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산 산행기

함안 자양산

통영사람 이수영 2021. 5. 31. 07:44

[508]


■ 산행일: 2021.05.29 (토)
■ 산행자: 나홀로
■ 산 있는 곳: 慶南 咸安郡 漆原面, 山仁面
■ 날씨: 오전엔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 오후엔 구름 조금 (視界 좋음)
■ 기온: 13-27도

 

동쪽 산인면을 기점으로 하는 3시간 30분 짜리 국제신문 코스 (처음에는 이 코스만 알았는데)

 

월간 山에 실린 서쪽 칠원면 산행기점의 산행지도를 보는 순간 급 뽐뿌질이 왔다. (유상동마을을 기점으로 반시계방향으로 원점회하는 이번 코스는 도상 거리만 14.5km으로 보통 6시간 30분 소요된다고 함)

 

금일산행궤적

 


■ 최저고도-54m
■ 최고고도-429m
■ 누적고도-831m
■ 소모열량-1739kcal
■ 총거리-16.6km (알바포함)

 

 

산행기

 

경남 함안군 산인면과 칠원면 경계에 위치한 紫陽山은 낙남정맥 창원 광려산에서 분기한 화개지맥에 속한다. 산은 낮지만 넓은 면적은 여느 산 못지 않은 넉넉함을 지녔다.자양산의 산세는 바라보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서쪽 산인면에서 쳐다보면 단조로워 보이나 동쪽 칠원면에서 보면 나지막한 산들을 거느린 능선들이 얽혀 여인의 치마폭을 펼친 것 같다.

 

자양산의 옛 이름은 자구산紫丘山이다. 조선시대 지도마다 빠짐없이 등장할 만큼 중요한 산 중 하나였다. 옛 함안군지인 <함주지> 산천조에는 ‘자구산은 군의 동북쪽 15리에 있으며 포덕산에서 이어진 안인리의 주산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안인리는 지금의 산인면이며, 포덕산은 신당고개 북쪽 310.7m봉으로 산성이 있다.

 

다만 자구산이 어떤 연유로 자양산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다. 자양산을 찾는 사람들은 산인면을 들·날머리로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만큼 산행코스가 단순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칠원면 유원리를 중심으로 원점회귀하는 능선 길 산행코스를 만들었다. 약간 거칠고 헛갈릴 만한 곳도 있으나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다.』

 

-월간 山 에서 발췌-

 

이글과 산행지도에 뽐뿌질을 받아 도전에 나선다. 

 

조식 후 고봉민 김밥을 준비한 후 (이번에는 한 줄만) 10시 14분. 집을 나선다. 네비는 마산입구에서 내서로 가라고 한다. 오랜만에 쌀재터널을 통과, 내서를 거쳐

유상동마을(유원노인회관) 앞에 도착하니 1시간 남짓 걸렸다. 회관 옆 공터에 주차한 후 산행채비를 마치고 11시 25분. 산행을 시작한다. 유원노인회관 뒤 커다란 은행나무가 보인다.

 

은행나무의 樹命은 560년 樹高는 20m 나무둘레는 7.1m 로 보호수라 적혀있다. 은행나무의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와룡재로 올라갈 수 있다.

 

와룡재 오르막길의 아스콘 도로에는 '지칭개'와 '개망초'가 피어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라 아스콘도로의 열기가 전해져 벌써부터 땀이 나려고 한다.

 

와룡재 오름길 아스콘도로에서 뒤돌아본 유상동마을과 멀리 무학산 그리고 나중에 하산지점이 될 와룡산

 

산행 17분 만에 와룡재에 올라선다. 가야할 길은 좌측 산길인데 웬 승용차 한 대가 길을 가로 막고 있다. 승용차의 좌측으로도 길이 보여 그리로 갔더니 묘지가는 길이라 다시 빽하여 승용차를 지나 직진한다.

 

이곳에는 묘지들이 많이 보인다. 실제로 오룩스맵에 찍힌 150.2m봉은 가족묘원이다. 묘지를 찍기도 뭐해서 150.2m봉을 지난 어느 등로에서 '조록싸리'를 찍는다. (오늘은 처음부터 오룩스맵을 작동시킴)

 

위 사진의 조록싸리의 실제 피어 있는 모습과 등산로 풍경이다. 그런대로 길이 이어지지만 길이 그리 좋지는 않다. 그 말인 즉, 길이 뚜렷하지 않다는 말이며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150.2m봉을 지나 17분 정도 올라가니 175.1m봉 (오룩스맵 지도) 인데 월간 山에 의하면

 

『완만하게 올라선 175.1m봉은 문동재 고분군으로 정상부에는 대형 봉토분 1기가 심하게 파괴된 상태며 곧장 내려서면 문동재(問童嶺)에 이른다. 문동재는 유원마을에서 어령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이다. 오늘날 고개를 넘나드는 발길은 끊어지고 길마저 수풀에 묻혔다.』

 

라고 하였는데 실제로 와보니 참호로 보였으며 길조차 희미하다. 문동재는 어디인지 알 수 없고 다만 175.1m봉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니 철망이 보이고 철망너머로 채석장이 보인다.

 

철망 너머로 보이는 채석장, 철망을 따라 올라가니

 

비스듬히 누운 칠원산성 안내판이 나타난다.

 

『칠원산성은 해발 280m의 산 정상에 돌로 쌓은 성이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 의하면 6세기 초 아라가야가 축조한 산성이라고 한다. 이후 문헌기록이 희박한 걸 보면 단기간 사용되다 폐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삐딱하게 넘어진 안내판이 없었더라면 낙엽이 덮이고

잡목이 숲을 이룬 성터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채석장의 골재 채취로 성벽 일부가 파괴 되었음은 물론 산이 훼손되어 흉물로 변해 버렸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파편 속에 우리의 문화유산이 묻혀 가고 있다.』 월간 山에서 발췌

 

이게 칠원산성터의 흔적인지 모르지만 주변에는 이런 돌들이 흩어져 있다. 산성터를 지나 9분쯤 능선을 치고 오르니 오룩스맵 상의 278.9m봉으로 올라선다. 하지만 아무런 표식이 없는 봉우리다. 이 봉우리에서 바스락거리는 길짐승의 움직임을 느낀다. 노루일까? 멧돼지일까? 차라리 안 보이니 속이 편하다. 바위길 내림길에서 잠시 헛갈려 요리조리 살핀다. 좌측으로 희미하게 길이 이어진다.

 

278.9m봉에서 30분 정도 걸어가니 화개지맥 갈림길 상에 있는 묵묘가 나타난다. 이제부터는 화개지맥의 길을 걷는 것이다. 자연히 길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는데

과연 화개지맥의 길은 편안한 산길이 이어질까? 시간을 보니 13시를 넘겨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깐다. J3클럽 리본이 달린 화개지맥 길에서 고봉민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아무도 없는 심심산중이지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정답다. 오늘은 지난주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2리터의 물과 뜨거운 커피 그리고 간식을 가지고 왔어 마음이 넉넉하다. (점심 20분 소요)

 

중식 후 자골산 오름길에 피어있는 '쥐똥나무'꽃 이름과 달리 향기가 아주 좋다.

 

자골산 오름길의 '뱀딸기' 뱀딸기가 열려있는 이게 길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다.

 

점심을 먹은 화개지맥 갈림길에서 5분 정도 올라가니 자골산(317.3m)이다. 월간 山에 의하면 잡목에 칡넝쿨이 뒤엉켜 산봉우리인지 능선인지 분간이 쉽지 않다.

준·희 선생의 표지판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자골산에서 덩굴식물로 뒤덮인 산길을 겨우 빠져나온다. 라고 적혀있는데 아무리 둘러 봐도 준.희 님의 표지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마루금따라 그대와 함께' 라는 붉은 리본만이 보일 뿐이다.

 

월간 山에서 말했던 자골산에서 덩쿨식물로 덮힌 산길 (그들은 겨울산행이었지만 오늘은 녹음기 산행이니 그 난이도는 미루어 짐작이 갈 것이다. 나도 미쳤지 뭐하러 이런 생고생을 사서 하는지) 자골산에서 16분 정도 험로를 헤치며 걸어가니 오룩스맵상의 320m봉이다. 이봉우리는 가지를 친 지능선이 있으므로 독도에 주의해야 한다. (오룩스맵 덕분에 능선을 이을 수 있었다)

 

320m봉 지나 359.6m봉 오름길에 피어있는 '산골무꽃'

 

320m봉을 지나 한동안 부드럽던 산길이 경사각을 세운다. 짧지만 힘들게 올라 359.6m봉으로 올라선다. (320m봉에서 18분 소요)

 

올라선 359.6m 봉우리에는 대구 이재구, 전국방방곡곡 1대간 9정맥 기맥 지맥 등등, J3클럽, 산머슴, 나린클럽, 독도는 우리땅, 주능선에 묻어버린 님들의 사모곡 리본들이 나부낀다.

 

359.6m봉 내림길에는 부드러운 '김의 털' 이 길을 안내한다.

 

이제는 슬슬동풍길이 이어져 "야호~~"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런 길만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바위돌 하나도 정답다. 그동안의 길이 참으로 삭막했나 보다.

 

359.6m봉 지나 자양산 오름길에 피어있는 '박쥐나무'꽃

 

359.6m봉 지나 자양산 오름길 능선에서 바라본 풍경 (처음으로 조망이 열림) 

 

359.6m봉 지나 자양산 오름길에 탐스럽게 열려있는 산딸기 (이곳에는 산딸기가 지천이라 작정하고 딴다면 한소쿠리는 쉽게 따겠다)

 

359.6m봉 지나 자양산 오름길에 피어있는 '매화노루발풀'

 

359.5m봉을 떠난지 50분 후 (산행한지 3시간 28분 만에) 앞이 트이면서 자양산 정상이 나타난다. 산불감시초소에는 산불감시원이 없고 산님도 아무도 없다. 누군가가 쓴 오래된 묘가 산객을 맞이한다. 

 

자양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광려산~대부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 조망

 

자양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대부산~서북산~여항산으로 이어지는 낙남정맥 조망

 

자양산 실제 정상은 KT이동통신사가 차지했다. 동쪽 400.6m 봉에 정상석과 삼각점이 서있다. 정상석은 2000년 1월 1일 산인면체육회에서 건립했고 삼각점은 (남지 319 2002재설)

 

자양산 정상에서 바라본 KT중계탑이 보이는 실제 정상

 

자양산 정상석(절벽의 바위 위)에서 바라본 서쪽 의령 자굴산 조망이다. 월간 山은 자굴산 뒤로는 지리산이 보인다고 말했는데 오늘은 동정이 불가능하다.

 

자양산 정상석 (절벽의 바위 위)에서 바라본 서북쪽 남지 방향 조망이다. 월간 山은 낙동강과 남강이 합류하며 발달한 대산면의 벌판이 풍요롭다. 낙동강 건너에는 창녕군 남지읍이 자리한다. 뒤로 덕암산, 종암산, 화왕산, 영취산이 뚜렷하고, 그 오른쪽에는 멀리 청도 화악산이 우뚝하다. 며 말했다. (솔직히 난 동정 불가)

 

자양산 정상석 (절벽의 바위 위)에서 바라본 북쪽 조망 월간 山에서는 가야산이 흐릿하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보였다면 그는 매의 눈을 가졌거나 천리안이 틀림없다. (솔직히 난 동정불가) 

 

위 4장의 사진을 파노라마 사진 한 장으로 합성한 사진이다. 

 

어연리 내림 나무계단길 (자양산 정상은 패러글라이더 활공장으로도 쓰인다)

 

실제 정상은 KT중계탑이 자리하고 있어 통영 말로 앵오리 정기 갔다가 되돌아 간다. (정상석 봉에서 불과 7분거리에 있지만 굳이 올 필요가 있었을까?)

 

KT중계탑에서 하산길은 산길 말고 임도길을 따라 내려간다. 임도길에서는 가야할 능선이 보인다 (가운데 철탑이 보이는데 철탑아래가 서나무재다) 멀리 우측에 보이는 산은 무학산 같고 맨 좌측에 보이는 산은 천주산 같다.

 

임도길에서 바라본 광려산~대부산~서북산~여항산 낙남정맥 라인

 

슬슬동풍 아스팔트 임도길 (뭔가를 따고 있는 모녀에게 산딸기 따니? 하니 그렇단다. ^^ )

 

KT중계탑에서 임도사거리까지는 19분 걸렸다. 여기서 좌측 11시 방향 길이 정방향이다.

 

뒤돌아 본 임도사거리의 육각정자 (어느 젊은 가족들이 정자에서 휴일을 보내고 있었다)

 

임도사거리에서 슬슬동풍길 7분쯤 내려오니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서나무재다. 사진에서 보듯 산악오토바이를 탄 분이 보이는데 방금 저 산에서 내려왔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더 내려왔는데 힘들어 죽겠다며 하소연한다. (이곳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면서 잠시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자양산 가는 길도 알려주며)

 

서나무재 지나 산길 오름길 (우측에 패인 것이 오토바이 바퀴자국이다)

 

서나무재에서 10분 올라오니 철탑에 닿는다.

 

철탑에서 바라본 칠원면 장암리 일대와 무릉산 작대산 천주산 라인

 

개할지와 장암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철탑은 와룡산 아래 능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중에 저 철탑으로 가게 되는데 철탑 못 미친 능선에서 괴물 멧돼지와 조우하게 된다.

 

애교 섞인 문구가 눈에 잘 들어오는 묘지를 지난다. 슬슬동풍길

 

뒤돌아 본 철탑과 그 너머로 보이는 자양산 (정상석 정상) KT중계탑은 좌측 나무에 가림

 

개할지에서 뒤돌아본 359.6m봉과 자골산

 

개할지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과 철탑 그리고 와룡산 (펑퍼짐한 야산이라 길 잇기 더 힘들었다)

 

개할지 지나 316.5m봉 오름길의 '기린초' 군락

 

316.5m봉  (철탑에서 15분 거리)

 

화개지맥 316m라는 표시가 걸린 준.희님 표시판이 이곳이 316.5m봉 임을 말해 준다.

 

5분 후 도착한 갈전갈림길 (쉼터)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며 5분 동안 쉬었다 간다.

 

갈전갈림길 이정표

 

갈전갈림길 지나 등로에 피어 있는 '할미밀망'  '할미밀망'과 '사위질빵'은 비슷하게 생겼는데 지금 이 시기에 피는 꽃은 '할미밀망'이고 7~8월 여름철에 피는 꽃은 '사위질빵'으로 보면 맞다.

 

16시 41분. 도천갈림길 (갈전 갈림길에서 17분 걸렸다. 국제신문 코스 대로라면 이리로 올라와서 자양산 찍고 임도사거리에서 슬슬동풍 임도길을 따라 내려가는 코스니 월간 山 코스에 비하면 얼마나 쉬운 코스인줄 비로소 알게 된다.)

 

도천갈림길 지나 엉겅퀴의 꿀을 빠는 호박벌의 모습을 훔쳤다. 녀석, 얼마나 열중하던지 내가 촬영해도 꿀 빠는데 여념이 없었다.

등로 좌측으로 임도길이 닦이고 있다. 한마디로 김이 샌다.

 

또한 우측으론 나무가지 사이로 여항산이 보이고

남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량의 소음이 들려온다. 

 

다시 나타나는 임도 (여기서 산길을 버리고 임도길을 따라가야 한다.) 임도길에서 아까 서나무재에서 만났던 산악오토바이족 3명과 다시 만나 서로 목례를 주고 받는다.

 

뒤돌아본 내려온 산길 (화살표로 내려왔다)

 

다시 이어지는 산길 (임도길을 버리고 리본이 보이는 산길로 접어든다)

 

들어선 산길에 보이는 이정표 (금동굴 방향으로 간다) 이 지점을 당골고개로 보면 맞다. 당골고개 지하에는 함안 제 1터널이 관통하고 있고 터널을 지나면 칠원분기점이며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연결된다.

 

당골고개에서 4분쯤 진행하니 261.8m봉이다. (하지만 아무런 표식이 없는 봉우리다) 사진은 261.8m 오름길이다. 이런 편한 길이 와룡산까지 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261.8m봉을 지나 4분쯤 지난 산길이다. 그럭 저럭 편한 산길이 이어진다.

 

이 묘는 15분 알바한 후 빽하여 찍은 사진이다. 멧돼지의 피해를 입은 모습이 역력하다. 이 묘지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누어 지는데 모르고 좋은 길로 내려갔는데 오룩스맵 지도를 보고 깜짝 놀란다. 장암저수지 방향으로 내려갔던 것이다. 다시 낑낑거리며 올라와 자세히 보니

 

희미하게 길이 보인다. 오른쪽 화살표 방향이 정방향이었던 것이다. (리본등 아무런 표식이 없음)

 

 4분 후 작대산이 보이는 묘지를 통과한다.

 

다시 3분 후 잘 조성된 묘터를 지난다. (검정색 대리석으로 만든 작은 비석들 까지 진열되어 있다) 

 

덕분에 능선을 간신히 이어간다. 180.2m봉을 지나니 황톳길이 나와 그 길로 따라가니 또 능선에서 벗어난다. 지도를 보니 유원리 아랫달전으로 떨어지는 길이라 다시 능선을 이으려고 없는 길을 따라 이어가니 17시 47분. 누가 버린 냉장고가 보인다. (이 냉장고를 보았다면 그런대로 길을찾은 셈이다.)

 

냉장고를 지나 10분쯤 올랐을까? 갑자기 전방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 나도 모르게 "뭐야" 하고 소리를 지르며 보니 무게 250키로는 족히 나갈 것 같은 시커먼 멧돼지 한 마리가 불과 30m 거리에서 쑤욱 아래로 내려간다. (놈이 먼저 나를 발견하고 내려간 것이다.) 순간 주위에 있는 나무부터 살폈다. 유사시 타고 올라갈 요량으로

 

하지만 탈 만한 나무도 없다. 다행히 놈은 사라졌고 겁에 질린 나는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빠른 오름짓을 하기 시작한다. 자연히 요동치는 박동수는 어쩔 수 없다. 아~ 내가 무슨 산꾼이라고 이런 오지 산에서 위험하게 홀로 산행을 한단 말인가! 갑자기 후회가 쓰나미처럼

몰려 온다. 글을 쓰는 지금도 놈의 튼실한 엉덩이가 눈에 어른거린다.

 

멧돼지와 예기치 않은 조우를 하고 7분 쯤 올라가니 철탑이 나타난다.

 

철탑에서 아까 반대편에서 보았던 철탑을 바라본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18시 04분을 가리킨다.

 

철탑을 지나면 길이 좀 나아질까 하는 나의 기대와 달리 길은 여전히 엉망이다. 철탑을 지나 3분 후 '같이하는 산사람들' 이라는 노란 리본이 보인다. 198.1m봉이다. 하지만 전혀 봉우리 같지 않다.

 

198.1m봉에서 와룡산으로 가는 길도 결코 녹록치 않다. 결국을 길을 잃고 잡풀(가시덩쿨)에 포위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갑자기 온 몸에서 힘이 쑥 빠져나간다.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 먼저 카메라부터 배낭속에 넣은 후 물 한 모금 마시고 잡풀과의 전투를 벌인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제 와룡산이 지척이라는 것이다. 나처럼 오룩스맵을 지녔다면 위치를 알아 손쉽게 탈출하겠지만 오룩스맵이 없는 일반인 들은 이곳에서 우왕좌왕 패닉에 빠질 그런 상황이다. 잡풀을 치고 오르니 불쑥 산불감시탑이 보이는 와룡산으로 올라선다. 살았다!

 

잡풀과의 전투 끝에 빠져나온 곳을 찍었다. 도대체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을까? 이번 코스를 반대로 탈까도 생각했는데 만약 그랬다면 와룡산에서 야산을 뚫는

초반 코스부터 고전했을 확률이 높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이하게도 산불감시 초소가 정자 위에 있다. 올라가 살펴보니 아무도 없다. 산불감시원이 애용했을 법한 낡은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며 느긋하게 조망을 해찰한다.

 

와룡산 하산길은 생각했던 대로 탄탄대로길이 이어진다.

 

'벌노랑이'와 '개망초'가 화원을 이루고 있는 언덕길을 따라 내려간다.

 

빠져나온 날머리 (우측 산길에서 내려왔다) 집을 지키던 검정 개가 맹렬하게 초인사를 개어 올린다.

 

논 둑에서 뒤돌아본 와룡산

 

논둑에는 개구리들의 합창소리가 요란하고 와룡산엔 어느덧 땅거미가 내려 앉았다.

 

알바 포함 장장 7시간 48분이나 걸린 이번 코스는 지난주 탔던 고성 미암산~만수산 코스에 비해 더 하면 더했지 결코 쉽지 않은 산꾼 코스였음을 알려 드린다. (겨울은 몰라도 녹음기엔 절대 비추한다)

 

 

지루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終>

 

 

흐르는 음악은~
가을과 어울리는 샹송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