로 그린 산이 있는 풍경화.. 삿갓봉/토옥동계곡 12km

통영사람 이수영 2012. 6. 2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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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 삿갓봉-토옥동계곡 산행기▷

 

 


[삿갓봉에서 바라본 동남쪽~남서쪽 파노라마]
 
 



  일시: 2003.12.28 일요일

  날씨: 맑음

  산행자: 나와 아내 그리고 아들

  車의 길: 통영-사천-서진주-서상IC-황점 마을

  산행코스

황점 마을-(3.4km)-삿갓골재 대피소 -(2.9km)-월성재-(5km)-송어 양식장-(1km)-양악호 陽岳湖

   산행시각

08:45 황점 마을
09:50 마지막 계곡
10:25-10:45 삿갓골재 대피소
11:25-11:45 삿갓봉 1418.6m
12:25 이정표 (삿갓골재에서 2km 떨어진 지점)
12:50-13:15 월성재 50m前 전망좋은 봉우리 (점심 식사)
14:20 이정표 (해발 900m)
15:00 이정표 (해발 660m)
15:35 송어 양식장 (토옥동 산장)
15:45 토옥동 입구 (비석)
16:10 양악호 비석
16:20-16:50 택시 타다
16:50 황점 마을

19:10 통영 도착

<산행거리 약12km  산행시간 7시간 30분  아내의 만보계-25,000步 >


  산의내력

덕유산 삿갓봉 1,418m - 위치 : 경남 거창군 북상면, 전북 장수군 계북면

덕유산은 전북 무주군과 장수군, 경남 거창군과 함양군에 걸쳐있다. 주봉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해발 1,300m 안팎의 장중한 능선이 남서쪽을 향해 장장 30여㎞에 뻗쳐있다. 북덕유에서 무룡산(1,491)과 삿갓봉을 거쳐 남덕유(1,507m)에 이르는 주능선의 길이만도 20㎞를 넘는 거대한 산이다.

겨울의 덕유산은 마치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연상케 한다. 첩첩산중으로 장쾌하게 이어진 크고 작은 연봉들이 눈가루를 흩날리며 선경을 연출한다. 덕유산은 남부지방에 있으면서도 서해의 습한 대기가 이 산을 넘으면서 뿌리는 많은 눈 때문에 겨울산행 코스로 최고의 인기를 모으는 곳이다.



▲ 산행기 ▲

오늘은 덕유산을 산행하려고 한다. 잘 아시다시피 덕유산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다음으로 거대한 산이다. 그러므로 종주를 하려면 최소한 1박 2일이 소요되므로 당일 산행할 수밖에 없는 나의 처지로는 그림의 떡이라, 東에서 西로 가로 지르는 산행을 하기로 작심한다. 저번 6월달에 육십령 고개를 산행초입으로 하여 남 덕유산(서봉,동봉)에 올라, 월성재를 거쳐 거창 황점으로 하산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반대로 거창 황점 마을에서 시작하여 삿갓골재 대피소 까지 올라가 삿갓골재 대피소에서 삿갓봉에 오른 후 월성재까지 가서 황점 마을로 원점회귀 하지 않고 전북 장수군 계북면 토옥동계곡 쪽으로 하산 하려고 작심한다.(국제신문의 `다시찾는 근교산' 참조)

우리 `화이트'(車)는 황점마을에 있었지만, 한번 걸었던 길은 가고싶지 않고 새로운 길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토옥동 계곡 방향으로 이끌기 시작한다. 토옥동으로 하산하는 길은 초행길이라 등로의 상태가 어떠한지 한국의 산하 게시판에 글을 올려 문의한 바 “덕유사랑님” 께서 고맙게도 댓글을 주셨는데, 등로 상태도 좋고 경치도 좋다한다.

알람은 5시에 맞추어 놓았지만, 눈 덮인 덕유산에 대한 설레임 때문인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떠 시간을 보니 4시 40분, 어제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잠자리에 들었으므로 한 4시간 정도 잤을까? 이렇게 일찍 일어나 산행을 하려는 것은, 초행길도 초행이려니와 눈길 산행에 대한 두려움과 산행기를 쓰기 때문에 아무래도 산행시각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오늘 산행코스도 국제신문의 기사는 6시간 걸리는 코스였지만, 내 예상대로 7시간을 넘겼다. 그러므로 나의 산행기 산행시각은 그리 참조할 것이 못된다. 그대신 산행코스에 대한 정보는 타 산행기 보다 상세하게 기술하였음을 말씀드린다.

오늘 산행을 위한 준비물--스틱, 아이젠, 스패츠, 방한마스크, 방한모, 헤드랜턴, 손난로 ---이쯤이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초보로서는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스패츠 랑, 아들놈 아이젠 사러 단골로 가는 장비점에 갔더니 연말 선물로 손난로 하나를 준다. ^^* 그동안 기여도가 제법 높았던 모양이다.흐뭇..)

08:45 황점 마을

오늘도 6시 20분에 집을 나와 7시 36분에 함양 휴게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깨끗한 함양휴게소 화장실에 감탄을 하면서 서상IC로 향한다.(함양휴게소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

(함양 휴게소 화장실은 얼마나 청결하고 현대식시설이 잘 되어있는지 이구동성으로 모두들 자기집 화장실보다 낫다고 말한다.여자 화장실은 에티켓 버튼이 있어 10초동안 물소리가 나므로 너무 좋았다 함.)
서상IC에서 좌회전 하여 서상으로 들어가 계속 올라오면 사거리가 나오고, 맨 왼쪽 길이 육십령 고개로 가는 길이요 그 다음 길이 영각사 가는 길이다. 이 영각사 가는 길로 올라와 영각사로 들어가지 말고 오른쪽 신기마을로 가는 길을 따라 가면 남령재가 나오고 이재를 넘어 아래로 내려가면 황점마을이 나오는데..

실수하여, 영각사로 한번 알바하고 신기마을을 거쳐 남령재를 올라가고 있는데,
흰색 소형 승용차(누비라) 한대가 반대편에서 내려오면서 “황점마을이 어딥니까?” 하고 묻는다.(그들도 모르고 지나쳐 온것이다.)

“우리도 황점마을로 가니 따라오세요“ 하니 잠시 후, 황점마을 비석이 놓인 느티나무 옆에 우리 `화이트‘ 랑 나란히 주차를 한다.

그분들은 남자2명과 여자1명이 타고 계셨는데, 대구에서 오신 듯 하다. 영각재를 경유하여 남덕유산을 등반 하신다 하므로 우리 코스가 아닌 바른골로 가야 되기에, 이곳에서 약 150m 떨어진 산행초입 입구를 가르쳐주고 우리는 계획대로 삿갓골로 향한다. (바른골 초입은 6월달에 우리가 월성재에서 이곳으로 내려온 경험이 있었기에 가르쳐 줄 수 있었다.)

남덕유산 쪽을 바라보니, 산정에 걸린 하얀 솜털구름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모두들 환성을 지른다.)

09:50 마지막 계곡

산행초입 시, 무척 쌀쌀하여 손난로에 불지피고 아들놈은 방한모에 방한마스크 까지 쓰고 올라왔지만,
9시 20분경 1.5k 정도 올라오자 더워서 나와 아내는 방한복을 벗는다. 아들놈은 지난주 나의 광양 백운산 산행기를 읽고나서 산에 가고픈 충동을 느꼈던 모양이다. 이번 산행 시는 두말없이 같이 산행에 임하며, 선두로 올라가면서 아예 추월을 못하게 우리가 올라오면 달리고, 올라오면 달리고, 펄펄 날고 있다. 저번 재약산 산행 시에 빌빌거리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흐뭇..)

마지막 계곡에서 ‘우수 위험’이란 팻말과 함께 밧줄로 계곡사이를 연결해 놓았다. 이후부터는 산길산행이다. 이제 삿갓골재 대피소까지는 800m 남았다. 잠시 휴식 겸 사진을 찍고 다시 올라가는데, 된비알이다. 당연히 손난로의 불은 꺼지고, 내 호주머니 속 손수건은 분주히 내 얼굴을 닦아낸다. 아직까지는 오르는 사람도 없었고 내려오는 사람도 없는 우리만의 등로다.

삿갓골재 대피소 300m 前.. 드디어 사람들이 내려온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하산하는 것이 괴이해, 그들 중 한분에게 물어보니 새벽2시에 육십령고개를 출발하여 지금 하산 하는 길이라 한다. (헤드랜턴을 쓰고 야간산행을 한 것이 얼핏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서울에서 오신 그분들은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었다. 바로 백두대간 잇기 종주였던 것이다.)


삿갓골재 대피소와 안내도


10:25-10:45 삿갓골재 대피소

그분들과 헤어진 후 나무를 통으로 잘라 만든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나무계단에 오르니 동쪽과 동남쪽의 풍경이 푸른 하늘과 더불어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어느 화가가 파란 물감 만으로 이렇게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이런 그림을 보려고 사람들은 힘들어하면서도 높은 산에 오르는 구나!!

우측 샘터를 지나면 삿갓골재 대피소.
마지막 나무계단을 올라서자마자 안부 입구에 아담하지만 멋진 현대식 건물인 삿갓골재 대피소가 나타난다.
지금부터는 백두대간.. 오른쪽으로 가면 무룡산(1,492m) 동엽령(1,320m) 향적봉(1,614m), 왼쪽으론 삿갓봉(1,418m) 월성재(1,240m) 남덕유산(1,507m) 방향이다.



대피소에서 바라본 월봉산 수리덤과 금원,기백산 방향(좌측에 거망산,황석산이보인다.)-줌 촬영

이곳에 올라 조망을 하니 동쪽과 남쪽의 山郡들이 나타나는데, 아직까지 멀리보기에 서툰지라, 마침 의자에 앉아있는 다른 등반객에게 “저기 보이는 산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보니 고개를 흔든다. 여기서 사과 한 개를 셋이서 나누어 먹고, 대피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남쪽으로 높게 뻗은 산이 바로 지리산이라 하며, 정면으로 보이는 山群들이 금원, 기백산, 월봉산 이라 한다. 그리고 금원산은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쪽 방향을 주시하니 뜻밖에도 황석산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황석산은 특이하게 두개의 봉으로 되어있고 가운데 거북바위가 있으므로 쉽게 알 수 있었다. 황석산의 오른쪽이 물론 거망산이다.


대피소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에서 반야봉까지 다 조망된다), 지리산 아래는 괘관산



삿갓골재 대피소를 지나 등로에서 본 雪花



삿갓봉으로 향하는 길(하늘의 구름이..)



아름다운 풍경(구름아래엔 지리산이..)


11:25-11:45 삿갓봉 1,418.6m

삿갓골재 대피소에서 북쪽으로 가면 무룡산과 동엽령을 거쳐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1,614m)으로 가는 길, 우리가 가야할 길은 남쪽방향인 삿갓봉으로 가는 길인데..드디어 눈길이 보인다. (여태까지 산행한, 황점에서 삿갓골재 대피소 까지는 눈이 다 녹아 눈길이 거의 없었다.) 왼쪽 오르막길을 택한다. 쇠줄을 연결한 난간을 지나고 바위를 돈다. 때론 밧줄을 잡고 오를 정도로 길이 재미있다.

또한, 온도도 상당히 떨어져 다시 방한복을 꺼내 입고, 손난로도 불을 지폈다. 등로도 자연 미끄러워 아이젠을 착용한다. 난생 처음 아이젠을 착용한 아들놈은 신이 난 듯 잘 달리다가 한번 엉덩방아를 찧는다.

이렇게 한 40분 후, 아들놈이 외치길래 올라서니 삿갓봉이다.


삿갓봉 1,418m(아들의 등 뒤엔 지리산이..지리산 아래에 있는 산이 괘관산)

삿갓봉에 올라서니 동서남북이 모두 조망이 되는데, 북쪽으로는 우리가 왔던 삿갓골재와 무룡산이, 동쪽은 연꽃 같은 가야산, 뾰족한 오도산, 동남쪽은 금원기백의 山郡과 월봉산, 뾰족한 월봉, 남쪽은 거대한 지리산이 천왕봉에서 여성의 힙모양으로 생긴 반야봉까지 모두 조망되며 가까이에는 남덕유의 웅장한 모습이 나타난다.

또한 서쪽은 Gas가 마치 수평선 모양 길게 선을 그어 놓은 모습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라, 어찌 가만히 있을 소냐! 즉시 삼각대를 빼고 파노라마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이 너무 길다. 그래서 북쪽과 동쪽(가야산)까지를 잘라, 파노라마사진을 하나 더 추가 한다. 삿갓봉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광양 백운산, 지리산 삼신봉에서 보는 전망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저 멀리 구름아래엔..하얀 종이 위에 파란물감으로 한 획으로 그어놓은 동양화 처럼, 콘돌의 날개모양으로 나래를 활짝편 지리산의 모습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산인가?...그림인가?...꿈결인가?..

좌측은 삿갓골재에서 무룡산 가는 능선이며 우측 맨 끝이 연꽃모양의 가야산




서쪽으로 바라본 풍경(Gas로 인한 수평선 같은 대기층이 그어져있다)



지나온 삿갓봉의 모습(과연, 삿갓 모양이다)


12:25 이정표삿갓골재 에서 2km 떨어진 지점

삿갓봉에서 내려오는 등로가 무척 미끄럽다. 미숙한 아들놈 한 번 더 미끄러지고, 불안한 마음에 아들에게만 스패츠를 착용시킨다. (간간이 스패츠를 착용한 등반객이 눈에 띄는데, 나중에 등반을 마치고 보니, 이정도의 눈으로는 아이젠만 신으면 될것 같다.)

오늘따라 아들은 눈에다가 하트마크를 자꾸 그리며 걸어가고 있다. 아마도 저번 내가 쓴 광양 백운산 산행기 속에 있었던 눈이 덮힌 바위위에 누군가 그린 하트마크를 생각해 낸 것 같다. 그래서 아내가 묻는다. 아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나? 하니, 아들놈 하는 말이 엄마 아빠를 사랑한다고 한다.

지금은 아들의 마음이 우리만을 사랑하지만, 언젠가 독립하여 어른이 되면 더 사랑하는 그의 아들과 딸이 생겨날 것이고, 옆에는 사랑하는 그의 아내가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12:50-13:15 전망 좋은 봉우리월성재 에서 50m 지점 (점심식사)



이정표에서 약 20분 후, 전망 좋은 봉우리가 나타난다. 전방을 바라보니 남덕유산의 동봉과 서봉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있고 50m 전방 발아래는 월성재가 보인다. 내 계획에 월성재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므로 월성재 보다 전망도 좋고 사람도 없는 이곳이 점심식사 하기로는 그만이다. 오늘도 저번처럼 김밥으로 점심을 준비했다. 아들놈도 김밥을 먹더니, 제 어미 김밥 실력을 인정해준다. ("엄마의 김밥은 크고, 그 속에 들어간 재료도 많다".--아들놈)

잠시 후, 점심을 먹고 월성재로 내려오니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버너를 가지고 와 숫제 큰 코펠에 음식을 끓이고 있는데, 사람 수가 많아서 인지 아주 떳떳이 점심들을 자시고 계시는데, 물론 눈이 내려 산불이 날 확률은 제로지만, 국립공원에서 아무런 부끄럼 없이 범법을 하시는 그분들의 모습에 고개를 돌린다. 우리는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넣어 가지고 와서 컵라면에 부어 먹으니 그런대로 뜨거운 국물을 먹을 수 있어 그렇게 하고 있다.


전망 좋은 봉에서 바라본 웅장한 남덕유산의 동봉과 서봉



전망 좋은 봉에서 뒤돌아 본 삿갓봉쪽 풍경



전망 좋은 봉에서 바라본 황점마을쪽 풍경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느냐“ 며 아내가 물어온다. 아마도 전방에 보이는 큰 봉우리를 넘을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제는 오른쪽 토옥동 계곡으로 하산한다.“ 하니 좋아들 한다.
토옥동 계곡으로 내려오는 등로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그런지 등로가 잘 다져져 있다. 그래서 아이젠을 신고 나서부터 불편했던 나의 왼쪽 발목 관절을 보호하려고 아이젠을 벗는다. 내가 벗으니 모두들 따라 벗는다. 잠시 후, 그야말로 빙설을 만나 도저히 아이젠 없이는 한 발자국도 걷지 못해 또다시 아이젠을 착용한다.

아까 6명 정도의 가족 등반객이 올라오는데, 그분들의 복장을 보니 토옥동 아래에 사는 사람들인지, 청바지에 구두와 운동화 차림이다. 올라갈 때는 그런대로 갈 수 있지만, 이런 차림으로 내려올 때는 이 빙설을 내려와야 하는데 과연 무사히 내려올 수 있을까?---걱정


토옥동 계곡의 내려오는 빙설 등로


14:20 이정표 해발 900m

몇몇 구간을 제외 하고는 폭신한 눈이 덮여 아들놈의 발걸음이 가볍다. 아들말로는 구름 속을 걷는 기분이라 한다. 그러자 아내가 '구름 속의 산책' 이란 비디오테이프를 보다가, 깜박하여 게를 삶다가 태워 먹은 옛날이야기를 한다. 나는 모르는 이야기인데, 아들놈과 아내는 알고 있는 이야기 인지, 죽이 잘 맞아 둘이서 무엇이 그렇게도 좋은지 킬킬거리며 내려간다.

계곡을 건너자, 전방에 이정표가 보이고 한 무리의 등반객들이 아이젠을 일제히 벗고 있다.
우리도 따라서 아이젠을 벗는다. 이제부터는 길이 양호하다. 낙엽이 무수히 쌓인 전형적인 산길이다.


마치 종유석 처럼 생긴 고드름



아름다운 토옥동 계곡의 바위들 (눈으로 만들어진 환상적인 작품)



낙엽이 쌓인 부드러운 토옥동 계곡의 등로


15:00 이정표 해발 660m

해발 900m 지점을 지나면 비단길이 전개된다.
이제 눈도 거의 보이지 않고 탄탄대로를 거리낌 없이 걷고 있다.
그런데, 아까부터 우리를 추월하는 몇 명의 등반객들이 눈에 띄는데,
명찰을 보니 `소월산악회' 명찰이 달려있다.
물어보니, 서울에서 내려온 단체 등반객이다.
잠시 후,
10분을 더 내려오니 기역字 모양의 철다리가 나오고,
해발 650m 의 이정표가 보인다.
왼쪽으로 가면 양악폭포로 가는 길이며,
직진은 하산 길이다.


수심이 깊어 수영금지 경고문이 있는 소(沼)



한가로운 하산 길, 송어 양식장 (토옥동 산장)



토옥동 비석


15:45 토옥동 입구 (비석)

토옥동 산장을 지나니 화장실이 나오고, 10분을 더 걸어가니 토옥동 입구다.
자연석에 土玉洞이라 새겨져 있고 검은 대리석엔 토옥동의 내력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전방은 저수지 인데, 저수지 앞쪽에 산에서 벌목한 나무기둥들을 쌓아 두었다.
다리를 건너자 커다란 주차장이 나오고 아까, 서울에서 온 ‘소월산악회‘ 회원들을 태우기 위한 버스가 보인다.
우리를 태워줄 택시나, 자가용은 보이지 않으므로,
063-114에 전화를 걸어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콜택시를 부탁하니,
011-655-7896 으로 돌려준다.
장계에 있는 개인 택시인데, 황점마을 까지 요금을 물어보니, 40,000원을 달라고 한다.
택시가 오기까지는 20여분 시간이 있으므로, 저수지 수변을 걸어가는데 그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양악호 풍경1



양악호 풍경2



노을에 물든 칼날봉


16:50 황점마을

양악호에서 구불구불한 도로를 걸어 내려오니 통영-대전 고속국도가 보이고 아까 그 산악회 버스가 내려가는지라, 손을 흔들어 서울에서 오신 산님들에게 작별의 시그널을 보낸다. 이 글을 읽은 소월 산악회 회원이 있다면, 아마 나를 기억 할 것이다.

잠시 후, 검정색 다이너스티 택시가 올라온다. 기사님의 성함이 서 인석 님인데, 보통 택시 운전하시는 분들답게 재담이 좋다. 본인은 미견을 키운다고 사진을 보여준다. 사진속의 개를 보니 사자 같이 생긴 도사견이다. 하지만, 미견은 도사견 보다 훨씬 크며 가격도 한 마리에 5,000만원씩이나 한다고 한다. 키우는 목적은 종견으로 한번 교미시키는데, 300만원이라 하니, 그놈은 재미보고 돈도 벌고..흐미..하지만 무지 퍼먹는다고 하니..크으~

장계로 내려와 육십령고개를 넘어간다. 우측으로 장안산이 보이고 육십령 고개를 깍아 놓은 것도 좋게 보니, 예쁘게만 보인다. 이곳도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생태교를 설치하는 것이 보인다. 육십령고개를 넘어 황점 마을에 도착하니, 우리 '화이트'가 반갑게 우리를 맞이한다. '화이트'를 타고 남령재를 넘어 오니, 노을에 반사된 칼날봉의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다. 이로서 경남 거창군 황점에서 덕유산 삿갓봉에 올라 전북 장수군 토옥동 계곡으로 산행한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아듀~~~~~2,003년 ..

이 글을 읽는 모든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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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2.28 덕유산 삿갓봉에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