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산 산행기

산청 집현산

통영사람 이수영 2021. 8. 21. 20:24

[507]


■ 산행일: 2021.08.20 (금)
■ 산행자: 나홀로
■ 산 있는 곳: 慶南 山淸郡 新安面, 生比良面, 美川面  晉州市 鳴石面, 集賢面
■ 날씨: 구름 많은 맑은 날 (視界는 그런대로 좋음)
■ 기온: 19-30도

 

부산일보 산행지도 대로 생비량유래비 기점으로 반시계방향 원점회귀

 

금일 산행 궤적

 

180도 돌린 금일 산행 궤적

■ 최저고도-88m
■ 최고고도-606m
■ 누적고도-1122m
■ 소모열량-1078kcal
■ 총거리-11.1km

 

 

산행기

 

오늘의 산행지는 산청 집현산이다. 집현산은 12년 전인 2009년 2월 22일 아내와 함께 진주 광제산과 연계하여 우중산행을 했던 산이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눈이 높아서 이런 산은 일기가 불순한 날에만 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의 내가 얼마나 오만방자했는지 알 수 있다.

 

폐일언하고 요즘 같은 무더위에 5시간짜리 집현산 원점회귀 산행을 하려니 산행도 하기 전에 갈까말까 망설이는 나를 발견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데 생고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나의 이런 갈등을 눈치챈 아내는 편안하게 집에서 쉬다가 오후에 탁구나 치러 가란다. 사실 오늘의 산행은 아내의 계모임 (21일 계 모임인데 하루 앞당겨 20일에 모임) 때문에 이루어진 급조 산행이다.

 

그런데 가지 말라고 하면 더 가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라. 고생길을 각오하고 산행에 나선다. 늘 하던대로 고봉민 김밥 한 줄과 물 2리터 약간의 간식을 준비한 후 10시 44분 통영을 출발 들머리 산청군 생비량면 생비량유래비 앞에 당도하니 정확하게 1시간 걸렸다. 10분 만에 신속하게 산행채비를 마치고 11시 54분. 이정표가 가리키는 초입으로 향한다.

 

생비량유래비에 적힌 내용인즉 신라시대의 비량(比良) 이라는 도승이 이곳에서 사찰을 건립하여 포교와 더불어 선행을 베풀다가 입적하여 도승이 영원히 생존하라는 뜻으로 生자를 붙여 그때부터 생비량이라는 지명이 전래되었다고 적혀있다.

 

생비량 유래비는 장란교를 건너자마자 바로 앞에 서 있다.

 

생비량유래비 앞에는 집현산 등산안내도가 보이고 왼쪽으로 초입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국제신문 코스는 대둔마을쪽으로 걸어가 시계방향으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도 있지만 굳이ㅈ국제신문 코스를 따라야 할 이유가 없어 부산일보 코스 대로 이곳에서 초입으로 향한다. 

 

초입으로 향하면서 뒤돌아본 생비량 유래비와 주차한 장소

 

매미 소리가 요란한 초입 (좌측으로 갈之자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꺾임) 잠시 후 무명묘 하나 나타나고 1분 후 중추부사묘가 나타난다. 그리곤 된비알 오름길이다

 

땀이 절로 나는 오름길 (아침에 비가 왔는지 땅이 약간 젖어있다)

 

조금 진행하니 난처한 일을 당한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바로 거미줄 폭탄이다. 오늘 산행하면서 숱하게 폭탄을 머리에 맞았다. 그랬다 이 산은 아무도 오르지 않은 처녀산 그 자체였던 것이다. (거미는 14년 전 작대산 천주산 산행시 보았던 가시거미였다.) 

 

가시거미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14년 전인 2007년 함안 작대산~창원 천주산 연계산행시 촬영했던 가시거미를 소환했다. (이 당시도 무더위가 절정이었던 8월 15일이라 아내와 둘이서 생고생 함)

 

된비알 오름길을 지나니 무명묘 하나 나타나고 5분 후 184m봉이다. 오룩스맵으로 확인했지만 오룩스맵이 없으면 그냥 스쳐 지나갈 곳이다. 184m봉을 지나니 소나무가 늘어선 완만한 능선이 이어져 한 숨 돌린다.

 

184m봉을 지나 10분쯤 올라오니 벤치 쉼터가 나타난다. 무친 김에 제사지내고 덮친 김에 봇쌈한다고 이곳에서 고봉민 김밥 한 줄로 점심을 때운다. (12시 28분~12시 40분)

 

벤치쉼터 지나 전망능선에서 바라본 건너편 하산 능선 (까치봉으로 추정)

 

벤치 쉼터 지나 시매 갈림 삼거리

 

시매갈림길 지나 오름길에 피어있는 '담배풀' (여우오줌이라고도 불리죠)

 

다시 이어지는 된비알 오름길

 

된비알 계단길 지나 바위들이 보이는 등로

 

올라오니 하초에서 힘이 다 풀린다. 아~ 힘들다.

 

바윗길 지나 오름길의 '뚝갈' (땀나고 힘들지만 데리고 와야) 이런 산형과 야생화 촬영을 마이크로렌즈가 아닌 광각렌즈로 담으려니 핀은 안 맞지요, 땀은 나지요 설상가상 방해꾼 쇠파리까지 아주 죽을 지경이다.

 

현동마을 하산길 (잘 다니지 않는지 길이 희미하다) 버리고 직진한다.

 

현동마을 갈림길 지나 어느 무명묘에서 바라본 달뜨기능선과 웅석봉 (무명묘 주인에게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한 후 묘지 위에 올라서 촬영함)

 

무명묘 지나 집현산 오름길에 피어 있는 '무릇'

 

집현산 삼각점 표시기는 정상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삼각점을 지나 3분 후 도착한 집현산 정상은 12년 전과 변함이 없지만 그날은 오리무중 속이었다면 오늘은 그런대로 조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다르다.

 

집현산 정상에서 바라본 달뜨기능선과 웅석봉 그리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석대산 능선이다. 둘 다 참으로 아름다운 능선이 아니던가! 걸어본 사람 만이 알 수 있는 그 길을 우리 부부는 그 아름다운 길을 함께 걸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요즘 새삼 실감하고 있다.

 

영원한 산친구인줄만 알았던 아내는 산을 멀리하고 탁구와 계모임을 더 좋아한다. 오늘도 진주의 산꾼인 포에버님의 빨간색 리본이 걸린 것을 보았다. 그이도 이젠 포에버 라는 어마무시한 허풍선 닉명을 한번재고해야 되지 않을까?

 

집현산 정상에서 바라본 무너미재와 그 너머로 전개되는 진주 방어산~괘방산~함안 오봉산~여항산으로 이어지는 라인

 

집현산 정상에서 바라본 의령 산성산~한우산~자굴산 라인이다. 저 라인 또한 다 걸었던 라인이 아니던가! 나도 참 많이 탔다.

 

집현산 지나 삼면봉 가는 길에 피어있는 '산박하'

 

삼면봉은 집현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3분 거리) 진주시 명석면과 산청군 신안면 생비량면의 경계지점이라 삼면봉이다.

 

돌탑 위에는 각각의 면을 적어 놓은 삼각형의 정상석이 있는데 진주시 최고봉  (565m) '칠평산 삼면봉' 이라 적혀있다.

 

삼면봉 지나 무너미재 가는 내림길에 피어있는'쇠서나물'

 

무너미재 (12년 전 아내와 왔을 때는 삼면봉에서 10분 만에 내려왔다고 적혀있는데 오늘은 4분 더 걸려 내려왔다. 아마도 내려오면서 찍었던 야생화 촬영 때문일 것, 쇠서나물과 짚신나물 찍었으나 짚신나물은 실패작이라 실리지 않는다. 나중에 또 등장하기 때문이다)

 

무너미재 지나 오봉삼거리 가는 오름길에 피어있는 '골등골나무'

 

오봉 삼거리 이정표는 부봉까지 300m를 가리키고 있다. 그래서 12년 전 이곳에서 하산하려다가 부봉을  다녀와서 다시 빽하여 홍지주차장으로 원점회귀했다. 물론 부봉에 가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통영 촌말로 앵오리 정기 갔다 왔지만..

 

오봉삼거리의 사각정자 (12년 전에도 있었나? 없었던 것 같은데)

 

오봉삼거리 지나 부봉가는 길에 피어있는 '짚신나물'

 

오봉삼거리 지나 부봉 가는 길에 피어있는 '자주꿩의다리'

 

오봉삼거리 지나 부봉 가는 길에 피어있는 '이삭여뀌'

 

오봉삼거리 지나 부봉 가는 길에 피어있는 '원추리'

 

집현산 부봉은 높이는 산청 집현산에 비해 조금 낮지만 조망 만큼은 최고라 어쩌면 더 정상에 어울리는 봉우리라 할 것이다. 높이만 따진다면 합천의 가야산도 경남의 합천의 상왕봉(1,430m) 보다 경북 성주군의 칠불봉(1,433m) 이 3m 더 높으니 경북 성주의 산이라 해야 옳지만 경남 합천의 산이 맞다. 하지만 오늘의 집현산 산행은 산청 생비량면 원점회귀 산행이므로 산청 집현산이 더 어울린다. (이랬다 저랬다 한다)

 

정상석에 새겨진 표고는 572m 산청 집현산과 불과 5m 차이다.

 

부봉 제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산이란 모름지게 이런 조망이 터져야 명산이다.

12년 전에 못 본 조망을 오늘은 확실하게 본다.

 

부봉 제단에서 바라본 의령 한우산~자굴산~벽화산~진주 방어산~괘방산~함안 오봉산~여항산

(16-35 광각렌즈라 아무래도 스마트폰 사진이 나을 것 같아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이어지는 함안 오봉산~여항산~창원 서북산~인성산~적석산~진주 월아산~장군대산~멀리 통영 벽방산~고성 연화산 그리고 진주시 풍경

 

다시 이어지는 고성 연화산~사천 와룡산~각산~남해 망운산~하동 금오산까지의 풍경

 

파노라마 사진으로 합성한 위 3장의 사진의령 한우산~하동 금오산까지의 파노라마 사진

 

부봉아래 팔각정 (오늘은 아무도 없다. 사람 안 만나니 마스크 안 써도 되니 좋다)

 

부봉 지나 헬기장 가는 길에 그 용도를 의심케 만드는 요상한 쉼터(?)

 

집현산 능선의 유일 무일한 헬기장

 

헬기장에 피어있는 끝물의 '절굿대'

 

헬기장 지나 동봉 (장군봉) 가는 길 (등로가 너무 좋아 슬슬동풍길이다)

 

부봉 (572m) 에서 약 30분 정도 걸어오니 동봉(장군봉) 이다. 그런데 이곳에 오니 신기한 일이 있었으니 바로 누군가가 제단과 노송 그리고 죽은 소나무 아래에

사과 귤 참외 세 가지를 놓고 간 것이다. 짐작컨대 어느 무속인이 산신령인 장군께 제를 올린 제물(第物) 같은데 만져보니 몇 시간 전에 놓고 간 것 같이 싱싱하다.

 

이렇게 사과 귤 참외 3개씩 놓고 제를 올린 모습이다. (그대로 놔 두어야 하나 하나만 먹어도 될지 망설이는 나를 발견한다. 먹었다가 동티날까 두렵기도 하고)

 

이런 와중에도 조망해찰은 생략할 수 없다. (장군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노송 아래에 있는 사과 귤 참외 (결국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귤 하나만 슬쩍 한다. 귤을 까 먹으니 싱싱하고 달콤한 것이 꿀맛이다. (먹기 전에 제단과 소나무, 노송에게 예를 올렸다)

 

그리곤 설마 장군님께서 귤 하나 먹었다고 화 내지 않겠지요. 하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보낸다. (안 먹고 말지 왜 그랬는지 원)

 

장군봉(동봉)을 떠나면서 바러본 죽은 소나무와 노송

生과 死의 모습이 대비되는 거대한 노송들의 모습이 인상 깊다. 이런 미묘한 기가 흐르는 곳이니 만큼 무속인들이 찾는 장소이리라.

 

장군봉(동봉)에서 까치봉 사이에 구시봉(530m) 이라는 봉우리가 있지만 표고 차이도 별로 나지 않고 아무런 표식이 없어 지나치기 일쑤다.

 

나 역시 모르고 지나쳤다. 동봉에서 까치봉까지는 약 20분 거리다. 그 중간에 구시봉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시봉이 6봉이고 까치봉이 7봉이니 봉우리는 다 오른 셈이다.)

 

홀대를 받고 있는 까치봉 정상엔 돌무덤과 허접한 정상석이 보인다. 

 

까치봉 정상에서 바라본 의령 산성산~한우산~자굴산 라인

 

까치봉 지나 좌로 등로가 꺾이는 곳 (안내판을 무시하고 직진하니 잠시 후 철탑이 나타는데 길을 보니 잡초에 가려져 있다. 이리로 직진하면 뱀등으로 올라가는 길이구나! 씰데없는 정력 낭비를 할 이유가 없어 빽하여 좌측 사면길로 내려선다. 결과론이지만 잘한 결정이었다. 뱀등에서 내려오는 산길을 보니 길이 보이지 않았다.

 

하산지점 막바지의 대나무 숲길

 

빠져나온 날머리 (오른쪽 산길에서 내려 옴)

 

하산길에 바라본 좌측 하산능선과 올랐던 우측 능선

 

하산길에 바라본 장란교와 유유히 흐르는 양천강

 

 

 

 

무주공산을 5시간 전세 내어 걸었던 집현산 산행을 마친다. 비록 가시거미의 폭탄공격(어쩌면 내가 그들에게 폐를 끼친 것일수도)에 처음부터 끝까지 괴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산은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다음에는 어느 산에서 산속이야기와 숲속이야기를 듣게 될까 벌써부터 기다려 진다.

 

지루한 글 끝까지 읽어 주어 감사합니다.

 

 

 

 

<終>

 

 

 

 

 

흐르는 음악은~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 예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