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산 산행기

진주 광제산

통영사람 이수영 2021. 4. 20. 07:45

[502]


■ 산행일: 2021.04.18 (일)
■ 산행자: 나와 아내
■ 산 있는 곳: 慶南 晉州市 鳴石面
■ 날씨: 맑고 시원한 바람 불고 視界 좋은날
■ 기온: 3-18도

 

국제신문 지도 대로 관지경로당 시계방향 원점회귀

 

 최저고도-66m

 최고고도-444m

 누적고도-695m

 소모열량-1,201kcal

■ 산행시간-11시 22분~16시 40분 (5시간 18분)

 

 

산행기

 

지난주 창원 무학산 산행기에 썼던 것처럼 이번 주는 대구 비슬산에 갈 예정이었으나 지난 13일에 발생한 이상 저온 현상 탓에 비슬산 진달래가 냉해를 입어 전멸되는 바람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현풍읍에서 실시간 녹화로 진행하는 비슬산 진달래 상황 유튜브 영상을 매일 체크했지만 결국 안 가는 것으로 결정났다.

 

누구 말대로 산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니 올해 못가면 내년에 가면 될것이 아닌가! 하며 마음을 고쳐먹고 아내에게 진주 광제산이나 타고 산행 마치고 진주 갤러리아백화점이나 들리자고 하니 아내 잔말없이 그러자고 한다. 오늘도 충무김밥 2인분을 사고 10시 20분 진주로 향한다.

 

참고로 진주 광제산은 2009년 2월 22일(일) 아내와 함께 우중산행을 했던 산이다. (홍지마을~광제산~산청집현산~진주집현산~명석각~홍지마을) 당시만 해도 이런 산은 허접산으로 분류하여 궂은 날에만 탔는데 지금 생각하니 광제산과 집현산에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왕년에 한창 산행 다닐 때는 XX위반 XXX위반을 하며 신속하게 달렸지만 이제는 서진주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정속주행을 한 끝에 진주 명석면 관지마을 관지경로당 앞에 도착하니 11시 13분. 먼저 주차한 흰 베뉴승합차 옆에 주차한 후 산행채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11시 22분)

 

관지경로당을 지나 관적사 팻말이 보이는 옻밭교 다리를 건넌다. 옻밭교에서 바라보니 길다랗게 연결되어 있는 가야할 야산 능선과 마지막 골인 지점인 제법 높아 보이는 광제산이 보인다.

 

목탁 소리도 견공의 초인사도 없는 말 그대로 절간인 관적사, 사진만 한 컷 찍고 돌아나와 오른쪽 길로 올라가니 어느 집 앞에 묶여있는 검정 견공이 쉴새없이 초인사를 개어 올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무시하고 마지막 집을 지나니 10시방향으로 작은 산길이 열린다. (초입에는 리본이 달려 있지 않아 아내가 들어서길 주저한다)

 

산길 초입은 대나무숲인데 뒤따라 오는 아내를 찍었더니 아내 뒤로 목적산 광제산이 보인다.

 

초반 오름길 역광으로 비치는 연초록색 잎의 느낌이 너무 좋아 콧노래가 절로 난다. 잠시 후 능선갈림길로 올라서고 오른쪽 능선길로 향한다.

 

능선갈림길을 지나 5분쯤 걸었을까? 잡자기 고속도로 처럼 넓은 능선길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가 걸어왔던 능선은 지능선이었던 것이다. 이 넓은 능선길은 명석면 면사무소에서 올라오는 주능선일 것이다. (참고로 명석면 면사무소에서 광제산까지는 약  10km이다) 이제는 솔갈비가 깔린 쿠션좋은 웰빙등산로를 걷는다. (아내의 좌측으로 보이는 작은 길이 우리가 빠져나온 지능선길이다)

 

주능선길을 따라 5분쯤 걸어가니 나무에 흰꽃이 피어있어 다가 보니 '덜꿩나무'꽃이다. 덜꿩나무는 꿩과 관련이 있다. 가을이면 팥처럼 생긴 붉은 열매를 맺어 꿩들이 좋아하는 열매를 달고 있다는 뜻으로 들꿩나무로 불리다가 덜꿩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덜꿩나무 아래에 피어있는 '땅비싸리'

 

우연히 아내에게 발견된 '옥녀꽃대'

 

이 옥녀꽃대 군락을 본 사람은 아마도 우리 뿐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냥 등산로를 걸었다면 모르고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장소에 있었기 때문이다. 설혹 보았다 해도 십중팔구 일반 산객들은 구렁이 활 보듯 그냥 지나칠 것으로 생각된다. 야생화는 야생화를 아는 사람 눈에만 보이기 때문이다.

 

관지갈림길이다. 주능선길에서 13분 걸렸는데 야생화 촬영으로 시간을 많이 소모했으므로 시간은 의미가 없다. 모르긴 해도 6~7분이면 충분할 것이다. 이곳에서도 관지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

 

안내판에는 이곳에서 명석면 사무소까지는 4km이고 광제산까지는 6km이다. 안내판 옆에는 각시붓꽃이

피어있어 데리고 올려고 애를 썼고 곧이어 나타나는 창녕성씨묘에 피어있는 각시붓꽃도 데리고 올려고

애를 썼다. (모두 휴지통에 버림) 창녕성씨묘를 지나 오름길에 '애기풀'이 보여 또 쓸데없는 애를 쓴다.

(애기풀 역시 핀이 흔들려 휴지통에 버렸다. 그 모습이 궁금한 분은 애기풀을 검색해 보시라)

 

관지갈림길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벤치가 나타난다. 264.5봉에서 먹으려던 점심인데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곳에서 보따리를 풀었다. 점심을 먹는데 여럿 명의 산님들이 지나간다. 나홀로 산객, 부부산객 등등 별 볼일 없는 산 쯤으로 여겼는데 의외로 산님들이 보여 함부로 요소비료 뿌렸다가는 식겁하겠다.

 

늘 그렇듯 점심시간은 20분쯤 걸리는데 오늘은 8분 더 걸렸다. (12시 20분~12시 48분) 그 까닭은 김밥 다 먹고 커피와 사과까지 먹고 떠나려는데 내 모자가 안 보였던 것이다. ^^;; (모자 찾느라 8분 소요)

 

(벤치 안내판을 보면 관지갈림길에서 1km 거리다)

그리고 보니 아까 오름길에서 모자를 벗어 오른손에 쥐고 왔는데 야생화 촬영하는 와중에 나도 모르게 흘린 모양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을 것인데 불과 8분 만에 포기하고 되돌아왔던 것이다. (나중에 산행을 마치고 모자를 찾기위해 이곳까지 다시 오는 촌극을ㅈ벌였으나 끝내 찾지 못함)

 

포기하고 올라가는데 아까 지나갔던 나이드신 부부산님이 점심을 드시고 있어 (우리가 벤치를 선점하는 바람에 이분들은 잔디밭에서 점심을 자시고 계심) "혹시 올라오시다가 길에 떨어진 모자 못 보셨어요?" 하고 물으니 부인왈' 오르막길에 검은색 모자가 떨어져 있더라며 말한다. 하지만 다시 빽하기도 그래서 그냥 진행한다. 오래 쓴 모자라 크게 미련이 없다며.. 

 

벤치 지나 264.5봉 가는 오르막길에 피어있는 '각시붓꽃' (이 아이 바람에 아까 관지갈림길과 창녕성씨묘에서 찍은 각시붓꽃은 휴지통 신세가 되었다) 

 

벤치 지나 264.5봉 가는 고갯길 능선에 피어있는 '둥글레'꽃

 

벤치 지나 264.5봉 가는 길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덜꿩나무'꽃

 

벤치 지나 264.5봉 오름길은 초록잎으로 물든 아름다운 산길이다. 어느 누가 이렇게 좋은 산을 허접산이라 하겠는가! 모르긴 해도 오늘 대구 비슬산에 갔더라면 산님들로 북적거렸을 것인데 이곳은 이렇게 호젓하니 이런 산길이야 말로 웰빙이요 힐링의 산길이 아닐까 싶다. 오름길에는 하얀 장딸기꽃이 여기저기 군락으로 피어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13시 17분. 국제신문 지도에도 안 나오는 264.5봉이다. 아무런 표식이 없어 그냥 스쳐 지나가도 모를 판인데 나무가지에 진주 포에버님 빨간리본, 부공41회 산악회 흰리본, 달을 품은 산 노란리본이 이곳이 264.5봉임을 알리고 있다. (점심을 먹은 벤치에서 29분 소요)

 

264.5봉을 지나니 '쇠물레나무'꽃들이 여기저기에 피어있다. 특히 쇠물푸레나무의 어린 잎이 마치 아기손 처럼 돌돌 말려있은 모습이 참 신기하다. 이렇게 말려 있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펴는 모양이다. (말려있는 어린 잎이 신기해서 몇 컷 찍었으나 별 볼품이 없어 휴지통에 버렸다)

 

위 사진속의 쇠물푸레나무꽃을 보는 아내, 그런데 아까 벤치에서 점심 먹을때 스쳐 지나며 올라갔던 남자산님이 도로 내려온다. (아마도 299.5봉까지 다녀온 것으로 생각된다) 해서 잃러버린 모자 이야기를 하니 본인이 발견하면 관지갈림길 삼거리에 걸어두겠다고 한다. ^^  이때만 해도 산행마치고 쉽게 회수할 줄 알았다. (이분 전화번호를 땄다면 헛수고 안했을 것인데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것은 고금의 진리다)

 

299.5봉이다. 264.5봉에서 24분 걸렸지만 사진 촬영 안 했다면 20분도 채 안 걸렸을 것이다. 스파랜드 갈림길이라는 안내판이 보이는 곳인데 삼각점과 준.희님의 [진양기맥 299.5] 이란 팻말이 나무가지에 걸려 있다. 햇살이 강하게 내려쬐여 사진만 찍고 바로 돌아 내려간다.

 

299.5봉 바로 아래 스파랜드 갈림길이란 안내판이 보이는데 관지갈림길에서 2.5km 덕곡고개까지 2.5km이니 정확하게 중간지점인 셈이다. 스파랜드는 12년 전인 2009년 우중산행을 마치고 들린 곳인데 (산행기를 보고나서 앎)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99.5봉에서 13분 내려오니 임도가 나타나고 산길 입구에는 부부산님이 앉아있다.

 

임도 지나 뒤돌아본 299.5봉 (부인이 길을 터주었고 남편은 인사를 해도 전화통화에만 열중했다)

 

임도 지나 307.8봉 오름길에 보이는 사각정자

 

사각정자에서 바라본 광제산, 사각정자에서는 덕곡리 하산길이 보인다. 사각정자에서 조금 올라가니 곧 307.8봉인데 아무런 조망이 없는 육산(리본 하나 안 달린)이라  이 사각정자를 307.8봉이라 해도 큰 무리는 없겠다. 다시 편안한 쿠션 좋은 내리막길 산길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15분 후 광제산 산불감시원의 애마로 보이는 모닝승용차가 보이는 덕곡고개로 내려선다.

 

덕곡고개 안내판에는 광제산 1km라 적혀있다. 과연 이곳 산불감시원은 광제산까지 얼마나 걸릴까 라는

상상을 하며 오름길을 올라간다. (나중에 산불감시원의 말을 들으니 20분~25분 걸린다고 하심)

 

덕곡고개 지나 광제산 가는 길에 피어있는 산철쭉

 

이제는 지척인 광제산 정상

 

광제산 오름길의 대나무밭

 

광제산 오름길의 '각시붓꽃' 각시붓꽃은 이제 끝물상태다.

다 올라왔다. (파란 하늘과 나무 그리고 봉화대가 어우러진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아내가 말한다.

 

진주 광제산 봉수대는 조선시대에 있었던 다섯 개의 중심봉수로 중 하나인 제2봉수로에 속하는 구간에 있었다. 즉 동래에서 한양으로 이르는 봉수로를 연결하기 위해 진주 망진산 봉수대의 신호를 받아 산청 입암산 봉수대에 전달하는 역활을 했다. 고 적혀있다.

 

(만든지 오래되어 잘 보이지 않는 등산안내도)

12년 전 2009년에는 우중이라 운무만 자욱해 짙은 아쉬움을 남겼던 광제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육산임에도 불구하고 일망무제다.

 

북으로는 지리산, 웅석봉, 산청 둔철산, 집현산이 보이고 동으로는 의령 산성산, 한우산, 자굴산, 벽화산 진주 방어산, 함안 여항산이 보이고 남으로는 진주 월아산, 장군대산, 고성의 산군, 진주의 산군, 사천 와룡산이 보이고 서로는 하동 금오산, 옥산 그리고 진양호가 내려다 보인다. (사실은 더 많은 산이 보이지만 일일이 다 알 수는 없다)

 

살짝 얼굴을 내민 산청 둔철산의 모습이다. 잘 아시다시피 산청 휴게소 옆에 보이는 근육질의 산이 바로 산청 둔철산인데 5월 철쭉시즌이 되면 꼭 한번 가시기 바란다. 인근 황매산은 미어터지는데 비해 이 산은 덜알려진 철쭉 명산이기 때문이다. (광활하지는 않지만 소담스럽게 피어 있음)

 

2년 전 2009년 우중에 이곳에서 집현산 두 봉우리를 거쳐 홍지마을로 원점회귀했는데 지금와서 보니 광제산에서 집현산까지 무려 6km나 된다. 그때도 좀 헛갈렸는데 집현산은 진주와 산청군이 서로 정상을 나누고 있는데 산 하나를 두고 두 개의 정상이라니..

 

산성산, 한우산, 자굴산 의령의 산군이 전개된다. 진주 방어산이 보이고 의령 자굴산과 진주 방어산 중간에 의령 벽화산이 있는데 벽화산도 우중에 올랐던 산이라 그런지 정확하게 어딘지 모르겠다.

 

진주 방어산에 이어 함안 여항산이 보이고 진주 장군대산 월아산은 그 모양이 특이해 쉽게 알 수 있다. 진주시 너머로는 고성의 산군인데 동정이 불가능하다.

 

사천 와룡산, 각산이 보이고 고성 무이산(수태산)으로 추정되는 봉우리가 보인다.

 

하동 금오산, 옥산 그리고 진양호가 내려다 보인다.

 

산청 방향 조망이다. 지리산 천왕봉을 위시하여 수 많은 봉우리들이 보인다. 저 수 많은 봉우리 중 우리가 올랐던 봉우리도 꽤 있을 것인데 동정이 어렵다. 산 이름을 안다는 것 만큼 허망한 것이 없다고 어느 산꾼은 말씀하셨지만 산 이름을 알고 모르는 것은 천냥지 차이다.

 

줌으로 당긴 진주 월아산 (월아산은 장군대산, 월아산으로 봉우리가 두 개다)

 

지나온 야산 능선과 그너머로 진양호가 내려다 보인다.

 

줌으로 당긴 진양호

 

광제산 정상에서 조망 해찰을 마치고 친절한 산불감시원 덕분에 부부인증 사진을 얻는다. 보답으로 아내가 쵸코해바라기씨 한 통을 건네니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는 본인은 산타는 부부들이 참 보기 좋다며 덕담을 건넨다.

 

이제 덕곡리 하산길로 내려간다.

 

15분 정도 내려가니 이정표가 보이는 삼거리다.

 

좌측 홍지소류지 길을 버리고 덕곡마을로 직진한다. 좌측 홍지소류지 길은 12년 전에 올랐던 길이다. 그 길 역시 솔갈비가 깔린 쿠숀 좋은 웰빙등산로였음을 기억한다.  

 

하산길에 피어있는 '마삭줄'

 

이 아이 말고도 오늘 본 꽃들이 어디 이것 뿐일까 마악 피어나는 국수나무꽃도 보았고 바람에 흔들렸던 병꽃나무도 보았고 고추나무꽃도 보았다. (핀이 흔들려 실지 않았을 뿐이다) 산 타는 것도 재미 있지만 꽃을 보고 그 이름을 불러줄때 느끼는 재미도 그에 못지 않다.

 

하산길 전망능선에서 바라본 토담마을과 걸었던 야산능선

 

하산길의 마지막 오르막 구간을 지나

 

토담삼거리로 내려서면 사실상 산행은 종료된다.이제 엄목마을 거쳐 관지마을까지는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다.

 

엄목마을 지나 뒤돌아본 광제산

 

16시 40분. 관지경로당 원점회귀 산행을 마치고 16시 44분. 초입으로 차를 몰고 올라가 잃어버린 모자를 회수하러 갔다. 하지만 쉽게 회수할 줄 알았던 모자는 보이지 않았다. 가다보니 점심을 먹었던 벤치까지 올라갔으나 모자는 없었고 헛탕만 치고 내려오니 17시 29분 이다. (나홀로 빡세게 45분 산행했다)

 

수거를 부탁했던 그 남자 산님이 가져갔을 리는 없고 다른 사람이 가져간 모양인데 남의 모자를 가져갈 줄은 정말 몰랐다. (오래된 모자지만 정들었던 코오롱 모자였는데 막상 잃으니 무척 아쉽다. 그 남자 산님만 안 만났더래도 찾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와중에 코로나 문자가 속속 뜨는데 진주에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는 꺼림직한 문자다. 똥 누기 전 마음과 누고나서 마음이 틀리듯 애초에는 갤러리아 백화점에 들러 저녁 겸 쇼핑을 할 예정이었으나 꼬리를 내리고 통영으로 귀향한다.

 

세상사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다.

 

 

 

 

 

<終>

 

 

 

 

흐르는 음악은~
가을과 어울리는 샹송모음