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트래킹기

일본 오제&닛코 트레킹 2부

통영사람 이수영 2022. 10. 19. 07:47

일본 오제&닛코 트레킹

2022.10.06~10.10 (4박 5일) 혜초트레킹 (인솔자 한규호, 이윤호)

 

Day3-10월 08일(토)

(미나카미~하토마치도오케~오제가하라~야시로산장)

 

-4박 5일 일정-
*제1일(목) 인천-나리타-미나카미 (1박)
*제2일(금) 미나카미-닛코-센죠가하라-미나카미(1박)
*제3일(토) 미나카미-하토마치도오케-오제가하라-야시로산장(1박)
*제4일(일) 야시로산장-오제누마-오시미즈-도쿄(1박)
*제5일(월) 도쿄-나리타-인천

 

이 지도는 야시로 산장에서 가져왔다. 이번 오제 트레킹의 산행기점 (하토마치도오케) 부터 중간 기착지인 야시로 산장 그리고 산행종점 (오시미즈) 까지 잘 그려져 있다. 산죠폭포는 가지 않아서 그리지 않았으나 야시로 산장의 북쪽 지점에 위치한다.

 

Day3

10월 8일 (토)

 

어젯밤 11시 24분 꿈나라로 들어갔는데 선친과 돌아가신 형님 내외분이 나오는 꿈 (마지막에는 형님이 나오는 꿈인데 형님이 자꾸만 형님 집으로 가자고 하는데 꿈이 끝남) 에서 깨어나 시간을 보니 5시 58분. 창밖을 내다보니 망할 놈의 비가 또 내리고 있다. 흐미~ 이럴 수가!

 

7시~7시 30분 료칸 뷔페로 조식을 한 후 8시 4분 출발이다. 오제 가는 길은 대형 버스가 진입하지 못해 24인승 승합차 두 대에 나누어 탑승하고 캐리어는 여태 탔던 대형 버스 짐칸에 옮겨 싣고 발음이 요상한 대형 버스 기사님과 잠시 이별한다. (승합차 출발시는 다행스럽게도 비가 그침) 

 

우리 일행을 실은 승합차는 점점 첩첩산중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한 시간 쯤 달린 지그재그 오르막길에는 단풍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하늘도 구름사이로 간간이 블루스카이를 보여주고 있다. 제발 오늘 만큼은 비가 내리지 말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나의 이런 바람에 응답이라도 하듯 점점 하늘은 맑아지고 있다. ^^

 

산행기점인 하토마치도오케 휴게소 (고도 1,600m)

 

승합차에서 내리니 제일 먼저 차가운 바람이 산객을 맞이한다. 휴게소 건물을 보니 가운데 치(峙) 와 휴(休) 가 태풍에 날아갔는지 빠지고 없다.  완전한 이름은 鳩待峙休憩所이다. 

 

오제 (尾瀨) 한자는 꼬리 미에 여울 뢰를 쓴다. (촬영: 이윤호 인솔자님)

 

오제의 목도에서 스틱 사용은 허용되나 반드시 고무마개를 끼워야 한다. 만약 고무마개를 끼지 않고 스틱을 사용하게 되면 무지한 사람으로 몰려 그것 때문에 시비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인솔자님이 말했다. (해서 아내의 스틱 촉에는 인솔자님이 미리 준비한 고무마개를 끼웠다.)

 

오제 트레일에 대해 설명하는 한규호 인솔자님

 

본인 보다 먼저 달리면 엉뚱한 길로 빠질 수 있다며 뒤 따라 올 것을 강조했다. 선두는 한규호 인솔자님 후미는 이규호 인솔자님이 맡았다. 

 

하토마치도오케에서 오제로 가는 길은 슬슬동풍 내리막길이다.

 

목도에서는 우측통행이며 한 줄로 가야 했기에 사진을 자주 짝는 찍사 입장에선 다소 불편하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 한다.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잠시 법을 어겼다. 한정수님을 필두로 일행들이 목도를 따라 걸어오고 있다.

 

곰을 만났거나 길을 잃었을 때 치는 종이라고 한다. 아내가 종을 친다.

 

'과남풀'이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일급하천 천상천이라 적혀 있는 곳에서 일행들이 모여 잠시 쉬었다 간다.

 

제일 먼저 나타나는 시부츠 산장 (하토마치도오케로부터 3.3km지점에 위치)

 

화장실 (용무를 본 후에는 100엔을 넣는 함에 자발적으로 넣어야 한다. 아내는 화장실 가고 나는 기다렸다.)

 

시부츠 산장 입구에서 만난 봇카 아가라시 히로아키씨 (42세) 와 함께 (촬영: 아내)

 

시부츠 산장 입구에 눈에 익은 사람이 보인다. EBS 다큐 길위의 인생에서 보았던 이가라시 히로아키 봇카다. 반가운 마음에 함께 사진을 찍자고 말하니 흔쾌히 응한다. 봇카란 일본의 옛직업으로 오로지 도보로 짐을 지고 운반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가라시 히로아키씨는 21년째 봇카를 하고 있는 배태랑 봇카다. 봇카의 일하는 기간은 5월~10월까지이니 약 180일이다. 짐의 대부분은 산장에서 사용하는 식료품이다. 오제는 오로지 걸어서 가야 갈 수 있는 곳이기에 이런 직업이 생겨났다.

 

이가라시 히로아키씨의 부인 역시 봇카였다고 한다. 이가라시 노조미 (36세) 2006~2008년 2년 동안 봇카로 일해 누구보다도 남편의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한다. 두 사람은 길위에서 만나 사랑이 싹텄다는데 위험한 구간에선 아가라시 히로아키씨가 늘 기다려 주었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를 대비해 봇카는 늘 후배가 앞에 걷고 선배가 뒤에서 갇는 것이 철칙이라고 한다. 나중에는 봇카 일을 그만두지 않겠느냐며 이가라시 히로아키씨가 말해 이라가시 노조미씨가 봇카를 접었다고 한다.

그리고 보니 나는 2006년 5월 9일 EBS다큐 길위의 인생에서 나온 화산 짐꾼 차이치 이룽(67세)씨도 만난 적이 있다. 여기 적힌 나이는 모두 한국나이다. 화산 짐꾼 차이치 이룽씨와 함께 (2016년 5월 9일 촬영: 아내) 이미 유명 인사가 된 그의 옆자리엔 지폐들이 놓여 있었고 나는 당시 한화 5,000원을 주었는데 당시 생각에도 내가 하는 행동이 잘한 것인지 잘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적혀있다.

 

묘기를 보여주는 차이치 이룽씨 (2016년 5월 9일 촬영) 차이치 이룽씨는 56년생으로 나보다 한 살 어렸다. 얼굴만 본다면 나보다 10년은 늙어보였는데 육체노동과 태양을 많이 쏘여 피부노화와 이빨이 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오제가하라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오제습원은 활화산인 히우치가다케가 폭발하면서 흘러내린 용암이 타다미가와(只見川)를 막아 해발 1,600m 높이의 산허리에 늪과 호수가 생성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뒤에 보이는 산은 일본 100명산에 속하는 시부츠산(至仏山/2228m)이다. 시부츠산의 산색도 참 아름답다. 어떤이들은 시부츠산과 히우치가다케(燧ケ岳 2356m)를 오르기도 한다.

 

 

사진을 찍으면 뒷사람들이 멈춰야 하는데 이것이 좀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만 담고 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런 나 때문에 후미 이윤호 인솔자님이 수고를 많이 하였다. 

 

단풍으로 물든 시부츠산과 오제습원의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오늘은 하늘도 푸르고 구름 마저 아름답다.

 

자꾸만 뒤돌아 보게 만드는 시부츠산과 오제습원 풍경

 

그래서 스마트폰을 이윤호 인솔자님에게 슬쩍 건넨다. 마음씨 좋은 이윤호 인솔자님은 나의 부탁을 단 한번도 거절한 적이 없는 착한 청년이다.

 

사진을 찍고 계시는 Hoon님을 저격했다. 사진에서 인물이 들어가면 더욱 생동감이 난다.

 

가운데 구름이 아름다워 찍었는데 표현 부족이다. 이렇줄 알았다면 스마트폰으로 찍을 걸..

 

이 사진은 스마트폰 사진이고 아래 석장의 사진도 모두 스마트폰 사진이지만 그런대로 표현이 잘 되었다. 이번 트래킹을 위해 스마트폰도 삼성에서 애플로 바꾸었다. (애플 13 프로맥스)

 

이 사진은 디세엘알 카메라 (캐논 5D) 사진인데 확실히 차이가 난다.

 

오제습원에서는 봄에는 물파초(水芭蕉), 여름에는 노란 원추리(ニッコウキスゲ)가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고 한다.

 

목도를 걷다보면 이런 휴식 공간이 곳곳에 있어 잠시 쉬기도 하고 간식을 먹기도 한다. (촬영: 이윤호 인솔자님)

 

사진 속의 사람들은 일본인들이다. 긴 스패츠를 신은 것이 눈에 띈다. 그만큼 비가 많이 내린 다는 것을 입증한다. 아니나 다를까! 서서히 구름떼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금새 돌변하는 날씨

 

목도를 걸을때 자칫 한 눈 팔다가는 큰일 난다. 실제로 어느 분이 넘어져 다리를 쓸 수 없어 (나중에 알고 봤더니 골절되었다고 함) 한규호 인솔자님이 업고 갔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고가 나면 직진하거나 빽하는 수밖에 없는데 무조건 가까운 쪽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목도의 폭은 50cm이고 총 길이는 65km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 아내도 한번 넘어졌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집에 와서 보니 허벅지가 퍼렇게 멍들어 목욕탕도 못 가겠다고 한다. 

 

결국 오늘도 비를 만났다. 11시 40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북유럽 여행시 샀던 우의를 입은 아내)

 

이곳이 류구십자로? 만약 맞다면  (좌측 길은 욧삐바시 직진은 미하라시) 우린 직진한다. 혜초 여행사의 지도를 보면 이번 여정과 달리 욧삐바시로 간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렇게 가면 산죠폭포 가는 길이 가까워진다.

 

아무도 없는 목도 길이라 담아 보았다. 전방에 히우치가다케가 보여야 하지만 구름안개로 보이지 않는다. (현재 나는 우산을 쓰고 걷고 있다.)

 

오제는 일본 혼슈 중부, 후쿠시마현-도치기현-군마현-니가타현 4개현에 걸쳐 있는 산악지대를 일컬으며 일본 내 29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광대한 습원 오제가하라와 호수 오제누마, 그리고 일본의 100대 명산인 시부츠산과 히우치가다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간에 스치고 지나간 산장 (이제 비가 그쳤나 보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젊은 봇카를 저격했다. (자세히 살펴 보니 상당히 미남이다)

 

이 지점은 나무들이 많이 보이는 지점인데 목도 말고 길이 있나 싶어 아무리 살펴봐도 길이 없다.

 

저 멀리 오늘의 목적지 야시로 산장이 보인다.

 

습원을 둘러싼 산허리에는 너도밤나무, 눈잣나무 등 원시림 숲이 독특한 풍광을 더해 대자연의 신비를 더한다.

 

환하게 웃는 아내의 얼굴에서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 임을 말해주고 있다.

 

야시로 산장이다. 원래 혜초여행사의 산장은 이 산장이 아니었는데 이 산장으로 바낀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쓰레기 때문이다. 산장에서 파는 것의 쓰레기는 허용되지만 본인들이 가져온 것의 쓰레기는 용납이 안 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즉 본인 쓰레기는 본인이 가져가야 한다. 일부 한국인들이 이를 어긴 모양이다. 그래서 한국인 산객은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해서 이 산장으로 바뀐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부끄러운 이야기다.)

 

야시로 산장의 전경

 

이 탁자에 앉아 싸온 도시락과 아사히맥주 한 캔을 아내와 나누어 마시며 점심을 먹었다. (삼각대로 셀카 촬영) 중식을 마치자 산죠폭포 보러 가는 사람들과 안 가는 사람으로 나누어 졌다. (산죠폭포 보러 가는 사람은 24명 중 6명이었다.) 어젯밤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해서 난생처음으로 기권하였다. (돌아가신 형님이 집으로 가자고 하는 꿈이 걸림)

 

방 5개를 배정 받았는데 그중 작은 방 네 개는 여인들이 쓰고 큰 방은 남자들 방이다. (12명이 함께 잤고 나는 우측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산죠폭포 보러 가는 대신 아내와 셀카놀이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아내는 산죠폭포 보러 안 갔을 것이니 어쩌면 이것이 더 추억만들기 좋은 시간이었다.)

 

여기까지 왔다가 되돌아 간다. 이번 트레킹을 위해 피엘라벤 모자와 상의를 깔맞춤하고 왔다.

 

산장 옆 커피점에 들러 커피도 마셨다. (두 잔에 900엔)

 

달이 떠서 삼각대로 셀카 촬영을 했는데 역시 실력 부족

 

라면을 끓여 먹는 중 

 

저 멀리 시부츠산이 보이고 산장을 향해 걸어오는 산님들의 헤드렌텐 불빛이 보인다.

 

15시 15분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산죠폭포 보러간 사람들은 어찌되었을까? (쓸데 없는 걱정을 다 한다) 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신 후 온천탕에 가서 온천욕을 했다. (16시~16시 20분 샤워만 함)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비는 계속 내린다. 호실로 돌아와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 중에서도 한 분의 말씀을 들어보니 6대륙 안 가본 곳이 없는 분이다. 나도 웬만큼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이 분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해 경청하기만 했다. 혜초여행 따라오면 대단한 분들 많이 만난다. 7년 전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때도 그랬듯이 (이 분이 뉘신지는 이번 여정에 참가한 남자 분들은 다 알것이다.)

 

16시 50분 산죠폭포 보러간 사람들이 돌아왔다. (예상외로 일찍 와서 놀람) 놓친 고기가 큰 법이라 어떻던가요? 하며 물어보니 김지탁님이 직접 촬영하신 영상을 보여준다. 약 70미터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모습이 제법 볼만하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에 아내와 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후회는 없다.

 

18시~18시 25분 야시로 산장의 석식(그런대로 먹을만 함)을 먹은 후 야간촬영으로 시간을 좀 보내다가 남자 12명이 자는 방으로 입실했다. 늘 그렇듯이 산장의 밤은 일찍 찾아와 (할일이 없으니)

 

20시 24분 고단한 육신을 눕혔다.

 

 

 

 

2부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